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3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39화(139/150)
139화 별의 세기 (8)
락슈미가 목숨을 바쳐 완성한 원영신의 경지.
그 힘은 역시나 막강했다.
본래도 10레벨의 최강자인 그녀를 거의 11레벨에 근접하게 만들었다.
10레벨 둘과 싸워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한 건 그 때문.
현수호의 힘은 그저 한강에 한 바가지를 더한 정도일까?
만약 슈텐도지와 타화자재천이 한 몸처럼 힘을 합쳤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승패가 바뀌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엇비슷한 싸움은 되었을 터.
하지만 둘은 평생을 최강자로 살았던 이들.
손짓 한 번이면 대부분의 싸움을 싱겁게 끝낼 수 있었다.
그런 이들이 언제 어디서 제대로 협공을 해 보았겠는가?
자기의 힘만 믿고 제각각 따로 움직여, 전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했다.
‘대부분은 타화자재천 때문이지만.’
저돌적으로 돌진한 타화자재천이 잘못했지만, 슈텐도지도 문제가 없진 않았다.
타화자재천은 너무 겁이 없었고, 슈텐도지는 너무 조심했다. 아니 소심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슈텐도지는 락슈미의 모습이 보일 때부터 이미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락슈미 님을 죽이는 작전에 투입되었단 말이지.’
슈텐도지에게 락슈미는 스승이자 평생 넘어야 할 벽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주술과 저주를 습득한 EX등급의 음양사.
하지만 세계 최고 법사가 되기 위해선 락슈미를 뛰어넘어야만 했다.
젊은 날엔 자신만만했다.
애초에 락슈미는 전투 직업이 아닌, 보조 직업이다.
시간만 지나면 힘은 금방 역전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 오만은 역설적이게도 레벨 10에 오르면서 깨어졌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레벨 10이 되어서야, 자신과 락슈미와의 격차가 얼마나 까마득한지 알 수 있었다.
슈텐도지는 온갖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락슈미를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심지어 인간을 산 제물로 바치는 금기를 범하기도 할 정도의 광기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락슈미와의 격차는 멀기만 했다.
늙고 쇠약하여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순간에도 끝내 역전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슈텐도지는 이곳에 자청하여 온 것이다.
최소한 락슈미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끝내지 않으면, 영영 그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걸 알기에.
결국, 타화자재천과 손잡고 죽이는 덴 성공했지만, 혼령이 되어 나타난 락슈미에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언제까지 나를 가로막을 셈이냐! 그쯤 했으면 이젠 이 세상에서 사라져!”
그 말에 답한 건 락슈미가 아닌 현수호였다.
“시끄러워! 너나 죽어!”
현수호가 퀘이사포를 슈텐도지 쪽으로 조준했다.
철컥!
타화자재천의 무적 육체도 간단히 꿰뚫은 막강한 에너지다.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슈텐도지의 육체 따위는 스치기만 해도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질 터.
그에 놀란 슈텐도지가 주변에 부적을 흩뿌리며 방어막을 몇 겹이나 펼쳤다.
펄럭! 펄럭!
날아간 수많은 부적이 허공에 펄럭이더니, 흰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태극을 만들어 냈다.
“태극음양도(太極陰陽圖)!!”
슈텐도지가 아는 최고의 방어 술식.
삼라만상의 기운을 품은 음양의 태극이 다가온 힘을 흡수, 중화하여 평범한 자연의 기로 순화시키는 술법이었다.
드래곤 브래스조차 이 태극 안에 휘말리며 따스한 아지랑이로 화한다.
하지만 우주의 폭발을 재현한 퀘이사 준성자포에겐 통하지 않았다.
챙그랑!
너무나 강대한 기운에 음양오행의 기운이 산산이 흩어지며 결국 파괴되고 말았다.
그래도 효과가 아주 없던 건 아니었다.
휘몰아치는 태극의 영향인지, 퀘이사 에너지의 각도가 아주 살짝 비틀어진 것.
그래서 슈텐도지의 가슴 정중앙을 향해 나아가던 준성자포가 살짝 비틀리며 슈텐도지의 뺨을 살짝 스치며 지나쳤다.
“크윽!”
아찔한 통증에 반사적으로 뺨을 만지자, 흥건한 피가 묻어 나왔다.
에너지포가 피부는 물론이고 광대뼈 일부분을 소멸시키고 나아간 것.
가슴 일부분과 팔이 떨어져 나간 타화자재천보다는 상황이 훨씬 더 나았지만, 조금만 각도가 빗나갔어도 머리가 통째로 날아갔을 거다.
그제야 슈텐도지의 등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슈텐도지는 간신히 서 있는 타화자재천에게 소리쳤다.
“후퇴한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둘 사이엔 아무런 동료 의식이 없다. 그저 목적을 위해서 손을 잡았을 뿐.
만약 혼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면, 이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을 것이다.
아직 음부십마해 결계는 남아 있다.
영역 전개를 통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 힘을 걷어 내면 그 힘이 다시금 숨통을 죄일 터.
애초에 락슈미를 잡으려 펼친 만큼, 결계를 뚫고 도주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10레벨 둘이서 힘을 합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락슈미의 원영신 상태가 소진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이쪽이 더 승산이 있어 보였다.
슈텐도지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저쪽을 뚫는다!”
그렇게 소리친 슈텐도지는 바로 영역을 거두었다.
공간이 울렁거리며 일본 신사 모습이 사라지고, 다시 인도의 산과 들이 보였다.
음부십마해 결계의 힘은 더 강해져 있었다. 강력한 음기가 사방을 잠식한 상황.
그 힘에 고스란히 노출된 다른 레우스 기사단 병력들은 죽었는지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슈텐도지와 타화자재천은 빠르게 이동하여 결계의 한 부분을 공격했다.
파지지직!!
둘의 힘이 하나로 합쳐지자, 강대했던 결계가 출렁거렸다.
이제야 처음으로 둘이 제대로 힘을 합친 셈.
현수호가 그걸 그대로 두고 볼 리 없었다.
‘여기서 끝내야 해.’
락슈미가 목숨을 걸고, 아니 목숨을 버리면서 만들어 낸 기회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탑 랭커 둘을 잡을 수 있겠는가?
저 결계가 뚫리면 둘이 도망치는 건 물론이고, 싸움이 불리하게 진행될 수도 있었다.
락슈미의 원영신 상태가 슬슬 불안해지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
‘한 방으로 끝낸다.’
락슈미의 원영신 상태를 빌렸음에도, 퀘이사 준성자포를 사용하는 건 엄청나게 부담이었다.
남은 힘으로는 한두 번 더 사용하는 게 고작일 터.
그렇다고 다른 어설픈 능력으로는 둘을 죽일 순 없었다.
타화자재천은 거의 몸의 반이 소멸했는데도 살아 있고, 슈텐도지는 에너지를 빗나가게 할 정도였으니까.
그 어떤 때보다 정신이 맑았다.
시뮬레이션 효과 덕분인지, 주변의 모든 상황과 빛과 냄새와 같은 작용까지 데이터화하여 머릿속에 속속 들어왔다.
모든 게 읽히고 계산된다.
어지럽게 부는 바람과 풀잎의 흔들림까지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노바가 보는 세상.
시간도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만 같았다.
둘의 몸이 모두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순간, 방아쇠를 당기면 모든 게 끝나게 될 터.
마침내 아주 명확한 기회를 포착한 현수호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이제까지 가만히 있던 락슈미가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내게 맡기려무나.]락슈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수호는 자신의 힘과 시뮬레이션 스킬까지도 락슈미의 뜻대로 움직이는 걸 느꼈으나, 저항하지 않고 힘을 뺐다.
세계가 확장하는 게 느껴졌다.
정확히는 현수호의 시뮬레이션 스킬이 확장되었다.
0과 1로 이뤄진 데이터 공간이 가파르게 영역을 부풀리더니, 이내 결계 지역 전역을 덮었다.
스킬의 주인인 현수호마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광경.
“우와!”
같은 힘을 지녔더라도, 같은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사용법에 따라서 이렇게 차이가 났다.
아직 락슈미를 따라잡기에는 멀었다는 이야기.
물론 고작(?) 레벨 8로 최강자인 락슈미의 경지를 논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락슈미의 힘이 가득 차자, 음부십마해 결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웅!!
타화자재천과 슈텐도지가 공격해서 생기는 움직임과는 다른 종류의 진동이다.
락슈미와 힘을 공유하는 현수호는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음부십마해가 변하고 있어?’
음부십마해는 지독한 음의 성질을 가진 마법진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독하고 음습하며 부정한 것을 모아 빚은 기운.
그 결계진이 마치 정화되듯이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결국, 상서로운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음부십마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다.
그 결계진에 두 탑 랭커의 힘이 부딪히자, 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파지직! 파지지직!!
성질이야 어쨌든, 강력한 두 힘이 합쳐지니 결계는 버티지 못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본래는 깨진 유리창처럼 와장창 부서져야 할 터.
하지만 변화한 결계진은, 마치 도마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외피를 벗고 더 확장하기 시작했다.
락슈미의 힘과 현수호의 스킬, 그리고 두 탑 랭커의 힘이 모두 합쳐진 결과였다.
그렇게 확장하기 시작한 결계진은 순식간에 쭉쭉 늘어나 지평선 너머까지 도달해 버렸다.
‘아니, 지평선뿐만이 아니야. 지구 전역을 덮은 건가?’
그 순간 우주에 떠 있는 아이기스 함선과도 감각이 연결되었다.
우주에서 내려보는 지구는 마치 보호막을 얻은 것처럼, 밝은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저 모든 게 락슈미가 확장한 결계다.
대륙은 물론이고, 대양까지 전부 꼼꼼하게 감싸고 있었다.
[홀홀! 고맙구나. 너희가 힘을 보탠 덕분이다.]그 순간 현수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락슈미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이루려 한 건, 탑 랭커 두 명이 포함된 다수의 적을 쓰러트리는 게 아니었다.
둘의 힘을 빌려 이 현상을 만들려 한 것.
모든 힘을 결계를 부수는 데 쏟아 넣은 타화자재천과 슈텐도지 또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또 뭐야?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냐?”
평소엔 결벽증이 의심될 정도로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슈텐도지다.
그런데 지금 옷은 지저분하게 엉망이 되었고, 머리도 산발이 되었으며, 얼굴에 땟국물이 좔좔 흘렀다.
자신이 이용되었음을 알자, 분노하여 길길이 날뛰었다.
그 순간 현수호 등에 매달려 있던 락슈미의 형상이 하늘로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하늘 높이 솟아오른 락슈미의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쏟아지는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 그녀와 대담했을 때 보았던 장면이었다.
저것이 락슈미의 근원.
‘별을 인도하는 자.’
마지막까지 락슈미는 투쟁이 아니라, 길을 알려 주고 있었던 거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말이다.
[홀홀. 이제는 작별이구나, 나의 아이들아.]자신을 죽이려 했던, 슈텐도지와 타화자재천에게도 나의 아이라 부르는 락슈미다.
끝까지 그녀는 모두에게 상냥한 스승이었다.
복잡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던 락슈미는 고개를 돌려 현수호를 보았다.
역시나 많은 뜻이 담긴 의미심장한 눈빛.
자신의 모든 걸 남긴 마지막 제자.
하지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긴 싫었던 걸까?
결국 그녀는 이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부탁한다.]그 순간 락슈미의 형상이 허물어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팟!
이미 그녀는 육신을 잃고 혼만 남은 상태.
마지막에 모든 힘을 쏟아부으니 더 이상 지상에 남아 있을 순 없었다.
그렇게 위대한 어머니가 정말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커억!”
락슈미가 사라지고 나서야, 타화자재천과 슈텐도지가 비틀거렸다.
락슈미가 마지막에 그들의 힘까지 전부 끌어서 쓴 탓.
현수호 역시 기운이 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락슈미의 막대한 힘이 갑자기 사라지자,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상실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저 둘처럼 일어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끝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처럼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빠졌어도 상대는 레벨 10의 탑 랭커.
겨우 8레벨의 힘으로 저들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못 해도 일단은 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현수호가 검을 짚고 일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두 탑 랭커 옆에 검은 공간이 벌어지면서 포탈이 나타났다.
위잉!
검은 균열에서 먼저 나타난 건 새하얀 손이었다.
붉은색과 하얀색의 알록달록한 색상의 소매와 화려한 레이스와 수실이 치장된 옷.
이내 장난스럽게 얼굴이 쑥 나왔는데, 우는 형상으로 진하게 화장된 광대의 모습이었다.
현수호에게도 낯이 익은 모습이다.
예전 추혼창이 폭주했을 때 갑자기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었다.
슈텐도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삐에로!”
“우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