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01)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01화(101/150)
101화 위대한 유산 (7)
“어?”
칼과 그의 부하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도 하기 전이었다.
번쩍하면서 플루토에서 나온 빛이 닿자, 사람들이 한 줌의 재로 녹아내렸다.
방금까지 세계 정복을 꿈꾸던 최고 권력자 하나가 이토록 허무하게 죽어 버렸다.
지켜보고 있던 현수호조차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
“마……리아?”
돌아서는 마리아는 이미 현수호가 알던 그 상냥한 여성이 아니었다.
조금 슬픈 얼굴을 한 그녀가 기계적인 음정으로 말했다. 메모리 큐브에서 듣던 바로 그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알렉. 폐를 끼쳤습니다.”
원래 알렉이었다면 이 황당한 일에 놀라 펄쩍 뛰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을 많이 겪은 현수호는 비교적 덤덤하게 말했다.
“폐라뇨…… 덕분에 살았습니다.”
뜻밖으로 현수호의 목소리가 평온하자, 플루토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그리곤 현수호의 상태를 살피며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괜찮으신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정신을 놓지 않은 현수호가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왜 마리아로 변한 겁니까?”
“마리아의 바람대로 그녀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처럼? 그럼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것도 그녀를 따라 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몇 년을 함께 해 본 경험을 토대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입니다. 마리아라면 틀림없이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았을 겁니다.”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마리아가 마지막에 부탁한 것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잖아요.”
“메모리 큐브에 있듯이 그녀는 무언가를 남기고 누군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죽은 마리아를 대신해 제가 그 역할을 하기로 한 겁니다.”
“허! 그래서 아이들을 남기려고 한 겁니까?”
“네, 그것이 인간의 목표라고 들었습니다.”
플루토의 생각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한계 때문인지 융통성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다른 병사들을 처리하고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잖아요. 왜 그러지 않고 이제야 행동한 겁니까?”
“제, 에너지 잔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충전소가 망가진 지금은 겨우 움직일 용량만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사히 클 때까지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제이콥 박사는 플루토를 충전할 방법을 연구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 결국 방도를 찾지 못한 모양.
“그럼…… 지금은?”
“1% 미만입니다. 가동 시간이 이제 몇 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전처럼 공격하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하면 몇 분 내에 정지될 것입니다.”
말하는 플루토의 표정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것을 본 현수호는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신……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군요.”
놀랍게도 기계인 플루토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
플루토는 약간 주저하다가 말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그들이 제 우선순위에서 최상위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플루토는 진심으로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마리아가 없으면 아이들은 하루도 살 수 없다.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함께해 주고 싶었기에 에너지를 최대한 아낀 거다.
결국, 정체가 탄로 난 후에야 무력을 사용했다.
“죄송합니다, 알렉. 하지만 지금은 일단 지금은 아이들을 구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아이들을 구해야죠.”
아직 밖의 군인들에게 아이들이 잡혀 있다.
지휘관인 칼을 해치웠지만, 아직 밖에는 연대 단위의 병사들과 전투 기계가 즐비하다.
플루토의 에너지가 조금만 남았어도, 현수호가 마나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는 병력이다.
하지만 지금 저들과 싸우기 위해선 필사의 각오와 딱 들어맞는 계획이 필요했다.
다행히 밖의 이들은 여기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들키는 건 시간문제이다.
칼의 연락이 늦어지면 무전을 쳐 보고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현수호의 두뇌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선 저것의 도움이 필요하겠네요.”
현수호가 가리킨 곳엔, 사람들이 애초에 플루토라 착각했던 충전기가 있었다.
* * *
한편 밖의 군인들을 칼의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플루토를 찾았고 연구진들이 검사한 다음에 나오겠다는 말을 들었기에 시간이 걸려도 묵묵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지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 아무 소식이 없지?”
“무전을 해 보겠습니다, 소장님.”
“그래, 어서 해 봐.”
옆에 있던 병사가 무전기를 막 들었을 때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폐기장의 옆면이 부서져 나갔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뿌연 먼지와 함께 나타난 것은 플루토였다.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는 플루토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현수호가 허겁지겁 뛰어왔다.
“크, 큰일이야! 이런 제기랄!”
머리가 폭탄 맞은 것처럼 솟아올랐고, 얼굴엔 검댕이 묻어 엉망이 된 모습.
병사들이 반사적으로 총을 들어 올렸지만, 현수호는 그것을 못 본 것처럼 소장에게로 와 헉헉대며 말했다.
“프, 플루토가 움직이더니 모두를 죽였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멍청한 과학자들이 플루토를 만지니까 그것이 일어나더니 난동 부리기 시작했다고! 저걸 봐!”
플루토는 폐기장을 들쑤시며 움직였는데, 그 방향은 공장과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저기로 가면 안 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비밀 작전이다.
아무리 레임덕에 빠졌다고 해도, 그래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만약 저 플루토가 마을에 가 대형 사고라도 치면 언론에 알려질 거고 그러면 모든 것은 끝장이다.
“막아! 저걸 막으라고!”
소장이 명령하자 대기하고 있던 탱크와 장갑차가 일제히 움직였다.
부르릉!!
“헉! 헉!”
온몸에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현수호가 죽었다가 살아 나왔다는 듯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바닥에 쓰러졌다.
누가 봐도 지쳐 쓰러진 모습이지만 현수호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병사는 총 16명입니다. 정확한 위치를 강조하여 표시하겠습니다.]아이들을 감시하고 있는 병사가 2명이고 소장을 보좌하는 병사들이 14명이다.
한눈에 봐도 움직일 힘도 없어 보이는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움직이기 시작한 플루토다.
그 방심의 틈을 노리고 현수호가 번개같이 움직였다.
휘리릭!
아이를 지키는 병사에게가 품 안에 감춰 두었던 권총을 꺼내 바로 앞에서 겨눴다.
“엇?”
갑작스러운 현수호의 움직임에 병사들은 반사적으로 소총을 들어 올렸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탕! 탕! 탕!
현수호는 빠르게 권총을 발사해 아이들을 지키던 병사의 가슴을 명중시켰다.
“크악!”
현수호는 권총을 버리고, 공중에 붕 떠 있는 소총을 낚아채어 병사들이 있는 쪽으로 난사했다.
다다다다다!!!
정확한 조준으로 쏜 건 아니지만 아무런 엄폐물이 없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제야 놀란 소장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히익! 저, 저놈을 죽여! 막으라고, 이 멍청이들아!”
전투력이 없는 소장은 나중 문제다.
현수호는 아이들에게 달려가 말했다.
“이리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이들은 놀라 얼어붙어 있었다.
할 수 없이 우는 아이들을 양팔에 가득 안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안전한 곳에 도착한 후에, 허리를 숙여 아이들의 눈을 맞추면서 말했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럴 수 있지?”
우는 아이들은 겨우 고개만 끄덕였고 현수호는 주변에 있는 폐기물을 이용해 그들이 보이지 않게 덮었다.
그들과 함께 도망치지 않은 것은 이대로 도망가 봐야 플루토를 쫓아갔던 병력이 돌아오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모두 처리해야 해.’
저들이 이대로 물러선다고 해도 문제다.
플루토는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귀중한 물건.
이들이 살아서 부통령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결국 알렉은 빠져나가지 못할 거다.
현수호는 소총을 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한편, 기습을 당한 소장은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제길! 미친 새끼! 내가 누군지 알고!”
소장은 분이 안 풀린다는 듯이 권총을 부서질 듯이 잡고 있었다.
“그 새끼 잡아 와!”
기습을 당해서 피해가 막심했지만, 아직도 여기에 멀쩡한 병사가 많았다.
플루토를 잡으러 갔던 병력이 돌아오면 그놈은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다.
“통신병! 통신병 어디 있나! 플루토를 잡으러 갔던 병력의 일부를 이쪽으로 보내라고 해.”
소장은 통신병을 찾았지만, 무전기를 들고 있는 통신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걸 우려한 현수호가 가장 먼저 통신병을 공격했기 때문.
“통신병은 저기에 쓰러져 있습니다.”
“뭐해, 멍청아! 어서 통신기를 가져와!”
“넷!”
명령을 들은 병사가 서둘러 통신기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막 그것을 잡으려는 순간,
탕!!
총소리가 들리더니 병사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놈이다! 놈을 잡아!”
“넷!”
소장의 명령에 병사들이 총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갔다.
남은 병사의 수는 어느덧 4명.
아무리 수가 줄었다고 해도 4대 1의 싸움이다.
기습이 아닌 정면에서 치러지는 전투라면 당연히 숫자 싸움으로 변한다.
마나가 없는 세상이니, 병력의 숫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사이에 소장이 통신기를 집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였지?”
통신기를 써 본 지가 수십 년이 훌쩍 넘은 소장이다. 평범한 통신기조차 사용하는 데 쩔쩔매다가 겨우 사용법을 기억해 냈다.
“여기는 맥심 소장이다. 들리는가?”
「네, 넷! 여기는 테리 대위입니다. 지금 막 플루토를 격추한 참입니다.」
“격추했다고?”
「네, 포격에 명중하니 움직이지 않습니다.」
“좋아. 기체를 회수하고 어서 이쪽…….”
탕!
그 순간 맥심 소장이 들고 통신기가 박살이 났다.
놀라 고개를 돌리니, 소총을 든 현수호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 어떻게!”
소장이 데리고 온 병력들도 일반 병사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강인하고 용감한 군인들도 구성했다.
상대가 아무리 숙련된 요원이라도 이렇게 빠르게 처리될 수 없다.
소장의 생각이 잘못된 게 아니다.
다만 알렉의 몸을 조종하는 이가, 특수 요원보다 훨씬 더 뛰어난 현수호라는 걸 몰랐을 뿐.
그 생각이 소장의 마지막 생각이 되었다.
탕!
현수호의 총이 소장의 미간을 정확하게 뚫었다.
뒤통수에 커다란 구멍이 난 소장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툭!
소장이 죽은 걸 보고서야, 현수호는 후들거리는 무릎을 붙들고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헉! 헉!”
현수호도 무사한 건 아니었다.
허벅지가 총알에 관통되어 천으로 둘둘 감싸 응급처치만 간신히 한 상태다.
역시 4대 1 싸움은 쉽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뇌를 찌르는 것 같은 끔찍한 통증이 동반되었다.
“제길!”
소장이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한 현수호는 다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절뚝이며 뛰었다.
이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현수호가 일러 준 대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리로!”
에너지가 거의 바닥난 플루토가 걱정되긴 했지만, 지금은 그쪽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일단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낸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
“헉! 헉!”
어린아이와 다리 한쪽이 마비된 현수호가 빠르게 움직일 리가 없었다. 어둠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거리를 오랫동안 걸었다.
‘도시를 빠져나가야 해.’
주변을 살피다가 저 멀리 화물 트럭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도시를 빠져나가려면 저 트럭이 필요하다.
쨍그랑!
차 유리를 부수고 들어가서 칼로 전선을 잘라 시동을 걸었다. 도둑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지만 요원들도 필수적으로 배우는 기술이기도 하다.
부릉!
시동이 걸리자 현수호는 아이들을 트럭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이제 날이 밝아 트럭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이 도시를 빠져나가야 한다.
‘플루토는 어쩌지?’
에너지가 충분한 플루토라면 쫓아간 병력쯤은 눈 감고도 상대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움직이는 에너지도 남지 않은 플루토가 계획대로 움직였는지는 의문이다.
아이들을 무사히 대피시켜도 플루토가 저들의 손에 들어가면 세계대전은 피할 수 없을 거다.
그때 어디선가 환한 조명이 나타나 트럭을 비췄다.
“헬기?! 전투 헬기까지 가져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