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31)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31화(31/150)
31화 길드 창립 (3)
길드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세 명의 길드원.
현수호, 노바, 삐뽀.
한마디로 정리하면 혼자 북 치고 장구 친다는 소리다.
기계 제조 스킬로 만든 몸체를 노바와 삐뽀가 조종하고 있는 셈이니.
평소엔 홀로그램 형상으로 현수호에게만 보이던 노바였지만, 지금은 실제 몸을 얻었다.
노바는 접수원 아가씨의 명찰을 확인한 후, 손톱으로 책상을 쓰윽 훑었다.
“이름이…… 김순정 씨군요?”
“네?! 아, 네!”
“오늘부터 우리 길드도 원산에서 활동할 거예요. 그러니까 잘 부탁드려요.”
노바가 한쪽 눈을 깜빡이며 윙크하자, 접수원 아가씨는 얼굴이 시뻘게져 어쩔 줄 몰라 했다.
혹시나 이쪽 취향인가 싶었지만, 책상에 떡하니 애인인 듯한 남자와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이쁘장하게 생긴 아가씨라, 헌터들이 추파 던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겠지.
한마디로 노바는 동성까지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라는 뜻이다.
노바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접수원 아가씨는 마치 오랫동안 좋아하던 아이돌 스타를 만난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현수호는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이 보자, 노바가 코웃음을 쳤다.
[구워삶았으니 이제 편할 거예요.]‘……이오스 함선의 전투 AI에게도 이런 능력이 필요해? 우주 괴물에게 미인계도 써먹은 모양이지?’
[당연하죠. 홀로그램으로 완벽한 이상형을 보여 주거나 짝짓기 때 사용하는 페로몬도 화학식으로 모방해서 분출한답니다.]농담 삼아 한 말인데 정말 기능이 있는 모양이다.
무서운 이오스 놈들.
[어쨌든 이것으로 마스터의 염려는 줄지 않았나요?]‘염려? 어떤 염려?’
[저와 삐뽀의 정체가 사람들에게 탄로 날까 봐 걱정했잖아요.]‘아…… 그거.’
노바와 삐뽀는 스킬인 기계 제조와 이오스 행성의 생체공학, 나노입자 기술을 합쳐서 만들어졌다.
재료는 대부분 몬스터 소재고 회로는 마나석.
생체 소재로 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노바의 기술이 뛰어나선지 겉으로 보는 건 물론이고, 촉감으로도 인간과 구분할 수 없었다.
노바의 말에 따르면 설사 엑스레이로 찍어도 알아차릴 수 없다나?
진짜 몸을 얻은 노바는 한동안 뭐가 그리 좋은지, 산책 중 목줄 풀린 개마냥 이리저리 뛰어다녔었다.
조금 기다리고 있어도 김순정이라는 접수원 아가씨는 정신을 못 차리자, 결국 현수호가 말을 꺼내며 재촉했다.
“길드를 만드는 데 오래 걸립니까?”
“아! 자, 잠시만요.”
그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는지, 김순정은 그제야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기계를 꺼내 내밀었는데, 상점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 바코드 찍는 기계처럼 생겼다.
“여기에 헌터 단말기를 가져다 대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순정은 여전히 흘낏흘낏 노바를 쳐다보고 있었다.
노바는 당연히 그걸 알면서도 즐기는 눈치였고.
현수호는 그냥 체념하고 단말기를 내밀었다.
삑!
그때까지도 노바에게 빠져 정신을 못 차리던 김순정은, 습관적으로 단말기에서 나온 정보를 봤다.
그러고는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레벨 7 기갑병? 라이트 브링거?!”
레벨 8은 랭커 수준.
세계에서 천 명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나며 희귀하다.
우리나라는 하이 랭커를 셋이나 보유한 헌터 강국이라고 해도, 랭커의 수는 15명이 전부.
그런 이들은 모두 정부 소속이거나, 거대 길드 소속이다. 당연히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이 아닌 도시에선 레벨 7도 한두 명 있을까 말까다.
강력한 헌터를 도시에 끌어들이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아무리 방비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모든 몬스터의 위험을 막을 수 없으니.
세이렌 네임드 몬스터, 골든 테일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세금 감면이나, 편의 제공 등등을 내세워, 어떻게든 도시에 많은 헌터들을 데려오려 한다.
그런 상황에서 제 발로 나타난 7레벨 헌터다.
스스로 말하긴 민망해도, 최근 가장 뚜렷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고.
실버 나이트 정도는 아니더라도, 라이트 브링거의 이야기도 사람들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오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테지…….
어쨌든 최근 몬스터에 의해서 큰 피해를 입은 원산시 입장에선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셈이었다.
접수원이 감당할 일이 아니기도 했고.
“자, 잠시만요! 잠시 여기서 대기해 주세요! 지부장님께 연락할게요.”
김순정은 전화를 걸다가, 지부장이 받지 않았는지, 일행에게 다시 양해를 구하고 어딘가로 후다닥 뛰어나갔다.
“이래서 명성이 중요해.”
“레벨 7로 올려놓길 잘했죠?”
“본 드래곤도 쓰러트린 라이트 브링거가 5~6레벨인 게 더 이상할 테니까.”
“삐리릿! 뽀!”
“네 말도 맞아.”
삐뽀는 틀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생긴 노바와 당황하며 뛰쳐나간 김순정까지.
헌터 지부 안에 있던 이들이 궁금한 듯이 쳐다봤지만, 감히 말을 붙이는 이들은 없었다.
이윽고 김순정이 달려와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하아하아! 지부장님이…… 하아! 올라오시라고…….”
“이쪽 계단으로 가면 됩니까?”
“네…… 하아~ 하아~”
“고마워요.”
열정적인 아가씨네.
그녀가 말한 곳으로 오르니, 떡 하니 지부장실이라고 쓰인 방이 나왔다.
똑똑!
“들어오게!”
끼익!
전산을 믿지 않아 오로지 문서로만 작업하는 특이한 헌터 지부장.
선입관을 갖기는 싫었지만, 머릿속에서 멋대로 이미지가 그려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편집증 걸린 것처럼 깐깐하고 고지식한 구세대의 아저씨.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자기 갈 길만 가는 꼰대.
그런데 직접 마주친 지부장의 모습은 그런 상상력을 비웃어 주기 충분했다.
“……변태?”
2m도 가볍게 넘는 거구에 손가락만 꼼지락거려도 크게 꿈틀거리는 근육.
신체 특성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문제는 손바닥만 한 가죽 팬티와 뼈를 엮어 만든 목걸이만 제외하면 벌거벗고 있다는 점이었다.
옷 대신에 붉은 염료 같은 걸로 그려진 문신이 더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벽면에 붙어 있는 거대한 양날 도끼는 그의 이미지와 어울려 보였고.
지부장은 그런 반응이 익숙한지, 두 손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어서 오게! 라이트 브링거. 자네의 활약상은 잘 보았네. 정말 대단하더군.”
언론이나 다른 헌터들, 어디서 건너 들었다는 어투가 아니었다.
“혹시 그 전장에 있었습니까?”
“그 정도 대규모 행사에 지부장이 차출되는 건 당연하지.”
헌터 지부장의 역할은 사실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어딜 거나 사건 사고가 많은 헌터들을 잘 규합하고 말 잘 듣게 하는 것.
헌터 중에선 지 잘난 맛에 사는 머저리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엇나가기 시작하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생기는 거고.
짐꾼으로 오래 활동한 현수호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헌터들이 말 잘 듣는 유치원생처럼 다루려면, 압도적인 힘과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그래서 보통 헌터 지부장 정도면, 전현직 유명하고 강한 헌터들이 맡는다.
나이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항구도시엔 특히나 과격한 헌터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런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후,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이 자도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
[7레벨 A급 바바리안, 권철중. 나이는 52세. 별호는 버서커 엑스입니다.]역시나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직업을 들으니 왜 그가 벌거벗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방어 장비를 착용할 수 없는 직업이겠지.’
바바리언 직업의 특징이다.
정확히 말하면 착용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착용하면 뭔가 페널티가 생길 것이다.
방어구를 착용할 수 없는 건 너무나도 과도한 페널티지만, 그만큼의 어드벤티지가 있을 테고.
‘하지만 전투도 없는 지금도 이러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시선을 느꼈는지, 권철중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언제 어디서 일이 터질지 모르는 게 헌터 지부야. 당연히 평소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지.”
변태가 아니라면 어떤 신념이 있는 거다.
다행히 권철중은 후자로 보였다.
“그리고 내 멋진 근육이 옷 따위에 가려져 있는 건 아깝지 않겠나?”
아까 말 취소다.
전자다.
어쨌든 그의 취향으로 굳이 마찰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권철중 지부장님의 명성은 저도 익히 들었습니다.”
“응? 날 알고 있나?”
“당연하죠. 어렸을 때부터 버서커 엑스의 활약상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물론 거짓말이다.
노바가 옆에서 알려준 정보를 듣고 이야기한 거다.
다행히 권철중은 그 말에 흡족한 듯했다.
“그런가! 껄껄!”
책상을 손으로 두들기며 웃는데…… 저러다가 책상이 부러질 듯했다.
원목으로 만들어 단단한 책상도 헌터의 힘을 당해 낼 수 없을 테니.
이미 삐거덕거리는 게 오래 버티지 못하겠군.
한참을 웃던 권철중은 자세를 바꿔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그런데…… 이 원산시에 헌터 길드를 만들고 싶다고?”
“네.”
“어째서? 라이트 브링거 정도라면 이런 촌구석보다는 대도시로 가는 게 낫지 않나?”
물론 길드를 어디에 만들어도 다른 곳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
퀘스트를 수주받을 수도 있고.
하지만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헌터 지부는 자기 지역의 헌터들을 챙겨주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도시 근처에 차원 던전이나 인던이 나타나면, 먼저 지역 길드에 연락을 취한다.
그러니 연고지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건 권철중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알겠지만, 원산시는 헌터 길드 간의 텃세가 심한 편이야. 대부분 이곳 원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지. 아무리 명성이 높다고 해도 갑자기 길드를 만들면 주변에서 계속 견제가 들어올 거네. 그런데 굳이 이곳에 길드를 만들 이유가 있나?”
권철중의 첫인상은 호탕한 기분파라 일도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처리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속내를 파헤치는 것처럼 훑어보고 있었다.
‘과연 레벨만으로 헌터 지부장을 얻은 게 아니라는 건가?’
짐꾼으로 7년으로 활동했기에, 헌터들의 비위를 맞추는 건 도가 튼 현수호다.
이런 타입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무조건 솔직하게 나가야 한다.
“골든 테일을 토벌한다고 들었습니다. 참여 인원은 원산의 길드로 제한한다고도요.”
“흐음! 벌써 그 소문이 퍼졌나?”
“발 없는 말이 빠른 법이죠.”
“부정하지는 않겠네. 그렇다면 고작 퀘스트 수주를 위해서 임시로 길드를 만들 생각이라는 건가? 그걸 내가 허락할 거 같아?”
“겸사겸사죠.”
처음엔 당연히 미르 상단 부녀를 위해서 길드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노바가 이런 제안을 했다.
[안 그래도 길드를 만들길 조언할 생각이었습니다. 개인 길드를 만들면 활동하기도 훨씬 편해지겠죠.] [그러면 진짜 원산시에서 활동하자고?] [원산시는 골든 테일이라는 강력한 몬스터 때문에 모든 활동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헌터들도 이곳에 정착하길 꺼려하고요. 만약 골든 테일을 토벌할 수만 있다면 이곳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을 겁니다.] [그 전에 우리가 선점하자는 거야?] [기회는 많고 헌터는 적으니까요. 이미 길드들이 확고히 자리 잡은 수도권보다는 훨씬 낫겠죠.]현수호는 이 말을 권철중에게 모두 전했다.
그러자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골든 테일을 진짜로 토벌하면, 길드 활동의 기회가 늘어난다라…….”
바바리안 직업이라고 해서 머리가 나쁜 건 아니다.
최소한 내 말을 분석할 통찰력이 있었다.
“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군. 하긴 원산은 넓은 땅과 항구 도시라는 이점에도 다른 곳보다 크게 발전하지 못했지.”
“최근에는 더더욱 그렇다더군요. 골든 테일 때문에요.”
“골치 아픈 몬스터야. 알고 있을 테지만, 예전에 몇 번이나 퇴치하려다가 포기했지.”
헌터의 시대가 된 지금은,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보다,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레드존이 훨씬 더 넓다.
그곳엔 헌터들이 무난히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도 있지만, 8레벨 이상의 재해급 몬스터가 자리 잡은 곳이 있었다.
어쩌다가 토벌 작전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포기하고 그냥 둔다.
그들을 잡기 위한 비용보다, 그 지역을 포기하는 편이 훨씬 더 값싸니까.
대격변이 일어난 직후 멸망한 나라에는 그런 몬스터들이 수두룩하다고 들었다.
그중엔 사람들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몬스터도 많이 있을 거라고…….
그나마 골든 테일은 인간들에게 그리 적대적이지 않아 공생이 가능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요즘은 변한 모양.
권철중은 얼굴을 찡그렸다.
“새 시장이 떼를 써서 공문은 보낼 예정이지만…… 골든 테일을 정말 잡는다는 것엔 부정적이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론 자네가 잡은 본 드래곤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상대이니까.”
랭커인 나찰녀와 손잡고 겨우 처리한 본 드래곤이다.
100% 충전된 플라즈마도 가볍게 버텼던 괴물.
그렇게 말하니 실감이 났다.
게다가 골든 테일은 바다에서 활동하지 않는가?
이번에도 난 솔직하게 말했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토벌에 실패해도 도망칠 자신은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다시 생각하죠.”
“……영웅이라고 불리는 것치고는 계산적이군.”
“제가 영웅이라 불립니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거창한 칭호가 붙었겠는가?”
뭐든 부풀리기 좋아하는 언론이다.
실버 나이트와 더불어 영웅으로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겠지.
‘영웅이라…….’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어쨌든 그런 명성은 앞으로 활동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뭐 어쨌든 솔직하고 인간적이라서 좋군. 쓸데없이 꿈과 이상만 가득한 허황한 이야기를 했으면 바로 거절할 생각이었거든.”
역시나 솔직하게 말한 게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길드의 설립은 수락하겠네. 골든 테일 토벌 퀘스트 공문도 바로 보내 주고.”
“감사합니다.”
“이 도시에서 자네를 오래 봤으면 좋겠군.”
“저도요.”
그렇게 훈훈하게 이야기가 끝나냐 싶었는데…… 이내 섬뜩한 이야기가 들렸다.
“우리 길드 소속이 되면, 직접 운동법을 알려 주지. 사내새끼가 그렇게 비리비리한 몸을 지녀서야 되겠는가? 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이두박근을 과시하는 권철중이다.
꿈틀거리는 게, 꼭 다른 생명체가 팔뚝에 기생하는 거 같은 모습.
……이 도시에 길드를 세우는 건, 심각하게 다시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