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2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29화(29/150)
29화 길드 창립 (1)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난, 정부 요원들이 건네준 스킬북을 망설이지 않고 사용했다.
순간이동, 염동력, 전류 방출로 총 세 가지.
츠츠츠츠!!
스킬북을 사용하자, 마치 영상이 꺼지는 것처럼 두꺼운 책이 사라졌다.
스킬북은 모두 일회용.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거의 모든 인구가 스킬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겠지.
“이게…… 초능력인가?”
스킬을 얻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다.
한 번도 초능력에 대해 공부한 적도, 연습한 적도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자 요원 중 리더로 보이는 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라이트 브링거. 그러면 약속한 대로 일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이들이 건넨 스킬북을 모두 더하면 시가로 2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정확히 말하면 순간이동 스킬북은 매물이 없어서 가격 자체가 없었고, 다른 둘은 각각 50억이 넘었다.
최상위 염동력과 최상위 전류 방출 스킬북이었으니까.
약속했던 것보다 더 후한 보상이다.
그리고 언제나 세상엔 이유 없는 공짜는 없었다.
“라이트 브링거 님의 활약상은 잘 편집해서 알릴 겁니다.”
“그리고 실버 나이트까지요.”
“하하! 실버 나이트는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니까요.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던전 브레이크는 실버 나이트의 첫 공식 무대였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첫 EX등급의 헌터.
자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몰려 있었다.
그걸 잘 아는 정부 역시, 실버 나이트의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서 많이 신경 썼다.
실버 나이트를 보조하기 위해서 랭커, 나찰녀까지 출동시켰으니.
아마 나찰녀와 다른 요원들이 쓰러트린 몬스터도 실버 나이트의 몫으로 계산하려 했겠지.
하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처참했다.
실버 나이트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해, 본 드래곤에게 무모하게 덤벼 초장에 퇴장하고 말았으니.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결과는 나왔지만, 그걸 잔뜩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는 부분.
그래서 편집이 필요했고, 입을 맞춰 줄 사람도 필요했다.
“그래서 기사엔 어떻게 나간다고 했죠?”
“라이트 브링거 님과 실버 나이트가 힘을 합쳐서 본 드래곤을 쓰러트렸다고 나갈 겁니다.”
이미 현수호의 활약은 당시 참여했던 거의 모든 사람이 봤다.
플라즈마를 사용하여 눈에 띄기도 했지만, 다른 하이 랭커들을 제치고 기여율 1위까지 차지했으니까.
그들의 입을 일일이 막을 수 없으니, 직접 찾아와 부탁한 것이다.
명성을 나누어 달라고.
‘나야 나쁠 게 하나 없지.’
만약 명성을 바랐으면 벌써 EX등급을 밝혔을 거다.
그렇지 않고 직업을 A등급 기갑병으로 바꾼 건, 다른 이들에게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역시나 이번에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쳤지만, 현수호가 A급이라고 말하자 눈빛이 짜게 식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저 운 좋게 좋은 장비템을 얻어 기여율을 독식했다고 여기는 눈치.
실버 나이트도 그때 그렇게 말했지.
자신이 등급이 더 높으니 레벨을 금방 따라잡을 거라고.
“제 명성은 실버 나이트에게 다 줘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나쁘게만 표현하지 말아 주세요.”
“하하! 물론입니다. 저희가 자국의 헌터를 폄훼할 이유는 전혀 없죠.”
“그렇다면 문제 될 건 없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국가를 위해 정말 큰일을 해 주셨습니다.”
고작 그 정도로 큰일까지야.
그보다는 초능력의 위력을 빨리 알고 싶은데…….
“저…… 죄송한데. 지금 얻은 스킬 좀 사용해 봐도 될까요? 좋은 스킬을 얻어서 좀 설레네요.”
“그럼요! 물론입니다.”
현수호가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려 하자, 요원들은 자리를 비켜 주었다.
순간이동 스킬북은 매물이 거의 안 나와 시세가 형성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는 아니었다.
이전에 순간이동 스킬을 얻어 그걸 인터넷 영상으로 올린 헌터가 있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작동하는 순간이동, 혹은 점멸 능력.
마법 중에도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블링크 마법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발동 조건이 까다로웠다.
그 헌터는 전장 이곳저곳을 순식간에 움직이며 다수의 상대도 농락하는 그런 상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도 처참했다.
[뭐야, 이게?]순간이동은 제대로 작동되었다.
하지만 이동한 거리는 고작 50cm 정도.
게다가 순간이동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선 그곳을 약 10초 동안이나 뚫어지게 계속 노려봐야만 했다.
순간이동 능력을 두세 번 사용하면, 정신력이 바닥나서 머리가 쪼개지듯이 아픈 부작용도 있었다.
결국 운 좋게 얻은 순간이동 능력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버려진 스킬이 되었다.
나중에도 아주 가끔 순간이동 스킬북을 얻은 이가 나왔다.
그들은 영상의 주인공과는 자신이 다를 거라 자신했지만, 오히려 모두 그보다도 더 못했다.
그런 진상을 아는 누군가가 순간이동 스킬북을 이렇게 칭했다.
‘비싸고 희귀한 똥’이라고.
그런 스킬북을 현수호에게 전달한 거다.
정부 요원은 겉으로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
‘애물단지 하나 처분하는 것으로 싸게 먹혔네.’
돈으로 달라고 했으면 아까운 예산을 사용해야 했을 거다.
본래 하이 랭커들에게 줄 것이라 예상된 금액이었는데, 고작 A등급 헌터에게 줘야 하니까 얼마나 배가 아프던지.
때마침 현수호가 초능력 스킬북을 원하자, 누군가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창고에 처박힌 순간이동 스킬북을 선심 쓰듯이 주자고.
계획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이제 현수호가 순간이동 능력이 쓰레기란 걸 알아도 돌이킬 수 없었다.
한 번 사용한 스킬북은 내뱉을 수 없었으니.
이제 남은 건, 어쩌다 운 좋게 행운을 거머쥐었던 애송이가 울상짓는 걸 구경하는 것뿐.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번쩍! 번쩍!
눈으로 좇아갈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현수호의 몸이 넓은 공간 이곳저곳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거리도 길었다.
가장 짧은 거리도 대략 5m는 되어 보였고, 길면 20m도 넘게 움직였다.
발동 속도도 어찌나 빠른지, 순간적으로 현수호의 몸이 몇 개로 늘어난 듯한 모습.
“어?!”
좌절한 현수호의 모습을 기대하던 정부 요원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이게 아닌데’라는 눈빛으로.
그 사이에 순간이동의 실험을 끝낸 현수호가 얼굴에 선물 받은 어린애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돌아왔다.
“대단하네요! 너무 좋아요!”
아직 염동력과 전류 방출을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뛰어넘는, 공간 이동 스킬.
[이거면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무시하고 이동할 수도 있겠네요.]물론 벽 너머의 모습과 상황을 자세히 알아야 가능할 테지만, 충분한 가능한 일이었다.
‘이 능력이라면 앞으로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길 수 있겠어.’
물론 능력의 사용 전후에 약간의 경직이 있다.
아주 작은 순간이었지만, 그 찰나를 놓치지 않는 강적과의 싸움에서는 생사를 나눌 수 있는 엄청난 시간일 터.
그렇기에 보법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필요할 때 사용하면 적의 측후면을 완전히 제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과학 상식과 이론을 뛰어넘는, 너무나도 헌터다운 스킬이군요.]현수호는 진심을 다해 요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나 좋은 스킬을 싸게(?) 넘겨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고작 공치사를 넘기는 것만으로 이런 스킬을 얻을 수만 있다면, 백 번은 더 할 수 있었다.
현수호의 말에 정부 요원들도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현수호에게 너무나도 과한 보상을 준 게 아닌가 생각되었기 때문.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한 번 사용한 스킬북은 내뱉을 수 없으니.
그렇게 승자는 이번에도 현수호가 되었다.
* * *
헌터는 스킬을 얻는 즉시, 본능적으로 스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큰 줄기는 그렇지만, 세세한 부분은 여러 가지 실험이나 연습으로 알아내야 한다.
노바의 도움을 받은 나는, 스킬을 완전히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파면 팔수록 새로운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본 드래곤의 독 브래스는 족히 9레벨에 필적할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본래라면 마스터가 입은 배틀 슈트는 닿자마자 녹아내렸겠죠.]섬뜩한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때는 버텼잖아. 아무리 회오리를 일으켰다고 해도, 짧은 시간 독기에 노출되었는데?”
[맞습니다. 그건 트롤 간의 해독 능력 덕분이죠.]“트롤의 간? 하지만 그건…… 내 몸에 있잖아. 배틀 슈트와는 무슨 상관인데?”
[그게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헌터들의 스킬은 대부분 연계되어 있어요. 보통 시너지 효과라고 칭하죠. 마스터는 그 정도가 훨씬 더 뛰어납니다.]“시너지 효과가 남들보다 더 좋다고?”
[네. 신체 개조로 얻은 능력이 기제 제작으로 만들어진 로봇에도 적용되니까요.]“……그게 말이 돼?”
[말은 안 됩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그렇게 알려 주고 있어요.]현수호는 무심코 옆에 있던 삐뽀를 쳐다봤다.
(。・ω・。)?
삐리릿?
스킬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라서 특별한 건 알고 있었지만…… 몸과도 연동이 된다고?
이게 말이 되나?
[말했듯이 헌터의 능력은 상식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풀어나갈 수 없습니다.]“어쨌든 좋다는 소리지?”
[물론입니다. 전기 뱀장어 몬스터의 발전 기관을 얻으면, 다른 안드로이드도 전력을 방출할 수 있겠죠.]처음 노바는 기계 제작 스킬은 전투력 증강에는 가장 도움이 안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다른 스킬과 연계가 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미 마도공학 술식까지 적용하니, 삐뽀가 마력탄도 방출할 수 있었다.
기존 실탄을 활용했을 때보다 위력이 족히 몇 배는 더 뛰었다.
그리고 노바 역시…….
4레벨이 되어 생긴 변화를 알아보고 있을 때, 갑자기 단말기가 울렸다.
“응? 중구 아저씨가 음성 메시지를 남겼네?”
미르 상단의 전중구.
현재 현수호가 쓰러트린 몬스터를 시세보다 무려 30%나 더 계산해서 사 주는 고마운 상인이었다.
갑자기 웬 메시지를 남겼나 싶어서 들어 봤는데…….
-수호야! 위급…… 도와…….
그 안에 SOS 신호가 들어 있었다.
* * *
원산시.
함경남도 남부와 거의 붙은 강원도에 위치한 항구도시.
분단국가일 때도 중요한 해양 무역의 요충지였지만, 대격변으로 인한 반강제적인 통일 후엔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한반도의 중심에 있는 핵심적인 무역 도시가 되었다.
지상은 물론이고, 공중, 그리고 강과 바다까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시대다.
어떤 방식으로도 물자를 운송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나마 선박을 통한 게 가장 낫다는 게 중론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몬스터 방비다.
바다와 강을 통해 시시때때로 쳐들어오는 몬스터를 방비하기 위해선 철저한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니 어느 나라나 항구도시는 매우 잘 발달해 있으면서도 요새를 방불케 할 정도로 경계가 삼엄했다.
“정지. 신분을 확인하게 단말기를 제출하세요.”
원산에 도착한 현수호 앞을 관문의 병사가 가로막았다.
레드존을 단신으로 통과한 자다. 당연히 상당한 실력의 헌터라는 건 눈치챘다.
여기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헌터들도 하루에도 수십 명씩 이동하는 곳이다.
그런 것이 익숙한 병사들이었지만, 현수호가 내민 단말기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라이트 브링거?”
별호가 생기면 무려 단말기에도 그것이 적힌다.
현대에 별호의 유무만큼이나 그 능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레벨이 높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각인이 될 정도의 활약을 펼쳐야 하니까.
병사의 말에 무뚝뚝하고 험상궂게 생긴 주변의 병사들도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은 단말기에 적힌 글귀를 보고 앞의 병사처럼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냈다.
“진짜 라이트 브링거 님이시군요! 활약상은 저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