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41)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41화(41/150)
41화 데우스 (2)
* * *
한국의 EX급을 암살하라는 글은, 아주 빠르게 사라졌다.
인터넷망에 공유할 수 없는 민감한 내용.
아마 조심성 없는 몇몇이 문자로 흘렸다가, 빠르게 삭제한 거겠지.
사실 그들이 부주의하다고 말하기도 적절치 않았다.
노바 정도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고, 빠르게 생성되었다가 사라졌으니까.
“그게 더 문제긴 하지.”
일본 극우 세력들이 한국을 싫어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언행은 꼭 노바를 통하지 않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은밀했고, 단순히 감상적으로 쓴 말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세운 작전이었다.
높은 확률로 국가 단위의 움직임.
“일본 얘들이 미쳤나?”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남의 나라 헌터, 그것도 전 국민의 관심사를 한 몸에 받은 EX급을 죽이려 한다니 말이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두 나라에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는 대사건이었다.
“설마 날 겨냥한 건 아닐 테고…….”
현수호가 EX급이란 건 소수만 알고 있었다.
노바가 그에 관한 것도 늘 감시하고 있었지만, 흘러나간 정황은 없었다.
그러니 목표는 분명했다.
“그 띨띨한 금쪽이…… 아니, 은쪽이라고 해야 하나?”
EX급 재능의 축복을 받고 태어났으면서도 게을러터지고 여색도 밝혔다.
주변에서 모든 사람이 우쭈쭈해 주니까 안하무인으로 자라났다.
그런 그를 가르치느라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생긴 나찰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녀 역시 어딜 가도 대접받는 랭커인데 말이다.
현수호는 팔짱 끼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본 놈들도 데스 스타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려는 거야?”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이라면,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강대국이다.
당연히 데스 스타에 대한 걸 자세히 알고 있을 터.
10년 후 닥칠 멸망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다른 나라의 유망한 헌터를 공격할 이유가 있을까?
“……뭔가 있겠지.”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특히나 이처럼 국제 정세를 완전히 뒤집을 사건이라면.
위험 부담을 감수할 분명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 거다.
“그냥 둘 순 없겠지?”
몰랐으면 모를까, 안 이상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다.
물론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그냥 있지는 않을 거다.
몇 년이나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기르다가, 이제야 세상에 내어놓았으니.
다른 이들은 몰라도, 현수호는 잘 안다.
화려한 등장으로 찬사를 받았던 실버 나이트의 데뷔전은, 사실 엉망진창인 실패로 끝났다.
한국 정부가 바보가 아니라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진 실버 나이트를 쉽게 노출하지 않겠지.
“한국 정부에 이 정보를 흘릴 수 있을까?”
[정보를 조작해 두겠습니다. 하지만 교차 검증하면 소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정보팀에 고용된 헌터라면 어떤 능력을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요.]“그러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음에 은휘광이 일정을 잡으면 알려 줘.”
만약 정말로 실버 나이트의 목숨을 노린다면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전장이나, 감시가 느슨할 수밖에 없는 공식 석상을 노릴 게 분명했다.
실버 나이트는 저번에 만났을 땐, 본인 입으로 레벨 6이라고 말했다.
레벨 7까지 찍은 후에야 움직일 거라 예상했는데…… 노바의 대답에 따르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은휘광은 다음 주에 정부에서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 참가할 예정입니다.]“공식 행사가 있다고?”
무슨 행사인지 몰라도 암살을 시도한다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다.
이왕 움직이기로 한 거면, 확실하게 해야겠지.
“나도 그곳에 몰래 참가할 방법이 있을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왜?”
[마스터 역시 초청받을 테니까요.]* * *
락슈미.
인도 신화의 여신의 이름.
락슈미란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목표’, ‘목적’을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으며, 락슈미는 ‘목표로 인도하는 그녀’ 등 뜻으로 해석된다.
힌두교의 여신이지만, 현대에서는 신화보다는 어떤 인물을 나타내는 말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랭킹 10위의 탑 랭커.
인도하는 자, 락슈미.
모든 탑 랭커가 그렇듯이 그녀 역시 EX 직업의 보유자였다.
현재 나이 92세로, 탑 랭커 중 최고령.
인도인이지만, 그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국적을 불문하고 재능 있는 헌터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그렇기에 락슈미라는 별호가 붙은 것.
실제로 많은 헌터들이 락슈미의 도움을 받아 깨달음의 벽을 깨기도 했다. 그중에선 하이 랭커도 있었고, 심지어 현재 탑 랭커도 있었다.
그렇기에 인도하는 자.
헌터의 시대에선 헌터의 레벨이 곧 국격이다.
그러니 락슈미의 방문은 다른 국빈들이 오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중요한 일이었다.
락슈미가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이미 몇 달 전부터 축제 분위기가 된다.
정부에서도 최대한 많은 재능 있는 헌터들을,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는 당연히, 실버 나이트다.
락슈미와 같이 EX등급의 소유자.
어쩌면 한국 최초로 레벨 10과 탑 랭커에 등극할 수도 있는 이.
많은 전문가들은 락슈미가 한국을 방문한 게, 바로 실버 나이트를 보기 위해서라고 예상했다.
실버 나이트와 함께 락슈미와 접견할 수 있는 이는 정확히 100명.
어느 나라에 가든 달라지지 않는 숫자다.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숫자였지만, 정부 관련자들은 이 100명을 선발하기 위해서 며칠을 꼬박 밤을 새웠다.
그렇게 뽑힌 젊고 재능 있는 헌터들.
노바가 예견한 것처럼 그중에는 현수호도 있었다.
“답답해 죽겠네.”
익숙하지 않은 정장을 차려입은 현수호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말했다.
정부에서 직접 주최하는 자리다. 평소 입는 후줄근한 옷이나 헌터 장비를 입을 순 없었다.
정작 락슈미는 허례허식엔 전혀 신경 안 쓴다는데, 다른 이들이 이렇게 난리였다.
“그럴 거면 인도 전통복을 입든지 하지.”
집에 정부에서 보낸 차가 왔었다. 그만큼 락슈미의 방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
“평생 관용차는 못 탈 줄 알았는데 말이야.”
차에서 내린 현수호가 행사장에 가자, 검은 양복을 착용한 요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현수호입니다. 라이트 브링거.”
“단말기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보안이 상당히 철저했다.
오랜만에 락슈미가 행보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
한국은 물론이고 외신 기자들까지 행사장에 들어오려 노력했지만, 정부 측에서 철저하게 막았다.
한국 정부에서 고르고 고른 유망주들을 타국에 노출하지 않기 위함.
최근 큰 활약을 펼친 현수호 역시, 당당히 100명의 유명주 안에 들었다.
“아무리 일본이라도 여기서 허튼수작을 부리진 않겠지.”
일반 행사장이 아닐, 무려 탑 랭커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무모하게 일을 벌일 일은 없었다.
그렇게 들어간 행사장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S급 서포터이자, 한창 진룡 그룹의 후계자 전쟁 중인 진서연.
그녀 역시 락슈미와 만나는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예전에 봤을 때 진서연은 그 흔한 장신구는 물론이고, 화장기 하나 없이 헌터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화려하진 않아도 단정한 정장 차림에, 간략한 장신구를 착용하고 화장까지 꼼꼼히 하고 있었다.
노바와 세이렌 등으로 더 이상 여성들의 외모엔 감흥이 없던 현수호도 놀랄 정도의 미모.
현수호가 조금 놀란 사이, 눈이 마주친 진서연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안녕하세요, 수호 씨. 여기서 만날 줄 알았어요.”
그녀는 언제나처럼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현수호는 그제야 상념을 멈추고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네요.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붙어 있던 파이어볼러, 홍창식이 안 보였다.
아무리 홍창식이라고 해도 이곳엔 함부로 들어올 수 없던 모양.
진서연도 그런 현수호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는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계세요. 꼭 같이 들어와야 한다는 걸 겨우 말렸어요.”
왠지 홍창식의 방방 뛰면서 소리치는 게 귀에 들리는 듯했다.
현수호는 피식 웃으면서 진서연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왠지 모를 시선을 느꼈다.
‘응?’
주변을 둘러보자, 뭇 남성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진서연은 진룡가의 아가씨로도 잘 알려져 있고, 뛰어난 헌터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100명의 유망주 중에서도 그녀는 특별한 존재감을 떨치고 있었다.
평소에는 홍창식이 눈이 불을 켜면서 다가오는 남정네들을 차단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들어올 수 없었다.
아마 현수호가 이곳에 오기 한참 전부터, 진서연에게 말을 붙일 기회만 노린 듯했다.
‘이미 퇴짜 받은 이도 있는 거 같고…….’
다른 남자들에겐 찬 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냉담하게 대했던 진서연이다.
그런데 현수호에겐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대하고 있지 않은가?
다들 현수호의 정체가 궁금한 눈치였다.
그중 한 명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왔다.
“너는 누구냐? 누군데 감히 서연 씨에게 알랑방귀 뀌고 있는 거냐?”
역시나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사실상 이 자리의 주인공이 있었다.
“은휘광?”
실버 나이트, 은휘광.
이미 진서연에게 퇴짜 받은 이들 중에 은휘광도 포함되었던 모양.
저번 던전 브레이크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연히 좋은 뜻은 아니다.
여전히 느끼하고 여색을 밝히고, 쓸데없는 질투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넌 변한 게 없냐?”
현수호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니, 은휘광이 깜짝 놀랐다.
당장 손이라도 쓸 것처럼 말하다가, 갑자기 목이 쑥 들어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설마…… 라이트 브링거냐?”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만났을 땐, 가면을 쓰고 있었다.
탑 랭커인 락슈미를 만나는 자리에선 가면 같은 걸 쓸 수 없었으니, 은휘광은 현수호의 얼굴을 처음 보는 셈이었다.
당황한 은휘광에서 현수호가 삐딱하게 물었다.
“그래서? 레벨 7은 올랐냐? 전에 날 뛰어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잖아.”
“크읏!”
대답을 못 하는 걸 보니 여전히 레벨 6인 모양이다.
하긴 아무리 EX등급이라고 해도, 고작 27에 레벨 7에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자 은휘광은 변명하듯이 말했다.
“오, 오늘 오를 거다.”
“오늘? 그러면 경험치는 모두 채웠다는 소리네.”
경험치는 충분한데, 깨달음이 모자란다는 소리.
아마 오늘 락슈미에게 도움을 받고 레벨 7로 도약하려는 듯했다.
은휘광은 그걸 상기했는지, 갑자기 큰소리 떵떵 치기 시작했다.
“그, 그래! 나도 이제 곧 레벨 7이 될 거다! 레벨만 같으면 내가 너보다 더 강할걸? 나는 EX 헌터니까!”
기세등등해서 소리치는 은휘광이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진서연을 쳐다보며 어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에휴!”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런 놈을 위해서 고생도 마다치 않을 생각이었다니…….
‘그냥 암살당하게 놔둘까?’
[저는 그 의견에 찬성입니다.]진짜 진지하게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행사장에 있던 진행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 락슈미 님이 들어오십니다.”
그 말에 장내에 있던 많은 이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레벨 10의 탑 랭커.
많은 헌터들을 인도한 위대한 스승.
드디어 그녀와 마주할 수 있었으니.
은휘광까지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단상을 바라봤다.
그곳엔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자박. 자박.
겨우 140cm 정도 되었을까?
가뜩이나 초등학생 정도로 키가 작았는데, 허리를 구부정하게 해서 더 작아 보였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르고 왜소한 체격.
드러난 피부는 전부 탄력 없이 축 늘어져 있었고, 하얗게 센 머리카락도 건들면 뚝뚝 끊긴 것만 같았다.
걷는 것조차 위태로워 보일 정도였다.
한 마디로, 뒷방의 할머니보다도 훨씬 더 볼품없는 형색.
락슈미의 모습을 확인하자, 잔뜩 긴장했던 헌터들이 맥 빠진 소리를 냈다.
“저 사람이…… 락슈미? 우리 할머니보다 더 힘없어 보이는데?”
“말도 안 돼.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저런 사람이 탑 랭커라고?”
아무리 헌터는 겉모습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지만, 첫인상은 도저히 전 세계가 존경하는 탑 랭커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그런 걸 내색할 정도로 바보는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락슈미의 정체를 긴가민가한 듯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현수호는…….
‘뭐, 뭐야 이건…….’
락슈미가 등장하면서부터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 짐꾼과 헌터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몬스터를 만났다.
본 드래곤이나, 엘더 리치, 악마 크라켄과 같은 재앙급 몬스터와도 마주쳤고, 실제로 싸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이처럼 몸이 떨릴 정도로 압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이세계에서 만난 외우주의 존재에게도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는데…….
‘이게 탑 랭커? 탑 랭커는 다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건가?’
어찌 사람이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는가?
놀랍다, 압도적이다, 대단하다, 이런 표현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아득했다.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대면한 느낌이랄까?
지구 전역을 뒤덮을 것만 같은 존재감.
현수호조차 락슈미 자신이 힘의 편린을 슬쩍 내보였기에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힘.
‘왜 다들 느끼지 못하는 거지?’
락슈미의 힘에 전율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흘낏 쳐다봤는데, 락슈미의 힘을 느끼는 건 오직 현수호밖에 없었다.
같은 EX 등급인 실버 나이트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는지 머리만 긁적일 뿐.
그보다는 차라리 진서연이 더 반응이 있었다.
그녀는 전신에 솜털이 곤두서서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으니.
행사장에 들어온 락슈미는 기지개하듯이 허리를 쭉 펴더니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치 풍경화를 보듯이 무심히 쑥 훑어보는 모습.
그리고 현수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씨익 웃었다.
[너로구나.]락슈미의 음성이 천둥처럼 현수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