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0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09화(109/150)
109화 죽음의 도시 (5)
바네사는 여전히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었으나 단장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다.
“……알겠습니다.”
공손히 대답한 바네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현수호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따라와.”
바네사가 발을 쿵쿵거리며 앞으로 이동하자, 루시앙이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바네사 경도 원래는 저런 성격이 아닙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하니 신경질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더 늦기 전에 어서 연구소로 가시죠.”
“네.”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헬기와 장갑차를 타고 방독면을 쓴 병력들이 우르르 몰렸는데도 좀비처럼 변한 주민들이 사방에서 날뛰었다.
처음에는 그냥 제압하려 하던 병력들도 손쓸 수 없이 사태가 악화되자 결국 사격을 가했다.
두두두두!
다행히 좀비화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어서 아직 멀쩡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민간인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어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현수호가 들어간 곳은 뜻밖에 연구소가 아닌, 지하 대피소였다.
언제 레드존의 몬스터가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모든 도시엔 사람들을 위한 대피 시설이 한두 개 정도는 설치되어 있다.
대도시인 파리엔 그런 대피소가 무려 8개.
그중에서 이곳은 VIP들을 위한 특별 시설이었다.
규모도 가장 크고, 가장 튼튼하여, 만약을 대비한 여러 가지 중요 시설도 함께 들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현수호가 루시앙에게 물었다.
“이런 곳에 연구 시설도 있습니까?”
“만약을 대비한 핵심 시설입니다. 당연히 진짜 연구소 정도는 아니어도 필요한 기구는 전부 있을 겁니다.”
루시앙이 필요한 정보를 알려 주던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과과광!!
갑자기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지진이 난 듯이 땅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웬만한 지진에도 끄떡없게 설계된 지하 벙커에 있었음에도 이 정도의 흔들림이다.
만약 밖에 있었다면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울 터.
“이건 또 뭐죠?”
“자, 잠시만요. 상황을 파악하겠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를 방불케 하는 바이러스에 파워 아버의 습격.
이것만으로도 파리는 충분히 어지러운데, 아직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다급히 어딘가에 무전 하던 루시앙은 창백한 안색으로 돌아왔다.
“발전소가 습격당한 모양입니다.”
“네?!”
세계에 만연한 몬스터들 때문에 발전소도 도시 밖에 건설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도시 내부엔 하나씩 발전소가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원자력이나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마나석의 에너지를 추출하여 전력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마나 발전소.
덕분에 매연도 없이 도시 전력을 충족할 수 있었지만, 폭발의 위험은 어쩔 수 없었다.
대격변 초창기엔 발전소가 터져서 도시가 반파되었던 적도 있었다.
요즘은 마나석 다루는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 참사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설이었다.
도시를 습격한 이들이 하다못해 발전소까지 터트리려 하는 것.
‘작정한 모양이네.’
이 정도면 침입자들의 목적은 도시를 괴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일까?
한 나라의 수도.
그것도 랭킹 20위의 하이 랭커, 오스칼이 떡 하니 지키고 있는 곳인데?
바네사는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로 뛰었고, 루시앙은 급히 현수호를 이끌었다.
“발전소 쪽은 기사단이 출동했다고 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을 겁니다. 일단 우린 바이러스부터 처리하죠.”
“알겠습니다.”
루시앙은 초조한 발걸음으로 현수호를 지하 벙커에 있는 시설로 안내했다.
서둘러 이동하니, 그곳엔 이미 연락받은 연구원들이 모여 있었다.
한시가 급한 일이니, 현수호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제 이야기 잘 들으세요. 치료제를 어떻게 배합하냐면…….”
현수호는 타티아에게 들은 치료제 레시피를 사람들에게 상세히 알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온도를 2도로 유지하고 두 개를 2:1로 섞으면…….”
말하면서도 이게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노바가 불러 주는 대로 눈치껏 말하고 있었다.
현수호 입장에선 외계어와 다름없는 수식이 난무했지만, 다행히 연구원들은 전부 알아들은 모양.
현수호가 말할 때마다 연신 감탄하면서 받아 적었다.
‘확실히 타티아가 실력이 있는 모양이지?’
프랑스 수도인 파리의 연구자들.
나이도 많고 최소 박사 학위는 땄을 텐데, 무슨 위대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타티아의 레시피에 감탄하고 있었다.
[타티아 양은 나이는 어려도 SS급 재능러이니까요.]‘마약을 만들며 가다듬은 실력인가?’
하긴 아무리 마약왕의 원료를 이용했다고 해도, 사람에게 전혀 부작용 없는 헤일로까지 만든 타티아다.
대도시의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그녀의 실력은 의심할 필요 없었다.
현수호가 레시피를 전부 불러 주자, 루시앙이 궁금하다는 듯이 연구원들에게 물었다.
“그게 바이러스 치료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연히 만들어 봐야 알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깐깐한 연구원들의 말에 루시앙은 놀랍다는 듯이 현수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설마 했는데…… 대단하시군요.”
“그러게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저게 통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겠죠.”
거듭해서 감사를 표한 루시앙은 서둘러 무전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무전.
한참을 그렇게 통신한 루시앙은 다시 돌아와 알렸다.
“발전소의 침입자들도 정리가 되었다는군요.”
오스칼이 직접 나서, 발전소를 노리던 자들을 일거에 소탕한 모양이다.
설마 그곳에도 블랙 썬더처럼 강력한 이들이 출동했을까?
그랬다고 해도 오스칼에게는 안 될 테지.
‘탑 랭커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들었던가?’
아직은 9레벨에 머물러 있지만, 다음 10레벨이 나온다면 오스칼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과연 직접 눈앞에 마주했던 오스칼은 소문대로 무시무시했다.
추혼창 역시 레벨 9였지만, 오스칼은 그보다도 훨씬 더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같은 레벨이라도 차이가 난다는 거겠지.
만약 오스칼이 조금이라도 성급하게 검을 뽑았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현수호는 자신도 모르게 목을 매만졌다.
레벨 6일 때도 랭커에 근접했던 현수호다.
레벨이 올랐으니 어쩌면 9레벨의 하이 랭커와 비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무리인가?’
7레벨로는 아직 모자랐다.
하지만 8레벨이 되어 진짜 랭커 반열에 오르면, 조금은 달라지겠지.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기로 했다.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루시앙은 현수호를 다른 병사들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섰다.
본래는 현수호를 감시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상황이 급박해서 그럴 여유도 없는 모양이었다.
현수호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싶었지만, 여전히 자신을 의심하는 병력들 때문에 가만히 기다려야만 했다.
‘치료제도 알려 줬는데 아직 못 믿네.’
[너무나도 시기적절하게 나온 치료제입니다. 누구라도 의심할 겁니다.]하긴 프랑스의 유명한 박사들도 감도 못 잡은 바이러스를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알아내고 치료제까지 만들었다.
아무리 헌터 중엔 별의별 능력이 있다지만,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일이었다.
그만큼 타티아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래도 이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어.’
도시가 몰락하는 예지를 봤다.
현수호와 타티아의 활약으로 좀비 사태는 일단락될 수 있겠지만, 비전으로 보인 처참한 도시의 모습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예지가 이뤄지지 않으려면 변수가 필요하다.
그 변수가 바로 본래는 이 도시에 없어야 하는 현수호의 존재였다.
현수호는 잠시 휴식하면서도 머리를 계속 굴렸다.
‘발전소보다 더한 걸 노린다는 뜻인가? 도시에 노릴 만한 게 뭐가 있지?’
[정상 회의에 참여한 각국의 정상들이 있죠.]‘그렇겠지.’
모든 범행에는 동기가 있다.
다크 피닉스를 일으켜 서울을 파괴하려 했던 레우스 기사단.
그들의 동기는 일본 신녀의 예지에 따라, 은휘광을 없애는 것이었다.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도시 전체를 무너뜨리려 한 것.
‘이번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가?’
[아니면 그중 한 명만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죠.]정상 회의 때문에 지켜야 할 VIP가 너무 많았다.
그 때문엔 로즈 블란체 기사단도 사방에 나뉘어 활동하는 모양.
그러니 병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단 도시를 모두 감시해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 줘.’
다행히 파리 곳곳에 설치된 CCTV가 적지 않았다.
노바의 능력이라면 금방 이변을 알아내서 알려 줄 수 있었다.
군병과 로즈 블란체 기사단도 도시에 흩어져 있으니, 시간을 벌어 줄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한 그 순간이었다.
[마스터. 사건이 곧 벌어질 거 같습니다.]“뭐? 어디?”
노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수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수호가 전력으로 움직이면 도시 끝에서 끝도 금방일 터.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건은 멀지 않은 곳에서 터질 예정이었다.
[이 벙커 아래에서 수상한 진동이 감지됩니다.]“여기 아래에서?”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곳은 세계 정상들이 몸을 대피한 VIP 지하 벙커.
정말 정상 회의를 노리고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면, 이곳을 노리는 게 당연하겠지.
“제길!”
현수호는 바로 움직였다.
“여기 시설의 지도는?”
[이미 확보하고 시스템까지 장악했습니다. 이제 이 차는 제 겁니다.]“그러면 안내해.”
주변엔 현수호를 감시하는 병사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양해를 구할 시간도 없었다.
현수호가 갑자기 움직이자 그들이 놀라 손을 내밀었지만, 너무 늦었다.
위잉!
자동으로 열린 문이 현수호가 지나자마자, 다시 굳게 닫힌 것.
쿠궁!
“어? 어? 이게 뭐야?”
놀란 병사들은 문을 열어 보려 했지만, 벙커 안의 문은 방화벽처럼 두껍고 단단했다.
고급 몬스터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웬만한 헌터들도 부술 수 없게 설계되었다.
원래 그들이 지닌 출입증으로 열리게 설계되었지만, 그것마저 이미 노바가 막아 둔 상황.
“인증이 안 먹혀!”
현수호를 감시하기 위한 방에 거꾸로 그들이 갇혔다.
“이거 열어 줘!!”
병사들은 문을 두들기며 소리쳤지만, 소음마저 차단하는 방 구조 덕분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현수호는 이미 저 멀리 나가 있었다.
타타탁!!
대통령이 도시를 차로 움직일 때, 경찰들이 나서서 신호등을 파란 불로 조작해 둔다고 한다.
지금 현수호가 딱 그런 모양이었다.
현수호 다가가면, 앞에 있는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가 닫혔다.
근처에 대기하던 병력들이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 뭐였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현수호의 모습에, 그들은 의심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현수호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목적지 앞까지 도달했다.
[이 앞에서 진동의 규모가 심해집니다.]마침내 도착한 곳은, 그 어느 곳보다 보안이 철저한 방이었다.
이곳을 지키는 자들은 보통 병사들이 아니라, 로즈 블란체 기사들이었다.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 현수호가 오자,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내밀었다.
“누구냐?! 정지!”
로즈 블란체 기사단은 최소 6레벨로 이뤄진 최정예다.
그런 이들이 무려 4명이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제압할 수도 있지만…….’
지금 현수호의 실력이라면, 이들과 싸워 이기는 것도 간단하겠지만, 시간이 지체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강행 돌파로 지나가기로 했다.
‘노바!’
[준비되었습니다.]현수호의 신호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아주 살짝 열리고 안쪽의 모습이 드러냈다.
비싼 양복을 입고 초조하게 대기하는 각국의 정상들의 모습.
그 틈을 확실히 인지한 후에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했다.
번쩍!
순간이동 능력은 도착할 곳을 확실하게 봐 두어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잘못하면 바위 속에 몸이 끼거나, 다른 사람과 몸이 겹쳐, 한쪽의 몸이 폭발할 수도 있는 일.
다행히 노바 덕분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누, 누구요?”
갑자기 나타난 현수호의 모습에 사람들이 당황한 보였다.
그들 중엔 현수호도 눈에 익은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뉴스를 통해서 얼굴이 익은 모양이지.
다행히 안쪽에도 로즈 블란체 기사단 둘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안심하기 위해서 여기사들로 배치한 모양.
왜 그들이 있어 다행이냐면, 현수호가 도착하기가 무섭게 진동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드드드드!!
지하 벙커는 바닥도 두꺼운 장갑으로 방어되어 있었다.
몬스터 중에선 땅굴을 파고 지하를 돌아다니는 개체도 있기 때문.
노바가 느낀 진동의 주인공도 그런 종류였다.
두껍고 단단한 바닥을 손쉽게 뚫고 나타난 몬스터.
그건 마치 거대한 지렁이 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어스웜?”
6레벨로 분류되는 고위 몬스터다.
보통 땅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누군가가 지나가는 진동을 느끼고 갑자기 튀어나와 사냥한다.
사막에 사는 몬스터가 왜 이런 곳에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이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어스웜은 나타나자마자 바로 VIP들을 한입에 삼키려 했기 때문.
[케에에엑!!]어스웜의 머리가 십자가 형태로 갈라지며 입이 생겼다.
입안엔 톱니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빽빽이 들어 있었다.
거대한 트럭도 통째로 삼켜 분해하는 어스웜이다.
연약한 인간의 몸 따위는 순식간에 갈려 나갈 것이다.
갑작스러운 어스웜의 출현에 VIP들은 너무 놀라 꼼짝도 하지 못했다.
방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현수호는 달랐다.
“오버 테크놀로지.”
처음부터 소닉 블레이드를 활용해서 어스웜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싹둑!
아무리 레벨 6의 몬스터라고 해도, 현수호의 공격을 버텨 낼 재간은 없었다.
휘두른 검에 매끈한 단면으로 잘려 나갔다.
쿵!
잘린 머리가 바닥을 구르자, 그제야 사람들이 반응했다.
“으아아악!!”
놀라 쓰러진 사람들이 기다시피 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러다가 심장 마비로 죽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간신히 사고를 막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마스터. 아직입니다.]‘뭐가 아직이야?’
[여전히 벙커 아래에서 진동이 느껴집니다.]청천벽력과 같은 노바의 말이 이어졌다.
[최소 100마리 이상의 어스웜이 이 아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