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26)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26화(126/150)
126화 유그드라실 (7)
동상은 ‘운명의 세 여신’을 나타내고 했었다.
각각 미래와 현재, 과거를 의인화한 존재들.
인간과 엘프는 물론이고 신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 그리고 세계의 운명을 예언하고 관장했다.
“……라고 쓰여 있군요.”
프렌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여신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다이렌은 팔짱을 끼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군. 운명의 세 여신이 세계수에 물을 주며 돌보며, 날마다 뿌리에서 회의를 연다고. 그냥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던가?”
아주 오래된 전승이다.
인간보다 수명이 몇 배나 높은 엘프들마저 옛 동화라고 생각했던 이야기.
이처럼 너무나도 직관적이고 명확한 형태로 나타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현수호가 물었다.
“그런데 이 신전의 용도가 정확히 뭐죠? 설마 니드호그를 봉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건가요?”
나무 아래 있을 거라곤 절대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신전이다.
신비로운 물질로 만들어진 동상은, 세계수 스스로 만들어 낸 게 아니란 걸 유추하게 했다.
재해급 몬스터인 니드호그를 막기 위해 신전을 세웠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였다.
하지만 신전을 살피던 프렌이 고개를 저었다.
“이 신전은 니드호그의 출현보다 훨씬 이전에 지어진 모양이에요. 어쩌면 니드호그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신전이 세워졌을 거예요.”
드래곤은 수천 년도 살 수 있는 특별한 종족이다.
숨만 쉬며 세월이 지나도, 신성을 얻을 수 있는 반신적 존재들.
특히나 니드호그는 봉인 시점에도 이미 만 살을 넘은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다고 한다.
그런 니드호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지어진 신전이라면, 정말 고대의 신전이라는 소리.
프렌이 여신상 벽에 쓰인 글귀를 찾아내 소리 내어 말해 주었다.
“……예정된 멸망을 피하기 위해 신전을 만들었다고 적혀 있군요.”
“예정된 멸망이라고요?”
“네. 신탁이 내려온 모양입니다.”
프렌이 근처에 있던 벽을 손으로 쓰다듬자, 먼지로 뒤덮인 벽화가 서서히 본모습을 되찾았다.
고대 엘프 예언자가 신탁받는 장면과 그를 믿고 세계수 밑에 신전을 건설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글귀를 몰라도 그림만으로 벽화의 내용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곳엔 니드호그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현수호는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신탁이 맞는 건가? 예언할 게 있다면, 왜 그 미친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
한 차례 격퇴했고 봉인했음에도 기어코 되살아나 이 참극을 일으키는 악룡이다.
니드호그와 싸우느라 엘프들의 수가 반 이하로 줄었고, 세계수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 니드호그가 예언의 중심이 아니라는 게 더 이상했다.
“아니면 혹시…… 니드호그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건가?”
말이 씨가 된다고 하던가?
현수호의 말에 역시나 근처를 살피던 노바가 깜짝 놀란 어투로 말했다.
“마스터! 이쪽에…….”
노바답지 않게, 떨리고 당혹스러운 목소리다.
쭉 이어진 벽화의 거의 끝부분을 살피다가 뭔가 끔찍한 걸 발견한 모양.
현수호를 비롯한 다른 모두가 그쪽으로 다가가 살폈다.
“이건?!”
노바의 말대로 벽화엔 경악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작 다이렌과 프렌을 비롯한 엘프들은 벽화의 그려진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이렌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그림은 뭐지? 운석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벽화 마지막에 그려진 건 행성으로 향하는 빛나는 구체였다.
모르는 채로 봤다면 다이렌의 말처럼 운석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아는 현수호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데스 스타.”
그림에서도 느껴지는 불길하면서도 사악한 힘.
그건 예전 노바가 보여 주었던 데스 스타가 틀림없었다.
놀랍게도 만 년도 전에 살았던 엘프가 데스 스타에 관해 예언한 것이다.
뒤에 이어진 벽화가 더 있었다.
살펴보니, 그들이 사는 행성에 떨어지는 데스 스타를 피해, 엘프와 세계수가 다른 차원으로 도망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설마…… 이게 이들이 지구에 온 이유인가?”
대격변 이후에 갑작스럽게 나타나게 된 몬스터와 NPC들.
당연히 자연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그들은 전부 다른 차원에서 이동한 이주민들이었다.
이른바 타 차원의 난민들.
설마 세계수의 힘으로 차원을 넘었다는 건가?
벽화는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었다.
현수호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것에 덮인 먼지를 찬찬히 손으로 쓸었다.
그러자 역시나 충격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놀란 현수호를 밀어내고 다이렌이 벽화를 살폈다. 그러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아까와 똑같은 그림이잖아.”
역시나 별이 행성으로 다가오는 듯한 그림.
아까와 똑같은 듯했지만, 다른 하나가 있었다.
그건 바로 행성이었다.
현수호는 마지막 벽화의 행성을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다릅니다. 이건…… 지구예요.”
본래 엘프들이 사는 행성에 데스 스타가 온 것처럼, 지구에도 데스 스타가 나타날 거란 벽화.
놀랍게도 고대 엘프 예언자들은 여기까지 예언한 것이었다.
남 이야기가 아니란 걸 깨달은 현수호는 급히 움직였다.
“더 이상 다른 건 없나?”
미래 예지가 얼마나 유능한 힘인지는 직접 겪어 봐서 잘 알고 있다.
만약 여기에 데스 스타를 대항할 수단이라든가, 아니면 간단한 힌트라도 적혀 있다면 좋으련만…….
“없네.”
아쉽게도 벽화는 여기서 끝이었다.
심각한 표정을 서 있는 현수호에게 프렌이 다가가 물었다.
“이 그림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겁니까?”
“그게 사실…….”
현수호는 그들에게 데스 스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알려 주었다.
이오스 행성 등을 파괴했던 데스 스타라는 존재가 이제 8~9년 후엔 지구에 도달할 거라는 것.
지금 보아하니, 과거 엘프들이 살던 행성 역시도 데스 스타에 당한 모양이었다.
엘프들이 갑자기 지구에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고.
그 말을 들은 엘프들은 모두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
아마존 밀림에서 밖으로 한 발도 나가지 않던 엘프들이다.
당연히 데스 스타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들어 본 적 없었다.
만약 10레벨에 오른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데스 스타의 힘을 느낄 수는 있었을 터.
다이렌은 세계수의 힘을 받아 10레벨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는 있었지만, 아직 중급 신성을 얻지는 못했다.
스탯이 비슷하다고 해도, 진짜 탑 랭커와 싸운다면 이길 수 없을 거다.
권능의 힘 차이가 심하기 때문.
“그렇다는 건 니드호그가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인가?”
엘프들은 니드호그 봉인하고, 세계수를 되살리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세계수를 살린다고 해도, 데스 스타가 온다면 모두 소용없는 일 아닌가?
충격에 빠진 엘프들에게 현수호가 말했다.
“그래도 그전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현수호가 진성일 회장을 살리려는 이유 역시 같았다.
내일 당장 종말이 온다고 해도 지금 해야 할 일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게다가 진성일 회장을 살리는 게, 다가올 싸움을 대비하는 방법이라 믿었다.
현수호의 말에 다이렌이 짧은 방황에서 깨어났다.
“그렇군. 인간 네 말이 맞다. 지금은 세계수를 살리는 게 우선이지.”
혹시 몰라 신전을 돌아보며 니드호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폈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벽화나 글귀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나?”
신전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달라진 건 없었다.
……라고 생각할 때였다.
갑자기 운명의 세 여신상 중 가운데 서 있는 여신, 베르단디가 들고 있던 검이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바닥에 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 검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더니 누군가의 발밑에서 우뚝 멈췄다.
그건 현수호의 앞이었다.
“어라? 이게 왜 갑자기…….”
현수호는 무심코 허리를 숙여 그것을 들어 올리다가 깜짝 놀랐다.
여신상의 동상은 모두가 나무와 돌이 아닌 신비로운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면이 아주 맨들맨들한 게 합금인 듯하면서도 금속은 아니었다.
다른 여신이 든 검 역시 같은 재질. 그런데 이 검만은 나무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이건 그냥 장식용 단검 같은데?”
검날이 한 뼘 정도로 작은 단검이다.
나무인데다가 날도 안 서 있어, 얇은 종이도 자르지 못할 것 같았다.
그걸 본 다이렌이 다가와 단검을 살폈다.
“여신의 검인가? 상서로운 징조로군.”
다이렌의 검 역시 목검.
하지만 그건 같은 나무라도 아주 예리하게 날이 서 있었다.
아쉽게도 이 검은 의식용으로 보였다.
“흠!”
다이렌은 약간 고심했다.
세계수 신전에 있던 물건이니 엘프의 물건이 확실했지만, 공교롭게도 현수호의 발밑에 떨어지지 않았던가?
본래 다이렌은 엘프 중에서도 엄청나게 보수적인 성향이었다.
엘프가 아닌 종족, 특히나 인간을 절대로 믿지 않고 배척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 검을 남에게 넘기지 않았겠지.
하지만 현수호의 놀라운 힘과 데스 스타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조금은 그런 마음이 누그러진 모양이었다.
“여신의 뜻이 있겠지. 일단 인간 네가 가지고 있어라.”
그의 말에 현수호는 단검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일단 허리춤에 끼어 두었다.
어쨌든 세계수의 가지로 만들어진 모양이니 나중에 업그레이드 재료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드르륵 소리와 함께 신전 한 구석에 있던 벽이 열리며,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생겼다.
세계수가 니드호그가 있는 지하로 일행을 안내한 것.
마치 필요한 모든 걸 보여 줬으니, 이제 내려가라는 듯했다.
“역시 세계수는 일부러 우릴 여기까지 인도한 모양이군.”
지금은 니드호그의 부활이 코앞에 둔 위급한 시점이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세계수는 굳이 일행을 신전으로 안내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
익숙한 느낌이다.
이 느낌은 예전에도 받은 적 있었다.
바로 미래 예지를 받고, 그에 맞춰서 임무를 진행할 때.
현수호는 자신이 여기에 온 게 단순히 우연이 아님을 느꼈다.
손바닥으로 나무 단검을 만지작거리며 일행을 따라 계단 아래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이동했을까?
사방에서 흙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뿌리에서도 거의 끝부분에 도착했다는 증거였다.
역시나 조금 더 내려가니, 니드호그가 봉인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에 텅 빈 넓은 공간.
그 중신엔 마치 붉은 심장처럼 벌떡벌떡 뛰고 있는 둥근 점액질이 보였다.
쿵! 쿵! 쿵!
심장을 죄는 듯한 불길한 울림.
숨조차 쉬기 버거운 그 순간, 살짝 찢어진 틈으로 니드호그의 포악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니드호그는 뜻밖에 아주 명확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신의 하찮은 종복들이로구나. 네놈들이 아무리 발악해 봤자 파멸의 날은 결국 도래할 것이니라.]만 년을 산 고대의 드래곤.
비록 블랙 드래곤 특유의 괴팍하고 다혈질 성질이었지만, 지혜롭고 강대한 신력까지 갖춘 반신급 존재다.
한때는 모든 종족의 존경까지 받던 최강의 생명체.
그런 니드호그가 갑자기 정신이 나가 세상을 파괴하려는 게 미스테리라면 미스테리였다.
그 비밀이 지금 풀렸다.
[힘이 느껴진다. 곧 그분께서 이 땅에 강림하여 모든 걸 정화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