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36)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36화(136/150)
136화 별의 세기 (5)
락슈미가 죽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이 험지에 들어온 현수호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는 소리.
하지만 정말 락슈미가 죽었다면, 여기 있는 형상은 무엇일까?
단순히 영혼만 날아왔다면, 슈텐도지 또한 경계할 정도의 강력한 힘을 내뿜을 수 있을까?
락슈미를 목두한 슈텐도지는 일이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슈텐도지는 10레벨 음양사.
세상 모든 주술과 저주, 이치와 섭리까지 통달한 위대한 술사다.
그런 슈텐도지에게도 락슈미가 지금 보여 주는 술법은 새롭고 경이로웠다.
[홀홀홀!]예전과 다를 것 없는 락슈미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에 현수호는 안도감과 활력이 솟는 게 느껴졌다.
락슈미는 여전히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즈미 그 아이의 예지로 모든 일을 꾸몄겠지?]이즈미는 일본 신녀의 이름.
무려 만 명이 넘는 인명을 제물로 바친 후에야 락슈미를 사냥할 절호의 시기를 예지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본 신녀의 예지는 빗나가지 않았다.
슈텐도지와 타화자재천의 공격을 받은 락슈미는 견디지 못하고 이미 운명을 다한 것.
원래도 락슈미의 몸은 거의 한계에 닿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탑 랭커 둘이 협공하니, 견디지 못한 몸이 미라처럼 변하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작전은 대성공이었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신녀는 락슈미의 죽음만을 보았지만, 락슈미는 그보다 더 너머를 보았던 것.
[아주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려 왔노라. 처음 미래를 내다보았을 때 보았던 나의 끝이었다.]락슈미는 모든 풍경을 눈에 담으려는 듯이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죽음마저 엿볼 수 있던 위대한 예지자.
이미 수십 년 전에 지금 이곳에서 벌어질 일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슈텐도지와 타화자재천이 힘을 합쳐 자신을 죽일 거라는 것.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도 락슈미는 자신을 죽일 둘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거다.
슈텐도지는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알고…… 있었다고? 그런데 왜?”
예지된 운명일지라도 락슈미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빗겨 낼 방법이 있었을 터.
하지만 그녀는 도망치거나 숨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너희를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단다.]그 말에 슈텐도지는 소름이 쫙 돋는 게 느껴졌다.
이 넓은 지역은 락슈미를 사냥하기 위한 거대한 함정이었다.
예지로 최적의 날을 선정했고, 수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락슈미의 힘을 약화했다.
주변엔 슈텐도지의 음양술의 힘이 가득한 상황.
그런데 락슈미의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마치 다른 색칠로 덮듯이 슈텐도지의 기운을 차지하는 게 아닌가?
슈텐도지는 즉시 음양술을 사용해 그 현상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 어떻게 아직도 이런 힘을……?!”
[홀홀홀! 말하지 않았느냐? 평생 이날을 대비하고 있었다고.]레우스 기사단은 쥐 몰이를 하듯, 락슈미를 여기 산맥까지 밀어냈다.
며칠 전에 함정 마법을 설치한 정확한 위치.
모든 건 그들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결계 마법에 갇힌 락슈미는,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하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들이 어찌 알 수 있었을까?
함정 마법을 설치한 이 장소에, 이미 오래전 락슈미가 그들의 위한 함정 마법을 설치해 두었다는 걸.
슈텐도지가 안간힘을 쓰며 주술을 제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럴 수가! 내 주문이……!!”
주문의 제어권을 빼앗겼다.
상대의 주문을 빼앗으며 농락하는 건, 둘 사이의 역량이 최소 1레벨 이상 벌어져 있어야 가능한 일.
아무리 락슈미라고 해도 같은 레벨의 슈텐도지의 힘을 빼앗을 순 없었다.
이런 게 가능한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을 초월한 힘을 얻었기 때문.
비로소 슈텐도지도 그걸 깨달았다.
“설마…… 원영신(元瑛神)인가?”
도가의 계열의 최고 술법.
탈각(脫殼).
지금 락슈미는 육체를 벗어나 순수한 영체로 변한 상태였다.
그러니 현수호의 손에도 만져지지 않았던 것.
구슬이나 보배를 잘 닦듯이, 혼백의 기운을 잘 다스리면 육체를 초월하는 우주적 기운을 다스릴 수 있다.
생사현관이 타통하여 백회와 회음으로 에너지가 순환되며 천지와 소통하고, 전신이 태초의 빛으로 변하게 된다.
지금 락슈미의 모습이 반투명하게 반짝이는 것도 그 때문.
하지만 이 수법이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원영신의 모습으로 육체를 초월하면, 다시는 육체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
즉, 사용하면 죽고, 죽어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어차피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락슈미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었다.
뒤늦게 타화자재천이 이곳에 날아왔다.
“뭐냐?! 무슨 일이냐?!”
축지법으로 한걸음에 이곳까지 당도한 타화자재천 역시, 현수호 뒤에 둥둥 떠 있는 락슈미를 보며 흠칫 놀랐다.
“이런 곳에 있었느냐?”
거대한 몽둥이를 집어 단숨에 휘두르려는 타화자재천에 슈텐도지가 경고했다!
“그만! 멍청이! 멈춰!”
그 말에 타화자재천이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뭐냐?! 왜 말리는 거냐?!”
“저 상태가 안 보이냐? 지금 락슈미는 저놈과 합체했다고!”
원영신 상태인 락슈미는 혼자 움직이지 않고, 현수호의 몸에 착 달라붙은 상태였다.
락슈미는 움직일 몸을 얻고, 현수호는 락슈미의 막대한 힘을 얻은 상황.
타화자재천도 그걸 깨달았지만,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며 소리쳤다.
“그게 어떻다는 소리냐? 어차피 다 쳐부수면 되지 않아?”
“이 머저리! 아직 행동강령 권능이 사라지지 않았다! 먼저 공격하면 안 된다고!”
먼저 공격하면 모든 스탯 –30% 디버프에 걸릴 수밖에 없다.
락슈미가 원형신의 모습으로, 그러니까 본래 힘을 완전히 회복하고 나타난 상황에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걸 깨달은 타화자재천도 인상을 썼다.
“빌어먹을!”
슈텐도지가 냉정하게 말했다.
“어차피 락슈미를 해치운다는 목표를 완료했다. 이제 후퇴하자.”
원영신 상태는 막대한 힘을 소비하니,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이대로 후퇴하면 락슈미의 영혼은 서서히 사라지고 말 터.
굳이 무리하면서 싸울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락슈미 역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술법을 걸어 두었더구나.]락슈미가 손을 휘젓자, 주변의 기운이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되었다.
슈텐도지가 락슈미를 잡기 위해서 걸어 두었던 술법이다.
최강자를 잡기 위해 펼친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드래곤 본만큼이나 귀중한 소재가 아낌없이 사용되었다.
그런 술법이 오히려 이제 이들을 억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슈텐도지가 사용했을 때보다 더 주술의 힘이 강해졌다.
엄청난 힘이 몰아치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레우스 기사단 병력들이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크억!”
약한 자들부터 차례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슈텐도지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제길! 내 음부십마해(陰府十魔解)가 락슈미의 손에 넘어가 버렸어!”
사이한 술법이 많은 음양술 중에서도 가장 악독하기로 손꼽히는 술법이다.
산 자에게 있어 최강의 공포라는 ‘죽음’조차 희망이라며, 그 작은 희망조차 좌절시킬 수 있는 잔혹하고 악독한 술법.
섭혼(攝魂), 섭심(攝心), 최혼(催魂), 탈혼(奪魂) 등의 온갖 사이한 술수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산 자의 영혼 및 신체는 물론 이미 죽은 자들의 혼조차 지배할 수 있었다.
어쩌면 처음에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조차 다행이라 말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주술에 휘말린 이들은, 온갖 끔찍한 환영에 빠져 죽을 때까지 제정신을 차릴 수 없기 때문.
시술자인 슈텐도지 또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진법은 사기를 먹으면서 점점 더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설사 죽어서 혼백이 된다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어!
슈텐도지의 격양된 말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타화자재천 역시 당황하며 물었다.
“네 주문이잖아! 그러면 깨는 방법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락슈미를 잡기 위해 만든 진법이다! 힘으로 깰 수 있는 게 아니야! 주술핵을 부서야 한다.”
“그 주술핵이란 게 어디에 있는데?”
“원래는 수백 명의 심장을 엮어 만든 제단이 핵이었는데…….”
주술의 주도권이 넘어간 순간, 제단이 파괴된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젠 주술핵은 완전히 다른 곳에 위치했다.
슈텐도지는 현수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이 새로운 핵이다! 결국 놈을 죽여야 해!”
행동강령 디버프 때문에 어떻게든 현수호를 먼저 공격하지 않으려 했다.
슈텐도지가 수하들에게 버프만 주고 직접 전투에 뛰어들지 않은 것도 그 때문.
하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음부십마해의 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질 거다.
최대한 빨리 현수호를 죽여야만 했다.
타화자재천이 이를 바드득 갈며 외쳤다.
“결국 또 당한 건가? 일본 신녀라는 년은 큰소리 뻥뻥 치더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직 당한 건 아니야. 결국 놈만 죽이면 해결되는 일이다. 아무리 락슈미라고 해도 우리 둘의 운명엔 개입할 수 없을 터.”
슈텐도지는 품속에 있는 부적을 꺼냈다.
“락슈미는 본래 전투형이 아니다. 지금도 단지 버프만 주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면 결국 저 애송이의 행동에 달렸다는 뜻이지.”
“크흐흐! 그렇다면 쉽지.”
슈텐도지는 거대한 방망이로 유령처럼 현수호 뒤에 둥둥 떠 있는 락슈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빌어먹을 노인네! 너는 구시대의 망령이다! 이젠 새로운 세대를 위한 거름이 되어라!”
현수호 따위는 단숨에 찍어 누를 수 있다는 태도였다.
탑 랭커 둘이 모인 상황이니 어쩌면 당연한 자신감일 터.
성미 급한 타화자재천이 먼저 움직였다.
“단숨에 부순다!”
그가 쥔 방망이는 투박하게 생겼지만, ‘마라의 뿔’이라는 전설급 아이템이었다.
태초의 악의 힘이 잠재해 있다는 마물.
그 어떤 보호 주문이나 신성력 또한 이 압도적인 악의 앞에선 아지랑이처럼 허물어질 뿐이다.
근접 공격을 선호하는 타화자재천에겐 아주 안성맞춤인 무기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술과 권능, 법칙 또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모두 사그라들었으니.
타화자재천은 락슈미의 권능 또한 부술 생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깡!!!
타화자재천에겐 익숙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가 방망이를 휘두르면 언제나 전면 공간이 넓은 부채꼴 형태로 무너져 내리는 파멸음이 들렸다.
무엇도 막을 수 없는 파괴 전차와 같은 공격.
그런데 뜻밖에 현수호가 내민 검에 간단히 막혀 있었다.
타화자재천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음?!”
반면 무려 탑 랭커의 능력을 가볍게 막아 낸 현수호는 의외로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렇군. 이제야 알겠어.”
락슈미의 힘을 받은 순간, 현수호는 자신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이미 경험치 바는 꽉 찬 상황.
깨달음을 얻은 현수호는 마침내 새로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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