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3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 38화 엑스 마키나 (7) 쿠구구궁!! 크라켄이 촉수를 꼼지락거리는 것만으로도 집채만 한 파도가 생성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음에도 거대한 태풍이 들어선 것처럼 바다가 사나워졌다. 바다는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고, 거대한 소용돌이도 다섯 개나 생겨나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거대한 범선도 우습게 삼킬 크기였다. 그야말로 재해급 몬스터. 평화롭고 잠잠했던 바다는, 크라켄의 등장만으로도 지옥으로 변했다.(39/150)
39화 엑스 마키나 (8)
* * *
명은숙 시장은 홀로 시청에 남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심코 쳐다본 거울에선, 선명한 주름이 보였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주름이다. 불과 하루 만에 조각칼로 긋고 나간 것처럼 깊게 패어 있었다.
명은숙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안 돼. 너무 빨라.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
2년 전 한 남자가 들고 온 피가 시작이었다.
골든 테일과 약속한 증거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던 남자.
속는 셈 치고 피를 거의 만분의 일로 희석하여 복용했다.
처음 복용했을 때, 느낀 심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몸의 상처는 물론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단번에 씻겨 내리는 듯한 느낌.
당시 명은숙은 뇌동맥류 질환을 앓고 있어, 언제 뇌출혈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시한폭탄을 달고 사는 셈.
그런데 골든 테일의 피는 그것마저 단숨에 치료했다.
새 생명을 얻은 명은숙이다.
거기서 만족했다면 이런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명은숙은 기어이 피의 다른 효능을 알아차리고야 말았다.
“젊음. 나는 생명체가 지닌 가장 끔찍한 저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진시황도 찾지 못했다는 불로의 비약을 발견했다.
보물은 나눌 수 없는 법.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너도나도 세이렌들을 잡겠다고 설칠 것이다.
당연히 명은숙의 몫은 줄어들 거고.
“절대로 그럴 순 없지.”
그래서 명은숙은 남자의 제안을 무시하고 오히려 그를 가두었다.
하지만 세이렌의 피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복용을 멈추자, 다시 모습이 예전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젊음을 되찾은 건 일시적이었던 모양.
하지만 명은숙은 포기하지 않았다.
유효기간이 있으면 계속 복용하면 그만 아닌가?
그 후로 명은숙은 용병까지 고용하며 몰래 세이렌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지하엔 따로 장소를 두어, 붙잡은 세이렌을 가두고 피를 계속 뽑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세이렌들이 항구를 습격하기도 했지만, 그 정돈 감수할 수 있었다.
문제는 평범한 세이렌들의 피는 큰 효과가 없다는 점.
그동안 잡은 세이렌의 피를 전부 더해도, 골든 테일의 피 한 방울만 못했다.
그래서 명은숙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골든 테일의 피가 필요해. 피 한 방울로도 그만한 효과를 보았으니, 놈을 사로잡으면 불로불사도 꿈이 아니야.”
그렇게 수년간 투자한 끝에, 마침내 아쿨라는 자신이 골든 테일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마침 세이렌이 다시 항구를 습격하자,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이젠 아쿨라가 골든 테일을 사냥하기만 기다리면 되었다.
얼마나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을까?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왔나?”
헌터들이 돌아온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명은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때였다.
명은숙의 기세보다 더 강력하게 문이 열리며 일련의 사람들이 몰아닥쳤다.
양복을 입고 등장한 누군가가 배지를 보이며 소리쳤다.
“명은숙! 당신을 공적 자금 유용과 납치 및 살인 교사, 배임 혐의로 체포하겠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원들이 우르르 다가가 명은숙의 팔에 수갑을 채웠다.
그러자 명은숙이 활어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안 돼! 이거 놔! 나는 원산시의 시장이야! 너희가 어떻게 감히 나를……!!”
갑작스러운 공무원들의 난입에 명은숙은 저항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그 모든 걸 지켜보던 현수호는 옆에 서 있던 권철중 지부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절 믿고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부장님.”
비록 노바가 선박을 해킹하여 바다 한가운데 멈추게 했지만, 그것만으로 헌터들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실제로 아쿨라는 말도 안 되는 괴력을 사용하여 노를 저어 이동했지 않은가?
헌터들이 얌전히 바다에 묶여 있었던 건, 권철중 지부장의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권철중은 끌려 나가는 권은숙을 보며 팔짱을 끼었다.
“그동안 도시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건 알고 있었네. 협회에서는 나름 조사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지.”
헌터 지부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하려고 할 때마다, 시청 공무원들이 가로막아 실패하고 말았다.
수사는 공무원들의 일이고, 헌터 협회는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뭔가 찜찜했지만, 설마 이런 내막이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현수호가 도와달라는 말을 했을 땐, 말도 안 되는 일인 걸 알면서도 결국 협조하기로 한 거다.
“아무리 못해도 전임 시장보다 부패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이 틀렸군.”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겠죠. 저도 나중에야 알았으니까요.”
“쩝!”
아무리 위로해도, 권철중은 자괴감을 지울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서 찾던 사람들은 찾았나?”
“네, 다행히요. 많이 피로해 보였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더군요.”
예상했던 대로 미르 상단 부녀는, 다른 이들과 함께 아쿨라의 배 밑창 부분에 있었다.
현수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제물이 되었을 이들.
모두 무사히 항구로 데려와 경찰에 인도했다. 그들은 명은숙의 악행을 폭로할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네. 시청 지하를 둘러봐야겠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걱정하지 말게. 여기 검사들과는 매주 사우나도 같이 가는 사이야. 그들에게 말해 둘 테니, 마음껏 보게나.”
“감사합니다.”
원산시에 들어오자마자 정신없이 움직인 거 같은데,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시청의 설계도면을 입수했습니다. 지하 시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부탁할게.”
* * *
악마 크라켄을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에어린이었지만, 일이 끝나자 다시 해저 동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보금자리, 안식처다.
하지만 동시에 도피처이기도 했다.
남자가 피를 가지고 떠난 이후로 에어린은 이곳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여동생인 코럴이 아무리 설득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은 에어린은 음식도 거부한 채로 계속 이곳에 머물렀다.
그렇게 이 년이 흘렀다.
이제 한계에 닿았다.
아무리 8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라고 해도 2년 동안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 건 무리였다.
에어린은 차라리 그렇게 쓰러져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언니! 언니!”
뭐가 그리 급한지 넘어질 듯이 뛰어오는 코럴의 모습.
인간들의 배가 근처에 다가왔을 때도, 거대한 크라켄이 나타났을 때도 지금처럼 숨 가쁘게 달려오지 않았다.
더욱 이상한 건 그녀의 표정이었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표정.
자매의 마음이 이어졌기 때문이었을까?
그 표정의 의미를 깨달은 에어린은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지금 하체가 다리인지 꼬리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에어린의 머릿속에는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동굴 밖을 나오자, 다른 인어들이 몸으로 길게 띠를 만들어 헤엄치고 있었다.
그녀들은 몸으로 에어린을 인도하고 있는 거다.
에어린은 그녀들이 향한 곳으로 헤엄쳐 단숨에 수면 위로 나왔다.
풍덩!
마침내 올라선 섬의 위.
섬을 끝자락엔 오색의 석양을 받고 서 있는 남성이 있었다.
“아……하하, 아, 안녕. 오랜만이야.”
무려 2년 만에 다시 나타난 남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구릿빛 피부의 건강한 사내였던 그는,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고 허여멀겋게 변해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
그는 최대한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그간의 고단이 표정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2년 동안 차가운 지하에서 갇혀 있었던 남자다.
에어린이 식음을 전폐하고 구석에 있었던 것처럼, 그 역시 한시도 에어린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다시 그녀를 만난다는 희망이 없었다면 결코 버티지 못했을 터.
에어린은 버퍼링이 걸린 듯이 한 걸음씩 천천히 걷었다.
마주친 둘의 시선은 모두 이 상황을 꿈처럼 여기는 듯했다.
이내 에어린은 와다다 뛰어가기 시작했다.
한시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그녀의 연인을 향해.
수평선에 반쯤 걸린 태양과 성급하게 모습을 드러낸 별들이 축복을 내리는 듯했다.
절벽에 부딪힌 파도가 축포처럼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순간…….
퍼엉!
종족을 뛰어넘은 두 연인이 마침내 서로를 껴안고 온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 * *
그 후로 시간은 정신없이 지났다.
며칠 동안은 뉴스에 원산시 이야기만 나온 것 같았다.
다행히 언론엔 세이렌의 피에 관련된 말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일부러 노출 안 한 건가? 아니면 명은숙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 함구한 것일 수도 있었다.
다행이었다.
만약 세이렌의 피가 조금이라도 노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왔다면, 원산시엔 세이렌을 사냥하려는 헌터들로 넘쳐났을 테니.
이대로 조용하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현수호는 그동안 조용히 원산시에 머물러, 두 가지 상태를 몰두했다.
레벨 5까지는 족히 2~3년은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레벨 9의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니 단번에 경험치 바가 꽉 찼다.
하지만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마의 5레벨의 벽이군.”
아무리 높은 등급의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누구나 겪는 일이다.
경험치만이 아니라 특별한 깨달음이 있어야 오를 수 있는 단계.
차차 고민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다음은 새로 얻은 스탯이었다.
무려 히든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얻은 보상.
그건 의외로 신력 스탯 달랑 1이었다.
“이걸 어따가 써먹으라는 거지?”
아쿨라가 몇 년에 걸쳐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목숨까지 제물로 삼은 퀘스트다.
그걸 마지막에 날름 가로챈 셈이 되었지만, 어쨌든 퀘스트는 성공적으로 클리어했다.
아쿨라는 이 힘만 있으면 금방 초월자가 될 수 있다는 듯이 굴었지만, 의외로 변한 건 없었다.
“간질간질한 느낌인데…….”
뭐랄까…… 등 뒤에 팔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랄까?
생소한 감각에 손가락 정도는 꼼지락거릴 수 있을 거 같았지만, 그걸로 종잇장 하나 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익숙하게 움직일 수만 있다면, 원래 있던 두 팔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것도 연구해 봐야겠네.”
미르 상단의 부녀는 검찰 조사 때문에 한동안 바빴다가 겨우 현수호와 만날 수 있었다.
약속한 호텔 방에 들어간 부녀가 가장 먼저 본 건 단단하고 미끄럽게 생긴 어떤 물건이었다.
전중구는 그걸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이게…… 세이렌의 비늘이라고?”
“네, 아저씨. 알아보시겠어요?”
“글쎄다……. 보통 물건이 아닌 건 알겠다. 그런데 이걸 팔려고 우릴 부른 거니?”
세이렌의 비늘이 값지다고는 해도, 만남을 청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자 현수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비늘이 한 달에 약 이백 개씩 확보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실래요?”
“이, 이백 개라고? 한 달에? 주기적으로?”
“네. 최소로 산정한 숫자예요.”
그 말에 힘없이 앉아 있던 전미린도 번쩍 고개를 들며 계산기를 꺼냈다.
“세이렌의 비늘은 제작용으로도 쓰이지만, 가공하면 값비싼 장신구가 될 수 있어요. 그런 게 한 달에 최소 이백 개라면…….”
타다닥!
빠르게 계산기를 두들긴 전미린은 결과를 보여줬다.
“재료만 팔아도 일 년에 최소 200억. 우리가 세공까지 해서 팔면 거진 배는 더 받을 수 있어요!”
노바가 그들의 계산이 정확하단 걸 알려 주었다.
세공까지 하면 일 년에 400억 원.
갖가지 부대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웬만큼 건실한 중소기업 수준의 순이익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현수호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자, 전중구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물었다.
“진짜? 이런 걸 어디서 정기적으로 구한다는 거야?”
“그냥 좀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현수호는 이제 세이렌들의 영웅이었다.
인간들과의 전쟁을 불식시키고, 크라켄을 죽이고, 에어린의 연인을 되찾아 주었다.
현수호가 그들에게 바란 건,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그들의 몸에서 주기적으로 떨어지는 비늘을 모아다가 자신에게 건네주는 것.
에어린은 원하면 피까지 기꺼이 주겠다고도 했다.
현수호는 굳이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불로약으로 팔 생각은 없었다.
‘피는 정제해서 회복제로 만들어야지.’
치료에만 특효된 포션을 만들 생각이었다.
피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쏠쏠한 돈이 될 거다.
예전 노바가 홀로그램으로 보여 주었던 기계군단.
들어가는 자원에 비하면 효능은 적어서 보류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마나회로를 활용하면 기계군단도 강력한 화력을 내뿜을 수 있기 때문.
‘자동 사냥 개꿀.’
실험 결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기계 제작으로 만든 병사가 얻은 경험치는 모두 현수호에게로 들어갔다.
아직은 몇 가지 개선할 문제도 있었지만, 레벨이 올라 마법공학과 같은 스킬을 얻으면 효율이 대폭 오를 거다.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준비할 생각이었다.
10년 후 미래를 위해 그림을 크게 그리는 거다.
그것을 위해 현수호는 미르 상단 부녀에게 진짜 준비한 말을 했다.
“두 분…… 제 길드 밑으로 들어오시죠.”
현수호는 두 사람의 실력을 높이 사, 그들을 길드원으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현수호의 제안에 처음 둘은 깜짝 놀랐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니 귀가 솔깃한 모양이었다.
“세이렌들로 수로를 개척하겠다고?”
“네. 그들도 흔쾌히 도와 주겠다고 했습니다.”
세이렌들은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았다.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 수중 몬스터들은 걱정할 필요 없겠지.
현수호는 아직도 믿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한 사람, 아니 한 인어를 소개해 주었다.
“이리 나와.”
현수호의 말에 여전히 탱글거리는 산홋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코럴이 나왔다.
조개껍데기 의상은 벗고, 현수호가 준 의복까지 단정하게 입으니, 마치 노바처럼 환상적인 미모를 뽐냈다.
“너희가 수호가 말한 그들이구나. 잘 부탁할게.”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드디어 뭍으로 나온 인어 공주님의 눈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