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4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40화(40/150)
40화 데우스 (1)
* * *
“엑스 마키나 길드 귀환했습니다!”
원산시의 관문이 열리면서, 일련의 무리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몬스터 사체를 가득 실은 트럭과 그것을 호위하는 병력들.
일반적인 헌터들과는 다르게, 최신식 화기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엑스 마키나 길드가 창립되고 나서 첫 길드 원정이었다.
관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현수호가 돌아오는 헌터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수고했어.”
현수호가 어깨를 두들기며 칭찬하자, 앞에 서 있던 방년의 남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삐리릿! 뽀!”
놀랍게도 원정에 참여한 20명의 헌터 중엔 진짜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현수호의 기계 제작 스킬로 만들어 낸 안드로이드 마도기계 병력들.
겉으로 봐서는 실제 인간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고, 심지어 헌터증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처음 기계 제작 스킬을 얻었을 때 궁금했던 건,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새로운 AI가 만들어지느냐였다.
답은 ‘아니오’였다.
기계 제작 스킬로 만들어지는 인공지능은 모두 삐뽀 하나였다.
하나이자 여러 개의 인공지능.
마치 오버마인드처럼 삐뽀라는 정신체가 여러 기계들을 모두 조종하는 것이었다.
그들과는 별개로 현수호의 옆에도 드론 형태로 둥둥 떠 있는 삐뽀도 있었다.
(*´∪`)
[삐리릿! 뽀!]기계 제작으로 만든 모든 건, 따지자면 현수호의 소환물과 같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삐뽀가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현수호에게 경험치가 들어온다는 뜻.
경험치와 자금 확보 모두에서 이런 병단을 운용하는 건 이득이었다.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나간다.
삐뽀가 움직이기 위해선 전력이 필요한데, 그걸 값비싼 마나석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득실을 따지면 간신히 손해를 면한 정도일까?
하지만 첫 원정에 손실이 안 난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레벨이 올라 새로운 스킬이 생기면, 효율도 증가할 테니까.
나중에 세력이 더 커지면 원산시만이 아닌, 다른 도시에도 지부를 늘릴 생각이었다.
“몬스터 사체는 바로 준구 아저씨에게 보내. 도축하는 거 도와주고.”
“삐리릿! 뽀!”
전중구, 전미린 부녀는 엑스 마키나 산하로 들어왔다.
미르 상단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있지만, 모든 건 길드에 소속된다.
현재는 세이렌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해상 무역을 기획하고 있었다.
둘이 물 만난 고기처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으니, 곧 무역이 시작될 것이다.
“모든 게 척척 흘러가네.”
요즘은 자신이 헌터인지 기업가인지 모르겠다.
길드를 만든 시점에서 양측 모두 활발히 활동해야겠지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별말씀을요. 저는 언제까지나 마스터의 충실한 도우미이니까요.]분석, 평가, 전산, 회계, 기획, 홍보, 인사 등등.
본래라면 수십 명의 전문가가 달라붙어야 할 일을, 노바 혼자서 척척 해내고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그런 노바가 너무 고마워서 바라는 게 있냐고 물었는데…….
[저는 많은 거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소박하게 드래곤 하트 쪼가리 정도면 됩니다.]괜히 물었다.
너무 과도하게 비싼 명품백을 사 달라고 조르는 여자친구가 이런 느낌일까?
차라리 명품백이라면 사채를 써서라도 사 줄 수 있겠지만, 드래곤 하트는 장기를 팔아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현수호는 이번에도 공수표를 남발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접수해 둘게.”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
이제 해결해야 할 건, 막힌 5레벨의 벽을 돌파하는 것.
대다수의 헌터들이 평생 노력해도 좌절하는 벽이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정도로 암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부수고 나갈 수 있는 느낌이다.
딱 한 걸음만 마음먹고 앞으로 나가면 분명 5레벨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감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길은 하나가 아니야. 여기서 정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
눈을 감으면 여러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평탄한 길도 있고, 자갈길도 있으며, 가시밭길도 있었다.
그리고 길인지도 확실치 않은 곳도 있었다.
여기서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영영 돌이킬 수 없을 터.
시작부터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정하고 걸어야만 했다.
다행히 촉은 확실하게 서 있었다.
“신력.”
고작 1밖에 안 되는 스탯이지만, 이것을 얻는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는 걸 직감했다.
잔잔한 찻잔에 물감이 퍼져나가는 듯.
지금까지의 알고 있던 세상이, 갑자기 껍질이 까지듯이 갈라지며 진정한 속살을 내민 듯했다.
아마 처음으로 마나를 발견한 인류가 이런 느낌이겠지.
현수호가 그 힘을 손에 집중하자, 기묘한 파장이 공기에 흘렀다.
츠츠츠츠!
마나 하고는 성질이 전혀 다른 힘.
“이 힘…… 느껴져?”
[저는 감지할 수 없는 힘입니다.]마법공학을 얻은 후에서야 노바는 마나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본래도 대단한 노바의 기능이 수십 배로 오른 극명한 변화.
하지만 그런 노바 역시 신력은 감지하지 못했다.
[겨우 정상에 올랐는데, 더 높은 산을 만난 느낌이군요.]어쩐지 풀이 죽은 듯한 노바의 목소리다.
그런 그녀를 달래 주며 말했다.
“나중에 이 힘을 이해할 수 있는 스킬이 생기겠지. 마법공학처럼.”
[그러길 바랍니다. 게다가 신력은 데스 스타와의 싸움에서도 큰 힘이 되겠죠.]십 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음에도 너무나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데스 스타다.
신력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깨닫고 나서야 겨우 가능성이 보이는 듯했다.
그만큼 이 스탯이 지니는 잠재력은 무한했으니.
처음엔 아리송했지만, 아쿨라가 왜 그렇게 퀘스트에 목을 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앉아서 집중해 봤자 감이 안 오네. 아무래도 사냥해야겠어.”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밀폐된 공간에 앉아서 명상해 보았으나, 역시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럴 땐 역시나 몸으로 부딪치는 게 최고다.
현수호가 장비를 챙겨 레드존으로 나가려는 찰나, 노바가 이상한 말을 했다.
[방금 마스터의 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한 흔적이 감지되었습니다.]“또? 요즘 들어 자주 있네. 이번엔 어디야?”
[중국, 베이징입니다.]“어제는 러시아하고 일본이었잖아.”
[그렇습니다.]최근 세계 각지에서, 특히나 주변국에서 현수호에게 관심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에 레벨 7의 기갑병.
전산에 쓰인 건 대부분 거짓이었지만, 그조차도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엔 국내 헌터 지부에서 열람하더니, 이제는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았다.
“A급으로 설정하길 잘했네. 만약 S급 이상이었으면 귀찮게 들러붙었겠지.”
뛰어난 실력의 헌터를, 다른 나라에서 서로 데려가려는 건 예삿일이다.
막대한 돈과 이권을 보장하면서 이민을 권한다.
몇 가지 사건으로 명성이 높아지니, 현수호에 대한 정보를 캔 듯했다.
고작(?) A급인 걸 보고는 굳이 연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뭐 애국심이 특별히 높은 건 아니었지만, 기반을 다진 원산시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세이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만으로도 여기 있을 이유는 차고 넘쳤다.
“일단 무시해. 저쪽에서도 특별한 액션을 취하진 않으니까.”
이상한 수작을 걸지 않은 이상, 굳이 먼저 나서서 대응할 생각은 없었다.
이래서 굳이 EX등급을 밝히지 않은 거다.
“그런 것치고는 눈에 띄는 행동을 많이 하긴 했지.”
본 드래곤과 엘더 리치에 이어서 원산시의 문제까지 해결했다.
만약 악마 크라켄을 잡고 히든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했단 게 알려졌다면 상황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조용히 살자.”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움직이려는데, 다시 노바가 말했다.
[방금 검색된 정보입니다. 마스터가 꼭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노바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저장한다.
정상급 해커가 몇십 명씩 달라붙어도 처리할 수 없는 양이다.
그중에서 노바가 현수호에게 알리는 건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데, 이번처럼 ‘꼭’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왜? 누가 또 내 정보를 검색했어?”
[갑자기 일본에서 특정한 통신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정확한 시작점은 확인할 수 없지만, 도쿄일 확률이 90% 이상입니다.]“통신? 어떤 내용인데?”
별생각 없이 물어본 질문에 노바는 여전히 덤덤한 목소리로 폭탄 답변을 들려줬다.
[한국 EX급 헌터의 암살입니다.]* * *
딸랑!
일본 신사의 기둥문 토리이(鳥居).
두 개의 기다란 기둥 사이 위로 두 겹의 대들보를 달아 놓은 모양이다.
신토에서 신의 영역과 일반 세계의 경계를 이루는 일종의 관문 내지는 결계 역할을 한다 알려져 있었다.
토리이를 따라 조금 걸으면 거대한 신사가 나타난다.
일본 정치의 중심지 나가타초에 있는 히에 신사.
장사 및 가문의 번창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정·재계의 인사들을 비롯하여 사업가들의 참배가 끊이지 않는 신사다.
옛날에는 에도성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원숭이가 신의 사자이므로 배례전 좌우에 원숭이 석상이 안치되어 있다.
평소에는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는 신사이지만, 웬일인지 지금은 칙칙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살벌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주변을 경계하며 서 있는 것도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다.
긴 시간 가만히 서 있는 게 좀이 쑤실만할 텐데도, 이들은 마치 동상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부터 시작된 의식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의식이 끝나고 신사 문을 나온 이는, 온통 하얀색 무녀 옷을 입은 묘령의 여성이었다.
두 눈을 꼭 감고 있음에도 거침없이 걷는 모습.
사박. 사박.
그녀가 걸을 때마다, 마치 눈꽃을 밟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얼굴이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얗고, 입술엔 새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아름다운 얼굴을 지녔지만, 왠지 모르게 섬뜩한 분위기가 흘렀다.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일본 귀신 같은 모습이랄까?
그녀 일본 신녀.
SS급 무녀 직업의 소유자.
의식을 통해 미래를 엿볼 수도 있다는 미래 예지 능력자이기도 했다.
세상엔 많은 능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래 예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고 뛰어난 능력이다.
그녀의 능력을 안 일본은, 최고 대우를 하며, 나라의 길흉화복을 점칠 때 도움을 청했다.
특히나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선 꼭 그녀의 예지를 받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녀가 나오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되었소, 신녀! 답은 나온 겁니까?”
그의 말에 신녀는 눈을 여전히 감은 채로, 새빨간 입술을 열어 답했다.
“그렇습니다. 아쉽게도 대계는 실패할 겁니다.”
“허! 그럴 수가!”
그녀의 말에 주변에 있던 일본의 고위 관료들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한 명이 다급하게 물었다.
“언제나 방도는 있지 않았소? 실패를 막을 방도가 없겠소이까?”
그러자 얕게 한숨을 쉰 신녀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일본 정부에선 그게 무슨 일이든지 반드시 하겠소이다.”
“…….”
“신녀! 대답을!”
신녀는 잠시 주저했지만, 이내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뜨며 답했다.
“한국의 EX급 능력자. 그가 우리를 막고 있는 이상, 절대로 대계는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말에 고위 관료는, 한국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름을 떠올렸다.
“실버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