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9
00009 김수현, 통과의례를 시작하다. =========================================================================
“하…. 도저히 답답해서 못 있겠네!”
“히익!”
아까부터 주변을 살피던 박동걸은, 때를 노리고 있었는지 힘껏 목소리를 높이며 공터의 중앙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욕설에 놀랐는지 이신우는 깜짝 놀라며 쉰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박동걸이 이신우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것을 놓치지 않았다. 좋은 말로는 기선제압, 속된말로는 나대는 행동이었다.
“어이! 너희들, 이 개 좆같은 상황에 뭐 아는 거 하나도 없어? 응?”
안솔은 안현의 품에 파묻혀 덜덜 떨고 있었다. 안현과 내가 확인하지 못한 두 명의 여성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명은 비교적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 명은 갑자기 소란을 일으키는 박동걸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했다.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문득 두 여성의 사용자 정보을 보고픈 호기심이 동했으나 일단 남자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여긴 다들 벙어리만 모였어? 주둥이만 다물고 있지 말고, 아무 말이라도 좀 해보라고!”
‘까분다.’
자신이 한 성깔 한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남성을 과시하고 싶은 걸까. 박동걸은 난폭한 몸짓을 보이며 자신의 주변에 보이는 주먹만한 돌멩이를 세게 걷어차버렸다. 그가 걷어찬 돌멩이는 꽤나 강력한 기세로 날아올라, 숲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그의 돌발행동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내려 앉았다. 그러나 나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돌멩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르렁.
그 순간 조용한 숲 속에 나직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멩이 소리는 듣지 못해도 방금 전 울음소리는 모두가 들은 모양이었다. 그들의 얼굴에 언뜻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10년 전 일이라 모든걸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걸 느꼈다.
그때 이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씨, 씨펄! 어떤 놈이냐? 불만 있으면 당장 나와. 나와서 얘기하고, 응? 너야? 아니면 너?”
박동걸은 야비하게도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이들을 지목했다. 이보림과 이신우는 사색이 된 얼굴로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아까부터 박동걸을 노려보던 한 여성이 분연히 일어섰다. 숨을 씩씩 몰아 쉬는 게 어지간히도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저씨, 그만 좀 하시죠? 나잇살 처먹고 지금 뭐 하는 짓거리세요?”
“뭐? 뭐~? 그만 좀 하지? 나잇살 처먹고? 지금 너 나한테 그런 거냐?”
“그래 했다. 어쩔래. 창피하지도 않아? 지금 다들 똑같은 처진데 왜 윽박지르고 지랄이야?”
“이젠 반말? 쌍년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어른한테 꼬박꼬박 대들고 쳐 반말하냐?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든?”
“쌍년? 하, 보자~보자 하니까…. 그래, 그럼 네 부모는 나잇살 처먹고 애들 윽박지르라고 가르치디? 이 쓰레기 같은 놈아!”
한마디도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받아 치는 여성을 보며 나는 속으로 키득키득 웃었다. 박동걸은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한 듯 헛웃음만 흘렸다. 하지만 곧 분노가 치솟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그는 세게 콧김을 내뿜더니 이내 잡아먹을듯한 발걸음으로 여성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여성의 앞에 선 박동걸은 험상궂은 표정을 들이대며 입을 열었다.
“야, 쌍년. 부모가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보통 성인 남성이 이 정도까지 하면 기가 죽을 법도 했다. 그러나 여성이 기가 워낙 세서 그런지 아니면 원체 겁이 없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박동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코웃음 쳤다.
“웃겨. 네가 그러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네 아비랑 어미가 그렇게 가르쳤냐고~. 이 씨발 놈아!”
“이 씨발 년이 진짜 뒤지려고….”
진심으로 깊은 분노를 느꼈는지 박동걸의 주먹이 서서히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박동걸이 막 주먹질을 하려는 폼을 잡은 찰나였다.
“어이, 아저씨. 그만 좀 하지.”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안현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막 여자의 뺨을 후리려던 박동걸은 황당한 얼굴로 안현을 돌아보았다. 옆에서 안솔이 옷깃을 꾹꾹 잡아 당기는 게 보였다. 그러나 안현은 기어코 한 번 더 입을 열고 말았다.
“얘 말이 틀린 건 없잖아. 다 똑같은 입장인데 왜 그래? 저 사람들이 뭔 잘못을 했다고.”
“이…. 이 연놈들이….”
박동걸은 수치심이 차오르는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낀 듯 올라갔던 주먹은 다시 내려오고 있었다. 여성이 미약한 비웃음을 보이자, 박동걸은 벌컥 괴성을 지르며 몸을 돌렸다.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도 연신 씨근거리는 게,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자 울화통이 터진 것처럼 보였다.
“씨발, 뭘 꼬라 봐! 눈깔 안 돌려?”
결국 분을 참지는 못했는지, 박동걸은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이신우한테 괜한 화풀이를 했다. 이신우는 억울한 얼굴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때였다.
그르렁.
방금 전 들었던 울음소리는 다시금 우리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어렴풋하던 기억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는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만 죽이다가 급작스러운 습격에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원인은 박동걸이 아까 차버렸던 돌멩이, 그리고 여성과의 고성방가.
내가 이 사람들한테 가지는 기억은 이게 전부였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이후 홀 플레인에서 보지 못한걸 생각한다면….
‘다들 통과의례에서 죽었다는 소린가? 아, 안솔은 아닐 수도 있겠군.’
지금 이대로 시간을 보낼 경우 1회차를 그대로 답습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나는 약간의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생각은 아니었다. 우선은 이들이 움직이고 서로 힘을 협동할 계기를 주는 정도로만 도와줄 생각이었다. 해서, 나는 바로 석궁을 들었다.
철컥!
“저기요. 지금 뭐하세요…?”
다들 무척 예민해져 있는지 자그마한 소음에도 시선이 휙휙 쏟아진다.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방금 전 끝내주던 입담을 자랑하던 여성이었다. 그래도 개념은 있는지 초장부터 반말을 하진 않았다. 박동걸은 어지간히 미운 털이 박힌 듯싶었지만.
“불안하잖아요.”
“저는 그 석궁이 더 불안해요.”
“글쎄요…. 지금 이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네?”
여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매가 날카로워 성깔이 있어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저는 이곳으로 오면서 납득할 수 없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어요. 그건 여기 있는 모두 마찬가지 아니에요?”
“그건…. 그렇죠….”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이는 사람들. 소환의 방, 천사, 전송. 이들 또한 분명히 겪고, 목격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은 무리라도 최대한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통과의례에 임하는 태도였다.
나는 연사용 석궁에 화살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석궁치곤 약간 작은 크기였지만, 팔목에 낄 수 있는 탈착식이라 제법 편리한 점도 있었다. 방금 전 들렸던 울음소리와 내 행동을 보고 느낀 것들이 있는지, 한 명 한 명 각자 가져온 무기들을 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빈손으로 온 사람들은 제외하고 모두 무기를 들었다. 대충 준비는 끝났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현재 우리들이 있는 장소는 숲 중앙의 공터였다. 사방이 나무와 숲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방금 전 박동걸이 돌멩이를 걷어 찬 반대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나마 공터에서 몇 발자국 이동했을 뿐인데 확연히 어두워진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나무와 풀들은 음침한 빛을 띠고 있었다.
울음소리를 들어 어느 정도 불안감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등 뒤로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의 기척이 조금씩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행동력은 괜찮다는 생각이 드려는 찰나, 내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말았다.
“야, 안솔. 빨리 일어나. 우리도 얼른 저 형 따라가야지.”
“싫어어…. 안으로 들어가기 싫어어…. 무섭단 말이야아….”
“너 그럼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아까부터 네가 그랬잖아. 불안하다고. 여기 있으면 안될 것 같다고. 그런데 갑자기 왜이래?”
“으으응….”
남매의 대화를 들은 순간 눈동자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긴 행운 능력치가 100포인트인 만큼 스스로 느끼는 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아직은 본능에서 오는 공포감을 이기지 못했는지 엉덩이를 땅에서 떨어뜨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르렁! 그르렁!
둘이서 옥신각신 하는 도중, 몇 번의 울음소리가 추가로 들렸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게, 이제 거의 주변까지 온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처음엔 침착하게 둘을 기다렸지만, 어느새 한 명 두 명 초조함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저, 저기요. 우리들 먼저 출발하면 안될까요? 실은 저도 아까부터 자꾸만 몸이 자꾸만 떨려서….”
“그, 그러자고! 버리고 가자 그냥. 이게 뭔 소리야 갑자기….”
나름 용기를 냈는지 이신우의 목소리는 비장미까지 서려있었다. 그리고 박동걸도 바로 찬성하고 들어왔다.
먼저 떠나자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그렇게 느꼈는지. 안현은 한층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안솔을 끌어당겼다.
“자, 일어나. 오빠가 옆에 있잖아. 응? 제발 말 좀 들어라.”
“하…. 하지만 발이 안 떨어진단 말이야…. 어엉….”
안솔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 와중에도 이신우와 박동걸은 아까부터 눈치를 주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불안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저 둘을 버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이 사람들을 버리더라도, 저 두 명하고 같이 다니는 게 훨씬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냥 가자고! 왜 가만히 서있어!”
“저, 저기 얼른….”
웅성거림이 심해지자 안현은 얼굴을 딱딱히 굳혔다. 그러더니 결국 자신의 옷깃을 꼭 붙잡고 있는 동생의 손을 강하게 쳐내었다. 안솔은 화들짝 고개를 들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오, 오빠?”
“그래. 그럼 여기 너 혼자 여기 있어. 나는 다른 데로 갈 테니까.”
뻥 치고 있네. 그러나 안현의 연기는 나름 괜찮았다. 말을 마치고 칼과 방패를 쥔 채 바로 매정하게 몸을 돌린 것이다. 성큼성큼 우리 쪽으로 오는 안현을 보며 안솔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입술을 뻐끔거렸다. 그러다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만 가죠.”라고 말하는 안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이내 대놓고 서러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현은 일부러 우리를 재촉하며 숲 속으로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는 척을 했다.
“어엉…. 오빠아…. 가지마아….”
“안솔, 지금 당장 일어나. 상황 파악 좀 해라 제발, 응?”
“내가 잘못했어…. 또 버리지마아…. 가지마아…. 어엉…. 어어엉….”
“너…. 당장 안 일어나?!”
결국 안현은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그게 조금은 먹혀 들었는지, 안솔은 앙앙 울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크르릉! 크르릉! 크르릉! 크르릉!
‘이런, 너무 늑장을 부렸나.’
나는 낭패감을 느꼈다. 두려움에서 기인한 낭패감이 아니라, 혹시라도 미래가 바뀌어 안솔을 여기서 잃을지도 모른다는 낭패감이었다. 울음소리의 정체는 이제는 거의 지척까지 다가왔는지 더욱 확실하게 들려오는 중이었다. 문제는, 막 몸을 일으키던 안솔이 그대로 얼어버린 것이다.
“오…. 오빠….”
거리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망연히 손을 내뻗는 안솔을 봤음에도 안현의 행동은 단호했다. 아니 담담한 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입담녀는 보다 못했는지 자신이 직접 나서려고 했지만, 안현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그냥 놔두세요.”
“오빠! 나만 두고 가지마!”
“그럼 스스로 이쪽으로 와. 아직 늦지 않았어. 그것도 못하면 너는 분명 살아남을 수 없을 거야.”
“어엉….”
순간 안현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그는 확신에 찬 눈동자로 안솔을 응시하고 있었다. 안현의 진심이 통했는지 안솔은 이를 악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스스로 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너무 늦어버렸다.
그르렁! 그르렁!
‘이 울음소리는, 데드맨이다.’
데드맨. 이름은 거창하게 들려도 실상은 별 볼 일 없는 놈이다. 실상 홀 플레인의 사용자들은 데드맨을 괴물로 치지도 않을 정도로 약해빠진 괴물이었다. 어느 정도의 지능과 감염 능력이 있다곤 하지만 감염은 시간 내로 치료만 받으면 충분할 치료할 수 있다.(물론 여기서 치료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면….
크아아아!
평소에는 어슬렁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지만, 먹잇감을 발견하면 뛰는 걸음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괴성을 지르며 숲 속에서 불쑥 뛰쳐나온 데드맨은, 입을 쩍 벌린 채로 안솔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것은 예상치 못했는지 안현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솔아!”
그리고 비명은, 비단 안현만 지른 것이 아니었다.
“으, 으악!”
“꺅!”
흡사 좀비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군데군데 뜯어진 살점을 덜렁거리는 괴물이 달려들자 일행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가슴에는 돌멩이 하나가 박혀있었는데, 아까 박동걸이 걷어찬 돌멩이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돌멩이를 맞고 우리 주변을 배회하던 놈일 것이다.
그르렁! 그르렁! 그르렁! 그르렁! 그르렁! 그르렁! 그르렁! 그르렁!
사람들의 비명에 반응했는지, 숲 너머로 데드맨들의 울음소리가 한층 증가했다.
“아아아아!”
“솔아! 정신차려! 솔아아!”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던 안솔은, 데드맨을 보고 아예 정신을 놓아버린 모양이었다. 안현은 재빠르게 뛰어나가기는 했지만, 데드맨이 더 가깝다. 안현도 그것을 느꼈는지 검을 든 손을 크게 뒤로 뻗었다. 그러더니 데드맨을 향해 힘차게 휘둘렀다.
핑그르르! 팍!
‘오? 명중했어?’
검은 기세 좋게 날아가 데드맨의 왼팔을 훌륭하게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놈은 잠시 몸을 휘청대더니,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달려 안솔의 앞까지 당도했다.
“안 돼애애애!”
입을 쩍 벌린 데드맨.
눈만 크게 뜨고 있는 안솔.
그리고 울부짖는 안현.
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모종의 행동을 취함으로써 안솔의 미래 역시 바뀌었다는 걸. 나는 아까부터 준비하던 석궁을 주저 없이 발사했다.
핑!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화살은, 퍽 소리와 함께 데드맨의 머리를 깔끔히 꿰뚫었다. 데드맨의 약점은 머리였다. 걷어찬 돌멩이로도 가슴을 파고 들어가는데 화살을 막을 도리는 없을 것이다. 데드맨은 입을 벌린 그대로 쓰러졌다.
풀썩!
“미…. 미친….”
“헉…. 헉….”
방금 전 괴물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다들 반사적으로 자신의 무기를 꼬나 쥐는 게 드디어 지금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물론 상황은 대강 알고 있었겠지만, 지금껏 막연한 정도였다면 이제는 확실히 심각한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안현의 행동은 신속했다. 그는 재빠르게 달려가 입만 뻐끔거리는 안솔을 부축했다. 그리고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신속하게 돌아왔다. 그도 방금 상황에 상당히 놀랐는지 연신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나는 선두로 몸을 옮겼다. 한 마리를 처치하기는 했지만 조금 있으면 훨씬 많은 놈들이 모여들 것이다. 아까보다 울음소리가 늘어나는 게 데드맨들이 이곳을 향해 모여드는 게 틀림없었다. 그놈들이 포위망을 구성하면 꽤나 골치가 아플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1. 오타 및 문맥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