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4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49화(149/150)
149화 신화의 시대 (9)
차원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엔 짙은 그림자로 보였던 레비아탄이다.
하지만 이제는 놈의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바다를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한 몸뚱어리와 쩍 벌린 입에 날카롭게 튀어나온 송곳니까지.
방금 차원 게이트에서 싸웠던 레비아탄 그대로였다.
‘너무 그대로인데?’
레비아탄은 바다를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했지만, 게이트에서 처음 봤을 때 놈은 수준이 달랐다.
무려 달로 착각했을 정도였으니.
죽음을 불사한 머메이드들의 협공과 수십 년간 힘을 모은 아쿠아의 활약 덕분에 간신히 놈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차원에 구멍을 뚫고 굴욕적으로 도망치는 꼬랑지가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런 놈이 왜 이곳 지구에 온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있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어.’
놈의 몸 구석구석엔 아쿠아의 마법에 당한 흔적이 가득했다.
비상적인 회복 능력으로 복구했음에도 온전히 재생하긴 힘들었던 모양.
그뿐 아니라 현수호의 흔적도 있었다.
레비아탄의 목엔 플라즈마로 지진(?) 흔적이 벌겋게 남아 있었다.
‘우리와 싸운 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았어.’
아무리 심각한 상처라고 해도 레벨 10의 힘이라면 복구할 수 있을 터.
레비아탄의 권능은 포식.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면 곧 예전처럼 덩치도 커질 수도 있겠지.
레비아탄에게 필요한 건 회복할 시간과 충분한 먹이였다.
태평양의 많은 생물들이 사라진 건, 회복을 위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기 때문이겠지.
먹이는 충분했지만, 다행히 시간은 충분치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레비아탄은 강력한 몬스터임이 분명했다.
현수호를 위해 시간을 벌던 코럴은 몰아치는 거센 공격에 금방 위험에 처했다.
“까악!”
꼬리에 얻어맞은 코럴이 빠르게 뒤로 나가떨어졌다.
레비아탄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후속타를 날리려 했다.
“코럴!”
물속이라서 플라즈마의 위력은 크게 준다.
현수호는 급히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시뮬레이션!!”
장소가 바뀌어 2차전이 시작되었다.
놈이 정상이 아닌 건 분명했지만, 싸움의 양상은 여전히 불리했다.
현수호는 쌍검을 맹렬히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역시나 레비아탄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전장이 우주가 아니라 바닷속인 것도 문제였다.
레비아탄의 주무기는 강력한 전류.
매질이 없던 진공 상태에선 직접적인 공격만 피하면 되었지만, 물속은 달랐다.
바닷물을 타고 전류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
파지지직!!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는 전류는 마치, 가지가 빽빽하게 들어찬 가시나무를 연상케 했다.
잘게 갈라진 한 가닥 전류에도 막대한 힘이 담겨 있어, 주변의 바닷물을 순식간에 증발하는 게 보였다.
현수호는 놀라 소리쳤다.
“빌어먹을! 전기 뱀장어였냐?!”
처음 레비아탄을 봤을 땐 바다뱀이라 여겼다.
놈이 어떤 행성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여 우주를 떠돌 정도의 힘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시작은 분명 바다 생물이었을 거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듯이, 먹이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여 강력한 권능까지 손에 넣었겠지.
아마 놈이 태어났던 행성을 가장 먼저 먹어 치우지 않았을까?
다른 포식자들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저 전류였을 것이다.
다행히, 전류는 현수호에게도 친숙했다.
“노바!”
[에너지 필드 전개합니다!]구형의 방어막이 몸에서 솟아나 현수호 주변을 빈틈없이 덮을 정도로 확장했다.
완벽한 구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육각형 도형이 다닥다닥 연결된 모습.
치이이이익!!
방어막이 무너질 듯 출렁거리는 게 보였지만, 다행히 뚫리지는 않았다.
코럴도 무사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그녀의 몸에 삐뽀를 남겨 둔 덕분.
문제는 급속하게 소모된 마나와 신력이었다.
시뮬레이션 스킬까지 활용해서 막아 낼 순 있었지만, 역시나 그 비용은 혹독했다.
힘을 짜내도 두 번 정도 막아 내는 게 고작이겠지.
‘이젠 어떻게 하지?’
상황은 차원 게이트 안보다 좋지 않았다. 지금은 도와줄 아쿠아도 없었으니.
다행히 노바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여전히 레비아탄의 몸엔 머메이드들의 창이 남아 있습니다. 그걸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레비아탄이 자신의 몸을 뜯어내는 과감한 선택으로 창을 제거했지만, 여전히 남은 게 있는 모양.
[아쿠아의 마력 흐름을 데이터화하여 기록해 놓았습니다.]‘그걸 네가 재현할 수 있어?’
[그건 아닙니다. 창을 움직이기 위해선 머메이드의 마력이 필요합니다.]‘그러면 어떻게 하게?’
[코럴에게 마력 운용법을 알려 주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현수호는 중요한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맙소사! 그랬군!’
애초에 처음 이 퀘스트를 발견한 건 현수호가 아니라, 머메이드들이었다.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머메이드만이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였던 건가?’
어쩌면 차원 게이트에 현수호가 들어간 게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코럴이 들어갔으면, 훨씬 일이 수월하게 풀렸을까?
‘아니야. 뭔가 달라.’
아직 이 퀘스트에는 인지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그게 뭐든지, 어쨌든 레비아탄을 이기기 위해선 코럴의 힘이 필요한 건 분명했다.
다행히 코럴은 노바가 알려 주는 마법 공식을 금방 익혔다.
“아아아~ 아아아아~~”
아쿠아가 불렀던 것과 똑같은 노래가 코럴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노래를 듣는 순간, 레비아탄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막 전류를 방출하려던 것도 잊을 정도로 다급한 움직임이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잔뜩 움츠렸지만, 그것으로 몸속에서 움직이는 창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케에에에엑!!!]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같은 10레벨이 아닌 힘으로 유일하게 놈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법.
이제야 레비아탄이 처음에 집요하게 코럴을 공격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코럴 역시 아쿠아와 같은 황금 꼬리의 주인.
빛나는 황금식을 확인한 레비아탄이 트라우마를 일으킨 것이었다.
공격은 통했지만, 충분하지는 못했다.
[안 되겠습니다. 힘이 모자랍니다.]마력이 한참 부족했다.
아쿠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 몸으로 돌아간 것도, 레비아탄에게 충분한 데미지를 주기 위해선 필요한 마력이 너무 많았기 때문.
수십 년간 마력을 축적했음에도 모자라서, 현수호가 마력을 보충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똑같이 해야겠네. 코럴에게 마력을 주입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부족합니다.]“제길!”
노바의 말대로 레비아탄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움직일 여력은 남은 듯했다.
아쿠아 때보다는 몸속에 들어 있는 창의 개수도, 마력도 현저히 적기 때문이겠지.
분노한 레비아탄이 단숨에 코럴을 집어삼키려 했다.
그걸 두고 볼 수 없던 현수호는 코럴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겐 안 되지!”
쌍검을 뽑은 현수호는 삐뽀, 전투 드론을 최대한 소환했다.
평소라면 삐뽀에게 플라즈마 캐논을 사용하게 하겠지만, 여기는 물속이라 위력이 반감된다.
조금 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였다.
“오버 테크놀러지!”
삐뽀의 모습이 드릴의 형태로 변해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그냥 회전력만 높인 드릴이 아니라, 초진동 기능까지 겸비하여 소닉 블레이드의 기능까지 겸비했다.
‘작살보다는 이게 더 낫겠지.’
현수호가 손짓하자, 빠르게 회전한 삐뽀들이 맹렬하게 회전하는 스크류가 되어 앞으로 나아갔다.
위이이잉!!!
창에 당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날아오는 드릴에 레비아탄은 필요 이상으로 격렬하게 대응했다.
강력한 전류를 뿜는 건 물론이고, 몸을 크게 비틀어 꼬리로 쳐 낸 것.
파지직!
그 힘에 대부분의 삐뽀가 재기 불능할 정도로 부서졌지만, 덕분에 시간은 벌 수 있었다.
현수호 역시 열심히 검을 휘두르며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 냈다.
파지지직!!
방어막으로 간신히 전류를 방어했지만, 위화감을 느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레비아탄의 뇌전은 일반적인 전기와는 달랐다.
단순히 강하고 약하고 문제가 아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전류 가지에 레비아탄의 권능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방어막을 강타한 전류는 단순히 전압으로 태우는 게 아니라, 진득하게 붙어 갉아먹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사각!
흰개미가 나무를 먹는 걸 빠르게 재생하면 이런 모습일까?
뇌전에 강하게 설계되었던 방어막조차도, 통째로 파먹는 공격엔 속수무책이었다.
이것이 레비아탄의 근원.
포식.
현수호는 그 힘에서 의지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너무나도 파괴적이면서도 순수하고, 이기적이면서도 애절한 심상이었다.
[배고파!]레비아탄이 광대한 우주를 이동하면서까지 생명체들을 잡아먹는 건, 무슨 거창한 의지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채워도 채워도 만족할 수 없는, 허기를 충족하기 위함.
결국 레비아탄도 생존하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지금처럼 강력한 괴물을 창조해 낼 수 있었던 것.
레비아탄의 권능과 마주했던 현수호는 순간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부정해 버렸다.
“고작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레비아탄에게 잡아먹힌 생명체가 과연 몇 마리일까?
지금까지 멸종된 종족의 수는?
파괴된 행성의 수는 과연 얼마나 더 많을까?
그게 단순히 한 생명체의 식욕 때문이란다.
“결국 욕심이잖아!”
레비아탄이 자기 몸을 뜯어먹는 과정을 직접 보았다.
육체가 줄어들어 힘은 약화되었지만, 필요한 영양분도 줄었다.
괴물이라고 해도 준신급 존재다.
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결코 식탐을 줄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먹이를 전부 먹으면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면 그만이었으니.
머메이드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수천, 수만 년은 더 그랬겠지.
여기서 놈의 식사를 막아야만 한다.
“시뮬레이션!!”
현수호의 사상영역이 뻗어 나간다.
우습게도 놈의 수법을 통해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레비아탄은 뇌전에도 자신의 근원인 포식을 담았다.
인간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일.
애초에 신력의 본질이 그러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
우주와 만물의 법칙을 창조한 의지였으니.
현수호 역시 그래야 했다.
배틀 슈트, 플라즈마는 물론이고, 검술을 비롯한 모든 전투술, 초능력에도 자신의 근원을 심어야 했다.
[마스터! 위험합니다!]현수호가 다가오는 전류에 물러서지 않자, 노바가 급히 경고했다.
포식 권능이 담긴 전류엔, 방어막도 무용지물.
더군다나 힘이 떨어진 지금이라면 단 일 초도 버틸 수 없었다.
다른 이도 아닌, 노바의 계산이다.
현수호와 레비아탄의 힘을 정확히 대조하여 순식간에 결론을 도출했다.
지금까지 노바는 이런 상황에서 절대로 틀린 적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노바의 예측과는 달리, 현수호가 쏟아지는 뇌전에 팽팽히 맞서는 게 아닌가?
쏟아지는 전류에 맞서 현수호가 선택한 건 의외로 플라즈마였다.
위잉!
플라즈마 역시 열적 에너지.
물에 들어가면 힘이 약해지거나, 형성되기조차 어려워진다.
바닷물에서 플라즈마를 가동하면, 물 분자의 이온화와 분해 등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겠지.
그렇기에 플라즈마를 사용하지 않은 것.
‘그게 바로 선입견인 거지.’
지금 방출한 플라즈마는 이론과 상식과 달랐다.
물에 아무런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오롯이 그 위력을 발생했다.
오히려 물을 에너지원으로, 수소 분해를 통해 힘을 보충하고 있었다.
삐뽀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드릴 형태의 모습에서 날카로운 칼 모습, 정확히는 전설급 무기 미스틸테인과 똑같이 변하더니 이내 플라즈마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물속을 유영하는 광선검이 현수호 주변을 빙빙 돌며 공격할 기회를 엿보았다.
“간다!”
스펙의 증가가 아니라, 깨달음만으로도 현수호는 눈에 띄게 강해졌다.
아니, 계속 강해지는 중이었다.
심지어 노바의 계산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승률 계산 2%, 4%, 9%…….]실시간으로 수직 상승하는 승률을 보며, 노바는 그녀답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정신 차린 노바는 우주 최고 AI로도 계산하지 못한 원인을 금방 찾아냈다.
[EX급 재능…….]그냥(?) EX급 재능 정도가 아니다.
그 천마조차 우주의 기운이 한곳에 모인 것 같다며 경외하던 재능.
그 힘이 가장 위급한 순간에 폭발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