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12)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12화(112/150)
112화 죽음의 도시 (8)
처음 오스칼을 만났을 때 현수호도 루시앙을 만났고 대화까지 나누었다.
날렵한 체구에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의 남성. 기사라기보다는 학자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흥분한 바네사를 대신해 현수호에게 차분히 질문을 던지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에게서는 수상한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스칼도 루시앙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니 현수호를 연구소까지 호위하게 했겠지.
‘하긴 그 정도의 신뢰가 아니었다면, 무방비하게 당하진 않았겠지.’
현수호는 전신에 소름이 쫙 돋는 걸 느꼈다.
‘여기까지 계획했던 건가?’
좀비 사태와 발전소 폭파, 그리고 VIP이 있는 지하 시설에 어스웜을 풀어 넣는 것까지.
이 모든 혼란이 결국 기사단을 저격하기 위함인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은 난제가 바로 오스칼을 쓰러트릴 방법이었다.
랭킹 20위의 강자.
차기 레벨 10이 가장 유력한 프랑스의 수호신
국가권력급 초월자다.
누가 감히 상대할 수 있을까?
같은 하이 랭커가 동원된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답은 바로 내부의 칼이었어.”
신뢰하는 부하가 등 뒤에서 갑자기 찔렀다면, 아무리 오스칼이라고 해도 당할 수밖에 없을 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수호에게도 충분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와 한솥밥을 먹으며 생활한, 절친한 동료였던 바네사의 충격은 그보다 훨씬 더했다.
“믿을 수 없어. 어떻게 루시앙이 그런 짓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루시앙이 준비한 칼로 오스칼 님의 등을 찌르는 장면을요.”
세실은 루시앙이 칼을 찌르는 모습까지 재현했다.
“다행히 오스칼 님이 괴력을 발휘해 반격하고 자리를 떠났지만, 다수의 습격자가 그 뒤를 쫓아갔습니다. 어서 더 늦기 전에 오스칼 님을 구하러 가야 합니다.”
세실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에 다량의 핏물이 이어져 있었다.
죽은 시체의 것이 아니라, 밖으로 이어지는 핏자국.
핏물을 확인한 현수호가 물었다.
“이게 오스칼 님의 피입니까?”
“네! 서둘러야 합니다.”
정말 오스칼이 큰 부상을 입고 도주했고 그 뒤를 배신자 루시앙과 레우스 기사단 병력들이 쫓았다면 정말 큰일이다.
이럴 시간이 없었다.
“노바!”
“추격 시스템 가동했습니다.”
노바의 추격술은 인간의 상식을 훌쩍 벗어난다.
발자국과 부러진 나뭇가지 같은 건 물론이고, 으깨진 풀잎에서 나는 냄새로 누가 언제 이곳을 지나갔는지도 알 수 있다.
하물며 핏자국까지 있으면 놓칠 수가 없었다.
“저쪽입니다. 어서 출발하죠.”
일행이 다시 추격에 나서려 하자 세실도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자, 잠시만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비록 힐링 포션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후유증이 남은 상태다.
게다가 죽다 살아난 정신적인 충격은 그 어떤 포션으로도 치료할 수 없다.
그것을 알고 있는 바네사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슈발리에 세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거의 다 회복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세실은 죽어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 역시 고렙이니 같이 간다면 큰 도움이 될 거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움직이죠.”
세실까지 추가된 일행은, 흔적을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다닥!
* * *
오스칼을 쫓는 내내 여기저기에 파괴된 흔적과 시체들이 넘쳐났다.
모두 레우스 기사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이들.
모두가 적지 않은 실력자로 보였다.
검날에 훼손되어 정확히 추정할 순 없었지만, 최소 6레벨 이상으로 보였다.
‘어디서 저렇게 많은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온 거지?’
이 정도면 도시 하나가 아니라 나라를 도모할 수도 있을 정도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도 오스칼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이미 처참하게 붕괴되었을 거다.
미래 예지로 보았던 비전처럼 말이다.
현수호가 개입하지 않으면 다가올 확정적인 미래.
즉, 어서 따라가지 않으면 오스칼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뜻이다.
노바의 능력으로 빠르게 추적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출혈량이 너무 많아.’
아무리 고수라도 몸에 혈액이 떨어지면 살 수가 없다. 심지어 그건 힐링 포션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차라리 몰랐다면 다른 사람들의 피가 섞였을 거라 자위할 수 있었겠지만…….
[제가 강조 표시한 모든 피는 전부 오스칼의 것입니다.]지금 눈에 보이는 출혈량만으로도 일반 사람이었으면 벌써 쇼크사였다.
하이 랭커이니 조금은 더 오래 버틸 수 있겠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율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지금은 오스칼의 강인함을 믿는 수밖엔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신호탄이 터졌다.
퍼버벙!
마치 폭죽처럼 하늘을 새빨간 색으로 수놓는 모습.
현수호가 급히 바네사에게 물었다.
“기사단에서 저런 신호탄을 사용합니까?”
“아, 아닙니다.”
“제길!”
기사단이 아니라면 놈들의 짓이라는 소리다.
무전기기가 먹통이니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거다.
“무지하게 꼼꼼한 놈들이네! 이런 때도 대비했다는 거냐?”
일행에겐 최악의 소식이었다. 놈들이 오스칼을 따라잡았다는 뜻일 테니.
다행인 것은 일행도 신호탄이 쏘아진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점이다.
“저기 보입니다.”
“서두르자!”
멀리서 오스칼을 포위하며 공격을 퍼붓는 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네사가 말했다.
“저곳엔 벙커가 있습니다! 단장님이 벙커에서 싸우기로 한 모양입니다.”
출혈이 너무 심하자 더 이상의 도주는 무리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근처에 벙커에서 최대한 몸을 숨긴 후에 최후의 항전을 하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최선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적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오스칼만 죽이면 끝이다!”
두두두두! 퍼버버벙!!
완전한 장비를 갖춘 병력이 수백 명도 넘게 보인다.
오스칼이 상당수를 줄였음에도 아직도 저렇게나 많은 숫자가 남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 모두가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로즈 블란체 기사단과 맞먹을 정도로 강했다.
그걸 본 분노한 바네사가 검을 뽑고 먼저 뛰쳐나갔다.
“단장님을 구한다!”
현수호와 노바는 사격으로 바네사를 지원했다.
두두두두!!
포위 공격을 위해 건물 위에 올라가 있던 몇 명이 총알에 맞아 바닥에 고꾸라졌다.
우군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던 레우스 기사단 병력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일행을 보고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웬 놈들이냐?!”
“시끄러워! 죽어!”
분노에 찬 바네사는 장검을 하나만 믿고 겁도 없이 돌진했다.
“우아아아!!!”
역시나 로즈 블란체 기사단의 명성은 헛되지 않았다. 바네사는 장검 한 자루를 마치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주변을 휩쓸었다.
유연하면서도 화려한 장검술.
단지 겉모습만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우아함을 엿볼 수 있는 뛰어난 검술이었다.
급박한 와중에도 검술의 뛰어남을 알아본 현수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오스칼에게 직접 사사한 검술인 건가?’
감탄도 잠시뿐.
현수호는 현 상황이 대단히 불리하단 걸 확인했다.
최소 5레벨 이상으로 구성된 고렙의 적 수백 명이 밀집한 상황이다.
벙커 안에 있는 오스칼은 출혈 때문인지 별다른 반격도 못 하고 있었다.
기습의 효과로 처음에 적들을 꽤 줄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적들은 바글바글거릴 정도로 많았다.
반격은 바로 이어졌다.
“놈들 먼저 죽여!”
아직 포위된 건 아니었지만, 수를 앞세운 반격은 매서웠다.
오스칼을 잡기 위해서인지, 그들은 대부분 마법사, 궁수 등으로 이뤄진 원거리 부대.
저런 편향된 부대는 근접으로 붙으면 의외로 쉽게 무너트릴 수 있지만, 지금처럼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면 꽤나 위협적이다.
분노하여 단숨에 뛰어들던 바네사는 쏟아지는 폭격에 뒤로 주춤주춤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크으윽! 이놈들!”
현수호와 노바 역시 원거리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실력자였지만, 단기간에 저 포위망을 뚫는 건 어려웠다.
결국 바네사도 돌파하려는 걸 포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았다.
“지원! 지원군이 필요해!”
엄폐물을 등지고 무전을 호출했지만, 여전히 통신기는 불통이었다.
몇 번이나 지원을 부르던 바네사는 결국 통신기를 저 멀리 던져 버렸다.
“아아악! 제기랄!”
설사 무전이 된다고 해도 여기까지 오는 덴 시간이 꽤 소요될 거다.
이대로 적들의 계략에 오스칼이 죽는가 싶은 그때였다.
“지원이 도착했습니다, 마스터.”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비행체가 이곳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다섯 대의 비행물체.
바네사가 그토록 바라던 지원군이었지만, 프랑스군은 아니었다.
이곳으로 똑바로 날아오던 비행체는 불시착이라도 하려는 듯이 쑥 하강하더니 이내 슬라임처럼 일렁거리며 모습을 변형했다.
바뀐 모습은 의외로 거대한 타이어 형태.
거대한 타이어는 바람이 꽉 찬 농구공처럼 바닥을 몇 번이나 팅팅 튀기더니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빠르게 구르며 멈춘 곳은 정확히 현수호 일행의 근처였다.
거대한 타이어는 다시 모습을 변형하여 여러 명의 삐뽀 부대로 나뉘었다.
“삐리릿! 뽀!”
이곳에 온 지원군은 삐뽀 부대만이 아니었다.
다섯 개의 비행선에 나누어 탄 엑스 마키나 길드원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금방이라도 토할 듯이 얼굴을 구긴 은휘광이었다.
“제길! 또 이걸 탈 줄은 몰랐는데!”
이어서 나타난 건 조승주와 조미나를 비롯한 천리마 길드원, 그리고 타티아와 바예쯔, 알렉산더도 있었다.
현수호는 그들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딱 맞춰서 나타났네!”
현수호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한 건, 웜홀 게이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도 이동이 가능한 초과학의 워프 게이트.
현수호만이 아닌 다른 일행도 사용할 수 있어 더 사기적인 능력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설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약 2시간 정도.
워프 게이트에서 내린 이들을 반긴 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삐뽀 부대였다.
비밀 벙커에 놔두었던 에스컬레이터가 비행체로 변신해서 바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자! 이제 반격 시작이다!”
현수호의 명령에 삐뽀 부대와 엑스 마키나 길드원들이 적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삐뽀 부대는 아직은 보조 정도다. 진짜는 역시 엑스 마키나 길드원들이었다.
저들 모두가 신체 개조 스킬의 특혜를 받은 이들.
몬스터의 육체로 스탯이 대폭 증가하니, 적어도 1~2레벨은 더 강해졌다.
게다가 업그레이드 스킬로 강화된 장비템과 기계신의 오라까지 받으니, 저들은 고렙의 습격자들을 압도할 정도였다.
“닉스야! 공격해!”
“삐이이잇!!”
조미나가 부리는 피닉스는 병아리 정도에서 어느새 매 정도로 성장했다.
피닉스가 빠른 속도로 바닥을 훑고 지나가자, 거대한 불 장판이 깔리면서 적들을 불태웠다.
화르르르!
타티아는 연금술사.
물건을 만들어 내는 데 특화되어 있지, 전장에는 걸맞지 않다.
그런 타티아가 자신만만하게 전면에 나선 이유가 있었다.
바로 현수호가 선물(?)한 사이클롭스의 눈 덕분이었다.
“파괴 광선!!”
유치한 작명과 함께 그녀의 눈에서 강력한 빛줄기가 뿜어졌다.
파지지직!
전투 직업은 아니더라도, SS급의 스탯이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그녀의 파괴 광선은 현수호의 플라즈마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했다.
적들을 일거에 일소한 타티아는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으하하! 어떠냐!”
옆에 선 변신술사 부자 둘은 그런 타티아의 모습에 한숨을 쉬다가 짐승 형태로 변신하여 달려 나갔다.
“크아앙!”
“어흥!”
그들 역시 몬스터 육체로 스탯을 보강했다.
거기에 노바가 특별히 그들에게 나노입자로 구성된 장비도 선물해 주었다.
인간 형태일 때는 무기 형태지만, 짐승으로 변하면 전신을 감싸는 갑주가 된다.
노바의 장비까지 더해지자 그들은 불도저처럼 적들을 밀고 나갔다.
지원군이 온 덕분에 싸움은 혼전의 양상이 되었다.
현수호는 바네사의 손을 이끌고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여전히 적들은 많았다.
일행을 돕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오스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했다.
현수호의 뜻을 알아챈 바네사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포화를 뚫고 마침내 도착한 벙커 안.
그곳에서 심한 출혈로 기절한 오스칼과, 그녀를 보며 검을 쥐고 있는 배신자 루시앙도 볼 수 있었다.
“루시앙! 이 배신자!”
루시앙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은 듯한 바네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검을 휘둘렀다.
챙!
바네사가 로즈 블란체 소속의 기사라면 루시앙 역시 그랬다.
오스칼이 신임한 기사들답게 둘의 실력은 호각이었다.
하지만 오랜 전투로 지친 루시앙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바네사의 공격을 막고 크게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런데 비틀거리던 루시앙이 절규하듯이 소리치는 게 아닌가.
“슈발리에 바네사! 이게 무슨 짓입니까?!”
루시앙의 말에 바네사가 가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너야말로 무슨 짓이야! 어째서 단장님을 배신했지?”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왜 배신을 한단 말입니까? 오스칼 단장님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 저입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바네사가 주변 상황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진짜로 루시앙이 오스칼을 지키며 전투한 흔적이 보였다.
바네사는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하, 하지만 슈발리에 세실이 당신이 배신했다고…….”
그 말에 루시앙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받아쳤다.
“위기를 느끼고 비밀 벙커에 갔는데 그곳을 지키던 병력이 모두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로즈 루즈 기사단이 전부 저희를 배신했다고요! 그리고 마스터 오스칼의 등을 찌른 자가 바로 세실입니다!”
그 말에 놀란 바네사는 황급히 세실의 모습을 찾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세실이 서 있었고 그의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가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그건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림자보다 더 어두운 파워 슈트.
블랙 썬더라 불리는 각인 이오스 행성의 최신 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