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4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40화(140/150)
140화 별의 세기 (9)
예전처럼 불길한 웃음소리를 내는 삐에로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현수호는 빠르게 기운을 끌어올렸다.
‘어째서 저자가 이곳에…….’
그가 적어도 9레벨이라는 건, 예전에도 느꼈다.
8레벨에 오른 지금도 그의 힘은 여전히 크게 느껴졌다.
낭패다.
기운을 많이 소진한 지금은, 저자와 싸우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탑 랭커 둘과 함께라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삐에로는 뜻밖의 행동을 했다.
무슨 쓰레기 청소하듯이 두 탑 랭커를 포탈 안으로 밀어 넣은 것.
“자자! 볼일 끝났으니 이제 퇴근하실 시간입니다.”
“자, 잠깐…….”
그들은 저항했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힘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무력하게 포탈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허무하게 그들이 사라지고, 이제 남은 건 현수호와 삐에로 뿐.
삐에로는 기괴한 분장처럼 종잡을 수 없는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우후후! 역시 당신이었군요. 락슈미의 뜻을 이어받은 이는.”
모두가 실버 나이트, 은휘광을 주목하고 있을 때, 삐에로만은 현수호를 제대로 보았다.
현수호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계속 저들이 오해해야 작전도 유리하게 가져가는데 말이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현수호의 딴청 피우며 기운을 끌어올리자, 삐에로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우후후! 너무 그렇게 날을 세울 필요 없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그저 심부름을 위해서 왔으니. 게다가…….”
삐에로는 손가락으로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은 당장 닥친 일이 더 먼저 아닙니까? 우후후!”
그렇게 말한 삐에로가 손을 허공에 휘젓자, 다시 공간이 찢어지며 포탈이 나타났다.
“그럼 다음에 또 뵙죠.”
혹시 방심을 위한 연극인가 싶어서, 현수호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삐에로는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하더니, 정말 포탈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삐에로가 나타나지 않자, 맥이 탁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뭐가 뭔지…….”
락슈미를 구한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락슈미의 계획은 이뤄진 듯했다.
문제는 세상을 전부 덮은 결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였다.
시간이 지나자 빛을 내던 결계가 서서히 옅어지는 게 느껴졌는데, 노바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입니다, 마스터!]이제야 한숨 돌리려던 현수호는 쉬지도 못하고 되물었다.
“무슨 일인데?”
[지금 온 세상이 난리가 났습니다.]“뭐? 무슨 난리? 정확히 말해 봐.”
락슈미가 뭔가를 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쪽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세계 곳곳에 게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몬스터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 *
몬스터가 쏟아지기 시작한 대격변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면서, 수많은 인류가 죽고 찬란한 문명이 파괴되었다.
모두가 멸망을 떠올릴 정도로 암담했던 상황.
다행히 헌터 시스템을 도움으로 인류는 몬스터와 싸울 수 있었고, 다시금 살 곳 되찾고 문명도 발전할 수 있었다.
헌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인간과 몬스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몬스터의 부산물, 특히나 마나석 같은 자원은 고갈된 석유를 대신하여 전력으로 쓰일 수 있었던 것.
몬스터 대응법을 차차 알아내고, 인간의 사냥 기술도 발전하면서, 이제는 안정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가끔 발생하는 던전 브레이크와 몬스터 웨이브만 조심하면, 인류는 도시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또 모든 게 변했다.
락슈미의 힘이 지구 전역을 훑고 지나간 후, 몬스터와 던전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
단순히 몬스터가 흉악해졌다는 걸 의미하지 않았다.
일반 필드 던전에 있던 몬스터들의 스탯이 대폭 증가했다. 그러니까 모든 몬스터의 레벨이 1씩 증가했다는 소리.
1레벨이 오르면 모든 스탯이 약 두 배 정도로 오른다.
전투력은 최소 3~4배는 오른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전보다 사냥이 훨씬 더 어려워졌고, 헌터들이 오히려 몬스터에게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게다가 필드에 나타나는 차원 게이트의 숫자도 예전보다 몇 배나 더 늘었다.
그 덕분에 각 정부는 폭주한 몬스터와 차원 게이트를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몬스터 때문에 대화합이라니……. 우스운 일이네.”
몬스터 폭주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락슈미의 힘이 약화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난 수많은 전쟁과 다툼들.
이러다가 세계 대전이 발발하는 것도 멀지 않아 보였었다.
전쟁도 여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몬스터가 하루가 멀다고 날뛰니 전쟁을 선포한 나라도, 서둘러 휴전을 선포하고 몬스터 토벌에 나섰다.
그럼에도 폭주한 몬스터를 잡는 건 쉽지 않았다.
미처 클리어하지 못한 차원 게이트도 무너지며,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곳곳에 나타났다.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수많은 도시가 무너지고 사람들은 살 터전을 잃었다.
이러다가 나라까지 망할 판.
그 때문에 어제만 해도 전쟁을 벌이던 나라도, 손을 잡고 몬스터 퇴치에 열을 올렸다.
“이게 락슈미 님이 바라던 일인가?”
세계 곳곳에서 들리는 정보를 취합하다가, 현수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세상이 난장판이 된 건 분명했다.
모두 락슈미가 마지막에 한 일 때문에 벌어진 일.
그래도 사람끼리 전쟁을 벌이는 전보다는 훨씬 더 나은 건 같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노바가 말했다.
“전체적으로 헌터들의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평균 레벨과 전투력도 대폭 상승했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의도한 게 아닐까요?”
“레벨이 올랐다고?”
“네. 차원 게이트가 넘쳐나는 판에, 예전에는 비싼 값을 주고 권한을 얻어야 했던 게 헐값에 매입할 수 있으니까요.”
차원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걸 안 대형 길드가 많은 자금으로 밀어붙여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젠 일손이 부족하여, 중소형 길드에서도 충분히 출입권을 얻을 수 있다는 소리.
게다가 몬스터의 레벨이 올라 위험이 증가했지만, 그만큼 벌어들이는 경험치도 올랐다.
그 결과 헌터들의 전투력이 급격히 상승한 것.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그걸 들은 현수호가 곰곰이 생각했다.
“설마 데스 스타와 싸울 때를 대비해서 판을 키운 건가?”
레벨이 빨리 오르면 당연히 데스 스타와의 싸움에도 좋을 거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현수호가 해치운 차원 게이트도 무려 네 개나 되었다.
그것도 자신이 찾은 게 아니라, 원산시에서 사정사정해서 반강제로 맡은 것이다.
“모르겠네. 분명 락슈미 님도 뜻이 있겠지.”
현수호는 락슈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얼핏 인류의 또 다른 위기로 보이는 지금 상황도, 분명 훗날을 위한 대처일 터.
노바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실버 나이트에겐 문병 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문병은 무슨. 치료 마법 받으면 하루면 괜찮아지는데.”
한국에 들어온 천황 길드의 암살대는 다행히 잘 막아 냈다.
그들이 강했던 건, 슈텐도지의 부적을 몸에 둘둘 두르고 있었던 덕분.
지구 반대편에서도 슈텐도지의 주술은 여전히 유용했다.
기습에 대비했음에도 처음 전투가 불리하게 흘러간 건 그 탓이었다.
심지어 은휘광은 심각한 중상을 입어, 거의 죽을 뻔했었다.
다행히 락슈미가 힘을 발휘하고 나서는, 부적이 힘을 잃었다.
아마 슈텐도지가 모든 힘을 락슈미와 현수호에게 쏟은 탓일 거다.
슈텐도지의 버프가 사라지자, 은휘광과 다른 병력이 힘을 받고 그들을 격퇴할 수 있었다.
핵심 인물 몇 명은 놓쳤지만, 나머지는 죽이거나 생포한 모양이다.
“지금 그놈 문병 갈 시간이 어디 있어. 걔도 이제 슬슬 일어나라 해.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아직도 처자빠져 쉬고 있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서 단말기에서 비상 호출이 울렸다.
또 차원 게이트가 발견되었다는 소리였다.
이미 다른 헌터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
급해진 당국이 실력자를 수소문하다가 현수호에게 온 것이다.
덕분에 수수료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었다.
“공짜 게이트네. 좋지. 그럼 갈까?”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락슈미의 힘 때문에 세상이 또 한 번 격변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태라면, 흐름을 잘 타는 게 중요하겠지.
간신히 레벨 8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엔 락슈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미 적이 된 슈텐도지와 타화자재천과 맞서 싸우려면, 최소 9레벨, 나아가 10레벨까지 올려야겠지.
“시간이 없네. 빨리빨리 강해지자!”
현수호는 오늘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 * *
세계가 대변혁하자 레우스 기사단도 비상이 걸렸다.
락슈미의 이번 일은 레우스 기사단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
몬스터가 날뛰자, 그들이 오랜 시간 공들인 작전 몇 개가 수포로 돌아갔다.
일단 전쟁이 멈췄으니 말이다.
가장 분노한 건 역시 슈텐도지였다.
-신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일본 신녀의 예지만 믿고 뛰어든 슈텐도지다. 하지만 그는 처참한 몰골로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
몸은 멀쩡해 보였지만, 막대한 주술력이 빠져나와, 한동안은 얌전히 요양하며 있어야 했다.
그나마 그는 양호한 편이었다.
몸이 반이나 소멸한 타화자재천은 아직도 치료사들이 몇 명이나 달라붙어 치료하고 있었으니까.
홀로그램으로 이뤄진 회의에서, 모두의 시선이 일본 신녀에게 향했다.
락슈미가 죽고 나서, 이제 명실상부 제일의 예지자가 된 일본 신녀, 이즈미.
그녀는 눈을 부릅뜬 슈텐도지의 항의에도 당당히 말했다.
-저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락슈미는 죽고, 두 분은 살아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말도 틀리지 않았다.
일본 신녀가 예언한 건, 락슈미의 시대가 끝나고, 두 탑 랭커는 살아 나오는 것.
애초에 투입한 다른 병력은 죽을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소리.
준 랭커와 랭커 급으로 이뤄진 막대한 병력을 그냥 소모품으로 사용한 것이다.
슈텐도지는 다시 으르렁거렸다.
-락슈미의 수작을 막지 못하지 않았느냐?! 락슈미는 너의 예지마저도 이용했다.
다른 헌터처럼, 예지자 사이에서도 힘의 우열은 분명 존재했다.
그러니 락슈미가 일본 신녀의 예지를 역이용할 수 있었던 것.
일본 신녀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다.
-예지란 본래 불완전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 두 가지 미래를 고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락슈미의 죽음과 두 분의 귀환이죠.
무려 만 명이 넘는 인명을 갈아 넣어 완성한 예지다.
락슈미조차도 그 확정된 미래만은 회피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분명한 건 우리가 주도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입니다. 락슈미가 제 예지를 이용했다고는 해도, 결국 차선책일 뿐. 중요한 건, 이제 락슈미가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은 건, 락슈미의 일 년 혹은 반년의 수명이었다.
하지만 일본 신녀는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죽은 자는 산 사람에게 개입할 수 없습니다. 락슈미가 무슨 일을 꾸몄든, 이젠 우리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죠.”
-끄응!
일본 신녀의 단호한 말에 슈텐도지도 한 걸음 물러섰다.
듣고 보니 일리가 전혀 없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몸만 회복되면 상황은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으니.
락슈미가 없는 세상에서 말이다.
그러자 지켜보던 프로페서가 물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우선할 일은 뭐지?”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신녀는 아주 똑 부러진 말투로 분명히 말했다.
-한국의 EX급을 죽이는 거죠.
“결국 실버 나이트인가?”
그 말에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일본 신녀가 한국의 EX급을 언급하는지는 알 수 없으니, 그녀의 말을 신뢰했다.
레우스 기사단이 이만큼 성장한 건 그녀의 힘이 아주 큰 역할을 했으니.
회의가 정리되고, 이제 마칠 즈음, 슈텐도지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삐에로! 그때 그놈은 죽였느냐? 락슈미를 구하러 온 애송이 말이다!
-우후후!
모두의 시선이 집중한 가운데, 삐에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얼굴로 답했다.
-락슈미의 힘이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야 무서워서 얼른 도망쳤죠.
그 말에 슈텐도지가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자, 삐에로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왜요? 그자가 문제 될 게 있습니까? 원하시면 지금이라도 움직일까요?
그러자 잠시 멈칫한 슈텐도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그냥 조금 거슬릴 뿐이다. 나중에 내가 직접 처리하지.
-우후후! 뜻대로 하시죠.
락슈미가 죽은 시대.
그동안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레우스도 기지개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