MEMORIZE RAW novel - Chapter 82
00082 New Face =========================================================================
신상용은 정말로 내성적인 성격을 소유한 사용자로 볼 수 있었다. 벌써 5분이 넘도록 본론에 들어가지 않고 말만 빙빙 돌리고 있는걸 보면 조금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보는 눈들이 많아 억지로 듣고는 있었지만 애들도 조금씩 지루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용씨.”
그 기색을 눈치 챘는지 정하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언질을 주자, 신상용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는 잠깐 심호흡을 한 후 이번에는 눈동자를 빛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마방진이라는 단어를 들어 보신적 있으신가요.”
마방진이라. 당연히 들어본적은 있다. 다만 지금부터 신상용이 말하려는건 단순 마방진이 아닌 자신의 진명과 연관이 있을것 같아 나는 더욱 집중했다. 그리고 동시에 제 3의 눈도 활성화 시켰다. 도대체 어떤 능력들이 있기에 저런 진명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1. 이름(Name) : 신상용(2년차)
2. 클래스(Class) : 일반 마법사(Normal Mage Expert)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Babara)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마방진의 진리를 추구하는 자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8)
7. 신장 · 체중 : 183.7cm · 69.2kg
8. 성향 : 질서 · 중립(Lawful · True)
1. 조화(調和)의 마방진(Rank : A Zero)
1. 연금 마법(Rank : C Plus)
2. 정통 마법(Rank : B Zero)
3. 고대어 해독(Rank : D Zero)
4. -(아직 개화 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지금 어느정도 능력을 개화 시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일반 사용자들과 한가지 다른점이 있습니다. 그건…바로 특수 능력이 없습니다. 애초부터 없었던건 아니구요. 원래 있던 특수 능력이 고유 능력으로 진화된 특수한 케이스 입니다.”
“그건….”
나는 이채를 띈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 그는 내 시선을 담담히 받고는 전에 없는 또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렇게 밝혀서 미안합니다. 그러나 저는 말입니다. 공부하는 머리는 어떨지 몰라도 대인 관계나 사회 생활은 멍청해서, 남에게 속고 남을 속이는 일에 재주는 없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수현씨 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는만큼 적어도 제 사용자 정보는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부담스럽네요.”
“전혀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멋대로 밝힌 거니까요.”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내가 이채를 띈 이유는 특수 능력이 없고, 고유 능력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1회차에도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그런 사용자들 몇명을 본 기억은 있다. 다만 조화(調和)의 마방진이라는 고유 능력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큰 호기심이 일었다.
신상용은 내 신호를 보고는 바로 두 손을 들었다.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신상용의 두 손으로 몰렸다. 단 한명만 빼고.
정하연은 신상용이 얘기를 시작한 이후 여지껏 내 얼굴만 보고 있었다. 아마 그녀 스스로도 속으로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듯 싶었다. 나는 더욱 날카로운 시선으로 신상용이 올린 두 손에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부터 제가 가진 고유 능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화륵! 쩌정!
그의 말이 끝난후 신상용이 가벼운 마력을 일으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오른손에는 불길이, 왼손에는 얼음이 맺히는게 보였다. 서로 상성을 가진 두 기운 이었다. 설마 조화의 마방진이라는 건….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신상용은 두 손을 손뼉을 치듯 맞붙였다. 그리고 제 3의 눈을 활성화 시킨 지금 나는 맞붙인 두 손바닥 사이에서 수많은 마법 연산이 이루어지는걸 보고 매우 놀라고 말았다. 급히 표정을 수습하기는 했지만, 그순간 옆으로 보이는 정하연의 눈동자가 진해지는걸 볼 수 있었다.
신상용은 얼음과 불이 공존하고 있는, 이론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기운을 내포한 하나의 기를 두 손으로 소중히 감쌌다. 애정어린 눈으로 그 기운을 내려다보던 그는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쁘죠…? 이게 바로 제가 보유한 고유 능력 입니다. 이름은 조화의 마방진으로 되있더군요. 하하.”
곧이어 불과 얼음은 손 안에서 사그라 들었다. 주위에 몇몇 탄성이 들리는게 확실히 외양은 아름다웠다. 정확한 위력은 잘 몰라도 상성 효과로 일어나는 파괴력은 어마어마할게 분명했다.
나는 조화의 마방진이란 고유 능력이 무척 탐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화정, 그리고 화정과 비견되는 극상성에 있는 기운을 조화의 마방진으로 합칠 수 있다면…. 잠시 생각을 했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현재 내 몸에 시술된 고대 무녀의 각인만해도 랭크나 효율면으로 따지면 조화의 마방진보다 윗선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정을 잠시 붙잡아두는게 고작. 조화의 마방진에 화정의 기운이 들어간다면 아마 일거에 깨질것이다.
애들의 탄성에 잠시 쑥쓰러운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던 신상용은 다시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발명가라고 하기는 조금 거창할까요. 저는 원래 대한민국에서 연구소에서 일을 했던 사람입니다. 계산하는걸 좋아하고, 무언가를 만드는데 대단한 흥미가 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바로 마방진 이었습니다.”
마방진. 자연수를 1로부터 중복이나 빠짐이 없이 하나씩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각 군의 수의 합을 일정하게 만드는 수표.
“마방진의 원리는 오늘날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잘 모르실수도 있겠지만, 실생활에도 마방진의 원리는 적용된 사례가 굉장히 많구요.”
애들의 얼굴들은 다시금 심드렁해지고 있었다. 특히 안현과 유정은 대놓고 퉁퉁거리고 있었다. 저놈들이 정말. 나는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고, 신상용은 기분 좋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저는 홀 플레인에 오게된 후 마법사를 직업으로 가지게 됬습니다. 사제를 더 하고 싶었지만 담당 천사가 극구 마법사를 권유하더군요. 솔직히 마법사는 저랑 잘 맞았습니다. 다만…저는 일반 마법사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특수 능력도 없고, 고유 능력을 저렇게 좋은걸 보유 했으면서 신상용의 잠재 능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정통 마술은 마법사들이 필수적으로 배우는거니 그렇다고 치고. 전투에 아무 쓰잘데기 없는 연금 마술과 고대어 해독은 도대체 뭔 심보로 개화시킨 걸까.
지닌바 능력치가 준수해 어떻게든 살아남은 모양이지만. 더 좋게, 더 효율적으로 자신의 직업 특성을 살리지 못한게 아쉬웠다. 정통 마술 랭크가 높다면 그래도 쓸데는 있을테지만 연금이든 정통이든 둘다 B랭크 이하였다. 나는 일단 아무것도 모르는척을 하며 태연한 얼굴로 다음말을 기다렸다.
“홀 플레인에서 마법사인 이상 정통 마술과 관련된 것들을 배우는건 정론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개인의 천성일지 몰라도 저는 연금술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아는 사람들은 연금 마술을 배우려는 저를 극구 말렸지만 제 개인의 욕심때문에 저는 기어코 배우고 말았죠. 하하. 한심하시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세상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을 좇았다니 말입니다.”
네. 한심합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차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2년동안 이 연금술이 없었다면 나약한 제 자신이 미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이런. 말이 너무 길었네요. 이제 수현씨를 찾아온 이유를 털어 놓겠습니다.”
신상용은 “후우.”하고 숨을 내뱉었다.
“고대 연금술사 던전의 정보를 얻게 된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정하연, 정지연 자매들과 정보를 공유했고 비밀리에 캐러밴을 꾸렸죠. 현재 황금 사자 클랜의 영향으로 탐험은 권장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사용자 정지연이 그렇게 되버린데는 제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말하지 않았더라면…그 일은 아직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본인들도 그냥 칠흑의 숲으로 들어간게 아니라 최소한의 정보는 쥐고 간 셈 이로군. 내가 고개를 주억이자 옆에서 가만히 듣던 정하연은 조용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받았다.
“도의적 책임은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저도 책임이 있어요. 그리고 지연이 본인도 책임이 있구요. 마지못해 따라나선게 아니라, 가능하겠다 싶어 스스로 결정했어요. 그러니….”
정하연의 씁쓸한 말투를 들으며 신상용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정지연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다는걸 느꼈는지 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비록 던전 공략을 실패했지만 아직 고대 연금술에 대한 호기심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자신이 병신 같다는건 알고 있지만 아마 수현씨 일행이 아니었다면, 혹은 살아났다면 저는 또 그 던전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신상용은 잠시 말을 멈춘후 내 옆에 멀뚱한 얼굴을 한 비비앙읋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앉은 다리를 접더니 이내 꿇어 앉는 형식으로 자세를 바꿨다. 내가 차마 말릴틈도 없이, 그는 그대로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는 내게 정중히 엎드렸다.
“던전의 보상이나 물품등을 바라는게 염치 없는 소리라는건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추호도 없구요. 다만 현존하는 거주민 연금술사가 있다는 사실을 듣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제발, 부디 그녀의 아래서 가르침을 받게 해주십시오.”
“신상용씨. 일어나세요.”
“아니요. 지금 이런 요청도 충분히 뻔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술은 홀 플레인에서 주류가 아닙니다. 비주류에서도 천덕꾸러기로 통하고 있어 조언을 얻을 사용자도, 방법도 없습니다. 오직 주먹구구식 독학으로 헤쳐나갈 뿐…지금도 제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더구나 뭔가 벽에 꽉 막힌듯한 느낌이 반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대로 간다면 저는….”
신상용은 여전히 머리를 들지 않은채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말에는 조금이지만 물기가 어린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문득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에 눈을 감고 말았다.
지금 사용자 신상용의 기분을 나는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나 또한 그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못했다. 오직 독학으로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뤘는데 그 과정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끔 서러운 감정이 들적이 많았다.
내 앞에 거대한 벽이 서 있는 기분. 그 벽을 뛰어 올라야 하는데 너무나도 단단해 깰 엄두도 내지 못할때. 그때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스럽다.
특히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년차까지 성장하면 대부분의 능력치는 개발됬다고 봐도 무방하다. 초기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오르는게 아닌 엄청난 노력을 해야 겨우 1포인트 올릴까 말까로 변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무언가 홀린듯한 기분에 차분히 입을 열었다.
“예전 책을 읽다가 어떤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은 너무나도 인상적이라,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신상용은 내 입에서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몸을 일으키지 않을 기세인것 같았다. 그러나 내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2년차 사용자로서, 0년차 사용자한테 무릎을 꿇을 정도로 다방면으로 노력하는걸 보니 기꺼운 마음이 드는건 사실이었다. 나는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벽을 막상 보게 되면 어떻게 뛰어 넘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벽을 뛰어 넘는건 분명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벽을 뛰어 넘게 되면….”
잠시 말을 멈춘다. 조금의 뜸을 들인 후,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벽은 고스란히 자신의 발 아래를 받쳐주는 탄탄한 지지대가 됩니다.”
“아….”
내 말에 뭔가 와닿는게 있는지 겨우 고개를 든 신상용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신상용의 요청. 아직 자세한 사항은 듣지 못해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회임은 분명했다.
“저는….”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만큼, 오늘 면접을 잘 보고 왔습니다. 말이 술술 나오더군요. 같이 면접을 본 여성분에게는 조금 죄송했습니다. 하하하. 부디 결과가 좋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하하하. 집으로 돌아온 후 바로 코멘트 확인하고 82회 작업 했습니다. 어제 많은 분들이 쓰담쓰담 해주셨네요.
그나저나 저도 오늘 드디어 평점 테러란걸 당해 보는군요. 막상 당하니 기분이 참 미묘합니다. 🙂
『 리리플 』
1. 베지밀군 : 1등 축하 드립니다. 원래 왠만하면 자정에 올리는데 너무 바빠서 12시 18분이 될때까지 정말 치열하게 적었습니다. 🙂
2. 사람인생 : 퍽퍽퍽! 에잇에잇!(하하하. 농담입니다.) 제가 어제 너무 바빠서요. 면접 준비하랴 이것저것 하느라 참 분주했습니다. 사람인생님의 양해를 구합니다.(__)
3. 제국화격단 : 면접 기원 감사합니다! 이번회도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4. 석양s : 하하하. 상위 버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하연은 정하연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김한별은 김한별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아. 얼른 한별이도 등장시키고 싶네요.
5. MT곰 : 1위는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워낙 재밌는 작품도 많고, 요즘은 선작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선작 버프(?!)의 영향으로 잠시 영광된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6. 라티인형 : 아이쿠. 그러면 당장에 완결까지 가겠군요!
7. 현오 : 저는 머리를 쓰담해주는걸 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러면 잠이 잘 오거든요. 후후후.
8. 홍승식 : 흐흐흐. 캐릭터 인기투표 1위한 캐릭터가 누굴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한별이가 됬으면 참 좋겠네요. 하하하.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캐릭터 거든요.
9. 슬피우는영혼 : 오. 오늘 20회나 올리신다니! 고맙습니다. 우와 200KB. 우와. 하하하. 진담입니다.(?)
10. 에인트제 : 제 3의 눈처럼 세세하고 정확하게 알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그냥 추정할 수 있는 능력은 한두개정도 나올 예정입니다. 다만, 그런 능력들은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연참의 원동력이 됩니다.(이건 진리입니다.)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