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15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150화 (완결)(150/150)
150화 신화의 시대 (10)
현수호가 지향하는 건, 기계신.
기계란 동력을 바탕으로 움직이거나 일을 하는 모든 장치를 일컫는다.
맨 처음 현수호가 기계신을 결심했을 때만 해도 바라는 이상향은 단순했다.
이오스 행성을 뛰어넘는 초우주의 과학력.
과학력을 진화하고 또 진화하면 데스 스타와도 맞설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정말 멍청한 생각이었지.’
데스 스타는 준신급 존재.
태양 속에서 수영할 수 있고, 블랙홀 속 사건의 지평선도 원하는 대로 오갈 수 있다.
천마와 싸울 때, 태양보다 거대한 로봇을 만들었음에도 손끝 하나 베지 못하지 않았던가?
설령 이오스 행성보다 몇 세대 높은 과학력을 얻는다고 해도 데스 스타를 이길 수 없겠지.
그렇다면 애초에 방향이 잘못되었을까?
기계신이 아니라, 천마지체와 수호검법을 진화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런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다.
현수호가 레벨 8의 벽에 막혔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나아갈 걸음에 확신이 없었으니.
하지만 신은 그래서는 안 된다.
신이란 앞서 걷으면서 모두를 인도하는 자.
발걸음에 불안함이 느껴지면, 따르는 자들도 흔들릴 터.
다행히 현수호의 방황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아주 훌륭한 선생이 있었다.
‘별을 인도하는 자’.
‘씨앗을 뿌리는 자’.
목숨을 바치며 레비아탄에 창을 꽂아 넣었던 머메이드처럼, 락슈미 역시 최후의 순간에 현수호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생각해 보면 마지막 전장을 선택한 건, 일본 신녀가 아닌 락슈미였다.
그 무대는 락슈미의 죽음이나, 10레벨 탑 랭커 둘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게 아니었다.
오직 현수호를 교육하기 위한 무대.
일본 신녀는 락슈미의 죽음이라는 단편적인 결과를 보았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만약 그때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락슈미는 몇 달이나마 더 살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락슈미가 본 건…… 아니, 그녀가 그린 건 자기 죽음마저도 초월한 미래.
불타 버린 들판에서 재를 뚫고 새싹이 솟아나듯, 죽음으로서 가능성을 꽃피웠다.
‘힌트는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레벨 1에 올라 얻은 건 업그레이드 스킬.
그건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던 기계, 기갑병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레벨 2에 얻은 신체 개조 스킬은 달랐다.
기계 부품이 아니라, 몬스터 소재로 신체 부위와 장기까지 교체할 수 있는 스킬.
당시엔 단순히 몸에 기계 부품을 덕지덕지 집어넣지 않아서 기뻐했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큰 의미가 있었다.
구미호와 전투했을 때도 마찬가지.
지오프론트로 경작한 식품이 전부 불타 잿더미가 되었음에도, 복원 스킬로 그것들을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꼭 금속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었어.’
생명체 또한 에너지를 공급받아 움직인다. DNA라는 선천적으로 지닌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가 따로 배우지 않아도 날고, 물고기가 탄생과 동시에 헤엄을 치는 건, 모두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
생명체만이 아니다.
단지 생명도 기계라는 공식만으로는 현수호가 이렇게 각성하지 못했을 거다.
두 번째 힌트는 8레벨에 얻은 시뮬레이션 스킬에 있었다.
‘이 모든 세계는 데이터로 이뤄져 있어.’
시뮬레이션 스킬을 사용하면, 단순한 물질부터 복잡한 작용과 법칙까지 숫자화하여 보여진다.
인간의 지성으론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양자역학을 넘어, 풀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도 완벽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
그건 단순히 현수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아니라, 세계가 공식으로 이뤄져 있다는 증거.
이 세계가 실제가 아닌 가상 현실인 것일까?
어쩌면 세계가 원래 그러한 것일 수 있었다.
창조신이라고 해도, 법칙을 만들기 위해선 특정한 법칙 값을 집어넣어야 했을 테니.
과거 천마는 권능의 양보다는 날카로움과 예리함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었다.
상식과 때로는 과학 이론마저 뒤집어야 진정한 신이 될 수 있다고.
그 말에 현수호는 이렇게 답했다.
[컴퓨터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의 사람을 공격하는 것 정도일까요?]생각해 보면 그 말이 기계신의 핵심이었다.
기계신의 권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상식과 과학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조건을 모도 충족할 수 있는 방법.
쿵!!
레비아탄이 휘두른 꼬리를 현수호가 쌍검을 내밀어 간단히 막아 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부피가 줄었다고 해도, 레비아탄의 질량은 수백 톤이 넘는다.
설령 온전히 막았다고 해도, 몸이 속절없이 뒤로 날아갔겠지.
하지만 현수호는 마치 바닷물에 고정된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질량 차이에 통용되는 운동 법칙을. 아니 질량이라는 개념을 송두리째 바꿨기에 가능한 일.
‘이것이 시뮬레이션의 진정한 위력이었어.’
일종의 세계 창조 능력.
권능 영역 안의 모든 법칙을 새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었다.
말만 들으면 무적처럼 들렸다.
데스 스타 역시 이 영역에 담으면 쉽게 물리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힘의 차이.
이적은 더 큰 이적 앞에 무너진다.
아무리 예리하게 갈고닦은 힘이라고 해도 압도적인 힘의 크기를 이겨 낼 순 없었다.
레비아탄은 그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모양.
전류에 포식 권능을 한껏 담아 쏟아 냈다.
사각! 사각! 사각!
포식의 힘이, 현수호가 프로그래밍한 세계 자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레비아탄은 공간에도 거대한 구멍을 뚫고 도주할 힘이 있었다.
현수호가 만든 작은 세계 따위는 눈에 차지도 않겠지.
현수호 역시 지지 않고 계속 힘을 겨뤘다.
“크으윽!”
단숨에 팽팽해진 싸움.
두 단계나 차이나는 레벨을 생각하면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예리함으로 맞상대할 수 있어도, 총량에선 여전히 형편없이 밀리기 때문.
이젠 노바와 코럴이 해 주어야 한다.
시간을 번 노바가 마나를 짜내 코럴에게 퍼부었다.
“코럴! 부탁합니다!”
코럴은 노바의 부탁에 화답하듯이 노래의 음을 더 높였다.
“아아아~ 아아아아~~”
레비아탄은 졸지에 안팎에서 공격받았다.
내장은 헤집고 돌아다니는 창의 고통이 생생하다.
당장 달려가 노래를 부르는 저 머메이드를 찢어발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현수호가 집요하게 매달려 방해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현수호를 먼저 죽이고 넘어서려 했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
레비아탄의 발버둥은 점점 커졌다.
쿵쿵!!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면 대부분 힘은 폭발하듯이 커져도 기술의 정밀도는 떨어지게 된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전투력은 오히려 떨어지기 마련.
헌터 중엔 광전사 클래스가 그런 예외였다.
이성이 사라진다는 단점보다 패시브로 오르는 능력이 훨씬 높기 때문.
일행에겐 아쉽게도 레비아탄 역시 광전사처럼 강해졌다.
레비아탄의 근원인 자비 없는 포식은 분노와 성질이 비슷했기 때문.
기다란 몸통을 꿈틀거릴수록 파괴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시뮬레이션 스킬로 대부분의 힘을 무효화했지만, 법칙마저 갉아먹는 포식으로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새어 들어오는 파동만으로도 치명적이었다.
현수호는 금방 입에서 피를 토했다.
“쿨럭!!”
갈비뼈가 으스러졌다가, 힐링 팩터로 겨우 치료했다.
바닷물을 통째로 쏟아 내는 듯한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것.
아마 드래곤 본과 스킬으로 강화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뼈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몸의 내구력만큼은 레비아탄에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했다.
‘역시 드래곤 소재!’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드래곤 신체라고 해도 10레벨의 권능을 이겨 낼 순 없다.
새어 들어온 파동은 곧 유형화하여 현수호의 몸을 덮쳤다.
그건 놀랍게도 나노입자만큼이나 작은 입과 날카로운 이빨의 집단.
한 움큼에도 수천억 개가 넘는 작은 입이 현수호에게 달라붙어 몸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사각!
“크아아악!!”
몸에 수많은 불개미가 달라붙어 물어뜯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EX급 정신력으로도 참을 수 없을 정도.
시뮬레이션 스킬로 방어하고 있었지만, 오래 버틸 수 없었다.
그걸 깨달은 노바가 힘을 더 강화했다.
“제발 조금만 더…….”
노바는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지금의 마나량으로는 레비아탄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현수호의 힘을 빠르게 떨어졌다.
이대로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아니, 1분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노바의 계산으로 절망적인 수치가 떴다.
뭔가 다른 변수와 힘이 필요했다.
다행히, 기다리던 변수는 너무 늦지 않았다.
“코럴! 우리가 왔어!”
친숙한 목소리와 함께 수많은 머메이드들이 전장으로 달려왔다.
웜홈 게이트는 쌍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후퇴했던 머메이드들이 지원군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색색의 꼬리를 가진 수백 명의 머메이드들이 빠르게 헤엄쳐 왔다.
그중에는 원조 골든 테일, 에어린도 있었다.
“언니가 왔어! 조금만 더 참아!”
빠르게 다가온 에어린은 노래를 부르는 코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합창하듯이 같이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른 머메이드들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손을 잡고, 거대한 원을 이룬 머메이드들이 한목소리로 노래 불렀다.
“아아아~ 아아아아~~”
처음엔 들쭉날쭉하던 목소리가 조율한 것처럼, 하나로 뭉쳤다.
모든 힘을 코럴에게 집중한 거다.
덕분에 코럴의 노래도 탄력을 받고 쭉쭉 뻗어 나갔다.
[크아아아앙!!]레비아탄이 고통스럽다는 듯이 몸을 지렁이처럼 꼬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 레비아탄의 힘이 약해져서 현수호는 몸에 달라붙은 포식 권능을 떨쳐 낼 수 있었다.
“크윽!”
위험했다.
만약 몇 초만 더 있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을 거다.
단순히 베이고 찢어지는 게 아니라, 육체의 손실이 너무 크다.
다행히 나노 입자를 재원으로 상처를 메울 수 있었지만, 벌써 삐뽀 대여섯 개 분량의 입자가 소모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치유만 할 때가 아니었다.
에어린을 비롯한 다른 모든 메머이드가 힘을 합쳤음에도 여전히 레비아탄이 더 우위였다.
“아직도 부족한가?”
괜히 아쿠아가 아이의 몸으로 돌아가면서까지 수십 년 동안 마나를 축적한 게 아니었다.
마나로 신력을 제압하기 위해선 최소 수백, 수천 배의 힘이 더 필요했으니.
현수호는 다시 검을 잡았다.
“최대한 빨리 결판을 내야 해!”
상대는 포식으로 끊임없이 수복하고 커지는 괴물이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이쪽의 필패였다.
다행히 시뮬레이션으로 자신은 강화하고, 상대는 약화하니 검이 통했다.
팟!
처음으로 현수호의 검이 레비아탄을 갈랐다.
2m에 달하는 검흔.
작지 않은 상처였지만 워낙 거대한 몸에 비하면, 티끌에 가까운 상처다.
역시나 숨 한 번 돌리니 금방 회복되었다.
“빌어먹을!”
저 거대한 몸뚱이를 언제 다 검으로 벨 것인가.
한강 물을 바가지로 퍼내도 이보다는 더 영향력 있을 거다.
모든 머메이드들이 힘을 합치고도, 여전히 줄다리기는 레비아탄이 훨씬 우위였다.
‘어떻게 하면…….’
이젠 더 올 지원군도 없었다.
이미 에어린을 비롯한 머메이드들은 모두 이곳에 온 상황이었으니.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이곳에 오는 게 보였다.
‘다른 머메이드? 누가 또 있나?’
그건 분명 머메이드의 기척이었다.
이상한 건, 그녀가 온 건 웜홀이 설치된 방향이 아니라 깊은 심해였다는 점.
낙오된 누가 늦게 도착한 걸까?
하지만 무리도 아니고 고작 한 명이라면, 전황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깊은 심해에서 솟아오른 머메이드는 황금색 꼬리를 지니고 있었다.
이것도 이상했다.
분명 머메이드 중에선 황금색 꼬리는 에어린과 코럴밖에 없었으니까.
설마 그새 에어린이 아이를 낳은 것일까?
그런데 다가온 머메이드의 모습이 아주 익숙했다.
“……아쿠아?”
놀랍게도 심해에서 나온 건 차원 게이트에서 만났던 아쿠아였다.
분명 마지막에 큰 상처를 입고 죽었을 거로 생각했던 그녀.
뜻밖에 이곳 지구에서 그녀와 마주했다.
다시 마주한 아쿠아는 노래를 부르는 머메이드들을 보며 감격스럽다는 듯이 소리쳤다.
“모두…… 이렇게 대견하게 자라 주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