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969
00968 If You Change, One. =========================================================================
약한 저항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찍, 찌직!
곧 귀두 끝으로 연한 점막을 밀어 찢는 감도가 느껴졌다.
“……?”
순간적으로 넋을 놓고 말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삽입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들어가다가 막 앞에서 잠깐 멈출 생각이었는데…?
다, 당최 어떻게 된 거지? 지금 이러는 순간에도 딱 붙은 질을 가르며 살이 달라붙는 감촉이 여실히 전해진다. 이게 아니라고, 어떻게든 멈추려 용을 써도 귀두는 자꾸만 안으로 헤엄치듯 들어가는 중이다.
…아니, 아니다. 끌어당겨 지고 있다. 흡사 사내를 처음 만난 여인이 호기심을 가지고, 두 손으로 꼭 붙잡은 채 어서 오라며 끌어당기는 것 같다. 참으로 되바라지지 않은가.
결국, 페니스는 깊숙이 들어가다 못해 숫제 뿌리 끝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엉겁결에 아래를 응시하자, 사타구니가 한소영의 허벅지에 아주 약간의 틈도 없이 딱 붙어 있는 게 보였다. 서로 한 몸으로 이어진 것 같이 말이다.
흥건한 통로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물 흐르듯 움직였다. 탐문이라도 하듯 기둥을 나근나근 주물렀다가 풀어주기를 반복한다. 처음 받아들이는 여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하고 촉촉하다.
“흐으으으…?”
흡사 환영받는 기분에 흡족한 침음을 흘릴 즈음,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신속히 신경을 집중하자 어느새 기분이 매우 고양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갓 삽입한 단계에 불과한데?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지만 무어라 형언할 수가 없다. 한소영의 안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이었다. 한데 그 좋다고 느끼는 감정이 충격적일 정도로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그냥 어느 순간 알아차렸다고 해야 하나.
게헨나처럼 필요 이상으로 화끈하지도 않고, 애들처럼 터뜨릴 듯이 쥐어짜는 것도 아니다. 속살은 딱 알맞게 뜨거우며 찰싹 붙는 주름은 기분 좋을 정도로 조여준다. 어느 것 하나도 과하다는 느낌 없이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다. 마치 맞춰주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단,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끝 부분부터 서서히 그리고 은근하게 잡아당기는 감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더 들어갈 부분도 없건만, 남근은 한층 기둥을 빳빳이 치키며 호응해 안으로 계속 들어가려 한다. 중요한 건 이 상황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제야 위화감이 조금씩 잡히는 듯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까도 이렇게 당했다. 이제는 사타구니가 한소영의 둔부를 아예 앞으로 밀어내기까지 하고 있다.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듯, 몸 전체가 안으로 말려들어 가야 만족하겠다는 것처럼. 정말로 집어삼켜 지는 게 아닌지 덜컥 겁이 날 정도였다.
아, 안 되겠다. 우선 빼고 보자.
숨 좀 추슬러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숨을 흘렸다. 그리고 스리슬쩍 허리를 빼려는 순간이었다.
“…윽?”
빼려는 찰나, 문득 음부가 세게 닫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둥을 삼키고 있던 구멍이 잔뜩 우므러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흑!”
남근이 통째로 뽑혀나갈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흡인력이 하부를 강타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라는 걸까. 그 순하던(?) 질이 이제 막 왔으면서 어딜 가느냐고, 뭘 했는데 벌써 가냐는 듯 되게 성질을 부리는 것 같다. 이윽고 힘 있게 옥죄는 감각이 뿌리부터 쭉 올라와 귀두 끝까지 순식간에 차올랐을 때였다.
“아, 으….”
쾌감은.
“으, 아윽…?”
생각보다.
“아, 아으으아…!”
몹시,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엉치뼈부터 생성된 자극이 삽시간에 등골을 타고 올라와 목뼈를 저릿하게 감전시켰다. 언뜻 정신을 차렸을 때 양손은 어느새 침대 시트를 힘껏 그러모으고 있었다. 발가락은 사정없이 오므려져 부들부들 떨린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언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감각이 온몸을 점령해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허으으윽!”
다음 순간, 미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체내의 무언가가 쾅하고 폭발해 요도로 방출된다.
“……! ……! ……! ……!”
황홀한 절정에 겨워 스스로 무슨 말인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그저 왈칵왈칵 힘차게 분출되는 정액만이 느껴질 뿐. 거기다 체력도 올랐으니 정의 반지의 효과로 사정 시 나오는 양이 한층 증가했을 터. 그 때문인지 꼭 한계까지 참았던 소변을 시원하게 싸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페니스의 약동이 끝났을 무렵, 밀려오는 홀가분한 기분에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쉬이이이….
…어?
설마 하는 생각이 스쳤다. 화들짝 아래를 응시하니 아니나 다를까. 아닌 게 아니라 접합부에서 노란 물이 줄줄 새나오는 중이었다. 싯누런 액체에 흰 정액과 처녀를 증명하는 붉은 핏물이 뒤섞여 있으니 거의 확실하다. 정말로 소피를 본 것이다. 그것도 다 큰 성인이.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변한다.
“왜, 왜 그래요?”
뜻밖에도 한소영의 음성은 상당히 안정돼 있었다. 하지만 곧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린 듯 작은 탄성이 들렸다.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에 난 머리를 푹 숙이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나? 무경험자도 아니고 유경험자인 내가 이, 내가 순간을 참지 못하고 사정해버렸다.
아니, 백 번 양보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넣자마자 싼 것도 창피해 죽겠는데 소변까지 지려버렸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잖아. 나 자신을 조절하지 못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사정이야 어쨌든 본의 아니게 상대를 변기 취급한 셈 아닌가. 그야말로 유구무언.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죄, 죄송…. 합니다…. 너, 너무 기분 좋아서…. 아니….”
수치심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여운이 남았는지 목소리도 떨려 나온다. 동시에 멍청하다는 생각도 스쳤다. 변명을 한다는 게 고작 이 따위라니.
어떻게든 기억에 남는 첫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저편으로 훨훨 날아갔다. 한소영도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또 난 지금 어떤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진심으로 병신 같다.
“킥.”
그때.
“머셔너리 로드의 그런 얼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문득 팔이 잡아당겨 지는 감이 엄습했다. 어깨를 타고 올라온 손이 내 이마를 차분히 쓰다듬는다.
“그렇게…. 기분 좋았어요?”
화난 음성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들리는 질문에 끄덕끄덕 머리를 주억였다. 조용히 눈을 내리자 한소영은 귀여운 동생을 보는 듯한 상냥한 누나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후후. 괜찮아요. 괜찮아….”
위로하는 어조로 속삭이며 손바닥이 뺨을 부드러이 쓸었다. 그러면서 옆으로 반쯤 돌아눕더니 과감하게 허벅지를 벌렸다. 잠시 후, 한껏 들어 올린 종아리 한쪽이 내 오른쪽 어깨에 얹힌다.
“자, 괜찮으니까….”
아까 두려워하던 여인은 온데간데없고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난 위화감을 느끼며 한소영을 응시했다. 그러나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여인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아마 정의 반지의 효과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삽입과 동시에 증폭한 쾌감이 첫 경험의 공포와 통증을 모조리 덮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내 약한(?) 반응이 한소영 내면의 무언가를 충족시켰을 수도 있겠고.
하지만 그걸 참작하고서라도 그녀의 적응력은 여태껏 겪어온 어느 여인보다 단연코 뛰어났다.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서….”
상당히 가라앉은 색정적인 음성에 망연한 기분으로 올려진 발목을 붙잡았다.
“옳지, 더 깊숙하게….”
말 잘 듣는 아이처럼 허리를 움직여 최대한 깊숙이 남근을 쑤셔 박았다. 살살 뺐다가 다시 느릿하게 찌르기를 반복하자 한소영이 지그시 눈을 감으며 시트에 고개를 묻는다. 철썩, 철썩. 오직 살과 살이 부딪치는 음란한 소리만이 적막한 방을 울린다.
“옳지, 옳지…. 착해….”
형세 역전이다. 한소영은 처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적응력으로 날 리드하고 있었다. 하지만 굴욕적이라기보다는 그녀의 칭찬에 오히려 힘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미, 미친….”
진짜 말도 안 돼. 나도 모르게 욕설을 뱉고 말았다. 곧이어 또 한 번 미칠 듯한 사정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숨이 턱턱 막혀와 절로 이가 악물린다. 이대로 허리를 튕겨 흔들고 싶으나 그럴 수가 없다.
난 이제야 여인으로서 한소영의 정체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다.
원래 남자든 여자든 섹스할 때 누구나 전희, 고양, 고조, 절정, 여운이라는 단계를 거친다. 한데 한소영의 안은 앞선 단계를 빠르게 넘어간다. 전희, 고양, 고조를 넘기고 순식간에 절정에 다다르게 만든다. 이 순환이 무한으로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하다.
그러나 더 무서운 점은 알고 있으면서 허리를 멈추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한소영은 어서 안기라는 듯 양손을 뻗어 내 팔을 붙잡고 있었다.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난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품으로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예쁜 젖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찌르는 속도를 가일층 높이자, ‘잘한다, 잘한다.’ 격려하는 것처럼 나긋한 두 손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그러나 그럴수록 절정으로 치달리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큭!”
결국에는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몸이 뻣뻣해지면서 두 번째 절정에 오르고 말았다. 주름진 속살이 펄떡거리는 양물에 빈틈없이 밀착하더니 정액을 쥐어짜듯 쭉쭉 뽑는다. 아니, 내 페니스가 무슨 치약인가?
이윽고 절정 이후 특유의 탈진이 찾아왔다. 몸의 진이 쑥 빠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체력은 아직 넘치도록 충분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탈력감이다. 그나마 정의 반지가 아니었다면 오만 추한 꼴을 보이며 진작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클라이맥스를 경험했다. 그리고 두 번 모두 단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특이한 쾌락을 맛봤다.
이와 반대로 한소영은 간간이 가벼운 신음만 흘릴 뿐, 교성조차 지르지 않고 있었다. 혹시 불감증이 아닐까 의심도 들었으나 그녀는 확실히 흥분하고 있었다. 딱딱하던 얼굴이 몽롱해지고 눈동자가 흐릿하게 풀린 게 그 방증이다.
단지….
“후우우우…!”
저 한숨이 약간 불만스럽게 들렸다면 내 착각일까. 제, 젠장. 게헨나도 함락한 내가 지금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거야?
이쯤 되면 내가 무서워질 지경이다. 별생각이 다 들었다. 어쩌면 한소영은 전설에서나 등장하는 여인이 아닐까? 왜, 있잖아. 잠자리를 가지는 것만으로 상대를 복상사시킨다는 요녀. 그렇다면 난 대체 어떤 존재를 일깨운 거지?
그때였다.
“이리로…. 정말 수고했어요.”
갑자기 부드러운 손길이 닿아 몸이 절로 옆으로 이끌렸다. 난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한소영이 해주는 팔베개에 머리를 뉘었다. 그리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녀의 젖가슴에 찰싹 붙어 얼굴을 살살 문지르며 여운에 잠겼다. 귀를 간질이는 한소영의 숨결이 느껴졌다.
“저…. 어땠어요?”
속살거리는 음성에 돌연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더욱 세게 얼굴을 묻었다. 그러나 한소영은 집요했다.
“많이 좋았어요?”
“모, 모릅니다. 그런 거 묻지 말….”
“머셔너리 로드.”
“…예.”
마지못해 끄덕끄덕. 여하튼 사실이니까. 한소영의 안은 명기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고 본인은 색녀를 뛰어넘는다. 아직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내가 두려워할 정도의 무언가가 있다.
한소영의 손이 내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 슬슬 어루만진다. 그러자 나른히 눈이 감기며 난 그녀의 품에 완전히 안겼다. 아, 행복하다. 뭔가 남녀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다만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 아늑한 분위기에 한껏 취하고 싶다. 생각해보니 정복당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런데.
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까? 그리고 또 왜 어깨가 강하게 짓눌리는 거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이제껏 끈질기게 꽂혀 있던 남근이 쑥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이 달궈진 양물을 식혀주는 동시에 복부로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자 뒤바뀐 시야의 초점이 잡혔다. 한소영이 조용히 내 위로 올라타고 있었다.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남근을 쳐다보던 한소영은,
“아, 그게….”
내 눈치를 보더니 돌연 가랑이를 차츰차츰 벌리기 시작했다. 살짝 갈라지는 음부 구멍으로 잔존한 소변이 새나오고, 쏟아 부었던 정액도 울컥 뱉어낸다. 시뻘건 혈흔이 감도는 흰 점액이 질질 흘러나오는 광경은 지극히도 도발적이라, 양물이 성을 내는 것도 당연지사.
“힘들어 보이는 것 같아서….”
스리슬쩍 말을 흐린 한소영은 손을 뻗어 페니스를 움켰고 둔부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활처럼 등허리를 젖히면서 엉덩이를 왔다 갔다 하며 구멍에 귀두를 맞춘다. 그리고 조준을 마친 순간, 느닷없이 정면을 응시하며 결연한 빛으로 긴 숨을 내쉰다.
잠시 후.
내 복부로 양손을 공손히 겹쳐놓은 한소영은 두 다리를 좌우 일자가 되게 활짝 펼쳤다. 그리고 요가라도 하듯이 힘껏 숨을 들이켜며 조준한 그대로 엉덩이를 천천히 눌러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