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3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30화(30/150)
30화 길드 창립 (2)
이미 현수호의 활약상은 각종 매체를 통해서 파다하게 퍼진 후였다.
정부는 현수호에게 보상을 주기도 전에 이미 영상을 전부 편집하고 방송으로 내보냈다.
라이트 브링거라는 이명에 맞는 화려하고 눈부신 플라즈마 공격.
누군가는 벌써 다음 헌터 협회의 발표에서 랭커로 이름을 올릴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단순히 그 점 때문에 이렇게 현수호에게 몰린 게 아니었다.
“실버 나이트에게 큰 힘이 되었다면서요? 어떻습니까? 직접 만나 본 대한민국의 희망은?”
“말해 뭐해? 발뭉을 휘두르며 드래곤도 때려잡았잖아.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크! 국뽕에 취한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탑 랭커가 나오는 건가?”
현수호는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까지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이다.
현수호는 그런 그들의 기대를 굳이 꺾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생각도 없었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겁니다.”
현수호는 다른 의미로 말했지만, 관문의 병사들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가장 가까이에서 도운 라이트 브링거의 말이니, 확실하겠지.”
원래 주소지가 아닌, 다른 도시를 이동할 땐 까다롭고 엄격한 절차를 걸쳐야 했다.
강하면 강할수록,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을 테니.
다행히 최근에 펼친 활약 덕분인지, 현수호에겐 최소한의 절차만 거친 후 바로 통과시켰다.
“수고하십쇼!”
“감사합니다.”
현수호는 새삼 자신이 헌터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전 짐꾼 신분으로 도시를 이동할 땐, 병사들이 굴러다니던 돌멩이보다 더 신경 쓰지 않았었으니까.
“이럴 시간이 없어.”
물론 이 도시에 온 건, 유명세를 알아보거나 관광이 목적이 아니었다.
어제 갑자기 걸려 온 전중구의 음성 메시지 때문.
음성 메시지를 받고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다.
전중구, 전미린 부녀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다.
헌터가 된 첫날에 우연히 만나서, 인연을 맺게 된 미르 상단의 일원.
그들 덕분에 초반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었고, 사냥한 몬스터도 불편하게 도축하거나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물론 미르 상단은 현수호의 잠재력을 보고 과감히 투자한 것이지만, 어쨌든 초보 헌터에게 상단이 붙은 건 파격적인 대우다.
현수호도 내심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이다.
“어디야?”
[미니맵을 켜서 안내하겠습니다.]그들을 찾기 위해선 일단 핸드폰을 추적하기로 했다.
현수호에게 전화를 건 마지막 발신지와 핸드폰에 신호를 따라 이동했다.
그곳은 의외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어두컴컴한 뒷골목이었다.
현수호는 하수구 뚜껑을 따라 내려간 후에야 전중구의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다.
“왜 이런 곳에…….”
오물이 범벅된 핸드폰.
떨어트렸을 때의 충격 때문이지 액정은 산산이 금이 가 있었다.
현수호는 오물에도 아량곳하지 않고 핸드폰은 쓱 닦으며 살펴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미르 상단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중계 무역을 하는 소상단이다.
다행히 전중구의 업무 능력은 뛰어난 편이었고, 10년 동안 착실하게 상단을 키워 단단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물론 상단 일이라는 게 늘 사고가 터지기 마련.
특히 저번에 안변 상회의 배신으로 죽을 고비를 맞았다.
만약 현수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함정을 피할 수 없었을 터.
그 때문에 주요 거점을 옮긴단 말을 얼핏 들었건만…….
“뭔가 일이 잘못된 모양이네.”
현수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이곳은 불량아들도 꺼리는 항구의 뒷골목이다.
목격자나 CCTV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노바가 도시의 카메라를 모두 해킹했지만 건진 건 없었다.
이 도시에 들어온 전중구와 전미린의 모습만 확인했을 뿐.
“도시 내부에서 사고가 터진 거라면…… 인간들에 의한 것이겠지?”
들어올 때만 해도, 삼엄한 경비를 보지 않았는가
도시 내에서 몬스터에게 습격받을 확률은 거의 없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노바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항구 쪽에서 몬스터의 피해는 줄곧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주변 섬에 강력한 몬스터들이 주둔하며 간간히 도시를 습격한다는군요.]“주변 섬에 몬스터라고? 어째서 도시는 그들을 그냥 놔두는 거지?”
[최소 8레벨의 몬스터가 우두머리로 있다고 하네요. 정부에서도 몇 번 토벌대를 꾸리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요.]“그 정도로 강한 몬스터인가? 8레벨이면 하이 랭커를 투입하면 되지 않아? 우리나라엔 9레벨 하이 랭커가 세 명이나 있잖아.”
[몬스터의 종류는 세이렌. 물속과 육지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타입입니다. 아무리 하이 랭커라도 해도 물속에서 세이렌과 싸우기 힘들 테니까요.]세이렌은 상체는 인간의 형상이지만, 하체는 물고기의 형태인 몬스터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선원들을 홀려, 배를 암초에 부딪치게 해 침몰시키기도 했다.
그런 세이렌 중에서도 8레벨의 네임드 몬스터가 섬에 살고 있다는 소리.
“세이렌과 실종이 관련이 있을까?”
[일단 핸드폰 데이터를 모두 조사하겠습니다.]“부탁해.”
최대한 빨리 온다고 움직였는데, 벌써 한나절이나 지났다.
노바가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지금쯤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겠지.
노바는 순식간에 핸드폰 데이터를 분석했다.
[핸드폰이 떨어진 건, 항구 쪽으로 추정됩니다.]“알았어. 그러면 다시 미니맵을 열어 줘.”
[알겠습니다.]다시 노바가 알려 준 경로를 따라서 항구 쪽으로 쭉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항구,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쌓인 컨테이너 박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도로 관문보다 훨씬 더 삼엄한 경계도 보였다.
“저건 포탑인가?”
대놓고 곳곳에 있는 거대 포탑들.
전체적으로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삐쭉 튀어나온 포신은 몬스터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당연히 탄환도 모두 값비싼 몬스터 뼈일 터.
포탑만이 전부가 아니라, 마법사와 궁수로 보이는 수많은 헌터들도 잔뜩 포진해 있었다.
웬만한 몬스터는 근처에 오기만 해도 가루가 될 듯한 무시무시한 화력이었다.
그런데…….
“죄다 망가졌네.”
자세히 보니, 포탑 상태가 엉망이었다.
몬스터 소재로 만든 단단한 포신이 반으로 뚝 꺾인 것도 있었고, 아예 포탑 자체가 날아간 곳 많았다.
헌터들이 대기하는 망루와 벙커 역시 상태는 마찬가지.
“이런 무장을 뚫고 몬스터가 쳐들어올 수 있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쨌든 조사를 위해 항구 쪽으로 이동했다.
본래는 중요 물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통제도 엄격하게 막지만, 이번엔 어쩐지 활짝 열려 있었다.
그곳엔 원산시의 주민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과 그들에 둘러싸인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놈들의 거점을 쳐부숴야 합니다!”
사람들은 중년의 여성에게 마치 잡아먹을 듯이 소리치며 따지고 들었다.
금방이라도 사고가 일어날 듯한 모습이었지만, 중년의 여성은 아주 차분하게 그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시민 여러분. 저도 여러분의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방도를 마련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화가 난 사람들을 차분하게 다독이는 여성이다. 얼굴과 목소리에 기품이 묻어 나오는 듯했다.
그녀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노바가 알려 주었다.
[원산의 시장, 명은숙입니다. 기존의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감옥에 간 후에 시장이 되었습니다.]무슨 일인지도 모르지만, 시장이 직접 나선 일이다.
역시나 그 내용은 예상한 것과 비슷했다.
“세이렌 놈들이 사람들을 습격해서 납치한 게 벌써 올해만 다섯 번째입니다! 당신이 시장이 되고서 이런 일이 갑자기 늘었어요!”
“맞습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당해야 합니까?! 노동자들도 불안해서 일을 못 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말을 들어보니 바로 어제. 정확히 전중구가 연락한 그 시간에 세이렌들의 습격이 있었다고 한다.
항구를 습격한 세이렌들은 포탑을 부수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납치해 갔다고…….
이런 일이 빈번해지자, 사람들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선 거다.
시장도 사태의 중요성을 알았는지, 분노한 시민들 앞에 직접 나섰다.
“여러분들에게 제 이름과 시장 직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원산시에 있는 모든 헌터 길드에 동원령을 내릴 겁니다. 이번에야말로 골든 테일을 잡아 낼 겁니다.”
네임드 몬스터, 골든 테일(Golden tail).
세이렌을 이끄는 8레벨 보스 몬스터.
원산 시장은 도시의 모든 길드를 동원해 토벌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찡그린 표정이었지만, 시장직까지 걸고 강경하게 말한 시장의 말에 이번 한 번 더 속는다는 마음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노바가 말했다.
[시장의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이미 원산시에 있는 모든 길드에 뿌려질 공문이 준비되었습니다.]“벌써? 빠르네.”
나무늘보에 비유되는 공무원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을 끌다가 세이렌 놈들에게 납치된 이들이 잘못되면 큰일이었으니.
‘둘이 아직 살아 있을까?’
다른 이도 아닌 몬스터들에게 끌려간 둘이다.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둘을 도와야 해.’
토벌대가 꾸려진다고 해도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이번 원정, 나도 참여하자.”
다행히 라이트 브링거라는 이명을 얻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토벌대에 지원하면 내치지는 않겠지.
하지만 노바의 말은 회의적이었다.
[공문엔 원산시 소속 길드만 참여 가능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외부 헌터는 포함이 안 됩니다.]“긴급한 사건이 터졌는데, 그런 걸 가릴 처지인가?”
[외부 헌터에 끼어든 헌터가 사고를 터트린 전적이 많습니다. 체계적인 병력 운용을 위해선 검증된 헌터들만으로 토벌대를 꾸리는 거죠.]헌터는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잘 관리되면 국익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아쉽게도 꼭 엇나가는 이들이 있다.
언론에 나올 정도로 위험한 범법자들 역시 고렙의 헌터들.
도시에선 멀쩡하게 행동해도, 무법 지대인 레드존에선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그러니 헌터들을 기용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노바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현수호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네가 해킹해서 날 여기 도시 소속 헌터로 만들면 되잖아.”
절대로 해킹할 수 없다는 헌터 단말기도 해킹한 노바다.
그런 노바의 실력이라면,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노바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원산시의 헌터 지부장은 전산을 믿지 않는 이입니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서류로 만들어 정리합니다. 이번 토벌단의 목록도 서류 파일로 주겠죠.]“……요즘 시대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그러게나 말입니다.]그 말이 사실이라면 노바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
다시 고민하던 현수호는 명료한 답을 냈다.
“그러면 까짓것 하나 만들지! 헌터 길드!”
* * *
헌터 길드를 만들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최소 5레벨 이상의 길드 마스터와 3명 이상의 길드원.
헌터 길드가 난립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헌터 협회의 방침이다.
노바의 해킹으로 단말기 상 레벨을 6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남은 건 두 명의 파티원.
그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했다.
뚜벅! 뚜벅!
원산 지부 헌터 길드.
복도를 걸으니 주변의 모든 시선이 쏟아지는 게 느꼈다.
라이트 브링거라는 이명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영상에선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 지금의 현수호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현수호에게 팔짱을 끼고 걷고 있는, 신비로운 에메랄드 머리카락에 숨 막히게 아름다운 여성에 다들 눈이 돌아간 거다.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까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 일행이 다가오자, 접수원 아가씨조차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면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누, 누구…….”
모두가 현수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노바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게 외모 좀 다운그레이드시키라니까.
생각해 보면 처음 노바를 봤을 때, 머리가 멎지 않은 것 또한 EX급 정신력 덕분이었을 거다.
다른 이들은 이처럼 바보가 되었으니까.
얼어붙은 듯한 공간 속에서 현수호는 안내원 아가씨에게 말했다.
“원산시에 길드를 만들려 합니다.”
말을 하자, 그제야 안내원이 앞에 있는 현수호를 알아본 모양이다.
꼭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네.
안내원은 화들짝 놀라며 노바에서 눈을 떼더니 간신히 현수호를 쳐다봤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남성까지.
키가 겨우 160cm 정도의 귀엽게 생긴 남성은 그런 안내원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삐리릿,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