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48)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48화(148/150)
148화 신화의 시대 (8)
“……이런 일이 있었던 건가?”
현수호는 여전히 아쿠아의 기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장면만이 아니라, 노바의 기분과 생각도 생생히 느껴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처절한 사연.
어째서 아쿠아가 이 행성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성년의 모습인 아쿠아가 왜 어려진 채로 발견된 것일까?
현수호의 의문에 답하는 것처럼, 기억 속 장면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아쿠아는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서 놈을 쓰러트릴 방도를 연구했다.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해내야만 했다.
성에 있는 모든 문서를 뒤지고 틈틈이 알을 돌봤는데, 뜻밖의 문제와 마주해야 했다.
“어째서…… 알들이 부화하지 않지?”
머메이드들의 알은 산란기에 한꺼번에 낳아 빠르면 보름,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부화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음에도 그 어떤 알도 부화하지 않았다.
알에 뭔가 이상이 있나 싶어서 유심히 살펴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레비아탄이 깨어난다고 해도, 최소한 그때까지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잘 키우려 했던 아쿠아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없던 일에 그녀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를 한참 찾던 아쿠아는 결국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있어.”
알들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생물은 오히려 위기 상황에 더 빨리 부화한다.
모기 알이 담긴 물을 빠르게 휘저으면, 빨리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다.
설령 빨리 부화한다고 해도 도망치거나 숨을 곳이 없다.
행성째로 먹어 치우는 괴물에게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겠는가?
알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는 소리.
그걸 깨달은 아쿠아는 크게 탄식했다.
“미안해. 우리들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결국 아쿠아가 할 수 있는 건, 알들에게 수면 마법을 걸어 주는 것 정도.
그들이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게 재워 주었다.
잠잠해진 알을 본 아쿠아는 더욱 결의를 다졌다.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해.”
알을 살려야 한다.
그것이 목숨을 바쳐 기회를 만들어 준 동료들에게 보답하는 일.
그날부터 아쿠아는 잠도 거의 자지 않고 방법을 찾는 데 열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수호가 눈을 반짝였다.
“여기에 힌트가 있을 거야. 노바. 지금부터는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 놔.”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당시 아쿠아의 힘은 레벨 8 정도였다.
현재 현수호와도 필적할 정도.
괜히 머메이드의 수호신이라 불린 게 아니다.
하지만 현수호 역시 그랬듯이, 아쿠아의 힘만으로는 레비아탄을 쓰러트릴 수 없었다.
아쿠아 역시 현수호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동료들이 목구멍에 꽂아 넣은 창을 활용하는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놈을 쓰러트릴 수 없음도 깨달았다.
“지금 힘으로는 안 돼. 더 강해져야 해.”
결국 힘을 키우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이제 레벨 8인 아쿠아가 언제 레벨 10까지 도달할 수 있을 건가?
설령 지금 당장 레벨 9에 도달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걸 깨달은 아쿠아는 다른 해결책을 떠올렸다.
그건 레벨 10이 아니더라도 단 한 순간만, 레벨 10에 필적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
힘을 모으고 모으다가, 단 한 순간에 터트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인간에겐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머메이드는 가능했다.
하지만 역시나 시간이 부족했다.
목표로 삼은 기운을 모으려면 최소 백 년은 힘을 축적해야만 가능했다.
“놈을 더 깊게 재워야 해.”
다행히 아쿠아는 머메이드.
이전 원산시에 나타난 머메이드를 인간들은 세이렌이라 불렀다.
신화 속 세이렌은 노래로 홀려 인간을 잡아먹는 몬스터다.
실제로 잡아먹힌 인간이 없었음에도 그녀들을 세이렌이라 부른 건, 사람을 홀릴 정도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때문.
머메이드의 노래엔 마력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 뛰어난 건 상대를 잠재우는 수면의 노래.
그건 세이렌의 권능이었다.
“아아아~~~~”
아쿠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혼신을 다한 그녀의 노래는 진공 상태의 우주에 있는 레비아탄에게도 닿았다.
당연히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통할 리 없는 힘이다.
하지만 지금은 치유를 위해서 무방비하게 자는 상황이라, 노래가 통했다.
선잠에서 깊은 잠으로 바뀐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잘 정도로.
“됐어!”
이제 남은 건 충분한 마력을 모으는 것.
아쿠아는 모든 에너지를 마력 충전을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단 걸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목표치의 반도 채우지 못할 것이다.
수면 마법을 계속 걸면 좋겠지만, 레비아탄 정도의 몬스터라면 한 번 통한 수법엔 다시 걸리지 않을 터.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껴야 해.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
고심하던 아쿠아는 문득 자기 몸이 너무 크단 걸 깨달았다.
성인의 몸은 분명 움직이고 싸우기에 적합하지만, 에너지를 보존하기엔 낭비가 심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어리게 변화시키려 했다. 머메이드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몸이 어려지면 정신도 어려진다는 점.
만약 충분한 마력을 모으지 못하면, 본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 방법밖엔…….”
시간이 부족하니,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해야 한다.
마음을 먹은 아쿠아는 천천히 마력을 돌렸다.
그러자 정말 점점 그녀의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팔다리가 짧고 가늘어지고,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줄었다.
그렇게 변화한 아쿠아는 처음 현수호와 노바가 만난 바로 그 모습이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아쿠아는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우?”
몸이 어려지면서 순간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던 것.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도 하고 있었던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생각을 포기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졸렸다.
며칠째 잠도 자지 않았으니 일단 잠부터 자기로 했다.
본능적으로 푹신한 침대에 오른 아쿠아는 곧 새근새근 잠들었다.
그렇게 다시 몇십 년이 흘렀다.
아무리 행성을 돌아다녀도 친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성에 알들이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그것을 건들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외톨이의 삶.
본래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머메이드에겐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몇십 년 만에 누군가 찾아왔을 땐,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머메이드?”
아쿠아의 눈에 비친 건, 놀라워하는 현수호의 모습이었다.
거기까지가 아쿠아의 기억이었다.
“어?!”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방금까지 아쿠아의 기억을 보던 현수호 앞에 분노한 레비아탄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이어지는 전류 공격.
파지지직!
현수호는 급히 몸을 틀었다.
“아니! 깜빡이도 안 켜고……!!”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현수호의 몸은 전혀 낫지 않았다.
그동안 시간이 멈춰 있었다는 증거.
다행히 단서는 찾았다.
“노바!!”
[모든 마력을 아쿠아에게 집중하겠습니다.]본래 모든 차원 게이트 속 세상은 멸망을 앞두고 있다.
작게는 부락, 도시부터 크게는 나라나 대륙까지.
이번 차원 게이트 또한 마찬가지다.
그 단위가 행성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헌터가 개입하지 않으면, 멸망이 확정되었다는 뜻이다.
아쿠아 역시 목표치의 마력을 모으지 못해서 결국 실패했겠지.
현수호의 도움이 없다면 말이다.
현수호는 모든 마력을 짜내서, 심지어 신력까지 아쿠아에게 모두 투입했다.
충분한 힘이 모인 걸 느낀 아쿠아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고마워.”
본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그간의 기억이 모두 떠오른 아쿠아다.
현수호와 노바가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도 전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니 아쿠아는 노바가 건네는 마력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수십 년간 모은 마력과 노바가 건네준 마력까지 합치니, 비로소 목표한 마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모든 마력을 동원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 아아아아~~~”
말했듯이 노래는 머메이드의 권능.
그러자 레비아탄 목에 박혀 있던 창들이 그에 동조하여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케륵?]레비아탄도 뭔가 불길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목에 박힌 창이 움직인 건 아까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느껴지는 힘이 달랐다.
끊임없이 쏟아지던 전류도 멈췄다.
덕분에 현수호는 한숨을 돌리고 레비아탄의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누가 있어?”
거대한 레비아탄 주변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건 수많은 머메이드들의 모습.
반투명한 머메이드들의 형체가 레비아탄 주변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설마…… 영혼인가?”
정말 영혼이 나타난 건지, 아니면 환영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아쿠아의 기억에 심취하여 있었으니.
그런데 그 모습을 본 건 현수호만이 아니었다.
아쿠아의 눈에도 그들의 모습이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나르세! 미우! 모두들!”
마침내 재회한 머메이드들.
아쿠아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그들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아쿠아를 지켜봤다.
그리고 목에 박혀 있던 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이이익!!!
현수호의 강력한 플라즈마조차 흠집도 내지 못한 두꺼운 피부다.
머메이드처럼 목 안에 들어가서 공격하지 않으면, 소닉 블레이드도 무용지물이겠지.
그런데 단단한 레비아탄의 몸이 찢어지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목구멍 안으로 아예 파고 들어간 수백 개의 창이, 혈관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10레벨의 몬스터라고 해도, 몸속이 난자되는 고통은 견딜 수 없는 모양.
레비아탄은 기다란 몸을 배배 꼬며 고통스러워했다.
“됐어! 잡았나?”
역시 깨지 못할 퀘스트는 없었다.
몸 안에 파고든 창은 여전히 맹렬한 기세로 돌고 있었다.
이대로 쭉 나아가 심장이나, 뇌를 파괴한다면 놈을 죽일 수도 있을 터.
그때 레비아탄이 놀라운 일을 벌였다.
거대한 입을 벌려 자기 몸을 물어뜯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으직! 으지직!!
레비아탄이 이빨로 깨물 때마다 거대한 살점이 뭉텅이로 뜯겨 나왔다.
아마 저 뜯겨 나간 몸 안에 머메이드들의 창이 있을 터.
이대로 창이 혈관을 돌아다니며 전신을 헤집는 것보다 이렇게 뜯어내는 게 나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놀라운 판단력과 결단력이었다.
게다가 역시나 레비아탄은 회복력도 남달랐다.
엄청난 양의 몸을 뜯어냈음에도 금방 상처를 수복한 것이다.
형체는 본래의 바다뱀 형태로 돌아왔지만, 그 크기는 처음보다 대폭 줄어 있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익숙했다.
태평양에서 만났던 놈의 몸체가 저 정도였다.
“설마…….”
현수호가 뭔가 떠올리고 있을 때, 아쿠아가 다시 움직였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몸통까지 뜯어내며 혈관에 박힌 창을 제거했지만, 여전히 몸엔 창들이 박혀 있었다.
처음보단 그 수가 현저히 적어졌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
그 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레비아탄이 겁먹은 게 눈에 보였다.
더 이상 몸체를 뜯어내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걸까?
결국 놈이 선택한 건 도주였다.
아드득! 아드득!
놈이 입을 크게 벌리더니 허공을 씹기 시작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였다.
놈이 입을 벌려 씹자, 공간 자체가 뜯겨 나왔다.
“저게 놈의 권능인가?”
레비아탄의 권능은 포식.
레벨 10의 힘은, 심지어 시공간마저도 뜯어먹을 수 있었다.
즉, 공간 균열을 만들어 도주하려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한 레비아탄이라고 해도 드넓은 우주를 어떻게 빠르게 이동하나 했는데, 이런 방법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공간에 레비아탄이 머리를 집어넣자, 아쿠아는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놓치지 않는다!”
일족의 원수다.
아쿠아는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 놈을 공격했다.
[케에에에엑!!]레비아탄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렸지만, 결국 놈은 죽지 않았다.
마지막 꼬리까지 균열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쿠아의 몸이 무너졌다.
“하악! 하악!”
레벨 10의 힘은 그녀의 몸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다.
겉모습은 멀쩡해 보여도 이미 기혈은 너덜너덜해졌을 거다.
레비아탄을 도망치게 했지만, 죽음이 임박했다는 뜻.
그녀가 힘을 잃고 쓰러지자, 노바가 급히 그녀의 몸을 잡았다.
“아쿠아! 정신 차리세요!”
아쿠아는 노바의 말을 듣지 못했다.
이미 눈과 귀가 멀기 시작한 것.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 말했다.
“부디 아이들을……. 그들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아쿠아!”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레비아탄이 뚫은 공간에서 갑자기 엄청난 흡입력이 발생한 것.
균열에선 마치 블랙홀처럼 강력한 인력이 발생해서 주변의 모든 걸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우왓!”
힘없이 누워 있던 아쿠아의 몸이 먼저 휩쓸려 빨려 들어갔다.
놀란 현수호가 엔진을 최대로 가동하여 뒤로 빠져나갔다.
다행히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무사할 수 있었지만, 행성은 그렇지 못했다.
놀랍게도 블랙홀로 화한 균열은 행성 전체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
천천히 당겨진 행성은 곧 갈가리 분해되어 블랙홀 안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란 노바가 소리쳤다.
“아, 안 돼. 저기엔 알이…….”
아쿠아의 마지막 부탁이 알을 지키는 거다.
그런데 부서진 행성과 함께 알까지 균열에 빨려 들어갔다.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다.
저기에 휩쓸리면 현수호도 끝장이니.
“이런…….”
행성 하나가 결국 완전히 파괴되었다.
레비아탄이 끝내 행성 하나를 파멸시킨 것.
그걸 멍하게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익숙한 메시지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차원 퀘스트 클리어》
다행히 행성이 파괴되었음에도 퀘스트는 클리어 판정으로 되었다.
그것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뿐.
시야가 잠시 흐릿해졌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우주 공간이 아닌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차원 퀘스트를 클리어했으니, 다시 게이트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온 거다.
그리고 그런 현수호를 기다리고 있는 건…….
[크르르르륵!!]코럴과 현수호를 죽일 듯이 달려드는 레비아탄의 모습이었다.
현수호는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다시 움직여야 했다.
“그러니까 깜빡이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