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35)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35화(35/150)
35화 엑스 마키나 (4)
처음에 증표라고 해서, 그녀의 황금색 비늘을 생각했다.
인간의 기술로는 감히 모방할 수도 없이, 단단하고 아름다운 세이렌의 비늘.
보는 즉시 골든 테일이라는 이명을 금방 떠올릴 수도 있고.
이보다 더 적합한 증표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왜 하필 피였죠?”
“우리들의 피엔 강력한 마력이 흐릅니다. 깨끗하고 독성도 없어서 복용하면 병마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고요.”
“피가…… 치유제라고요?”
“그렇습니다.”
그제야 비늘이 아닌 피를 준 걸 납득할 수 있었다.
헌터의 시대가 되면서, 의사들의 역할은 극히 축소되었다.
특히나 외과의 같은 경우가 심했다.
교통사고라도 나서 크게 다치면 예전에는 응급 수술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힐러의 치료 마법 한 번이면 깔끔하게 치유될 수 있으니 말이다.
긴 수술 시간도 필요 없고 후유증도 거의 없다시피 한다.
의사가 수년 동안 피 터지게 공부해야만 하는 일도, 치유사는 스킬 한 번 딸깍이면 끝이라는 소리.
하지만 그런 치유 마법으로도 치유 못 하는 질병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암.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대충 암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이 아니라, 자기 세포가 변형한 거라 치료 마법이 구분을 못 한다나?
바이러스나 균에 의한 질병은 치유 마법이 통하지만,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난치병은 암 말고도 꽤 남아 있다고 들었다.
“그의 상처 역시 제 피 한 방울로 낫게 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상처는 물론이고 평소 앓고 있던 지병도 나았다고 하더군요.”
현대 의학이나, 헌터들의 치유 마법으로도 고치지 못했던 지병을 고쳤다면, 세이렌의 피는 웬만한 힐링 포션 이상이라는 소리.
“피를 가져간 건 그의 생각이었군요.”
“……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그 질문에 에어린이 다시 크게 한숨 쉬자, 대신 코럴이 말하기 시작했다.
“곧 돌아온다는 놈은 다시는 오지 않았어. 그 대신 인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지.”
“움직였다고? 어떻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우리 동료들을 사냥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지!”
이전에는 골든 테일이 무서워서, 이 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던 헌터들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남자가 사라지고 나서는, 주기적으로 세이렌이 습격을 받았다.
목표는 명확했다.
“피…… 때문인가?”
포션은 비싸다.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은 한정되어 있는 자원.
트롤과 같은 치유력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다.
듣기로는 트롤 두세 마리 분량의 피를 뽑아야, 겨우 포션 하나 만들 수 있다고 하던가?
최하급 포션도 몇천만 원은 우습게 넘고, 상급 포션은 몇억도 넘는다.
본 드래곤을 잡을 때 현수호가 먹은 마나 포션 값만, 300억 원이 훌쩍 넘었다고 들었다.
그러니 세이렌의 피는 그 자체로 보물과 다르지 않다는 소리.
그걸 안 헌터들은 세이렌을 그냥 죽이지도 않았다.
“인간 놈들이 우리 동료들을 사로잡아다가 피만 뽑고 있어! 우린 느낄 수 있다고! 친구들이 너희 도시에서 고통스러워하는걸!”
세이렌끼리는 감각이 공유되기도 하는 건가?
문뜩 떠오른 게 있어 물었다.
“남자가 사라진 건 언제이지?”
“벌써 2년 전 이야기야.”
“2년이라…….”
사람들은 세이렌이 갑자기 난폭해진 게 약 2년 전쯤이라고 했다.
“그래서 도시를 습격한 건가?”
“맞아. 우리 동료를 구하려고 했어. 하지만 인간들의 도시는 너무 복잡해. 도저히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어.”
“인간들은 왜 납치한 건데? 그들을 내세워 포로 교환이라고 할 생각이었나?”
“납치?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사람들을 납치해?”
“뭐?! 하지만 분명…….”
세이렌들이 항구를 훑고 지나간 후에, 사람들이 실종되었다고 했다.
그중에는 미르 상단 부녀도 있었고.
분명 세이렌의 소행이라고 들었는데…… 아니라고 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원산시에서 벌어지는 일에 어떤 내막이 있을 거라건 예상했다.
하지만 애초에 시작부터 꼬여있을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미르 상단 부녀는 이곳에 없다는 뜻.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현수호는, 새로운 궁금증이 일어나 물어보았다.
“왜 당신께서는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에어린의 힘은 본 드래곤 이상이다.
만약 그녀가 직접 원산으로 쳐들어왔으면, 도시가 쑥대밭 되었을 거다.
물론 방어 포탑 등이 전부 부서지긴 했지만, 실질적인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다.
그러자 에어린이 답했다.
“우리는 약합니다. 인간들과 정면으로 싸웠다간 전멸을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긴 저번 던전 브레이크에선 무려 9레벨의 엘든리치가 나왔다.
지금의 현수호로선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막강한 몬스터.
그런 몬스터도 하이 랭커들이 손을 잡으니 손쉽게 토벌할 수 있었다.
물론 막타를 뺏은 건 자신이지만, 그들의 힘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지금까지 골든 테일을 토벌하지 않은 건, 소문과는 다르게 세이렌이 인간들을 먼저 습격한 적이 없어서다.
노래로 꾀어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들을 직접 만나니 그것도 아닌 듯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 설화와 뒤섞인 거겠지.
하지만 에어린이 직접 도시를 습격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야말로 국가 재난급 사태.
정부에서도 하이 랭커를 대동하여 움직일 수 있었다.
물속에서 강한 세이렌이라고 해도, 9레벨의 하이 랭커 3명이 동시에 움직이면 당해 내기 힘들 터.
엘든리치를 잡을 때처럼 다른 나라의 헌터들을 고용할 수도 있었고.
에어린은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현명했다.
‘퍼즐은 대충 맞춰졌는데…….’
이제 남은 건, 조각들을 어떻게 짜맞춰야 정답이 나오느냐 하는 것.
세이렌들의 도움을 받으면 의외로 쉽게 끝날 수도…….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궁!
폭음이 울리면서, 동굴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 뭐지?”
[아쿨라의 함선이 이곳 근처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세이렌 무리와 전투 중입니다.]“아쿨라라고? 하지만 배는 해킹으로 정지시켰잖아.”
[노 젓는 기능도 있는 모양입니다.]“노라고? 지금 무슨 중세 시대도 아니고, 배에 그딴 기능을 장착해 놨어? 이러다가 돛까지 달려 있겠네.”
[그건 없습니다.]항구에서 본 아쿨라의 전투선은 1만 t급 순양함 정도 되어 보였다.
지금은 고레벨 마법사의 주문 한 방으로 항공모함도 쉽게 침몰시키는 헌터의 시대다.
드레드노트급 전함에서 뿜어내는 포격보다, 헌터들을 실어 나르는 기능이 더 중요해져 전투함의 크기는 점점 축소되었다.
그러니 원산시에서 출항한 전투선 중에선 아쿨라의 전투함이 가장 컸었다.
그런 거대한 함선을 노로 저어 움직였다는 이야기다.
“하여간 헌터 새끼들은 죄다 괴물이라니까.”
물론 이젠 현수호도 당당한 헌터이지만, 가끔은 헌터들의 인간 같지 않은 괴력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아쿨라가 8레벨이라고 들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함선을 움직일 수도 있겠지.
“나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나?”
엔진을 정지시킨 것만으로 아쿨라 같은 고레벨 헌터를 묶어두었다고 생각했으니.
현수호는 급히 두 세이렌에게 말했다.
“동료분들을 뒤로 물려 두세요. 그들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그러자 코럴이 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네 친구들이잖아! 너를 어떻게 믿고!”
그녀는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아 뜯을 것처럼 이야기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현수호 역시 그녀들 입장에선 비겁하고 거짓말하는 인간일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녀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었다.
현수호는 코럴 대신, 에어린에게 말했다.
“부탁입니다. 한 번만 절 믿어 보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에어린은 무심코 왼손을 매만졌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매끈한 손가락이 보였다.
그녀가 쓰다듬은 왼손 약지엔 의외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다른 세이렌에겐 반지는 물론이고, 다른 장신구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 말이다.
8레벨의 네임드 몬스터가 착용한 것치고는 그리 대단한 반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싸구려 보석 하나 박히지 않은 얇은 금반지.
그 의미를 직감한 현수호는 다시 간절히 말했다.
“남성에겐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약속하겠습니다. 그 남자의 정보도 반드시 찾아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반지를 매만지는 에어린의 손길이 짧은 순간 격렬히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녀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것이 그녀가 숨기고 있던 진심을 테지.
굳이 축객령을 내릴 거면서 현수호를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
인간을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아직 그 남자를 믿고 싶었던 거다.
대답을 들은 현수호는 에어린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코럴이 뛰어오면서 물었다.
“이봐! 뭘 어쩌려고?”
“어쩌긴 일단 놈들을 막아야지.”
명은숙 시장은 골든 테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아쿨라 일당을 고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노바의 말은 달랐다.
[지난 2년 동안 아쿨라 함선이 원산항까지 드나든 흔적이 여기저기에 있습니다.]물론 원산항은 러시아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헌터의 시대가 되면서 영해라는 개념이 없어졌으니, 아쿨라 함선이 이곳까지 오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들은 해상 교역으로 많은 돈을 얻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하필 지난 2년 동안 그 빈도수가 높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만약 생각이 맞는다면…….
“여기까지 왔으면 직접 확인하면 되겠지.”
이대로 단숨에 아쿨라의 배까지 날아가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갑자기 코럴이 불렀다.
“정말 인간이랑 싸울 거야?”
“아마도.”
“그러면 나도 도와줄게.”
“그건 안 돼. 세이렌이 사람을 한 명이라도 죽이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야.”
사건의 윤곽이 잡힐 듯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진상과 대면할 수 있겠지.
세이렌들이 도와주면 큰 힘이 되겠지만, 누군가는 내 뜻을 오해하고 곡해할 수 있었다.
원산시에서 세이렌이란 존재는 악의 축, 공포의 대마왕 같으니까.
뜻을 전달하고 가려는데, 갑자기 코랄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뭐 하는…….”
깜짝 놀라 황급히 뒤로 움직였는데, 바다를 닮은 일렁이는 마나가 몸으로 들어왔다.
시원한 파도가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불순물을 씻어 내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전신에 활력이 샘솟았다.
“버프 마법?”
예전 진서연에게 받았던 서포팅에 못지않게 뛰어난 버프 마법이었다.
현수호가 놀란 표정을 짓자, 코럴이 으스대며 말했다.
“이 정도라면 문제없지?”
골든 테일의 동생이라서 그런가?
삼지창을 든 전투는 별로였는데, 의외로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마법이 있으면 나와 싸울 때 사용하지 그랬어?”
“너 정도는 마법 없이도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지!”
바보네.
어쨌든 코럴의 말대로 버프 마법 정도는 문제없겠지.
“그럼 나 진짜 간다!”
동굴 밖을 나간, 단숨에 해수면까지 뚫고 솟아올랐다.
펑!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배틀 슈트는 순식간에 해양 모드에서 비행 모드로 변했다.
나노입자가 움직여서 철걱거리는 사운드도 없이 부드럽게 변했다.
“낭만은 없네.”
[변신 로봇이라도 되고 싶으신가요? 그럴 거면 마스터의 몸을 개조해서…….]“미안, 내가 잘못했어.”
짧은 농담도 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섬의 지척까지 다가온 아쿨라의 선박.
현수호 부드럽게 날아가 배의 갑판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퉁!
고개를 들어 보니, 전에 봤던 아쿨라가 팔짱을 끼며 날 보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
그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분명 쥐새끼가 있을 거란 건 눈치채고 있었지. 누가 보냈지? 협회? 연맹? 마탑? 아니면…… 기사단?”
뭔가 설명이 대충이었다.
협회가 헌터 협회인 건 알겠고 마탑은 들어 보긴 했는데, 연맹과 기사단은 또 뭔 소린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뭐가 어쨌든 간에 세이렌과 편 먹은 현수호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일부러 뒷배가 있는 척 무게를 잡았다.
그러자 정말로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이곳에 숨겨진 ‘신의 권능’은 내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