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23)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23화(123/150)
123화 유그드라실 (4)
대격변 이후 세상은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이젠 몬스터와 이종족 NPC들의 숫자가 인구보다 훨씬 더 많아진 상황.
몬스터와 NPC를 구분 짓는 기준은 너무나도 인간 편향적이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능과 언어적 능력은 물론이고, 강함과 쓸모 그리고 위험도를 따져서 결정했으니.
이제는 머메이드가 된 세이렌은 어느 정도 오해가 풀리고, 위험도가 줄어들었기에 몬스터에서 NPC로 변한 경우다.
하지만 엘프는 반대였다.
너무나도 강하고 위험했기에 그들과 감히 적대할 수 없고 그들의 영역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숲에서는 엘프들의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특히나 세계수의 권역 아래에서는 설사 마약왕이라고 해도 엘프들과 싸울 수 없다고 한다.
초기엔 몇 번 엘프들과 인간이 부딪쳤었지만, 그때마다 인간들은 대패했다.
엘프들의 피해는 거의 없었는데, 제법 이름난 헌터들도 한 명도 살아서 숲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의 일방적인 전투였다.
그런 싸움이 몇 번 반복된 후, 아마존 밀림은 엘프들의 고유한 영역이 되었다.
그러니 현수호 일행은 주인의 허락 없이 함부로 영역을 침범한 셈.
엘프들 역시 인간들의 힘을 잘 알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과 능력을 사용하는 헌터들.
그렇기에 허튼수작 부리는 낌새만 보여도 바로 화살을 발사할 태세였다.
‘그래도 우려보다는 나은 편인가?’
엘프들의 호전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엘프가 인간들을 사냥하여 잡아먹는다고도 했다.
주기적으로 인간을 사냥하고 인육 파티를 즐긴다고.
물론 그걸 믿진 않았지만, 막상 세계수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히 엘프들은 다짜고짜 공격하지는 않고, 최소한 경고는 했다.
현수호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저희는 당신들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숲 그림자가 일렁거리더니, 엘프 한 명이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기는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난 표정마저 아름다운 여성 엘프다.
찬란한 금발에 그와 잘 어울리는 푸른색 눈동자가 일렁거리는 듯한 얼굴.
풀잎을 엮은 옷을 입었고, 엘프답게 귀가 매우 길었다.
생각보다는 앳된 모습이지만, 인간의 시야로 그들의 나이를 추정할 순 없을 거다.
그녀는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은 신성한 축제 중이다. 그 어떤 인간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는 냉담한 표정과 어투였다.
라모스에게 듣던 대로였다.
지금은 엘프들에게 가장 신성한 축제 도중.
그 어느 때보다 경비가 삼엄하고 긴장도 고조되어 있었다.
설사 정령과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지금만큼은 그들과 대화하긴 어려울 거라고…….
‘음…… 이제 어떡하지?’
모든 거래의 기본은 비슷한 가치의 재화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받고 싶은 건 탑 랭커의 저주 스킬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세계수의 열매.
최고의 치료제, 보물 중의 보물이다.
설사 엘프와 말이 통한다고 해도, 이쪽에서 열매의 대가로 내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진성일 회장이 죽기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이기에 무턱대고 왔고 뜻밖에 정령술까지 배울 수 있었지만, 그것으론 아무런 해결책이 안 되었다.
그래도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현수호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알아들은 진서연이 정령술을 사용했다.
그녀가 힘을 사용하자, 가슴에서 황금빛 구체가 소환되었다.
무성한 수풀 때문에 햇빛도 쉽게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밀림이다. 대낮인데도 주변은 새벽처럼 어두웠던 상황.
정령이 빛을 발하자, 주변에 빛이 가득 찼다.
화아아아!
황금빛 정령이 나오고 강렬한 빛이 쏟아지자, 엘프들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다행히 빛에 놀라 화살을 발사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들은 전부 숙련된 전사들.
이 따사로운 불빛이 정령의 것이란 걸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였다.
그들 역시 나타난 정령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무슨 정령?”
라모스는 노련한 정령사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 기준이었다.
엘프는 수천 년을 대대로 정령과 함께 살아간다. 그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정령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그들에게도 황금색 정령은 생소했던 것.
눈앞에 있는 침입자도 순간 잊을 정도로, 엘프의 눈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순간이었다.
[까르륵!]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황금빛 정령이 허공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황금색 빛 가루가 떨어져 찬란하게 부서졌다.
촤르르르!!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닥에 있던 이름 모를 풀과 나무가 갑자기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게 아닌가?
그걸 본 엘프의 눈엔 격랑까지 일었다.
“이, 이게 도대체…….”
처음 라모스는 이 정령을 보고 생명의 정령이라 추측했었다.
아직 정확한 진위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그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얻는 순간이었다.
잠시 입술을 곱씹으며 고민하던 여성 엘프가 허공에 주먹을 쥐어 보이며 소리쳤다.
“모두 정지!”
숲에 숨어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팽팽하게 잡아 당겨진 투기가 어느 정도 느슨해진 게 느껴졌다.
활을 내려놓은 엘프는 여전히 빙빙 도는 정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 아이는…… 누구입니까?”
경계심은 남았지만, 적대감은 사라진 어투다.
엘프의 말에 잠시 당황하던 진서연이 앞으로 나서 말했다.
“며칠 전에 계약한 정령입니다.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는 저희도 알지 못해요.”
진서연이 약간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어찌 되었든 정체도 모르는 정령과 계약하게 된 정령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엘프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황금빛 정령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정령 역시 그녀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마치 아기 새처럼 폴폴 날아와 그녀의 손에 안착했다.
금발의 엘프녀와 황금색 빛무리 정령.
그림과 같은 장면에 현수호와 진서연 모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엘프녀가 입은 복장, 풀을 엮어 만든 옷이 스르륵 움직이는 게 아닌가?
분명 나무에서 떨어진 지 한참 지난 풀잎이었을 텐데, 물을 가득 마신 화초처럼 탱글탱글해지더니 심지어 꽃까지 피우는 게 아닌가?
순식간에 색색의 꽃으로 알록달록해진 엘프녀의 모습.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살피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있을 수 없어……. 기적이야.”
숲의 일족이라 불리는 엘프에게도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었다.
“기적? ……기적?”
얼떨결에 말한 기적이란 몇 번이나 반복하던 엘프녀는 뭔가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혹시…… 저희를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말이었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현수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요?”
“……?”
엘프와 거래할 조건을 드디어 찾았다.
* * *
일행은 엘프들에 의해 숲 안으로 초대되었다.
물론 말이 초대지, 여전히 엘프들로 둘러싸인 상황이었다.
만약 무슨 이상할 짓을 할 낌새가 있으면, 바로 공격하겠지.
그래도 처음 예상보다는 훨씬 나을 상황인 건 분명했다.
만약 대화가 틀어졌으면, 현수호 혼자 몰래 세계수에 침투해야만 했을 테니.
‘……부탁해.’
그렇게 쭉 이동하여 거대한 세계수까지 1km도 남지 않을 무렵, 다수의 엘프들이 이곳으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미남미녀로 이뤄진 엘프들의 모습이다. 이상할 정도로 나이 먹은 엘프의 모습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엘프들은 늙지도 않는 건가?’
당연히 처음 보는 엘프들이었지만, 가장 선두에 서서 다가오는 엘프는 왠지 알 것 같았다.
긴 회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다가오는 남자 엘프.
다른 엘프처럼 전반적으로 마른 체구였지만, 탄탄한 근육이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었다.
다른 엘프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이었다.
‘저자가 대전사로군.’
9레벨의 강력한 엘프 전사.
세계수 권역 안에서라면 10레벨의 탑 랭커와도 비견된다는 소문의 그 엘프를 마침내 마주하게 된 것이다.
‘소문이 틀리지 않았네.’
느껴지는 힘만으로도 하이 랭커 수준을 훌쩍 넘었다.
예전 마주했던 철의 여인, 오스칼과 비슷한 수준이랄까?
여기서 숲의 버프까지 받으면 정말 탑 랭커와도 비등하게 싸울 수 있겠지.
그런 강력한 엘프가 현수호 일행을 보자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프렌! 이게 무슨 짓이야! 어째서 인간들을 신성한 땅까지 데려온 거지?”
일행을 인도했던 엘프녀의 이름이 프렌이었나 보다.
프렌은 당황하지 않고 답했다.
“길을 비켜 줘, 다이렌. 장로님께 이들에 대해 긴히 들이 말이 있어.”
“……심지어 외부인들을 장로님께 보이겠다고? 제정신이야?”
“그럴 이유가 있어. 마침 잘 되었네. 너도 함께 가자.”
의외의 말을 들은 대전사, 다이렌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눈을 찡그렸지만, 조금씩 진정되는 게 보였다.
프렌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다이렌이다. 그녀의 행동에 이유가 있을 거라 판단한 것.
“……좋아. 알겠다. 하지만 가면서 대략적인 내용을 듣고 싶군.”
그 말에 현수호 일행도 귀를 쫑긋했다.
프렌의 권유로 이곳에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자세한 연유는 듣지 못했기 때문.
그 말에 프렌은 잠시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장로님이 그랬었지. 세계수를 치유하려면 기적이 있어야 한다고. 그 방법을 찾은 거 같아.”
그 말에 다이렌도 흠칫 놀랐고, 일행도 역시 놀랐다.
‘치유라고? 세계수를?’
3년마다 반복되는 알테아 축제는, 세계수가 꽃과 열매를 맺는 때를 축복하기 위해 열린다.
그런 축제가 하염없이 길어지는 건, 놀랍게도 세계수가 병들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생명이 다한 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세계수가 죽으면 엘프들 역시 삶의 터전을 잃고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렇기에 엘프들은 세계수를 살릴 방도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자세한 건 장로님과 같이 이야기하지.”
“……알겠다.”
세계수를 살릴 수 있다는 말에, 다이렌의 어투가 누그러졌다.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일행을 쳐다보며 의구심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부담스러워 죽겠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세계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집.
엘프들의 집이라 그런지,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나무가 스스로 변형되어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엘프들이 나무의 정령에게 요청하여 이런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집의 외형은 갖추고 있었고, 덩굴로 이뤄진 문도 있었다.
프렌이 정중하게 외쳤다.
“장로님, 저 프렌입니다. 드릴 말이 있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프렌의 요청에도 집 안에서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혹시 장로가 잠을 자나 싶을 때였다.
갑자기 다이렌이 급히 앞으로 나가 검을 휘둘렀다.
서걱!
덩굴 문이 잘리면서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바닥엔 비쩍 마른 엘프 하나가 피를 흘리며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엘프의 어깨는 통째로 베어 문 듯이 씹혀 형태로 잘려 있었다.
그 흉수는 집 안에 있었다.
[케에에엑!!]사마귀처럼 기다랗고 날카로운 앞발을 지닌 몬스터였다.
앞발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애벌레 같은 형태였는데, 전신이 단단한 검은색 비늘로 덮여 있었다.
그런 괴물 다섯 마리가 장로의 집에 쳐들어와 있었다.
“이 벌레가!!”
“장로님!”
분노한 다이렌이 검을 뽑아 나아갔고, 프렌 역시 급히 활을 들었다.
타다다당!
다이렌은 9레벨의 하이 랭커급이고, 프렌 역시 8레벨의 랭커급의 힘을 지녔다.
세계수 안에 있으니 그들의 레벨은 거기에서 1을 더해야 마땅했다.
그런 강력한 힘에도 놀랍게도 괴물은 단번에 썰리는 게 아니라, 일격을 버티는 게 아닌가?
물론 두세 번 공격이 이어지자 단단한 비늘로 결국 잘렸지만, 한 번 이상 버텼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몬스터는 집 안에만 있지 않았다.
나무집 꼭대기에서 잠복해 있던 괴물 한 마리가 현수호와 일행을 덮쳤다.
“오버 테크놀로지!!”
다이렌의 일격을 버틴 모습을 봤다.
벌레의 형태라고 해도 방심하지 않고, 바로 소닉 블레이드를 소환했다.
윙!!
공진 효과(Resonance effect).
단순히 절삭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물질을 공명하여 분자 단위로 분해시키는 능력을 지녔다.
특이하게 이 기술은 마나가 아닌, 신력을 소비한다.
시간을 초월하여 미래의 가능성을 이 시대에 소환하는 이적이기 때문.
지금까지 소닉 블레이드가 잘라 내지 못한 것은 없었다.
물질은 물론이고, 마법사의 마나 실드도 소닉 블레이드에 닿으면 아지랑이처럼 소멸했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탕!
휘두른 소닉 블레이드에 반발력이 느껴진 것.
몬스터의 단단한 비늘은 신력이 담긴 소닉 블레이드마저 버텨 냈다.
“이게 무슨!!”
다행히 비늘이 무사한 건 아니었다.
소닉 블레이드에 맞은 자리에 살짝 금이 간 게 보였다.
그 틈을 계속 공략하자, 결국 단단한 비늘도 깨졌다.
퍼석!
다행히 비늘 안은 별거 없었다.
검이 몸속을 헤집자, 애벌레 몬스터도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하지만 의외의 고전에 현수호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랭커인 구미호마저 간단히 이긴 자신이 애벌레 때문에 힘을 소비해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
노바는 급히 쓰러진 몬스터에게 다가가 살피며 말했다.
“놀랍군요! 보이는 건 이렇지만, 신체 구조로 보아서 이건 절대로 벌레형이 아닙니다.”
“벌레가 아니라고? 그러면 이게 뭔데?”
누가 봐도 애벌레 형태 몬스터다. 그런데 벌레형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그러자 노바는 믿기 힘든 말을 전했다.
“이건…… 드래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