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34)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34화(134/150)
134화 별의 세기 (3)
* * *
파리에 있는 웜홀 게이트를 경유하여 움직이니, 인도에 도착한 건 불과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인도 국경에서도 목적지에 가는 데 시간이 꽤 필요하다는 점.
게다가 드넓은 인도 땅에서 짧은 영상만으로 정확한 장소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노바가 없다면 말이다.
[이쪽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노바는 영상에 스치듯이 보인 산의 윤곽만으로도 가야 할 장소를 특정할 수 있었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수한 사진과 영상 데이터가 쌓인 덕분이다.
아무리 헌터의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강산이 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현수호는 산맥을 낮게 비행하면서 말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모두 뻥이었네.”
[아닙니다.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2, 30년이 지나면 지형이 유의미하게 바뀝니다. 다만, 제가 그 오차까지도 계산하여 데이터를 보완한 거죠.]“결국 자기 자랑이지?”
[에헴!]노바와 노닥거리면서 애써 불안감을 덜려 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국 쪽은 어때?”
[이제 막 놈들이 태백산맥을 넘었습니다. 이제 몇 분 후면 서울에 도착할 겁니다.]“제길! 더럽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네! 그놈들은 휴게소도 안 들린대?”
한국의 유일한 EX급을 암살하는 건, 일본에서도 부담이 큰 작전이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지려는 수작이겠지.
“락슈미 님에게 가르침 받지 않은 놈들만 있다고?”
[그렇습니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행동강령 권능을 의식한 모양입니다.]아무리 강력한 헌터라고 해도, 모든 스탯 30% 디버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순히 레벨로 따져도 약 0.6 정도 떨어진 효과.
그래서 애초에 권능에 영향받지 않은 놈들로 준비한 모양이다.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네.”
몰랐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거다.
하지만 노바 덕분에 놈들이 오는 경로는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이쪽도 하이 랭커급인 추혼창과 랭커인 나연실, 그리고 이제 막 8레벨에 오른 은휘광이 있다.
해볼 만하다는 의미.
아니었다면, 간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도움을 받았을 터.
“문제는 역시 슈텐도지인데…….”
10레벨 탑 랭커는 이 모든 계산을 송두리째 날릴 파괴력이 있다.
행동강령 디버프가 있다고 해도, 지금 한국에 슈텐도지를 막아 낼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설령 현수호가 함께한대도 마찬가지.
그러니 인도행을 택한 것이다.
[이제 곧 도착입니다. 지금부터는 집중하시죠.]“알겠어.”
몇 분 더 가니,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노바가 시뮬레이션으로 보여 준 바로 그 장소에 도착한 것.
하늘로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영상에서 봤던 형태로 멈춰 있는 구름도 보였다.
“영상은 조작이 아니었어. 다행이야.”
지금은 날씨가 조금 흐려서, 구름의 형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쉬던 헌터들이 우연이라도 저 구름을 발견하긴 어려웠을 터.
운이 정말 좋았다.
“정말 락슈미 님이 관련되어 있다면, 단순히 운이 아닐 수도 있겠지.”
현수호는 락슈미를 직접 보고 느꼈다.
수많은 별의 운명을 조율하던 절대자.
아무리 늙고 병들었다고 해도, 그런 그녀가 허무하게 당하진 않을 터.
어쩌면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또한 락슈미의 인도가 아니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현수호는 비행하지 않고, 땅에 내려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이렇게 보니 더 확실하네.”
영상에서는 특정한 모양의 구름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직접 와 보니 구름 근처의 넓은 범위가 전부 멈춰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로세로 너비가 적어도…… 2, 30km는 되겠는데?”
[정확합니다.]서울의 크기가 약 600㎢다.
정지된 공간의 넓이가 거의 서울만 하다는 의미.
현수호가 조심스럽게 그 경계를 통과하자, 과연 밖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광경이 보였다.
평온하던 밖과 달리, 이곳엔 한바탕 거대한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듯했다.
거대한 나무가 폭풍우를 만난 것처럼 반으로 뚝 부러져 있었고,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긴 곳도 있었다.
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봉우리가 날아갔네.”
마치 가위로 오린 것처럼 거대한 산봉우리에 동그란 구멍이 뚫렸다.
멀리서 봤을 땐 손톱 만 한 크기지만, 가까이 가면 지름이 족히 백여 미터는 될 터.
전투가 있던 게 분명했다.
그것도 엄청난 실력자들이 싸운 게 분명했다.
“역시나 환영 마법이었나?”
정확히는 환영 결계 마법.
보통 마법사들이 추격자들의 눈을 피해 숨거나, 몰래 기습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고작해야 작은 면적을 가리는 정도다.
이처럼 대도시를 전부 가릴 정도로 거대한 환영 결계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것으로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이곳에 락슈미 님이 아닌 다른 탑 랭커가 있어.”
탑 랭커 수준이 아니라면, 이런 마법과 이런 기운을 쏟아 낼 수 없었다.
문제는 탑 랭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
[마스터 10시 방향에 다수의 사람을 포착했습니다.]“확인했어.”
노바가 말한 곳에 대여섯 명의 인원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니 날아다니고 있었다.
모두 자유롭게 비행 능력을 사용하는 강력한 헌터라는 소리.
[상대에게서 탐색 능력 감지. 광학 굴절 렌즈를 사용하겠습니다.]노바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림자에서 나노머신 입자가 쭉 늘어나면서 2m 크기의 투명한 렌즈가 생성되었다.
전신 거울처럼 큰 렌즈의 형태.
그 앞에 서자, 현수호의 모습이 투명해졌다. 빛을 굴절시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런 투명 망토 본 거 같은데.”
마나를 사용한 은신 스킬이 아니라서, 적들의 탐지 능력에도 걸리지 않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하늘을 나는 놈들은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탐지 능력 쪽에 특화된 모양이었다.
그의 몸에서 기이한 기파가 쭉 뻗으며 사방을, 심지어 바위틈이나 땅속까지 샅샅이 훑는 게 보였다.
그 범위가 어찌나 넓은지, 심지어 수 km 떨어진 현수호에게도 날아왔다.
노바가 급히 경고했다.
[마스터! 들키겠습니다!]단순한 광학 렌즈로는 저 기파를 속일 수 없다.
현수호는 당황하지 않고 급히 능력을 사용했다.
눈에 힘을 주자, 둠아이의 능력이 발휘된 것.
위잉!
주변의 모든 마나를 무효화하는 마나 결빙 능력.
파괴 광선을 내뿜는 사이클롭스 눈은 포기해도, 이 능력은 절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도 능력은 잘 먹혔다.
마치 손으로 더듬거리는 것처럼 다가오던 기파가 마나 결빙 범위 안에 들어오자, 시든 상추처럼 축 늘어졌다.
다행히 상대는 그걸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오래 지속할 수 없는 능력인지, 기파는 빠르게 사라졌다.
기파가 사라지자, 탐색 능력자가 한참이나 비틀거리는 것도 보였다.
‘락슈미 님을 찾고 있는 거겠지?’
락슈미가 아니라면, 이 정도의 인원이 모여 움직일 리가 없었다.
걱정되는 건 치열한 전투 흔적이었다.
수천 년의 세월도 버틴 산맥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하게 쪼개졌다.
이곳에서 어떤 싸움이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그 때문에 락슈미의 힘이 약해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서울 쪽의 상황도 현수호를 조급하게 했다.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서울 근처의 협곡에서 저희가 먼저 기습했습니다.]‘슈텐도지는 있어?’
[슈텐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그건 참 다행이네. 상황은 어때? 기습으로 피해를 많이 줬어?’
[예상보다 상대의 전투력이 더 강력합니다. 상대들의 몸 주변에 기이한 부적이 돌아다니면서 공격을 무효화하고 있습니다.]슈텐도지는 EX급 음양사.
부적을 다루는 데 특화된 주술사다.
현수호의 ‘기계신의 오라’처럼 슈텐도지가 꼭 같이 있지 않더라도, 강력한 버프를 줄 수 있는 모양.
그 때문에 기습의 효과도 생각한 것만큼 그리 크지 않았다.
[지금은 난전 상황입니다. 삐뽀 부대가 벌써 반수 이상 격파되었습니다.]삐뽀들은 나중에 수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탱커이기도 한 그들이 너무 빨리 쓰러지면, 다음은 길드원들 차례일 터.
“……그들을 믿는 수밖에.”
여기까지 온 이상 후퇴할 수도 없었다.
만약 정말 락슈미를 구할 수 있다면, 다른 방도가 생길 수도 있겠지.
그렇게 믿고, 현수호는 앞으로 나아갔다.
‘상황을 자세히 알려 줘.’
[적들로 보이는 헌터들이 서너 명씩 짝을 맺고 돌아다니는 중입니다.]‘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20팀입니다. 미니맵으로 상대의 위치를 표시하겠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시야에 반투명한 지도와 깜빡이는 점들이 나타났다.
그걸 보고 잠시 고민하던 현수호가 말했다.
“이렇게 하자.”
* * *
현수호의 생각대로 이곳에 모인 자들은 레우스 기사단의 정예였다.
락슈미가 은거한 곳은, 일본 신녀의 신탁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신탁을 위해서 무려 만 명의 인간이 희생되었다.
위치를 파악하고 병력을 모아 기습했다.
상대가 락슈미인 만큼 단숨에 공격해서 상황을 길게 끌고 가지 않으려 했다.
행성도 박살 낼 정도의 힘이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는데도, 락슈미는 죽지 않고 도망쳤다.
“퉤! 진짜 괴물이네. 아무리 락슈미라고 해도 그 공격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락슈미를 수색하던 헌터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면서 소리쳤다.
작전에 투입된 헌터만 200명.
모두 7레벨 이상이고, 8레벨 이상의 랭커급도 50명이나 있었다.
한 나라에 겨우 두세 명 있을까 말까 한 8레벨이 무려 50명이나 모였다.
락슈미를 제거하기 위해서 힘을 짜낸 것일지라도, 레우스 기사단의 저력을 보여 주는 지표였다.
그만큼 레우스 기사단에게도 이번 작전이 간절하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여기에도 없나? 그러면 다른 장소로 이동하자.”
서너 명으로 구성된 팀에는 꼭 한 명씩 추격, 탐지 능력자가 있었다.
혹시 일이 어긋나서 락슈미가 숨었을 때를 대비한 치밀한 인원 구성이었다.
어쩌면 일본 신녀는 이런 상황까지 보았을 수도 있었다.
“여기는…….”
탐지 능력을 사용하던 헌터가 고개를 가웃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락슈미를 찾았어?”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능력이 닿지 않는 곳이 있지?”
그는 7레벨 탐지 능력자.
스킬을 사용하면, 주변의 모든 상황을 낱낱이 살필 수 있다.
그런데 마치 허공 한가운데가 뻥 뚫린 듯이 아무것도 안 느껴지지 않은가?
그러자 옆에 있던 헌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락슈미와의 싸움에서 공간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니야? 그럴 만한 전투였잖아.”
“그런가?”
천지가 뒤집히는 전투를 직접 목격했다.
차원에 구멍이 뚫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허전한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침내 그 공백이 바로 앞까지 왔을 때야, 뭔가 잘못된 걸 깨달았다.
“아니야! 달라! 뭔가 이상…….”
탐지 능력자가 경고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어느새 그들 앞에 나타난 현수호가 검을 휘둘렀기 때문.
윙!
현수호의 쌍검이 빠르게 훑고 지나가자, 그들은 비명 지를 새도 없이 반으로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단숨에 한 무리를 전멸시킨 현수호는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역시 탐지 능력을 사용하고 있을 때가 더 쉽네.”
[제가 뭐라 했습니까? 헌터들은 자기 능력을 너무 과신한다고요.]광학 굴절 렌즈로 모습을 가리고, 둠아이의 마나 결빙 능력으로 스킬을 피했다.
두 가지 복합적인 능력이 없었다면, 현수호도 이렇게 쉽게 저들을 쓰러트릴 수 없었을 거다.
플라즈마 빔으로 저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금방 다른 헌터들에게 들키겠지.
“벌써 다섯 무리인가?”
같은 수법으로 쓰러트린 숫자가 25명이다.
그중에선 8레벨의 랭커급의 강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가 좁다 하며 호령했을 초인이다. 이런 곳에서 어이없이 죽을 줄은 자기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다음으로 이동하자.”
현수호의 목적은, 어떻게든 포위망을 느슨하게 해서 어딘가 숨어 있는 락슈미가 도망칠 기회를 주려는 것.
짧은 시간 20팀 중에서 5팀을 쓰러트렸으니,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적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큰일입니다. 저들도 이상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주기적으로 통신하던 중에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니, 이상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물론 각오한 일이다.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 것도 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잠시 몸을 사리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위험합니다.]‘알겠어.’
아무리 현수호라고 해도 몰려오는 적들, 그것도 레우스 기사단의 정예를 상대론 싸울 수 없었다.
지금은 잘 숨을 때다.
어쩌면 적들이 이쪽에 시선을 뺏길 때를 틈타, 락슈미가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
현수호는 광학 렌즈를 몸에 두르고 서둘러 숨을 곳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엔 현수호가 한발 늦었다.
“락슈미가 아니군. 너는 어디서 들어온 쥐새끼지?”
어느새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치렁치렁한 주술사 복장을 한 누군가가 현수호 앞을 가로막았다.
처음엔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선이 가는 얼굴과 긴 머리카락을 지닌 모습이다.
목엔 뼈로 만든 목걸이가 걸려 움직일 때마다 달그락 소릴 냈다.
주변엔 광학 굴절 렌즈로 둘렀음에도, 그는 정확히 현수호를 보고 있었다.
현수호는 단숨에 그가 누군인지 알 수 있었다.
‘슈텐도지? 어째서 이곳에…….’
랭킹 4위의 초월자, 슈텐도지.
그는 은휘광이 아닌, 락슈미를 노리고 이곳에 와 있었다.
게다가 슈텐도지가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바람이 살짝 살랑이면서 불타는 듯 붉은 머리의 거구의 남성도 등장했다.
험상궂은 얼굴에 아래쪽 송곳니가 입술을 비집고 툭 튀어나온 게, 꼭 악귀의 형상을 보는 듯했다.
그 역시 현수호가 잘 아는 인물이었다.
‘타화자재천?’
랭킹 8위의 타화자재천.
일본에 이어, 중국의 탑 랭커도 이번 전투에 참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