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33)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33화(33/150)
33화 엑스 마키나 (2)
물속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물의 저항도 생각보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건 배틀 슈트의 역학적인 디자인 덕분이었다.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비늘을 참조하여 만든 디자인입니다.]‘네가 직접 만든 거야?’
[아닙니다. 이오스 행성의 수중 탐사선과 배틀 슈트에도 있던 도면입니다.]생각해 보니, 이오스인들도 배틀 슈트를 활용했겠구나.
제노사이드에 있는 노심은 이오스인들도 극비로 다루던 것이니 흔하지 않겠지만…….
[맞습니다. 현재 마스터가 착용할 정도의 배틀 슈트는 이오스 행성에서도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배틀 슈트는 몬스터 소재와 마도공학으로 훨씬 더 강화되었고요.]4레벨에 얻은 스킬, 마도공학.
제노사이드를 비롯해, 삐뽀의 성능과 체인 소드의 출력까지 대폭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그 혜택을 받은 건 노바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초문명의 뛰어난 AI라도 마나에 대해서는 전혀 감지하지도 사용할 수도 없었던 노바다.
하지만 술식회로를 추가하자, 노바 역시 마나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오스인들조차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그나저나 지금은 배틀 슈트 성능에 감탄할 때는 아닌 거 같습니다만. 빅데이터를 무시하고 마스터의 직감만으로 너무 무모한 일을 벌이는 거 아닙니까?]‘걱정하지 마. 만약에 내 생각이 틀려도 도망치면 그만이니까. 게다가 보험도 들어 놨잖아.’
세이렌 섬 근처까지 와서 원정대의 배를 멈춘 이유가 뭐겠는가?
만약 이 생각이 틀렸다면, 해킹을 풀고 배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면 시간은 약간 늦어지겠지만, 원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겠지.
[잊으신 모양인데, 상대는 8레벨의 네임드 몬스터입니다. 저번 본 드래곤 때의 일을 상기하세요. 본 드래곤은 배틀 슈트의 속도도 간단히 따라잡았습니다.]‘알았어. 최대한 조심할게.’
데이터 분석보다는 직감에 더 의존한 행동이다.
노바가 우려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미르 상단 부녀를 비롯한 많은 인명의 걸린 일이었지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예전부터 직감은 이상하게 잘 맞았다.
삘이 꽂히면 좋든 나쁘든 거의 대부분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심각하게 무당 일을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노바의 만류에도 무릅쓰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일을 벌인 거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노바가 뜻밖의 말을 했다.
[어쩌면 미래 예지 능력의 발현일 수도 있겠군요.]‘미래 예지? 진짜 신 내렸다고?’
[무속적인 게 아닙니다. 다른 세계의 팬텀이 초능력자인 건 마스터도 잘 아시잖습니까? 헌터가 없는 세상의 이능력자. 그들은 스킬북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이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마스터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능력을 각성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내 유난히 좋았던 촉이 초능력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다. 물론 아직은 노바도 추측일 뿐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마스터의 직감이 맞는다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죠.]‘좋아, 그러면. 그때 생각하자.’
다시 바다 상황에 집중했다.
헌터의 시대가 도래하고, 바다는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고기잡이는 고사하고, 무역선을 운행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헌터들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입장일 뿐, 바다는 고대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다.
몬스터가 있건 없건 푸르른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다웠다.
동해의 깊은 바다에 들어오니, 형형의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얕은 바다였다면 산호초도 구경할 수 있었겠지.
위급한 상황에서도 현수호의 입에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멋지네!”
한때 몬스터의 출현으로, 사람들은 해양 생태계의 몰락을 걱정했었다.
크고 빠른 몬스터들이 작은 어종을 잡아먹으면, 먹이사슬이 끊어질 거라고.
하지만 결국 그건 기우로 그쳤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처럼, 해양 몬스터와 기존의 물고기가 먹고 먹히면서도 조화롭게 균형을 잘 이루는 게 아닌가?
오히려 인간들이 마구잡이로 물고기를 포획했을 때보다도 생태계가 건강해졌다는 게 정론이었다.
육지도 레드존에 무성한 숲이 생기면서, 훨씬 더 다양한 동물들이 뛰어논다고 하고.
[결국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식물들은 더 번성했죠.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몬스터는 지구에서 만든 항생제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나도 예전에 들었어. 인간이라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지구가 내린 특단의 조치라고 하더라고.’
대격변과 동시에 나타난 몬스터의 출현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다.
정말 지구가 인간을 벌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걸까?
이런 저런 생각과, 광활한 동해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역시나 나타날 게 나타났다.
[7시 방향에 회전톱 상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약 8초 후에 마스터와 충동할 겁니다.]대격변과 함께 나타난 해양 몬스터, 회전톱 상어.
전신에 달린 돌기가 마치 전기톱처럼 회전하며 포착한 먹잇감을 갈아 버리는 몬스터다.
추정 레벨은 4지만, 수중에서 활동하기에 헌터들이 사냥하는 건 극히 희박한 일이었다.
노바가 알려준 방향을 보자, 물속임에도 쏜살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어찌나 가속도가 붙었는지, 지나가는 곳에 물결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했다.
슈슈슈슈!!
길이는 약 2m 정도로, 몬스터치고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전기톱 살인마가 냅다 돌진하는 느낌이랄까?
“전기톱이라는 나도 뒤지지 않지,”
체인 소드를 꺼내 가동시켰다.
물속임에도 회전 날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마도공학 스킬로 한층 강화된 체인 소드다.
단순히 전자식 회로로 움직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회전 속도와 파괴력이 증가했다.
현수호는 체인 소드를 휘둘러, 유도탄처럼 움직여 내 몸에 꽂히려는 회전톱 상어를 공격했다.
타다다다당!!!
체인 소드와 회전톱 상어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회전날과 돌기가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듯이 밀고 당겼다.
만약 지상이었다면, 불똥이 한바닥 쏟아졌을 터.
승부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힘의 우열은 분명했으니까.
체인 소드가 회전톱 상어의 돌기를 잘게 부스고는, 주둥이부터 시작해서 꼬리까지 갈라 버린 것이다.
찌지지직!
정확히 반으로 갈라진 회전톱 상어의 사체에서 붉은 피가 뿜어지다가, 이내 방대한 바닷물에 흔적도 없이 스며들어 버렸다.
피 냄새에 이끌린 작은 물고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회전톱 상어의 사체에 달려들어 쪼아먹기 시작했다.
평소엔 회전톱 상어의 먹잇감이었을 작은 물고기들. 심지어 몬스터도 아닌 일반 물고기였다.
금방 너덜너덜해져 뼈대만 남은 회전톱 상어의 사체는 천천히 바닥에 가라앉았다.
“이게 순환이지.”
현수호는 체인 소드의 전원은 껐다, 켜며 확인했다.
“위력이 너무 강하네. 조금 줄일 수 있을까?”
[회전수를 의도적으로 제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의 의도대로 전투를 펼치려면 회전날을 사용하지 않는 게 낫겠죠.]‘알겠어, 그냥 검은 사용하지 않는 게 낫겠다.’
플라즈마를 물속에서 사용하는 건 여러모로 제약이 크다. 실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조금 더 가자, 드디어 세이렌의 영역에 당도했다.
“음…… 마중 나온 모양인데?”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 어디에서도 저런 걸 마중이라 부르진 않습니다. 전투 태세라고 하죠.]예상했던 대로 섬 주변에 수많은 세이렌들이 모여서 경계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거대한 삼지창을 든 세이렌의 형상이 보였다.
침입자를 대비하기 위한 보초겠지.
[어찌하겠습니까? 돌아가려면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습니다.]‘……일단 계획대로 하자.’
막상 세이렌들의 모습을 보자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여기까지 와서 물러서기엔 너무 멀리 왔다.
게다가 노바의 말에 따르면, 직감이 예지일 수도 있다지 않은가?
일단 검을 집어넣고 앞으로 이동했다..
멀리서 침입자의 출현을 감지한 세이렌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붉은색 비늘을 가진 12명의 세이렌.
모두 여성형.
그런데 그 외형이 예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세이렌은 상반신은 인간의 것과 비슷하다고 하나, 결국은 몬스터다.
칙칙한 회색 피부, 얼굴 곳곳에 돋아난 비늘, 세로로 갈라지는 눈, 인간을 삼킬 정도로 거대한 입, 톱니처럼 뾰족하게 돋아난 이.
노래에 홀리지 않은 상태에선 누구나 비명을 지를 정도의 끔찍한 외형이다.
원산시에서 나눠 준 자료에도 그렇게 묘사되어 있었고.
하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본 세이렌들은 그렇지 않았다.
뽀얀 살결에 단정한 눈코입, 부드럽게 휘날리는 머리카락까지.
물고기 형태의 하반신만 아니라면 인간하고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친숙한 외모였다.
심지어 12명 모두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직접 대면한 이들은 세이렌이라기보다는…….
“인어? 머메이드?”
신화에 나오는 몬스터보다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인어공주와 더 비슷한 모습이었다.
뭐 근원을 따지면 세이렌이든 머메이드이든 거기서 거기겠지만.
‘여기서부터 중요한데.’
살벌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이들에게 두 손을 들며 이렇게 말했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말에 다가오던 인어들이 멈칫했다.
물속에서 잘 들리나?
저들은 소리가 아닌, 동작으로 의사를 표현하면 어쩌지?
한국어를 모르면 다른 언어로 말해야 하나?
여러 가지 의문이 있었지만, 결국 정보가 없는 상태에선 일단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말에 저들은 다가오는 걸 멈추긴 했지만, 그렇다고 답을 들려주지는 않았다.
[여기서 잘못되면 바로 도망쳐야 합니다.]‘알겠다고.’
그렇게 기다림을 못 견디고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다른 세이렌이 위풍당당하게 나왔다.
역시나 여성형이었는데, 그녀의 꼬리는 붉은색이 아니었다.
“골든 테일?”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꼬리.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언터쳐블이라고 선언한 8레벨 네임드 몬스터.
그런 그녀가 바로 눈앞에…….
‘뭔가 아닌 거 같은데?’
진짜 8레벨의 골든 테일이라면 그만한 위압감이 느껴져야 할 거다.
하지만 눈앞의 황금 꼬리는 다른 이들보다는 강해보였지만, 본 드래곤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었다.
‘꼬리 색만 같은 개체인가?’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그 세이렌이 입을 열었다.
“닥쳐라! 다시는 우리는 너희 인간을 믿지 않을 것이다!”
생생한 한국어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입 모양으로 봐서는 통역 마법도 아니었다.
‘역시나 말이 통하네.’
레드존에 사는 몬스터 중에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지능 높은 것들도 있었다.
어느 나라에선 그런 그들과 교류도 하고 심지어 교역도 한단다.
보통 레벨이 높으면 지능도 높으니, 세이렌도 인간의 말을 구사할 거라 생각했다.
대화가 통한다는 걸 알았으니 간신히 첫걸음은 뗀 셈.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습니다. 일단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레벨 8의 골든 테일이라고 해도, 해양 전문 헌터 아쿨라까지 대동된 대대적인 토벌 전은 쉽지 않을 거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양측 모두 피해가 클 터.
지능이 있다면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아쉽게도 인간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오른 상태였다.
“또 무슨 거짓으로 우릴 현혹하려는 거냐! 듣기 싫다! 모두 저놈을 죽여!”
대장인 듯한 황금 꼬리의 말에, 기세등등하게 서 있던 붉은 꼬리 세이렌들이 빠르게 현수호를 포위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만.]‘기다려, 아직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차하면 튀어 나갈 준비를 마쳤다.
“나는 싸울 생각이 없다는…….”
“돌격!”
그 말을 무시한 그녀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12명의 세이렌들이 동시에 공격해 들어왔다.
슈슈슈슈!!
꼬리지느러미를 열심히 움직이며 다가오는 세이렌.
그 속도와 위압감은 아까 보았던 회전톱 상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모두 5~6레벨 정도입니다, 마스터!]처음 미르 상단 부녀를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5레벨 궁기를 동시에 세 마리나 만나서 무척 떨었었지.
지금은 그때보다 강한 세이렌들이 무려 12마리나 공격하는 상황.
게다가 물속이라서 세이렌들의 실제 전투력은 레벨보다 최소 1을 더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현수호는 전혀 위축하지 않고 움직였다.
‘간다!’
[지원하겠습니다.]물속에서의 전투는 공중전과 비슷한 측면이 많았다.
앞뒤와 옆만을 조심해야 하는 지상과는 다르게, 위아래에서도 공격이 들어올 수 있었으니.
그렇다면 예전 본 와이번과 싸울 때와 비슷한 전략으로 싸우면 될 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도.
빠른 것의 입장에서 느린 것은 멈춰져 있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터보 엔진 발동.]부앙!
제노사이드의 노심이 출력으로 사용하자,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다.
갑작스러운 속도에 다가오던 세이렌들도 놀란 눈치.
하지만 세이렌 역시 물속 전투에선 프로페셔널이다.
현수호의 몸이 사정 거리에 다가오자, 마치 용수철처럼 삼지창을 뻗었다.
파박!
“이크!”
뻗어 오는 창을 피하고, 나선형으로 창대를 휘감으며 앞으로 돌진했다.
막강한 출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움직임.
그 동작에 놀란 세이렌이 급히 삼지창을 회수했지만…….
퍽!
복부에 주먹이 꽂히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쿡!”
겉으로는 호리호리하고 연약해 보이는 아가씨 같은 모습이지만, 바다에서는 패왕으로 군림하는 세이렌이다.
아무리 명치에 맞았다고 해서, 검도 아닌 주먹 한 방에 쓰러질 리가 없었다.
그걸 알고 있는 현수호가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퍼버벅!
동료가 당한 걸 본 황금 꼬리가 분하다는 소리치며 날아, 아니 헤엄쳐 왔다.
“%@#^@$!”
한국어는 아닌 세이렌 언어로 떠든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엄청 험한 욕이겠지.
“좀 봐주라고!”
역시나 여리여리하게 생긴 황금 꼬리였지만, 엄청나게 강했다.
레벨 4에 올라 마도공학을 배우지 않았으면, 절대 이길 수 없었을 정도.
물론 플라즈마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전제지만.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현수호가 약간 더 강했다.
열두 세이렌의 공격을 전부 회피하면서 황금 꼬리에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누적시켰다.
퍼버벅!
“@%@#^%$!”
잡힐 듯 잡히지 않은 현수호가 너무나도 얄미웠는지, 다시 뭐라 떠들면서 열심히 삼지창을 휘두르는 황금 꼬리다.
그런다고 순순히 잡혀 줄 리가 없었다.
현수호는 계속 다른 붉은 꼬리를 무력화시키면서 황금 꼬리를 공략했다.
결국…….
“크윽!”
알기 쉬운 신음과 함께 황금 꼬리가 물러섰다.
그녀와 함께 싸우던 붉은 꼬리들도 전부 진이 빠진 상태.
다행히 크게 다치거나 죽은 이들은 없었다.
만약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작 검을 사용했겠지.
잠시 소강 상태가 된 틈을 타서 현수호는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대화를 하고 싶다고. 나는 너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여기로 오는 인간들의 배까지 망가트렸어.”
만약 여기서도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면 진짜 큰 문제다.
아까 나눈 몇 마디만으로도 짐작이 맞았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에 더더욱 조바심이 생겼다.
현수호는 최대한 차분히 황금 꼬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엥!”
갑자기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약해 보였지만, 강인한 세이렌 전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주변의 붉은 꼬리들도 당황한 눈치였지만, 능숙하게 그녀에게 달려들어 다독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어, 언니에게 모두 이를 거야!”
이 한마디를 남기로 뒤돌아 나아갔다.
붉은 꼬리들은 그런 황금 꼬리와 현수호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
졸지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글쎄.”
참으로 난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