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989
00988 후일담(현대). =========================================================================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김수현이 지구로 귀환한 날이 2011년 12월 27일 목요일이었는데,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지나 어느새 이 년하고 사 개월 가깝게 지났다.
마냥 짧은 세월이라 볼 수 없는 기간이니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터.
그러나 굳이 하나하나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라프의 계획이 성공한 이상 김수현이 할 일은 하나였다.
기실 십오 년 동안 철저하게 짓밟혔던 만큼, 오 년의 시간은 간신히 살아난 불씨가 활활 타는데 부족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혼자였다면 힘들었겠지만, 김수현은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마흔 남짓한 동료가 곁에 있다.
죽어가는 불을 되살리는 몇 방울의 기름처럼, 그리고 불이 번지도록 도와주는 바람처럼 큰 힘이 돼 주는 이들이었다.
덕분에 처음에는 훅 불면 꺼질 것 같던 희미한 불씨는, 현재 간간이 불똥을 튀기는 모닥불만 한 크기로 커질 수 있었다.
“연주 언니!”
늦봄이 지나가는 맑은 하늘 아래, 가방을 멘 안솔이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가슴 윗부분이 직선으로 트여 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검정 터틀넥으로 뭇 사내의 시선을 빼앗던 고연주는 꼰 다리를 풀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좀 늦었네?”
“죄송해요. 바보 오빠 때문에 늦었어요.”
“아아, 늦을 만도 했네.”
“말도 참 지지리 안 듣죠. 아무튼, 어서 가요.”
잠시 후, 두 여인은 나란히 서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한가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도중 안솔은 가끔 고연주를 흘깃거렸다.
이 년 전 지구로 돌아왔지만, 몇 달 동안은 고연주도 안솔도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갑자기 생긴 사용자 능력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알지도 못하는 세상의 경험과 기억을 받아들이고 되새기는 건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다.
특히 고연주는 그 정도가 굉장히 심각했다.
김수현만큼은 아니었으나 고연주 또한 상당히 오랫동안 음지에서 활동한 사용자였다.
귀환하고 며칠이 지나서 고연주가 자살 기도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안솔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울함을 이기지 못해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병원 침대에 누워 온종일 천장만 보는 등, 처음에는 폐인이 된 고연주가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
홀 플레인에서 그림자 여왕으로 추앙받으며 당당했던 모습과 너무 이질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괜찮아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넉 달 전을 기점으로 갑자기 회복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사실 고연주가 돌연히 정신을 차린 것에 관해서 안솔은 일말의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일 년 넘게 죽네 마네 했던 여인이 어느 날 그동안 추태 부려서 미안했다고, 새로 살아가는 의미가 생겼다며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령 스스로 배를 어루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거나, 식사 때 자주 헛구역질하는 등등.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평소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말을 지론으로 삼는 안솔은 금세 잊어버리고 대화에 집중했다.
“그래서 안현은 어떻게 지내고 있대?”
“몰라요. 앞으로 일 년 안에 레알 마드리드? 아무튼, 유명한 축구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꿈 깨고 돌아오라 해도 도통 말을 안 듣잖아요.”
“웃겨. 아마 진수현 때문일걸? 걔가 가장 먼저 미국 갔잖아.”
“갔죠. 나는 큰물로 간다는 훈훈한 헛소리를 남기고. 바르셀로나니 챔피언스 리그니 뭔지 모르지만, 설령 성공한다 해도 그거 능력 남용이에요.”
두 여인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좋게좋게 생각하렴. 적어도 현대에서 사용자 능력이 통하는지 궁금하다고 스스로 전쟁터로 간 허준영보다는 낫잖아?”
“아, 그 오빠 이라크로 갔죠?”
“얼마 전에 시리아로 옮겼다고 하더라. IS가 유적 파괴하는 꼴이 눈꼴 시렸나 봐.”
“의도는 참 좋은데….”
입으로 실컷 흉을 보는 동안 몸은 정직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문에는 ‘서울 소영 병원’이라는 글자가 음각돼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소영이 이사로 있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한소영의 영향력이 상당한 곳이기도 했다.
길은 복잡했으나 못해도 수천 번 드나들었던 곳이라 둘은 건물 입구까지 거침없이 가로질렀다.
접수대 직원이 멀리서 오는 두 명을 보고 미리 아는 체를 할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클레로드 김 환자 면회 신청하러 오신 거 맞으시죠?”
“네. 클레로드 김 씨 보러…. 킥!”
“?”
“아, 아니에요.”
고연주가 웃음을 참으며 면회 신청을 하는 사이, 안솔은 1층 로비에서 TV를 구경하고 있었다.
TV에서는 마침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사 인조 여성 그룹 ‘W.E.F’의 화장품 선전이었다.
각자 립스틱을 손에 들고 춤추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미색과 몸매를 자랑하는 중이었다.
사용자 능력이 생긴 후 마력의 영향으로 갓 피어난 꽃처럼 발군의 미모를 뽐내는 안솔과 막상막하를 이루는 정도였다.
– 아~. 아~. 아~. 아쿠아 립스틱~.
“풋!”
그러나 입을 씰룩쌜룩하며 TV를 시청하던 안솔은 문득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머리에 꽃이 꽂혔는지 의심했겠지만 웃을만한 사정은 있었다.
왜냐면 ‘W.E.F’의 구성원은 각각 해솔, 다은, 소림, 유정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갈 해솔과 이유정은 그렇다손 쳐도, 어떻게 남다은과 차소림까지 연예인으로 활동할 생각을 했는지 안솔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제갈 해솔은 ‘넷이서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었다.’ 고 말할 뿐 명확한 목적은 밝히지 않았다.
그 탓에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안솔은 저 넷이 TV에 출연해 이미지 관리를 할 때마다 까닭 없이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현상을 경험해야 했다.
“응? 왜 웃니?”
접수를 마치고 온 고연주가 궁금해하며 묻자, 안솔은 입을 꽉 틀어막으며 TV를 가리켰다.
– 입술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아쿠아 립스틱!
영상 속 제갈 해솔이 눈을 찡긋하자, 결국 참지 못한 안솔이 배를 잡고 폭소했다.
그러나 고연주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한쪽 눈을 살그머니 치켜떴다.
워낙 감이 좋은 여인이라 안솔처럼 속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으니까.
“WEF….”
넉 달 전 기적적으로 회복한 고연주는 정하연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남다은이 ‘S.F(Someday Foursome)’를 탈퇴하고 제갈 해솔의 꾐에 넘어갔다는 보고였다.
거기다 ‘W.E.F’는 사실 ‘We Even Foursome’의 약어라는 귀띔까지 들었다.
말인즉 고연주가 신경 쓰지 못하는 틈을 타 ‘S.F’에 대항하는 세력이 출현한 셈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하연이 서둘러 김한별을 영입해 남다은의 빈자리를 메웠으나 어쨌든 ‘S.F’ 입장에서는 썩 달갑잖은 사건이었다.
고연주를 위시한 김한별, 임한나, 정하연의 ‘S.F’.
제갈 해솔을 위시한 남다은, 이유정, 차소림의 ‘W.E.F’.
차후 김수현을 둘러싼 이 두 단체의 충돌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제갈 해솔…. 아닌 척하더니 결국 이빨을 드러냈어.”
“네?”
“멍청해. 정말 멍청해. 우리끼리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언니?”
쯧쯧 혀를 차던 고연주는 갸웃하는 안솔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클레로드 김’이라는 사람의 병실은 병원 가장 위층에 있었다.
최상층은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통제 구역으로 소수의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는 층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한소영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는데, 겉으로는 ‘김수현이 언제 폭주할지 모르니 일반인이 있는 병실에 입원시킬 수 없다.’ 는 구변 좋은 구실을 들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한 두 여인은 걸음을 멈췄다.
안에서 여럿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차분히 숨을 고르며 문을 살그머니 밀어젖혔다.
이윽고 서서히 열리는 문 너머로 병실치고는 화려한 경관이 드러났고, 상반신만 일으킨 채 침대에 누워 창밖을 구경하던 청년이 천천히 문을 돌아봤다.
문밖에 서 있는 두 여인을 보고 조용히 미소 짓는 순간이었다.
“왔어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화아아악!
동시에 고연주와 안솔은 청년의 얼굴에서 찬란한 빛이 터지는 착시를 느꼈다.
“하으으으으으으윽!”
안솔은 숫제 고개를 돌리더니 이상한 신음까지 흘리고 말았다.
가슴에 손을 얹자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방망이질하는 심장이 느껴졌다.
정말 말도 안 돼!
어떻게 분위기 좀 변했다고 사람이 저렇게 바뀌어?
안솔이 속으로 온갖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동안, 김수현은 머리를 갸우뚱 기울일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김수현은 사용자 시절과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씽씽 날리던 차가운 냉기는 온데간데없어졌고, 보는 이로 하여금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하는 산뜻한 봄바람이 흘러나온다.
새삼스러운 사실이지만 인간 시절의 김수현과 사용자 시절의 김수현은 서로 굉장히 다르다.
그러나 소실한 인간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김수현 본연의 따뜻함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마력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진정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안솔은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현재의 모습을 선택하리라.
“정말, 수현! 제가 함부로 웃지 말라고 했죠?”
고연주는 약간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수현이는 너무 아무 때나 웃는다니까.”
침대 옆에서 멜론을 깎던 임한나도 배시시 웃으며 동의했다.
그리고 예쁘게 깎은 멜론을 손에 들고 젖가슴을 접시에 올렸다가, 멈칫하고 눈을 깜빡거렸다.
침착히 접시를 내리며 말을 잇는다.
“글쎄, 오늘 아침 일찍 왔는데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잖아요.”
김수현은 난처해 하며 손을 저었으나 고연주는 계속 말해보라는 듯이 팔짱을 꼈다.
“한 아홉 시? 그쯤에 왔는데 담당 여의사랑 싱글싱글 웃으면서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임한나는 여의사라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
“아, 당연히 이야기할 수 있죠. 문제는 그 여자 끼 부리는 게 보통이 아니었어요. 가령 뭘 검사한다는 명목으로 수현을 눕히더니 허리를 필요 이상으로 숙여서 가슴을 닿을 듯 말 듯….”
“어머 어머. 그래서?”
“헛기침했더니 알고 있었다는 듯 절 흘겨보네요? 진짜 웃기는 게, 나가면서까지 계속 눈웃음을 치잖아요.”
“여우 짓 장난 아니네. 그걸 가만히 놔뒀어?”
“설마요. 그 자리에서 바로 소영 씨한테 전화했죠.”
“그래서?”
임한나는 빙긋 웃었다.
이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
고연주가 임한나의 일 처리에 만족해하는 동안 김수현은 조용히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거의 해탈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VIP 전용이어서인지 나무에서 벚꽃이 떨어져 흩날리는 풍경이 아주 그만이었다.
고연주가 담당 의사가 바뀌었는지 차트를 확인하는 사이, 김한별은 양손으로 턱을 괴며 김수현을 응시했다.
“오빠. 요즘 너무 창밖만 보는 것 같아요.”
“아, 그래?”
“한별이 말이 맞아요. 오죽하면 창밖의 남자라는 소문까지 돌겠어요?”
“하하.”
정하연이 창문을 활짝 열며 김한별의 말을 거들자, 김수현은 잔잔히 웃었다.
안솔은 살금살금 김수현의 침대로 침투하며 말했다.
“오라버니. 홀 플레인이 그리워서 그러는 거예요?”
“…응. 맞아.”
김수현은 약간 늦게 인정했다.
안솔은 입을 삐죽거렸다.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그 천사 정말 너무하죠? 어떻게….”
“안솔~?”
정하연이 서둘러 말을 끊자, 안솔이 흠칫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생각해보니 괜히 꺼낼 필요는 없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러나 뜻밖에도 김수현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단지 세라프는 날 너무 아꼈던 거야.”
김수현은 담담히 말했다.
“천사는 언제나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단다.”
“…….”
“그래. 어렵게 생각할 것 없는 일이었어. 세라프는 내가 계획을 아는 것보다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중요시했고, 내게 원망받는 것보다 내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바랐으니까. 그러니까 날 위해서 지독하게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을 뿐….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아니, 그렇게 생각한다.”
“…….”
김수현이 말을 맺는 순간 공교롭게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창문을 타고 들어온 공기가 앞머리를 살며시 열어젖히자, 청년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마침 한층 강렬해진 햇살도 김수현을 환하게 비추는 탓에 다섯 여인은 서둘러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때였다.
“어? 저기 아주버님 아니세요?”
창밖으로 눈을 돌렸던 김한별이 병원 입구를 가리켰다.
“형? …아, 진짜네.”
눈을 뜬 김수현도 창 너머를 응시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어. 아버지랑 어머니도 오셨잖아?”
“연락도 없이 웬일이시지?” 라고 중얼거리는 찰나, 느닷없이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다섯 여인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됐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정적이 흐르는 것도 잠시.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온 고연주였다.
아무 말도 않고 그림자 속으로 스르르 사라지는 순간, 김한별, 안솔, 정하연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떡해 어떡해! 나 오늘 옷 아무렇게나 입고 왔는데!”
“저, 저도요! 혹시 인근에 양복점 있나요?”
후다닥, 김수현은 세 여인의 기척이 순식간에 멀어지는 걸 느끼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 임한나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콧노래까지 부르며 단추를 풀고 난방을 벗더니 쇼핑백에서 원피스를 꺼냈다.
상의는 흰색, 하의는 청색으로 된 단정한 정장풍 원피스였다.
이윽고 상앗빛 토 – 오픈(Toe – Open) 슈즈를 신고 신속하게 화장을 고쳤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 큼직한 도시락까지 꺼냈다.
무려 오 단으로 된 커다란 찬합이었다.
한 칸 한 칸 꺼내 늘어놓기 시작하니 김수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게 뭐야?”
“응? 아, 도시락. 나물 좀 무쳤어.”
“무나물,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거잖아.”
“새우튀김도 있지~. 아주버님이 좋아하시지?”
“맞아…. 잠깐만. 한나 너, 설마 알고 있었어?”
“후후.”
임한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 정보를 얻으려 끝까지 아끼고 아끼던 기록 구슬을 김유현에게 넘겼다.
안개의 숲에서 자신의 품에 폭 안겨 새근새근 자는 어린 김수현을 더 못 보는 건 아쉽지만, 덕분에 오늘 기습 방문에 만반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일단 기회는 잡았고, 오늘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을 셈이었다.
“나 참. 그냥 있어도 괜찮은데….”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긴장하는 임한나를 보며 김수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내 어깨를 으쓱이더니 싱겁게 웃으며 창밖을 응시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처럼 여느 날과 같이 평화로운 한때였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완결을 내니 갑자기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푹 퍼졌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몸이 계속 쉬는 걸 요구하네요.
약속했던 외전 2까지는 이번 주 안으로 완성해 올리겠습니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