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47)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47화(147/150)
147화 신화의 시대 (7)
노바의 말대로 이곳은 예전의 기억, 아직 레비아탄이 이곳에 오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 시절엔 아직 육지가 멀쩡했다.
지구보다는 육지의 면적 비율은 훨씬 더 작았지만, 그래도 육상 동물이 살아가기엔 충분했다.
처음 보는 동물과 식물이 곳곳에 보였고, 공중을 날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새도 보였다.
물가에 나온 머메이드에게 다가오는 뭔가가 있었는데, 그건 상체가 물고기고 하체엔 다리가 달린 괴물이었다.
일명 피쉬맨이라고 부르는 종족.
머메이드에게 해꼬지하려 다가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들은 머메이드에게 구애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다.
일족 모두가 여성으로 이뤄진 머메이드가 자손을 낳기 위해선 피쉬맨과 같은 남성 종족의 도움이 필요했다.
과연 머메이드들은 그들의 접근을 알면서도 새침하게 모른 척 하고 있었다.
휴양지와 같은 한가롭고 평화로운 장면들.
아쿠아는 머메이드의 여왕으로서, 백성들의 존경과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왜 이런 게 보이는 거지?”
갑작스럽게 전환된 상황에 현수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목덜미를 벅벅 긁었다.
레비아탄과 싸우면서 당한 부상은 낫지 않고, 마나도 차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현수호의 시간도 멈춰 있다는 뜻.
아마 이 기억이 끝나면, 곧장 다시 싸움에 돌입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현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바가 신중하게 답했다.
“저도 현상의 원인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성의 문서로는 전부 파악할 수 없는 과거 상황을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요.”
“과거 상황을 본다고?”
“네. 이걸 보십시오.”
노바가 손으로 허공을 가리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면이 전환되었다.
바뀐 장면은 아까의 평화로운 나날과는 딴판이었다.
암전된 것 같은 어두컴컴한 하늘.
거대한 괴물이 태양 빛을 전부 가렸기 때문이었다.
레비아탄이 처음 이 행성에 당도했을 때의 모습이다.
평화롭게 살던 행성의 생물들은 갑자기 나타난 재앙에 속절없이 죽어 나가야 했다.
콰과과광!!
육지가 갈라지고 부서졌다.
굉음에 놀란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레비아탄은 하늘을 유영하듯 집요하게 돌아다니면서, 지상의 모든 동식물들을 포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수호는 처음 레비아탄 때문에 육지가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상상력이 빈곤한 탓이었다.
레비아탄이 숨을 크게 들이쉬자, 거대한 육지가 통째로 떨어져 나와 레비아탄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는 모든 짐승과 수목, 벌레까지도 모두 레비아탄의 식사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행성 전체가 레비아탄의 먹이가 될 터.
당연히 행성 전체가 비상 상태가 되었다.
“놈을 무찔러야 합니다!”
머메이드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종족들이 모두 모였다.
아까 본 피쉬맨도 있었고, 문어와 같은 두족류 생명체까지.
지상의 지적 생명체까지 합류해 있었다.
하지만 그사이에 많이 학살당한 건지, 그 숫자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이 힘을 합쳐 레비아탄에 대항하려 한 것이다.
그 선두에는 아쿠아가 있었다.
“모두 나를 따르세요”
지금까지 머메이드에게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해저에서도 전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왕인 아쿠아가 때로는 현명한 지혜로, 때로는 강력한 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렇기에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도 아쿠아는 유명했다.
머메이드의 수호신.
그 공적과 힘을 인정받아, 아쿠아가 종족 연합의 대표가 된 것이다.
마침내 행성의 운명을 건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아쿠아는 성안에서 눈을 떴다.
“……여긴?”
눈을 떤 아쿠아가 처음 느낀 감정은 혼란이었다.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간신히 이끌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자신의 방, 자기의 침대다.
익숙한 곳이지만,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걸까?
분명 모든 종족들을 연합해서 레비아탄에 대항하던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창을 들고 레비아탄에게 돌진하던 장면이었다.
그 이후로 눈을 떠 보니 이런 곳이었다.
“나르세! 폴리나? 모두 어디에 있어?”
혹시 동료가 있을지 몰라 크게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었다.
평소라면 수다스러운 동료들로 북적거렸을 장소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항상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성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이건 도대체…….”
성에 아무도 없자, 뭔가 불길함을 느낀 아쿠아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보았다.
풍덩!
다행히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색색의 산호와 작은 물고기가 춤을 추듯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머메이드들은 그중에 없었다.
머메이드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지나가면 은근슬쩍 추파를 보내던 피쉬맨과 다른 종족도 보이지 않았다.
“푸하!”
마침내 해수면에 나온 아쿠아.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곳에 거대한 섬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섬은 오간 데 없이 잔잔한 파도만 치고 있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초조한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보던 아쿠아의 눈에, 마침내 그것이 발견되었다.
늦은 밤, 유난히도 붉게 빛나는 위성.
수백 년을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아쿠아는 그 정체를 단숨에 알아봤다.
“레비아탄…….”
어째서 저 괴물이 저곳에 있는 걸까?
설마 죽은 걸까?
그러면 다른 동료들은 전부 어디로 간 걸까?
사실을 알면 알수록 점점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얘들아! 어디 있어!”
아쿠아는 미친 듯이 바다를 헤엄치며 소리쳤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아쿠아의 빠른 수영에 놀란 물고기들만 이리저리 도망쳤을 뿐.
행성을 한 바퀴 모두 돌았음에도 어떤 머메이드들도, 어떤 종족도 찾지 못했다.
결국 아쿠아가 동료의 흔적을 발견한 건, 우습게도 자기 방안에서였다.
침대 밑에 고이 모셔 둔 상자.
그 안에서 동료의 필적을 찾을 수 있었다.
“나르세…….”
그건 오랜 친우이자, 가장 충직한 신하이기도 했던 나르세가 남긴 필적이었다.
[첫 번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겁먹은 아이들이 전선을 이탈해 포위망이 제대로 좁혀지지 않았다.아쿠아 님이 그들을 도우려다가 크게 상처 입고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아쿠아 님을 데리고 도주할 수 있었지만, 머리를 맞은 탓에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 순간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레비아탄의 흉포한 힘에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다른 동료들이 겁먹고 갈팡질팡거렸다.
아쿠아는 무너진 전선을 복구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불의의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던 것.
하필 맞은 자리도 머리라서 기절한 모양이었다.
문서는 몇 장에 걸쳐 작성되어 있었다.
아쿠아는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 문서를 읽었다.
그곳에선 치열한 격전이 계속 기록되고 있었다.
[놈은 단순히 강력하기만 한 게 아니다. 굉장히 지능이 높고 학습력도 뛰어나다.한 번 사용한 작전과 방법은 두 번 다시 통하지 않는다.
모든 종족이 힘을 합쳐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지만, 그 역시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아쿠아를 대신해서 나르세가 머메이드들을 이끈 모양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역부족.
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졌다.
[마지막 남아 있던 마울족 투사가 끝내 오늘 전사했다. 이로써 지상 종족은 전부 멸종했다.아아! 잘못 생각했다.
처음 레비아탄이 나타났을 때부터 지상 종족과 힘을 합쳐서 싸웠어야 했다.
그랬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았을 텐데…….]
그걸 본 아쿠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처음 레비아탄이 나타났을 때,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 건 아쿠아의 결정이었다.
당시는 종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여겼다.
당시에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지금에선 아무런 소용없는 후회였다.
[속았다!놈은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언제든지 우리를 잡아먹을 수 있었으면서 시간을 끌며 천천히 우리를 음미하고 있었다.
모든 수단이 무용하다.
레비아탄은 그걸 알고 우리가 발악하는 모습을 비웃고 있었다.]
레벨 10에 이른 레비아탄의 힘은, 이 행성을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이길 수 없는 일이었다.
레비아탄은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는 우주 최상층에 있는 포식자.
이 정도 저항은 늘 겪어 왔을 테지.
연합군들은 자신들의 항쟁에 레비아탄이 후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놈이 소화를 위해서 쉬러 간 것이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결국 나르세의 문서는 기록이 아니라 한탄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아쿠아 님.역시 저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어요.
지금이라도 아쿠아 님이 깨어나신다면 분명 놈을…….]
뒤에 이어지는 문서는 다른 머메이드들이 아쿠아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아직도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눈에 선했다.
떨리는 필체에서 그들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여왕님. 제발 일어나 주세요. 여왕님이 아니면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수호신이시여. 부디 쾌차하셔서 놈을 무찔러 주세요. 이렇게 간절히 빕니다.]심지어 다른 종족도 아쿠아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머메이드의 수호신이여. 부디 깨어나다오. 그대밖에 놈을 막을 자가 없다네.]그들도 알고 있을 거다.
설령 아쿠아가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레비아탄을 쓰러트릴 수 없음을.
그걸 알고 있음에도 쓰러진 아쿠아에게 매달릴 정도로 상황은 간절했다.
그러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쓴 것.
문서를 보던 아쿠아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쓰러진 사이에 모두가 죽었다.
“뭐가 여왕이냐! 뭐가 수호신이란 말이야! 정작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여왕은 백성들을 지켜야 하는 위치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차라리 그때 죽었으면…….”
이제 어느덧 남은 문서는 단 하나.
아쿠아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그 문서를 펼쳤다.
그곳엔 안정된 필체의 나르세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기침하셨습니까, 여왕님.당신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우리가 성공한 것이겠죠.
이제 우리는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적은 숫자이지만, 모두 정예병만 남았습니다.
허락 없이 동료들의 목숨을 사용하는 절 용서해 주십시오, 여왕님.
하지만 놈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건 이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잡아먹히면서까지 목구멍에 창을 쑤셔 넣는 동귀어진 수법.
그들이 말한 방법은 그것을 의미했다.
그 결의를 느낀 아쿠아는 심장이 조여 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겨우 마음을 다잡고 마저 글을 읽었다.
[우리는 죽지만, 아이들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아직 세상도 구경하지 못한 그들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앞으로도 번영할 후손을 위해서라면 저희 목숨 따위는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여왕이여.
당신에게 그들의 미래를 맡기려 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은 그들의 수호신이 되어 주세요.
다시 활기차게 바닷속을 헤엄치게 해 주세요.
저희가 바라는 건 단지 그것뿐입니다.]
그게 문서의 끝이었다.
마지막 전투 후엔 문서를 남길 이가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
그들의 목숨을 건 작전은 완전한 성공도, 완전한 실패도 아니었다.
계획대로 적지 않은 타격은 주었지만, 죽이는 덴 실패했으니.
아쿠아는 느낄 수 있었다.
레비아탄이 긴 잠에서 깨면, 다시 공격할 것이다.
그때는 해저에 있는 모든 물고기와 해초들, 그리고 남은 머메이드까지 전부 먹어 치우겠지.
“아이들…… 우리 아이들…….”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놈에게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아쿠아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수많은 동료들이 목숨과 바꿔 만든 시간이다.
절대로 그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낼 수 없었다.
머메이드의 수호신이 진정으로 종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