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42)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42화(42/150)
42화 데우스 (3)
목소리에 놀란 현수호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다가, 뒤에 있던 누군가와 몸이 툭 부딪쳤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사람이 아니라 딱딱한 바위와 부딪힌 느낌.
뒤를 돌아보니 자신과 부딪힌 남자는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영상처럼, 두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고 그대로 멈춰 서 있는 게 아닌가?
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진서연, 은휘광까지도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현수호는 반사적으로 노바부터 찾았지만, 이상하게도 노바에겐 아무런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노바? 내 말 안 들려?’
애타게 노바를 부를 때, 다시 락슈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바로 옆에서,
“놀랄 것 없으니라.”
언제 이동한 걸까?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새 락슈미는 현수호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여전히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었지만, 그 작은 몸엔 그 누구보다 거대한 위엄이 도사리고 있었다.
현수호는 심장이 멎을 것처럼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다스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게 볼일이라도 계십니까?”
이 상황을 락슈미가 만들었냐는 등의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아주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자 락슈미는 마치 친할머니처럼 인자한 미소를 띠며 웃었다.
“홀홀홀! 너를 찾아 이 나라에 왔느니라.”
한동안 활동하지 않았던 락슈미가 갑자기 한국에 방문한 이유.
많은 이들이 실버 나이트 때문이라 여겼지만, 실은 현수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어째서죠? 제가 EX등급이라서요?”
락슈미에게까지 등급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
이미 속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한 락슈미이니, 굳이 돌려 말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EX등급이라면 은휘광도…….”
은휘광을 가리키며 말하자, 락슈미는 씁쓸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저 아이도 빛나는 재능을 타고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천성이 부족해.”
게으른 것, 자만심이 넘치는 것, 여색을 밝히는 것.
한 번도 은휘광을 만나지 못한 락슈미였지만,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인도하는 자. 너와 같이 길을 헤매는 이들을 돕기 위해 평생을 살았단다. 그런 나조차도 현재에 안주하는 이를 일으킬 순 없더구나. 물론 적선하듯이 깨달음은 나눠 줄 수는 있겠지.”
락슈미는 이정표다.
현수호처럼 길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주저앉은 이의 등을 떠밀 수는 없었다.
락슈미는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좁은 나라에 두 신성이 탄생했지만, 어찌 이렇게 결이 다를꼬…….”
어쨌든 락슈미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다.
그걸 깨달은 현수호는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의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가르침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락슈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하는 마의 벽이란, 일종의 성장통이다. 도약하기 위한 웅크림. 가로막혔기에 비로소 궁구하고 진리와 자신을 탐색할 기회를 얻는 것이지. 하지만 네 경우는 다르다.”
그렇게 말한 락슈미가 손을 뻗어, 현수호의 손목을 슬쩍 만졌다.
그러자 안에 있던 기운이 주체할 수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마나가 아니다.
고작 1 스탯인 신력.
그것이 락슈미의 손길을 따라 요동치기 사직했다.
“네가 얻은 힘이 무언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거창한 단어로 정의되어 있지만, 그건 시간과 우주 이전에도 있었던 태초의 힘이다. 어디에나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힘. 예전 대격변이 전에 인간이 마나를 깨닫지 못했듯이.”
“마나와 같다고요?”
“같지는 않단다. 마나는 물질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않느냐? 이미 잘 빚어져 유용한 도구처럼 사용되고 있지. 그래. 이를테면 가정용 전기 같은 느낌이겠지.”
“……그러면 신력은요?”
“구분되지도 정의할 수도 없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의 총화지.”
락슈미가 손을 뻗자, 미지의 힘이 흘러나오더니 세상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이것이 락슈미의 신력.
현수호가 얻은 것과 같은 이름이지만, 그 성질은 완전히 달랐다.
현수호는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태초의 에너지로 락슈미가 완성한 심상 세계를.
어느덧 현수호는 자신이 우주 한복판에 서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우주는 차갑거나 공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는 자애로운 힘이 있었으니.
“불빛?”
그냥 불빛이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며, 길 잃은 별들을 인도하는 등불.
그 별들이 모이자 우주를 뒤덮는 은하수가 되었다.
우주의 끝과 끝을 잇는 거대한 별의 행렬.
이것이 락슈미가 만들어낸 세상이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었다.
그 장엄한 세상에 현수호가 놀랄 때, 다시 락슈미가 입을 열었다.
“너 같은 아이라면 언젠가, 너무 늦지 않게 신력을 터득했을 거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빨리 떠 버린 탓에 독이 되었지.”
히든 에픽 퀘스트로 얻은 신력 스탯.
꼭 락슈미가 언급하지 않았어도, 현수호는 이것의 막대한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락슈미는 오히려 그걸 독이라 말하고 있었다.
“퀘스트 보상인데 잘못되었다고요?”
“그 퀘스트는 일종의 편법이자 개구멍이지. 평생을 노력해도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주는 최후의 보루. 그래. 아쿨라 같은 아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겠지.”
아쿨라가 그토록 히든 에픽 퀘스트에 집착했던 이유였다.
퀘스트 보상이 아니라면, 그는 절대로 신력을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
락슈미는 현수호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단계를 거치지 않고 얻은 힘이다. 잘못하면 오히려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도 있단다.”
실제로 현수호는 레벨 5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차라리 신력을 얻지 않았더라면 이미 레벨이 올랐을 터.
너무 일찍 많은 걸 알아버린 탓에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다른 이들은 히든 퀘스트 없이도 신력을 얻는다는 겁니까?”
현수호의 질문에 락슈미는 역시 질문으로 답했다.
“레벨이 오른다는 게 무슨 의미 같으냐?”
“그야…… 강해지는 것?”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이 오른다.
그러면 모든 스탯이 오르고 새로운 스킬도 얻어 몇 배로 강해질 수 있었다.
여기까지 사람들과 현수호가 생각하는 레벨 업의 개념.
하지만 락슈미는 다르게 표현했다.
“레벨이 오르는 건, 그만큼 실체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체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 진화의 궁극적인 목적…….”
락슈미가 말할 때마다, 내재되어 있던 힘이 들끓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력.
그건 히든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이전에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락슈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이어질 말을 알 수 있었다.
“신에 가까워진다는 뜻이지.”
현수호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신이라……. 감당하기 힘든 말이네요.”
“홀홀! 지금까지 무슨 말을 들은 게냐? 신이란 네가 생각하는 그리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그저 신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의 명칭이지. 너 역시 지금은 신이 되었다.”
“제가 신이라고요?”
“그래. 비록 최하급 신성일지라도 말이다.”
하긴 신력 스탯 1로 뭘 할 수 있겠는가?
최하급 신이 아니라 최최하급 신이라고 해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레벨 8이 되는 최소 조건이 바로 최하급 신이 되는 것이지. 레벨 9에 이르면 하급 신 정도는 되었다 칭할 수 있고.”
“레벨 10은요?”
“그야 중급 신 정도지. 그리고…….”
이어지는 락슈미의 말에선 믿을 수 없는 단어가 나왔다.
“데스 스타 그자는, 상급 신이지.”
10년 후에 들이닥치는 죽음의 별.
락슈미는 뜬금없이 그 이름을 말했다.
“데스 스타가 상급 신…… 잠시만요?! 그자라고요? 그러면…… 데스 스타가 사람이라는 말입니까?”
“홀홀! 죽음의 별이라고 정말 별이라고 생각했느냐? 그는 나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깨달음을 얻은 이다. 아쉽게도 파괴신이 되었지만 말이다.”
데스 스타가 실은 사람이었다니…….
이오스 행성의 강력한 전함들을 단숨에 쳐부수는 모습을 생생히 봤던 현수호는 믿을 수 없었다.
“지구……인은 아니겠죠? 우주인? 혹시 이오스인?”
“홀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단다. 그보다 더 궁금한 질문이 있지 않느냐?”
그 말에 비로소 현수호는 미루고 미뤘던 질문을 던졌다.
“그…… 데스 스타는 얼마나 강합니까? 그러니까 락슈미 님과 비교하면…….”
두근거리는 심정을 물었다.
만약 탑 랭커들이 뭉쳐서 이길 수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아쉽게도 락슈미의 대답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나 같은 수준의 탑 랭커가 천 명이 모인다고 해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천 명……이요?”
지금 느껴지는 락슈미의 힘은 아득할 정도다.
그런 탑 랭커가 백 명도 아니고 천 명이 있어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니…….
“빌어먹을!”
현수호가 욕설하여 인상을 썼는데, 웬일인지 락슈미는 웃었다.
“홀홀. 역시나 신기한 아이구나.”
“네? 그건 무슨 뜻인가요?”
“데스 스타의 힘을 알려 줬는데도 여전히 싸울 생각이 아니더냐?”
“그야…… 당연한 일 아닌가요?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싸우지 않으면 죽으니, 발버둥이라도 치려 한다.
그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락슈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단다. 감당할 수 없는 종말이 찾아오고 있지. 그걸 아는 이들은 나뉘었지.”
“나뉘었다고요? 어떻게요?”
“누구는 포기했고, 누구는 도망치고, 또 누군가는 굴복했지.”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현수호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탑 랭커를 지칭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락슈미를 제외한 9명의 탑 랭커.
중급 신 정도의 권능을 지닌 초월자들.
그들 중 누구도 데스 스타와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차라리 모르면 부딪치기라도 할 텐데, 그들은 이미 이전에 데스 스타의 강력함을 알고 있었으니.
“그러면 락슈미 당신은요?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만약 락슈미마저 포기했다고 하면, 자신의 의지도 흔들릴 듯했다.
그 말에 락슈미는 여전히 자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저 씨앗을 뿌리는 자다.”
“씨앗……이요?”
“상대는 아득한 파괴신. 그를 상대함에 있어 누구의 방법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는 싹을 틔우고 가지치기할 뿐. 무슨 열매가 맺힐지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도하는 자.
현 탑 랭커를 비롯해 수많은 헌터들을 길러 낸 락슈미.
그녀의 기행과도 같은 행동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락슈미는 현수호는 보면서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실수했구나.”
“네? 그게 무슨…….”
“노파심이었어. 너는 내가 굳이 만나지 않았더라도 길을 헤매지 않을 거야. 자고로 어미 새는 아기 새의 껍질을 직접 벗기지 않는 법인 것을…….”
“아, 아닙니다. 락슈미 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홀홀! 그렇구나. 너는 이미 오롯이 솟아난 존재구나.”
략슈미는 편안하게 미소 지었다.
그건 어쩐지 현수호가 아닌, 자신에게 짓는 미소 같았다.
“고맙구나. 네가 있어, 내 마지막 여정이 헛되지 아니했다.”
그 순간이었다.
딱!
공간이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리더니,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어?”
현수호가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방금까지 앞에 있던 락슈미가 다시 단상에 얌전히 서 있는 게 보였다.
설마 이 모든 게 꿈이었을까?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꿈이 아니었다.
락슈미는 아무도 모르게 현수호에게 길을 알려 주었다.
멈춰진 시간 속에 있었던 일이니, 아무도 락슈미와 현수호와의 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노바까지도.
[심장 박동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올랐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마스터?]‘괜찮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언젠가 노바에게 설명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며칠 전부터 손에 잡힐 듯 말 듯했던 깨달음.
락슈미와의 대화를 통해 그 실체를 잡은 듯했다.
‘네가 보여 줬지. 이오스 함대와 데스 스타의 싸움을.’
노바가 처음 데스 스타를 설명할 때 보여 주었던 영상이 있다.
이오스 행성의 무적함대 수백 대가 데스 스타에게 속수무책으로 파괴된 장면들.
그때 내심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데스 스타와 싸워서 이길 수 없을 거라고.
그도 그럴 것이 지구보다 과학 문명이 최소 수백 년은 앞섰던 이오스 행성 아니었던가?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데스 스타와 싸우기 위해선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
‘7세대 우주 함선으로도 못 이겼다면, 8세대, 아니 9세대 이상의 전력을 갖추면 그만이지.’
이것이 현수호의 선언이었다.
노바와 자신의 스킬을 바탕으로, 이전 이오스 행성이 구축했던 전함보다 더 강력한 힘을 얻겠노라고.
데스 스타와 싸워 이길 정도로 말이다.
그 말에 노바가 말했다.
[이오스 행성의 과학자들이 말한 게 있습니다. 이제 인류가 과학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문명은 한계에 봉착했다고요.]은하를 통째로 점령했던 이오스 행성.
그런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과학 문명이 이룰 수 있는 끝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만약 이 이상의 과학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이가 있다면…….]‘있다면?’
[그건 생명체가 아닌 기계신의 현신일 거라고요.]“하핫!!”
현수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락슈미가 있는 상황이라, 주변에서 눈치를 줬지만,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정확히 생각했던 바야…….’
현수호는 비로소 나아갈 바를 정확히 정했다.
‘기계의 신.’
그 순간, 마치 현수호의 깨달음을 축하하듯이, 시스템창이 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