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05)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05화(105/150)
105화 죽음의 도시 (1)
* * *
이른 아침부터 현수호는 진서연과 통화하고 있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혹시 또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아~ 네. 그러면 다음에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죠.”
현수호와 진서연은 중요한 사업 파트너가 되었다.
현수호의 스킬, ‘기계신의 오러’는 혜택을 받은 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성능이 오른다.
‘신체 개조’ 스킬을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장비 성능을 올리는 ‘업그레이드’ 스킬은 몬스터 소재만 있어도 충분했다.
다른 헌터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서 돈을 받고, 스킬의 위력도 높인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상황.
업그레이드 스킬에 대해 알려지자, 세계 곳곳에서 문의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이 중계를 진서연이 맡은 것.
현수호가 일일이 헌터들을 찾아가 스킬을 사용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고 시간도 엄청나게 소모된다.
그러니 물건을 현수호가 있는 곳으로 모두 가져온 후에 한꺼번에 스킬을 사용하는 게 좋았다.
하지만 헌터들의 장비는 최소 수억에서 몇십억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물건.
헌터에게는 생명과 같은 장비를 누가 선뜻 내주겠는가?
사기를 맞거나 도중에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파산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노바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앨 순 없었다.
이 모든 문제를 진서연과 손을 잡아서 해결할 수 있었다.
진룡 그룹의 이름을 건 사업이다. 라이트 브링거나 엑스 마키나 길드보다는 훨씬 신뢰감이 높았다.
게다가 진서연을 통하면 현수호의 존재도 감출 수 있었다.
“내일이요? 아! 물론입니다. 저야 좋죠. 네~ 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했던가?
이왕 만나기로 한 이상, 최대한 빠른 시일에 약속 날짜를 잡았다.
내일 저녁 식사를 같이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것.
“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현수호는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머리도 슬쩍 다듬었지만, 어떻게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입을 옷도 없던가…….”
현수호는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물론 길드 창고엔 한 벌에 몇억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의 장비는 있었지만, 그럴듯한 정장 한 벌 가지고 있지 않았다.
본인이 봐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동안 너무 전투에만 목메어 산 탓이다.
“흠!”
인터넷에서 요즘 패션에 대해서 알아볼까? 하고 생각하고 다시 거울을 봤는데,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언제 왔는지, 노바가 쏘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까, 깜짝이야. 거기서 뭐 해?”
“얼마나 상념에 잠겼으면 제가 온 것도 모를 정도입니까?”
플루토의 몸체를 얻은 이후로, 노바는 예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자세히는 몰랐지만, 삐뽀의 몸을 이용하는 건 제약이 있었던 모양.
그에 반해 플루토는 에너지만 조금 채우면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오늘도 폐인처럼 과자나 주워 먹으며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통화를 전부 듣고 있었던 모양.
‘그건 당연한 건가?’
노바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통화나 인터넷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현수호의 통화는 당연히 나노 단위로 해체해서 듣을 터.
노바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주 기분이 즐거워 보이시네요.”
“응? 내가?”
“아주 입이 귓가에 걸리시겠네요.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어…… 별다른 일은 없는데?”
현수호는 거짓말이 아닌 진심으로 말했다.
노바 입장에선 그게 더 속 터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들떠 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진짜 둔한 건 세계 제일…….”
노바가 뭐라고 타박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현수호가 관자놀이를 붙잡으며 비틀거렸다.
“어어?”
비틀거린 현수호는 간신히 중심을 잡아 볼썽사납게 넘어지는 것만은 모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지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노바가 깜짝 놀라 다가갔다.
“어어?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이제 현수호는 어엿한 레벨 7의 강인한 헌터다.
빈혈 같은 건 걸릴 리가 없고, 감기 바이러스 같은 것도 침투하지 못한다.
그런 현수호가 크게 휘청거리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노바는 혹시 몰라, 현수호의 몸을 체크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나, 난…… 괜찮아.”
“무슨 일이죠? 그냥 비틀거릴 리가 없잖아요.”
“어떤 장면을 봤어.”
“장면이요? 혹시…… 다시 미래 예지를 보신 겁니까?”
“그런 거 같아.”
어떤 스킬북이나 레벨 업을 통한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터득한 현수호의 초능력.
모든 능력을 통틀어서 가장 탑 티어로 꼽히는 미래 예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식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했다. 가끔 이렇게 툭툭 보이는 게 전부.
예지가 보이는 것 자체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미래의 정보 혼자만 독식할 수 있다는 사기적인 특성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믿을 수 없는 보상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규모와 위험이 예전과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노바. 프랑스 뉴스를 검색해 줘.”
“프랑스 말입니까? 정확히 어떤 게 궁금하신 거죠?”
“어……. 그냥 뭔가 특이점이 있을까?”
노바는 약 1초간 눈을 감았다가 떼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최근 3달간의 모든 정보를 검색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
현수호가 조금 안심하는 표정을 했지만, 그건 너무 일렀다.
“하지만 이틀 후에 유럽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회의가 열린다고 하는군요.”
“파리에서?”
“그렇습니다.”
“……제길! 하필 지금?”
현수호가 큰일 났다는 듯이 머리를 마구 긁자, 노바가 물었다.
“무슨 비전을 보신 겁니까?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겁니까?”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이번 비전은 정확하지 않네.”
지금까지 현수호가 예지를 본 건 두 번이다.
처음엔 천리마 길드원과 함께 다크 피닉스의 부활을 막았고, 두 번째엔 진룡 그룹의 연회에 찾아가 마법서를 획득했었다.
그 여파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었지만, 어쨌든 사건 자체의 규모는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파리가 위험해.”
무려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붕괴되는 영상을 보았다.
단순히 건물 몇 개가 무너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프랑스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재난.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본 영상은 너무나도 희미해서 정확한 정보를 하나도 알 수 없었다.
파리라는 것만 어렴풋하게 봤다. 그것도 잠시 스쳐 지나간 에펠탑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나머지 중요한 정보, 사건이 일어나는 정확한 날짜와 시간, 장소도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사고가 인위적인지, 아니면 단순한 불운인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지. 바로 출발한다.”
지금은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프랑스까지 가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현수호는 빠르게 가져가 장비를 체크하다가 멈칫했다.
전서연과의 약속이 떠오른 탓이다.
“내일 약속은 미뤄야겠네.”
“파리는 패션의 도시죠. 가는 김에 옷이나 몇 벌 사죠.”
답하는 노바의 음성이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 * *
파리는 프랑스의 중심이다.
유럽 대륙 전체를 따지면 네 번째로 크고, 오랜 역사에서 비롯한 예술과 패션과 유행의 도시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때처럼 이국의 헌터가 쉽사리 드나들 수 없었다.
헌터 협회의 중요한 의뢰가 있거나, 분명한 방문 목적이 있어야만 한다.
누군가 관광 가고 싶다고 해서 그냥 들어갈 수 없다는 의미.
하지만 현수호는 상황이 달랐다.
띠딕!
현수호의 헌터증을 단말기에 확인한 관문 경비는, 컴퓨터 영상에 뜬 자료를 유심히 봤다.
뭔가 의심쩍다는 표정.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오랜 시간 관문의 병사로 활동한 병사의 직감은, 현수호가 도시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컴퓨터 화면엔 떡 하니 도시 출입 자격증이 떠 있는 걸.
“음……. 통과.”
현수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관문을 통과해 도시로 들어왔다.
어찌 보면 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올 때보다 훨씬 수월한 과정이었다.
[모두 제 덕분이죠.]노바가 헌터 단말기를 해킹해서, 프랑스에 처음 온 현수호에게 유럽 전역을 돌아다닐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지구의 기술로는 절대로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헌터 단말기다.
하지만 노바에게 걸리면 불과 1초 만에 핵심까지 탈탈 털렸다.
도시 관문에 들어오자, 멋들어진 도시 전경에 절로 휘파람이 나왔다.
“휘유! 여기가 파리인가?”
과거엔 관광지로도 유명한 도시였지만, 이제는 관광객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대격변이 일어나고 몬스터가 범람한 이후에는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았기 때문.
루브르, 에펠탑, 개선문 등 유럽 여행을 대표하는 셀 수 없이 많은 관광명소를, 이제는 인터넷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수호 역시 책과 인터넷으로만 파리를 봤다.
직접 본 파리의 전경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로 뛰어났다.
사건만 아니면, 도시를 쭉 돌아다니고 싶을 정도.
“생각보다 도시는 방비는 튼튼하네.”
며칠 후에 유럽 정상들이 직접 모이는 국제적인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평소보다 보안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프랑스군과 경찰이 쉽게 눈에 띄었다.
특히나 파리엔 프랑스가 자랑하는 기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로즈 블란체 기사단.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면 백장미 기사단이다.
로즈 블란체 기사단의 단장은 무려 20위의 하이 랭커이고, 수하 기사들도 랭커이거나 랭커 급에 준하는 실력자라고 알려져 있었다.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력한 무력 집단.
설사 도시 바로 옆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져도 손쉽게 막아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도시를 방어하는 상황에서 도시가 무너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예지로 보지 않았다면 현수호도 절대 믿지 않았을 거다.
[누가 그런 짓을 벌이려는 걸까요?]“의심되는 놈들이 있긴 하지.”
다크 피닉스를 일깨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려는 놈들이 있었다.
스스로를 죄인이라 부르는 레우스 기사단.
[사고가 인위적으로 일어난다고 보시는 건가요?]“그럴 확률이 높지 않을까?”
[만약 사고가 회의를 노린 거라면, 유럽 정상들이 타겟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정상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대기하는 게 어떨까요.]“일리 있는 말이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며칠 전에 파리에 들어온 이들은 회의장 근처 호텔에서 머물고 있었다.
만약 그들을 해치는 게 목적이라면, 분명 호텔에서 사고가 일어날 테지.
“좋아, 그러면 그곳으로 가자.”
유럽 정상들이 모인 호텔에 가는 건, 도시 관문을 통과하는 것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힘들 것이다.
이번엔 노바의 해킹도 도움이 안 되겠지.
그래도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 터져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 거다.
“택시!”
아주 오랜만에 택시를 탔다.
바이크를 탈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함이었다.
지나가는 창 풍경으로 도시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수호가 탄 택시가 거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었다.
과속하지도 않고 신호와 차선을 잘 지키며 가던 택시 앞에 별안간, 누군가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그건 하이힐에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었다.
“이런!”
놀란 택시 기사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익!!
도로에 바퀴 자국이 나며 차가 가까스로 멈췄다. 차가 앞으로 넘어갈 뻔할 정도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사람도 무사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던 택시 기사가 열받았다는 듯이 차 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갑자기 뭐야? 대낮부터 마약이라도 한 거야?!”
갑자기 차 앞에 뛰어든 여성.
택시 기사는 그녀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거칠게 타에서 내렸다.
그런데 여성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케에에~ 케에에~”
초점이 하나도 없는 눈빛으로 기사를 쳐다보는 여성.
입은 살짝 벌리고 있었는데, 틈을 따라 걸쭉한 침이 흐르고 있었다.
분명 차에 치이지 않았음에도, 여성은 몸은 기이하게 뒤틀려 있었다.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라서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곳곳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것일까?
하지만 겉으로는 특별히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어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택시 기사가 뒷걸음질 치는 순간 갑자기 여성이 달려들었다.
“케에에엑!!”
그 모습이 꼭…….
“좀비인가?”
어느새 밖에 나온 현수호가 여성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던 택시 기사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사실 반쯤은 농담으로 한 말이다.
마약에 중독되어 정신이 없는 거겠지.
하지만 노바가 뜻밖의 말을 했다.
[조심하십시오, 마스터. 여성의 신체에서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었습니다.]“뭐?”
놀란 현수호가 눈을 찡그렸을 때였다.
골목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리나케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들 모두, 손에 잡힌 여성처럼 광증을 보이고 있었다.
“케에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