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18)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18화(118/150)
118화 후계자 (3)
구미호와는 예전 연회장에서 한 번 본 게 전부이지만, 그녀와의 인연(?)은 그보다 더 전부터 시작되었다.
락슈미와의 만남 직후, 진서연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의문의 습격자들과 싸워야만 했었다.
그들이 바로 구미호가 보낸 자객들.
당시에 막 얻은, 오버 테크놀로지 스킬과 소닉 블레이드의 힘으로 습격자들을 물리쳤던 기억이 났다.
변함없이 진서연만을 노리는 구미호다.
이쯤 되니 순수한 궁금증이 일었다.
“왜 그렇게 집요하게 서연 씨를 노리는 거지?”
아무리 경쟁자라고 해도 이상한 일이다.
진서연이 능력을 발휘해 많이 따라온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다른 후계자에 비하면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었으니.
비열했지만, 이번 습격은 현수호와 노바의 예상을 훨씬 앞지른 불의의 일격, 아주 효과적인 공격임은 틀림없었다.
지금밖에는 사용할 수 없는 작전.
차라리 다른 경쟁력 있는 후계자에게 사용하는 게 훨씬 더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구미호 역시 현수호를 알아봤다.
연회장에서 랭커인 버처를 쓰러트렸던 장면은, 구미호에게도 매우 인상적이었으니.
“라이트 브링거? 그래 맞아, 기억나는군. 너는 그년과 손을 잡았었지.”
구미호가 부채를 펴고 고혹적인 모습으로 흔들었다.
그녀는 요술사.
손에 쥔 화려한 부채는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마력을 증폭하는 주술 도구였다.
“그래서 대답은?”
“흥!”
구미호가 인상을 쓰자 두꺼운 화장 때문에 이마에 부자연스러운 주름이 생겼다.
이런 습격을 오는데도 꼼꼼히 화장한 게 현수호 입장에선 신기할 따름.
그 모습에 문득 떠오른 생각을 물었다.
“설마…… 질투한 건가?”
질문하면서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격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질투?! 누가!!”
분노한 구미호가 소리치자, 언덕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쿠구구궁!!
눈꺼풀까지 바르르 떨면서 분노를 토하는 구미호의 모습이다.
설마 했던 현수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진짜냐?”
구미호는 진서연의 오빠와 약혼한 사이.
둘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진서연에겐 새언니가 될 사람이다.
그런 구미호가 진서연에게 질투할 이유가 있을까?
정답은 예스였다.
“어린 년이 감히 나에게 바득바득 개기고! 여기저기에 살랑살랑 꼬리나 치고 다니고! 도저히 용서 못 해!”
“꼬리를 쳤다고? 서연 씨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원정대를 이끌기 위해 오히려 더 털털하고 강단 있게 행동하지 않았던가?
평소에 화장하거나 액세서리를 착용한 것도 전혀 보지 못했다.
그저께 레스토랑에서 만났을 때를 제외하곤.
“닥쳐!”
구미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녀의 분노는 더욱 격렬해졌다. 그녀는 손에 쥔 부채를 휘두르며 현수호에게 다가갔다.
“내 능력을 백분 활용했다면 이미 진룡가를 삼켰어야 해! 그런데 그년이 내 능력을 흐리고 있단 말이다!”
“하!”
이제야 구미호가 진서연을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8레벨의 요술사.
각종 요술 중에서도 매혹으로 남들을 홀리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진민성을 홀려 진룡 그룹의 며느리 자리를 차지한 것도 그런 그녀의 능력 덕분이겠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구미호는 진룡 그룹의 중요 인사들을 홀리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다.
회장인 진성일까지는 무리여도 전무, 이사들을 잘 구워삶으면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런 그녀의 계획은 뜻밖의 존재로 차질이 생겼다.
“그게 서연 씨 때문이라고?”
진서연은 S급 서포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스탯을 증가시키고, 주변의 부정한 기운을 정화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런 진서연이 있기에 구미호의 능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은 것.
“그뿐만이 아니겠지.”
단순히 직업 특성 때문이라면, 구미호가 저렇게 눈빛을 시퍼렇게 불태울 리 없었다.
구미호의 마력을 막은 건, 바로 진서연의 존재감.
매혹 마법에 잘 통하기 위해선, 시전자인 구미호가 상대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상황에서도 꼼꼼하게 화장하고 치장한 게 이해가 되었다.
아름다움과 매력이 구미호의 가장 큰 무기였으니.
“거울아~ 거울아~ 같은 건가?”
백설공주의 유명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계모인 마녀가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묻자, 거울은 백설공주라 답했었다.
마법 거울은 없지만, 대신 주술이 답을 해 주었다.
그녀의 매혹 주술이 유독 진룡가 사람들에게 잘 안 먹힌 이유.
그건 그들이 내심 구미호보다 진서연이 더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거였군.”
처음 예상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였다.
어쨌든 진서연이라는 존재가 구미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맞았으니.
하지만 이토록 집요하게 진서연을 노리는 건, 역시나 질투 때문이기도 했다.
“그깟 코흘리개 계집이 나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거냐?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
“하~”
구미호는 아름답다.
활짝 핀 장미처럼 화사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흐른다.
자신의 매력 포인트가 어디인지 잘 알아서, 화장 등으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렸다.
호불호는 갈릴 순 있어도 결코 진서연보다 못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확연하게 밀린다는 건…….
“성격 탓이 아닐까?”
“뭐라?!”
“당연한 거 아니야?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주변 사람들에게 히스테리만 부리는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어?”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그녀의 독하고 못된 심보가 아름다운 외면도 가리고 있었던 것.
그걸 모르는 구미호는 괜히 진서연만 질투하고 있었던 것.
“더 대화할 필요도 없겠군.”
구미호라는 여자에 대해 알았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밑바닥이 드러난 모습이다.
이젠 남은 건 무력행사였다.
스릉!
현수호가 검을 뽑자, 구미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와 싸우겠다고?”
“그래.”
“시건방 떨지 마라, 꼬맹아!!”
다시 한번 구미호의 분노가 폭발했다.
“내가 널 귀엽게 여겨서 공격하지 않은 줄 알아?!”
“아니지. 락슈미 님 때문이지.”
둘이 이렇게 한가롭게 대화할 수 있었던 건, 싸울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락슈미의 권능 ‘행동강령’.
제자로 삼은 이들이 싸울 수 없게 강제하는 힘 때문이었다.
탑 랭커조차 이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당연히 둘은 싸울 수 없었다.
한 가지 경우만 제외하면 말이다.
“둘이 싸움에 모두 동의하면 가능하지.”
서로가 싸움을 인정하면 제약도 풀어진다.
당연히 약한 쪽에서는 제약을 벗어날 필요는 없을 터인데…….
“그걸 네놈이 먼저 제안한다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거냐?”
진서연에게 느끼는 것과는 다른 분노가 솟구쳤다.
“버처를 죽였다고 해서 기고만장한 모양이구나. 오냐! 잘 되었다. 네놈을 죽이면 진서연 그년의 세력을 약화할 수 있겠지.”
길길이 날뛰던 구미호가 점차 냉정해졌다.
지오프론트를 공격하는 것도 좋지만, 현수호를 여기서 죽이면 그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오냐! 소원대로 죽여 주마.”
구미호가 싸움에 동의하는 그 순간이었다.
둘은 동시에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어떤 힘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걸 느꼈다.
츠츠츠츠!
전부 동의하자 마침내 행동강령 권능이 사라진 것.
선공은 구미호부터였다.
“찢어라!”
부채를 휘두르며 소리지자, 주황빛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점차 형상을 갖췄다.
그건 하늘을 날아오는 여우의 형상.
[아오!]총 다섯 마리의 여우가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며 다가왔다.
주황색 광선처럼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인데,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현수호를 노렸다.
매혹 능력에 특화하였는데, 다른 주술도 그에 못지않았다.
‘소문보다 더 강하네.’
구미호의 랭킹은 550위.
딱 중간 정도인데, 능력은 그보다 훨씬 앞섰다.
싸움을 걸었을 때 자존심이 상해한 이유가 있었다.
최소한 예전 싸웠던 버처보다 더 강했다.
날아오는 저 주술 여우에 스치기만 해도, 현수호의 몸이 남아나지 않았지.
현수호는 그런 모든 상황을 인지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심지어 주술 여우가 등 뒤로 돌아서 목덜미를 향해 입을 벌리는 순간에도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느새 나타난 삐뽀 다섯 개가 주술 여우 앞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
주술 여우가 더 움직이기 전에 삐뽀들이 플라즈마를 내뿜었다.
피융!
플라즈마에 맞은 주술 여우는 깔끔하게 소멸했다.
현수호는 그때까지 여유롭게 팔짱 끼고 있었다.
그걸 본 구미호의 얼굴이 벙찐 게 보였다.
“어?”
주술 여우는 일종의 간 보기였다.
통하면 전투는 끝이고, 아니어도 다른 강력한 주술은 아직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공격은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현수호가 팔짱을 천천히 풀며 말했다.
“흠! 재미있긴 해도 딱 여기까지군.”
“뭐라는 거냐?”
“이번엔 내 차례니까 이 악물어.”
그 순간이었다.
윙!
분노하여 소리치려는 구미호의 코앞에 어느새 현수호가 다가와 있었다.
“흡!”
놀란 구미호는 급히 부채를 펼치며 주술 방어막을 펼쳤지만…….
와장창!!
현수호가 뻗은 주먹은 그 방어막을 우습게 부수며 나아가 구미호의 얼굴을 강타했다.
퍽!!!
“까악!!”
구미호의 몸이 물수제비처럼 바닥을 몇 번이나 튕기며 날아갔다.
다섯 번 더 튕긴 후에야 겨우 다른 언덕에 닿아 멈출 수 있었다.
쿠구궁!!
구미호의 몸이 관통한 언덕이 폭삭 무너졌지만, 현수호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자신의 상태만 체크했다.
“확실히 장비 발이 대단하군.”
평소와 같은 겉모습은 같지만, 지금은 블랙 썬더를 착용한 후였다.
본래 노바가 만든 배틀 슈트가 이 블랙 썬더를 참조한 것.
본래도 압도적인 성능이었는데, 업그레이드, 마도공학 스킬을 더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그 결과 이렇듯 랭커까지 가지고 놀 정도가 되었다.
“이런 거 하나만 더 있으면 하이 랭커도 이길 수 있겠는데?”
뿌듯하게 미소를 짓는 순간, 구미호가 파묻혔던 언던이 완전히 무너지며 붉은 기운이 하늘로 솟았다.
당연히 주먹질 한 방으로 구미호가 죽을 거라 생각은 안 했다.
다시 나타난 구미호의 외형은 아까와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기다란 꼬리가 솟아난 것이다.
“하나, 둘, 셋…… 구미호가 아니라, 팔미호네.”
8레벨이라고 그런가?
꼬리가 여덟 개인 팔미호가 되어 다시 등장했다.
꼬리만 생긴 게 아니라, 눈동자가 여우처럼 세로로 쪼개졌고 코 주변에 고양이 수염까지 생겼다.
일종의 변신술이고 전체적인 스탯이 말도 안 되게 높아진 게 느껴졌다.
아마 저것이 구미호가 지닌 비장의 스킬인 듯했다.
“죽인다!!”
구미호가 기다란 손톱을 꺼내 휘젓자, 허공에 새빨간 실선이 생기면서 빠르게 날아왔다.
현수호는 그 위력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공간참?”
무공으로도 현경 이상의 경지에 닿아야 사용할 수 있는 고강한 수법.
물질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어긋나게 만들어서 아무리 단단한 방어막이라고 해도 간단히 조각낼 수 있었다.
저 공격에 당하지 않으려면…….
“피하면 그만이지.”
현수호는 무섭게 쇄도하는 공간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허공에 어지럽게 그어진 선을 마치 묘기를 부리듯이 이리저리 피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간 것.
파바바밧!
구미호 입장에선 잔상만 파바밧 휘도는 것으로 보여졌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눈을 한 번 끔뻑이는 순간, 다시 현수호의 주먹이 눈앞에 나타났다.
“다시 간다!”
주먹이 다시 안면에 꽂혔다.
퍽!!!
“까아악!!”
파워업을 한 덕분일까?
이번엔 아까처럼 볼썽사납게 뒤로 날아가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건 구미호 입장에선 악재였다.
밀려난 구미호에게 현수호가 끈질기게 달라붙어 주먹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퍼버버버벅!!
순식간에 십 연타가 터졌다.
현수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구미호의 고개가 상하좌우 비정상적인 각도로 휙휙 꺾였다.
아름다운 구미호의 얼굴은 도저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고, 화장이 번져서 기이한 문신처럼 변했다.
구미호는 죽는 것만큼이나 싫은 상황이었지만, 진짜 죽는 것보다는 막아야 했다.
이대로 몇 대 더 허용하면 정말 머리통이 터질 것 같았으니.
“아, 안 돼!”
겁먹은 구미호는 닥치는 대로 아무렇게나 주술을 퍼부었다.
퍼버버벙!!
공간이 일렁일 정도로 거대하고 파괴적인 폭발에 현수호도 공격을 멈추고 잠시 뒤로 물러서야 했다.
덕분에 구미호도 겨우 숨을 돌렸지만, 정말 숨만 쉴 수 있었다.
“히익! 히익!”
처음에 도도하고 표독한 모습은 오간 데 없고 눈빛엔 공포만 가득했다.
요괴들의 왕 구미호가 아니다.
거대한 포식자를 눈앞에 둔 가여운 새끼 여우처럼 벌벌 떨 뿐이었다.
“이, 이렇게 강해? 이건 말도…….”
이를 딱딱 부딪치던 구미호는 지금 자신이 현수호를 평가할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현수호가 다시 움직일 채비를 하자, 그녀는 놀라 도주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
퍼버버벙!!
이상한 주술을 사용하자, 그녀 주변에 폭발이 일어나더니 자욱한 폭연이 생겼다.
그 폭연이 사라지자, 어느덧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멀리 갔네.”
구미호가 도망가는 걸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노바가 나타났다.
“창고 쪽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수고했어.”
놀랍게도 노바는 현수호와 따로 행동하고 있던 것.
블랙 썬더를 얻어서 노바 없이도 배틀 슈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노바와 합체하면 훨씬 더 강한 출력을 낼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도 구미호를 가볍게 처리한 것.
만약 노바와 함께라면 단칼에 구미호를 죽일 수도 있었을 거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죽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검이 아닌 주먹을 사용한 것도 구미호를 죽이지 않고 단지 패퇴시키기 위해서였다.
“승부는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구미호는 죽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현수호가 허공에 대고 말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스르륵,
장막을 거둔 것처럼 나타나는 다섯 명의 사람.
그들은 진룡 그룹의 감시자였다.
“똑똑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