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2)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2화(12/150)
12화 초월급 재능 (2)
* * *
덜컹! 덜컹!
긴급 임무였기에, 헌터들이 모이는 대로 급히 출발했다.
그 덕분에 헌터들은 달리는 트럭 속에서 처음 인사를 나눠야 했다.
일반 임무였다면, 헌터 협회의 관리자가 나서서 인원을 소개했을 거다.
하지만 초를 다투는 긴급 임무다 보니, 이렇게 차 안에서 간략하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짧은 머리를 금발로 염색한 경박스러워 보이는 남자였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키가 크고 해골처럼 빼빼 마른 편이라 가뜩이나 긴 팔다리가 더 길어 보였는데, 양 허리춤엔 단검이 꽂혀 있었다.
“크하하! 모두 잘 부탁해. 내 이름은 가건호야. 5레벨 로그지”
말하는 도중에도 한시도 몸을 가만두지 못하고 건들건들하는 게, 약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실제로 목숨이 오가는 위험한 던전에선, 마약 같은 약물에 의지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말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갔다.
다음은 키가 190cm 정도 되어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 나이는 4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다.
민머리와는 대조적으로 풍성한 턱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옆에는 그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대검이 있었다.
“나는 권혁민. 6레벨, 전사다. 이번 임무 동안 잘 부탁한다.”
긴급 임무는 보상이 후하다.
그래서 4레벨 던전이고, 5레벨 구조 퀘스트인데도 6레벨 전사가 참여한 모양.
권혁민이 자신의 레벨을 알리자, 트럭 안 헌터들의 분위기가 좋아졌다.
동료가 강하면 그만큼 임무의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리라.
다음 사람은 최소 50살은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짧은 머리와 수염이 있었는데, 군데군데 새치가 보였다.
“난 김장원. 4레벨 위저드다.”
마법사라고 로브 같은 얇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견갑 장비를 착실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자만큼은 챙이 넓은 마법사 모자를 썼다.
김장원은 짧은 소개만 하고 입을 다물었는데, 가건호가 약간 비웃듯이 물었다.
“그 나이에 아직도 4레벨이야? 벽에 부딪힌 모양이지?”
헌터가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몬스터를 쓰러트리거나 퀘스트를 클리어해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4레벨까지의 이야기다.
레벨 5부터는 특별한 깨달음이 있어야만 다음 레벨로 올릴 수 있었다.
판타지나 무협 소설에서도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어떤 깨달음이나 계기가 필요하다지 않은가?
의외로 깨달음의 벽은 높고 험준했다.
헌터 중에서도 절반 가까운 이들이 5레벨을 넘지 못해서 좌절할 정도였으니.
그러니 어쩌면 김장원에겐 뼈 아플 수 있는 이야기인데 가건호는 서슴지 않고 말을 내뱉은 셈.
역시나 김장원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신경 꺼라.”
눈빛이 타오르는 듯했지만, 가건호는 그저 어깨만 으쓱하며 말을 덧붙였다.
“케헤헤헤! 그래도 마법사라면 어디 가도 찬밥 신세는 안 당하겠네. 나 같은 땅도적은 부러워서 살겠나?”
이러다가 싸움이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김장원은 대꾸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서 입을 닫았다.
다음은 20대 초반 정도로, 현수호보다도 어려 보이는 곱상한 남자였다.
“소, 소지훈입니다. 3레벨 검사입니다. 부디 저희 파티를 도와주세요.”
그가 바로 인던에서 겨우 도망친 한 명이었다.
바로 헌터 길드에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 후에, 구조 임무에도 같이 참여했다.
몹시 지치고 풀이 죽은 모습.
의기양양하게 같이 던전에 갔던 동료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니 당연한 모습이리라.
다른 헌터들이 거친 늑대라면, 소지훈은 순한 양 같았다. 그 모습에 역시나 가건호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물었다.
“뭐야? 헌터 아카데미를 갓 졸업한 풋내기냐? 몇 살이지?”
“스물넷입니다.”
역시나 나이는 어렸지만, 스물넷에 레벨 3이면 낮은 편은 아니었다.
보통 레벨 3이 되려면 최소 4년은 지속해서 헌터 생활을 해야 하니까.
기가 죽은 그에게, 권혁민이 조금은 엄격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야 돈을 주니까 임무에 참여하지만, 네 동료들이 살아 있을 확률은 거의 없어. 알지?”
“……네.”
만약 던전 구석에 잘 숨어 있으면 살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는 시체로 발견되기 마련.
권혁민의 말에 한층 더 풀이 죽은 소지훈에게 가건호도 빠지지 않고 말했다.
“다 좋은데 거치적거리지 마. 몬스터 앞에서 어리버리하다간 똥구멍에 단검을 던져 버릴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소지훈은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현수호라고 합니다. 4레벨 사수병이에요.”
역시나 이번에도 가건호가 딴지를 걸었다.
“뭐야? 소총도 아니고 권총이야? 그런 걸로 몬스터에 기스나 나겠어?”
지금 제노사이드는 권총형 모드.
좁은 공간에서 거대한 소총 형태는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걸 일일이 말할 생각 없는 현수호는, 치트키를 사용했다.
“제 스킬이 권총만 적용돼서요.”
“그래? 그렇다면 뭐…….”
스킬이 그렇다는데 어쩔 건가?
어떻게든 트집 잡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가건호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임무는 조금 피곤하겠네.’
다행히 인사를 나눈 후엔 가건호는 트럭에 벌러덩 누우며 말했다.
“도착하면 깨우라고. 나는 한숨 잘 테니까.”
가건호는 이내 코까지 골면서 자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은 뭐 이런 놈이 있냐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아무리 헌터 협회의 트럭이 성능이 좋다지만, 이곳은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레드존이다.
헌터들은 늘 주변을 경계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이런 위험한 곳에서도 저렇게 잘 수 있는 게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할까?
그런 그를 보며 권혁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다른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아무리 긴급 임무라고 해도 다 개인 파티로군. 이런 일도 흔치 않은데 말이지.”
보통 헌터들은 파티 단위로 움직인다.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헌터들이다. 등 뒤에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게 최고다.
파티 구성과 조합도 중요했고.
이처럼 다섯 명 전부 처음 보는 사이인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르릉!!”
가건호의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도, 일행들은 혹시 모를 몬스터의 공격에 대비하며 경계를 섰다.
권혁민의 요청에 소지훈은 들어갔던 던전에 대해서 아는 걸 설명했다.
“나오는 몬스터는…….”
마을에서는 시시덕거리던 길잡이들도 레드존에서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레드존에선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고, 어떤 몬스터가 출몰해도 이상하지 않다.
자기 힘을 과신하여 그걸 망각하는 헌터와 길잡이들은 수명이 짧았다.
다행히 이번엔 여정에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모두 하차하세요!”
트럭에 내리니 일정 지형이 불투명한 거대한 돔으로 뒤덮인 게 보였다.
마치 거대한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한 모습.
대격변 이후, 지구 곳곳엔 차원 게이트와 던전이 수시로 만들어진다.
처음엔 이 던전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생성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클리어하지 못하면, 붕괴하여 수많은 몬스터들이 쏟아졌기 때문.
이것을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라 부른다.
예전엔 던전 브레이크 현상 때문에 멸망한 도시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한다.
‘그것도 이젠 과거의 이야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던전의 위상도 처음과는 많이 변화했다.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 많은 보상을 얻는 기회의 장소가 된 것이다.
클리어하면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내가 전에 얻은 엠블럼과 제노사이드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렇게 찾은 던전은 헌터 협회에서 주관하는 경매를 통해, 낙찰된 길드에게 돌아간다.
그러니 던전을 가장 먼저 발견한 헌터는 횡재한 셈.
신고만 해도 협회에서 보상을 얻을 수 있고, 직접 깨면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으니까.
보통은 사냥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포착한다.
길잡이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인던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필드형 던전이네. 이렇게 큰 건 오랜만에 보는데?”
인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렇게 지형 전체가 변하는 필드형 던전도 있고, 땅이나 굴로 통하는 지하 던전이 나타나기도 한다.
[넓은 필드가 마스터에게 더 유리하겠죠. 그래서 이 임무를 선택한 것도 있습니다.]‘고마워.’
이렇게 임시적으로 맺은 파티에선 보통 레벨이 가장 높은 사람이 리더를 맡는다.
자연스럽게 대검을 든 권혁민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따로 준비할 거 없으면 바로 출발하지.”
수다스러운 가건호도 막상 던전 입구에 도착하니, 착실하게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가건호가 리더를 맡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준비를 마친 일행은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슈슈슈슈!!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여 식물 종이 풍부하다. 자연스럽게 동백나무와 같은 잎이 넓은 상록활엽수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온도와 습기가 너무 높았고, 주변의 나무도 침엽수가 지배적이었다.
달라진 건 기후만이 아니다.
던전 안에 들어가자마자 느낀 건, 공기가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뭔가가 거슬리고 곤두서는 감각이 피부를 덮는 느낌이었다.
자신만 그걸 느낀 게 아닌지, 권혁민이 얼굴을 찌푸렸다.
“뭔가…… 기묘하군.”
불길하다는 말 대신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리더를 맡은 이가 처음부터 파티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 없으니.
다른 이들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애초에 아무리 쉬운 곳이라고 해도 던전은 던전이다.
레드존에 나선 순간부터 위험하지 않은 곳은 없다.
그 순간 일행 앞에 퀘스트 로그가 나타났다.
《던전 퀘스트 발생》
◆Quest
아홉 개의 봉인
(난이도 ★★★★)
▷목표 : 봉인 의식 완료
퀘스트 목표와 난이도까지 떴다.
다른 모든 퀘스트처럼 목표 설명은 친절하지 않았다.
대략적인 힌트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헌터들이 알아서 찾아가라는 식이다.
권혁민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들었던 것보다 난이도가 높아. 시간제한이 걸린 퀘스트였나?”
물론 들어갔던 파티가 못 돌아오긴 했지만, 이곳은 레벨 3의 던전이라 들었다.
들어가는 인원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레벨 3헌터들로도 별이 세 개 정도 나오는 게 보통이었다.
무려 6레벨의 권혁민이 포함된 상황인데도 난이도가 4성인 건, 상황이 달라졌다는 뜻.
모두의 눈이 소지훈에게 몰리자, 그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했다.
“자,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처음 들어갔을 땐 분명 3성 난이도였는데…….”
어렵지 않은 구조 퀘스트라고 듣고 왔는데, 난이도가 부쩍 올랐다.
4성이면 이 인원이서 못 깰 건 아니었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리더인 권혁민은 약간 고민하다가 말했다.
“할 수 없지. 던전 클리어보다는 구출을 목표로 하는 게 좋겠군. 다른 의견 있는 상황?”
일행의 눈은 자연스럽게 가건호를 향했다.
만약 그가 그냥 집에 간다고 하면, 퀘스트의 난이도는 더 오를 게 분명하기 때문.
의외로 가건호는 손가락에 끼운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갈 순 없지. 애송이 몇 명 발견하면 주워 가자고.”
그의 말에 소지훈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구조 임무는 시간이 생명이다.
만약 이번 원정대가 파하면, 헌터 협회에서도 더는 인원을 모으지 않을 터.
소지훈은 난이도가 오른 게 자기 때문이라는 듯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동료들이 흩어진 곳을 알고 있습니다.”
소지훈은 이곳 필드엔 거대 동물들이 출현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가장 처음 만난 몬스터는 황소보다도 더 큰 멧돼지였다.
“푸르르릉!!”
일행을 발견한 멧돼지는 앞발로 땅을 긁으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모습을 취했다.
거대 대검을 든 권혁민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모두 조심!”
권혁민이 탱커 역할을 자처하니, 다른 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전열을 갖출 수 있었다.
일단 현수호가 가장 먼저 총알을 발사했다.
탕!
정확히 이마를 맞춘 현수호의 총알.
멧돼지 몬스터가 비틀거리자, 다른 이들도 공격에 가세하여 했다.
하지만…….
풀썩!
비틀거리던 멧돼지는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
“…….”
혹시나 멧돼지가 다시 일어날까 봐 눈을 찌푸리며 쳐다보던 이들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나 움직였다.
“한 방이라고? 그것도 총알로?”
헌터의 시대에선 총의 취급은 박하다.
아무리 사수 계열 직업이라고 해도 궁수보다 대미지를 훨씬 낮은 게 보통.
그래서 사수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한 방에 몬스터를 쓰러트린 거다.
가건호가 먼저 다가가 멧돼지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이놈이 더럽게 약한 건가? 몬스터가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는 짐승인가 보지?”
그러자 마법사인 김장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처음에 스캔 마법을 사용했다. 레벨 3의 몬스터다. 우리 파티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총알 한 방에 쓰러질 정도는 아니지.”
그 말에 모두가 쳐다보자, 현수호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무기가 비싼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자 권혁민이 말했다.
“금수저인가 보군. 뭐…… 우리야 나쁠 건 없지.”
이상한 오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