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24)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24화(124/150)
124화 유그드라실 (5)
드래곤, 용종은 대격변 이후 아주 다양한 형태로 인류와 마주해 왔다.
신화에서처럼 거대한 날개를 지닌 서양 드래곤과 허리가 기다란 동양의 용은 물론.
땅속에 사는 어스 드래곤도 있고, 요정의 특성을 지닌 페어리 드래곤도 발견되었다.
포괄적으로 보면 와이번과 리자드맨까지도 용종이라 볼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하지만 이처럼 벌레 형태의 드래곤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었다.
종류가 어떻든 드래곤들은 모두 강력하다.
심지어 이런 하찮은 형태의 벌레 드래곤 역시 현수호의 권능에 저항할 정도였으니.
“버그 드래곤이라고 해야 하나?”
강력한 방어력에 비하면 움직임 자체는 단순했기에 쉽게 이길 수 있었다.
만약 다른 특별한 공격 수단이 있었으면 훨씬 더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거다.
다이렌과 프렌 모두 버그 드래곤을 잡아낼 정도로 강했기에, 싸움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버그 드래곤을 전부 도륙한 후에야 프렌이 쓰러진 장로를 살필 수 있었다.
“장로님!”
어깨가 물려서 팔이 너덜너덜거리는 모습이다. 설사 살아난다고 해도 팔은 잘라 버리는 게 나을 정도.
출혈량도 많아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죽었을 테지만, 엘프라서 그런지 아직 목숨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상태는 심각했다.
프렌이 붙어서 치료 마법을 시전했지만, 여전히 장로는 정신을 찾지 못했다.
그걸 본 현수호가 나섰다.
“제가 해 보겠습니다.”
오버 테크놀로지로 강화한 힐링 팩터로 치료하려는 것이다.
아직 목숨이 붙어 있다면 살려 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현수호보다 먼저 다가선 게 있었으니, 바로 진서연이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나타난 황금빛 정령이었다.
촤르르르!!
황금 가루를 뿌리며 날아간 정령은, 쓰러진 장로 위를 원을 그리며 빙빙 맴돌았다.
떨어진 가루가 장로의 몸에 닿아 바스러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버그 드래곤에 물어뜯긴 어깨가 순식간에 재생하면서 본래 모습을 되찾는 게 아닌가?
씹어 먹힌 부위는 아직 버그의 위장 속에 있을 텐데 말이다.
과다출혈로 창백했던 안색도 금방 불그스름하게 돌아왔다.
숨을 껄떡거리던 호흡이 점차 안정되더니, 결국 장로가 눈을 떴다.
“으음…….”
“장로님! 정신이 드십니까?”
“괜찮으세요? 일어날 수 있으시겠어요?”
“프렌…… 다이렌?”
“네, 저희입니다!”
다행히 장로의 의식이 돌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완전히 안정을 찾은 건 그로부터 30분 후였다.
* * *
버그 드래곤의 사체를 집 안에서 모두 치운 후에, 일행은 장로의 거실에 옹기종기 앉았다.
깨어난 장로가 가장 먼저 한 건 진서연의 정령을 확인하는 일.
장로는 가장 나이도 많고 가장 지식이 풍부한 자.
심지어 대격변 이전, 그러니까 세계수와 엘프가 지구로 온 이전에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경험이 있었다.
모든 정령을 통달했다고 알려진 장로였지만, 황금 정령 앞에선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처음 보는 정령이구나.”
장로마저 모르면, 황금 정령의 정체를 알 방법이 없다는 소리였다.
물론 지금은 정령의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강력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이 정령이…… 세계수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프렌이 나아가 답했다.
“네, 장로님. 제 옷에도 꽃을 피웠습니다. 그렇다고 세계수의 꽃도 피울 수 있지 않을까요?”
“흐음!”
“장로님께서 말한 기적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일 수 있습니다.”
프렌은 기대감에 찬 어투로 말했다.
기적과도 같은 힘을 직접 겪은 장로였지만, 그는 여전히 신중했다.
세계수는 엘프들에게는 종교 이상으로 신성하고 중요하다. 세계수의 마나가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않으면 엘프는 살 수 없기 때문.
그렇기에 치유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자칫 마나 거부 현상이 일어나면, 오히려 세계수가 고사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도가 없구나.”
이미 세계수는 죽어 가고 있다.
위험하다고 해서 시도조차 안 한다면 결과도 바꿀 수 없다는 소리.
더군다나 황금 정령에게선 그 어떤 사특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장로는 현수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인간이여.”
장로는 인간들의 습성과 문화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필요한 게 없다면, 이 위험한 곳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터.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장로의 모습에, 현수호도 솔직하게 답했다.
“치유가 필요한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수의 열매가 필요합니다.”
그 말엔 장로보다, 일행을 여기까지 데려온 프렌과 다이렌이 더 깜짝 놀랐다.
신성한 나무의 열매를 인간이 먹는다는 게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
하지만 장로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정령의 힘이라면 치료는 충분할 터인데?”
버그 드래곤에 물린 장로도 감쪽같이 치료한 정령의 힘이다. 웬만한 상처와 병은 문제도 아닐 터.
현수호 역시 그 생각을 해 보았지만, 부족하다 느꼈다.
“10레벨의 저주에 당했습니다. 세계수 정도가 아니라면 치료할 수 없겠죠.”
세계수 또한 생명체다.
레벨도 따지면 족히 10레벨이 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세계수의 열매라면 진성일 회장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긴 거고.
그 말을 알아들은 장로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말을 전부 들었지만,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듯이 눈을 감고 한참이나 고민했다.
잠시 후, 눈을 번쩍 뜨며 답했다.
“그렇다면 좋네. 정말 세계수 치료에 도움을 준다면, 열매 하나를 기꺼이 넘기도록 하지.”
그 말에 다시 프렌과 다이렌이 움찔했지만, 뭐라 반박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거래에서 이쪽에 더 우위에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계약이 원활하게 체결되자, 다른 문제를 물었다.
“그런데 아까 그 괴물은 뭐였습니까? 벌레 같은 형상인데도 드래곤의 힘이 느껴지던데요.”
“허허! 그걸 느꼈는가? 역시 보통 인간은 아니군.”
“정말 그게 드래곤입니까?”
“드래곤은 아니네. 그것은 사악한 드래곤의 힘을 먹고 자라난 기생충이네.”
“사악한 드래곤의 힘이라고요? 그게 무슨…….”
현수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자, 장로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고대에 아주 강력하면서도 사악한 블랙 드래곤이 있었다네.”
지구가 아닌, 이세계 이야기.
고대엔 드래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생명체들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블랙 드래곤이 있었다.
단순히 감정에서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드래곤은 세계를 불태워 거슬리는 종족을 전부 없애려 했다.
조금이라도 지성을 지닌 종족이 주목표.
인간과 드워프, 오크와 엘프 등이 그 타깃이 되었다.
인간의 왕궁은 전부 쑥대밭이 되었고, 마을을 잃은 오크는 뿔뿔이 흩어졌고, 드워프들은 지하 깊은 곳으로 숨었다.
하지만 엘프는 도망치거나 숨을 수 없었다. 그들의 보금자리인 숲과 세계수는 움직일 수 없었으니.
그래서 엘프들은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결사 항전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엘프들이 죽었네. 만약 세계수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으면 엘프 역시 멸종했을 거야.”
블랙 드래곤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건, 세계수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현수호가 말한 대로, 세계수는 레벨 10의 힘을 지닌 생명체.
엘프들에게 강력한 버프 마법을 걸어 주는 건 물론이고, 직접 마력을 이용해 강력한 결계 마법을 펼쳤다.
“그 결과 블랙 드래곤을 봉인할 수 있었지.”
아쉽게도 세계수의 힘으로도 블랙 드래곤을 봉인하는 게 고작이었다.
엘프들은 드래곤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세계수의 뿌리에 드래곤을 봉인했다.
그제야 현수호는 버그 드래곤이 출현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힘이 강해져서 세계수가 죽어 가는 건가요?”
“반대이네. 세계수의 힘이 약해져서 봉인의 힘이 느슨해진 거지.”
봉인의 힘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사악한 힘이 새어 나가 버그 드래곤을 탄생했다.
“지금까지 겨우 몇 마리만 확인할 수 있었다네. 이처럼 본격적으로 움직인 건 처음이지.”
버그 드래곤은 정확히 장로를 노리고 집에 침입했다.
외형과는 달리 지능도 있고, 의사소통도 가능하다는 의미.
하긴 소닉 블레이드를 튕겨 낼 정도의 힘을 지닌 몬스터가, 지능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걸 미처 알지 못해서 불의의 습격에 장로가 죽을 뻔한 것이다.
강력한 버그 드래곤도 겨우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어. 세계수의 힘이 줄어들어 봉인이 느슨해졌고, 드래곤의 힘 때문에 세계수가 더 약화되고 있네.”
“그렇다는 건…….”
“세계수를 치유하려면 우선 드래곤을 다시 봉인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네.”
이미 대전사, 다이렌을 비롯한 엘프 정예들이 뿌리에 내려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장로가 다이렌에게 말했다.
“다이렌.”
“네, 장로님.”
“이들도 같이 데려가게나.”
“네? 하, 하지만 인간들을 세계수 뿌리까지 내려보내는 건 좀…….”
여기까지 인간이 온 것만으로도 이미 이례적인 일이다.
하물며 뿌리라니.
세계수를 중히 여기는 다이렌의 머리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장로는 젊은 다이렌보다도 생각이 더 열려 있었다.
“그 드래곤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전투가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약해진 세계수로는 절대로 그 피해를 감당할 수 없을 거네.”
계획만 세우고 아직 실행하지 못했던 건, 바로 세계수를 안전하게 지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탓이었다.
전투 도중에도 지속적인 치유가 필요하다. 그걸 황금 정령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장로는 다시 현수호를 보며 말했다.
“열매를 얻기 위해선 이들과 함께 내려가야 한다네. 어찌하겠는가?”
비록 지금은 봉인되었지만, 한때 세계를 멸망시킬 뻔한 강력한 드래곤과 대적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도가 없었다.
“하겠습니다.”
현수호의 대답에 장로는 다행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이 또 있습니다.”
“뭔가?”
“그토록 강력한 드래곤이라면 이름도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있다네. 워낙 불경한 이름이라 꺼내지 않았을 뿐.”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장로는 드래곤의 이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는 표정을 했지만, 결국 알려 주었다.
“니드호그라는 이름이지.”
블랙 드래곤 니드호그.
그것이 일행이 다시 봉인해야 하는 전설적인 악룡의 이름이었다.
“마지막 정비만 마치고 바로 출발할 생각이네. 자네들도 그때까지는 쉬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현수호 일행은 엘프 원정대의 용병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게 잘 된 거겠지?’
처음엔 바로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치열한 전투는 물론이고, 몰래 잠입해서 열매를 훔치는 것까지 생각했는데, 어느새 같은 편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예상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무려 드래곤과 싸우게 되었다.
걱정하는 현수호와 달리, 노바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드래곤입니다, 마스터!”
“그래, 나도 들었어.”
“드래곤 하트를 얻을 절호의 기회라고요!”
그러고 보니 매번 드래곤 하트를 노래하다시피 말했었지.
현수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싸우는 게 아니야. 봉인하려는 거라고.”
세계수조차 죽일 수 없어 봉인해야만 했던 강력한 드래곤이다.
그런 드래곤의 심장을 무슨 수로 얻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여전히 노바는 포기하지 않았다.
“듣기론 그 봉인도 벌써 몇천 년 전의 일이라지 않습니까? 당연히 드래곤의 힘도 많이 약화되었을 겁니다.”
시간 앞엔 장사 없다.
세계수 역시 이처럼 죽어 가고 있지 않은가?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일 터.
“버그 드래곤의 힘을 보면 아직 생생한 듯한데?”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현수호 역시 진지하게 고민했다.
데스 스타와 싸워 이기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블랙 썬더를 얻어 폭발적으로 강해진 걸 경험했다. 정말 드래곤 하트를 얻으면 더 강해질 수 있겠지.
드래곤 소재로 몸을 개조할 수도 있을 거고.
이 또한 좋은 기회가 아닐까?
“알았어. 그래도 상황을 보고 움직여야 해.”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는 겁니다! 분명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엘프들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흥분한 노바의 말을 전부 들어줘야만 했다.
* * *
“출발하겠다!”
다이렌과 프렌, 그리고 현수호 일행까지 포함된 원정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궁금했던 건, 니드호그가 봉인된 뿌리까지 어떻게 내려가냐는 것이었다.
듣기로는 봉인된 뿌리는 수백 미터 아래에 있다고 한다.
거기까지 땅을 파며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다행히 엘프들도 그런 무식한 방법은 생각하지 않았다.
장로가 주문을 외우자, 땅이 갈라지며 통로가 생겨난 것.
땅의 정령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지팡이를 든 장로가 일행을 배웅했다.
“부디 무사히 다녀오게나.”
“염려하지 마십시오, 장로님.”
다이렌이 자기 가슴에 주먹을 붙이며 답했다.
세계수의 힘 아래서 다이렌은 10레벨의 힘을 지녔다.
든든한 아군이 함께하니 어떤 어려움도 능히 떨쳐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기나긴 통로를 따라 내려간 지 불과 몇 분도 안 되어서 버그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케에에에에!]심지어 장로 집에서 본 것보다 더 크고 진화된 모습의 벌레들.
몸통만 있었던 기존 것과 다르게, 이것들은 바늘처럼 날카로운 다리도 여러 개 달려 있었다.
그런 버그 드래곤이 동시에 수십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하나하나가 7~8레벨의 힘을 지녔다.
놈들을 확인한 다이렌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전투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