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43)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43화(43/150)
43화 데우스 (4)
* * *
락슈미는 100명의 헌터들과 한 명도 빠짐없이 대면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와 이야기하던 헌터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아!”
그동안 풀지 못하고 난제가 시원하게 뻥 뚫린 듯한 느낌.
락슈미는 헌터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한 문제를 단숨에 파악해서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100명 중에서 단숨에 레벨 업 한 이만 다섯 명이었다.
미처 레벨을 올리지 못한 나머지도 깨달음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듯이 만족한 표정이었다.
가만히 기다리던 현수호에게 별안간 은휘광이 신이 난 목소리로 다가와 떠들었다.
“크하하! 이제 됐다! 문제점을 깨달았어. 기다려라, 라이트 브링거. 이제 7레벨에 오르면 너 같은 건 내 눈에 차지도 않을 거다!”
락슈미가 레벨 업에 관련하여 도움은 주었지만, 인성까지는 고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현수호는 내심 불쌍하다는 표정을 겨우 지우며 말했다.
“그러던지…….”
현수호의 시큰둥한 말에 은휘광은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코를 훌쩍였다.
“큼!”
“쯧쯧! 불쌍한 놈.”
락슈미와의 대담은 천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기회다.
게다가 락슈미는 한 번 깨달음을 준 이에겐 두 번 다시 도움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은휘광은 자신도 락슈미의 축복을 받았다고 여기고 있지만…… 그게 반쪽짜리란 걸 알면 과연 표정이 어떨까?
진심으로 궁금했지만, 그걸 떠벌릴 순 없겠지.
은휘광은 마지막까지 진서연을 찾다가, 그를 관리 감독하는 요원들의 손에 질질 끌리듯이 밖으로 나가야 했다.
하여간에 은쪽이 자식.
거의 마지막으로 진서연이 락슈미와의 대담을 마치고 나왔다.
무슨 이야길 들었는지, 정신이 몽롱한 듯한 얼굴.
현수호가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고 나서야, 깜짝 놀라며 현실로 돌아왔다.
“괜찮아요?”
“아…… 네. 저는 괜찮습니다.”
“축하합니다. 깨달음을 얻으신 모양이군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뭔가가 잡힐 듯 말 듯 하네요.”
“좋은 반응입니다. 생각의 정리가 끝나면 곧 원하시는 결과를 얻으실 겁니다.”
“그럴까요?”
“당연하죠.”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수호 씨는 아직 락슈미 님과 마주하지 않았죠?”
“아닙니다. 저도 끝났습니다. 같이 나가시죠.”
진서연은 현수호가 락슈미와 만난 걸 못 봐서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호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 자신이 착각했다 생각한 것이다.
“파이어볼러와는 어디서 만나기로 했나요?”
“잠시만요.”
진서연은 홍창식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한 후에 말했다.
“근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네요.”
“거기까지 같이 가죠. 에스코트해 드리겠습니다.”
“아! 저는 괜찮은데…….”
“괜찮지 않은 거 같습니다.”
현수호가 슬쩍 눈치를 주자, 진서연도 주변을 돌아봤다.
그곳엔 마지막까지 진서연에게 어떻게든 말을 붙여 보려는 남자들로 가득했다.
그들 모두 100명의 유망주에 뽑혔을 정도로 대단한 헌터들.
본인이 가진 힘만이 아니라, 배경도 다들 뛰어났다.
일단 말만 붙이면 진서연은 자기 여자로 만들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남자들.
딱 진서연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였다.
결국 진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수호와 진서연이 딱 붙어 나가기 시작하자, 기회를 엿보던 이들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만약 그저 그런 남자였다면, 무시하고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버 나이트마저 나섰다가 깨갱 하며 물러난 걸 똑똑히 봤다.
현재 대한민국 유망주 중에서도 실버 나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라이트 브링거.
마지막까지 주저하여 한 발 앞으로 나선 남자들도, 차가운 진서연의 표정에 결국 물러섰다.
조금 걸은 후에야, 현수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아~”
이 한숨에서 많은 게 묻어났다.
절벽에 핀 꽃 같은 진서연이었지만, 세상엔 기어코 기어 올라가 꽃을 꺾으려 하는 미친놈들도 많았다.
진서연과 걷던 현수호는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오빠들은 안 왔나 보네요.”
현재 진서연과 진룡 그룹의 후계자 다툼 중인 그녀의 형제들.
예전에 셋째인 진사걸을 직접 만나기도 했었다.
다들 재능이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락슈미와의 만남에 초청된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오라버니들은 이전에 이미 락슈미 님을 만났어요.”
이전엔 락슈미의 고향인 인도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그때는 타국 헌터들도 접견을 허용했었는데, 다른 형제들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락슈미와 만났던 모양.
락슈미는 한 사람에게 두 번 가르침을 주지 않으니, 이번 행사에 뽑히지 못한 거다.
“괜찮으시면 둘째에 대해서 알려 주시겠어요?”
“둘째라면…… 민성 오라버니요?”
진룡가의 둘째 진민성, 34세.
서포터지만 A급으로, S급 서포터인 진서연보다는 한 단계 낮았다.
한 가지 더 진서연과 비슷한 면이 있었는데, 그건 빼어난 외모다.
재벌 3세에 얼굴도 잘생기고, A급의 귀중한 서포터이기까지.
20대엔 웬만한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유명세를 몰고 다녔다.
그의 사소한 행동도 연예 기사 면에도 실렸을 정도였으니까.
그가 결혼을 발표했을 땐, 많은 여성이 눈물을 흘렸었다고.
그런 김민성과 결혼한 건, 3세 연상의 구미소라는 여성.
당연히 상대도 평범한 이는 아니었다.
무려 350위의 랭커, 8레벨 S급 요술사.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거대 길드의 수장.
별호는 구미호.
“구미호, 구미소……. 듣기로는 정말 요물이라면서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오빠는 새언니의 도움으로 많은 세력을 끌어올렸죠.”
진서연의 하위 호환 정도로 평가받던 진민성이다.
젊은 시절 내내 방탕하게 생활해서 본래는 후계 자격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경영권에는 관심도 없던 그였지만, 구미소와 결혼하면서 모든 게 바꿨다.
남편과는 달리, 구미소는 권력욕의 화신이었기 때문.
“민성 오라버니는 바지사장 같은 느낌이죠. 모든 일은 새언니가 주도해서 진행하니까요.”
“혹시 새언니하고 사이가 별로 안 좋습니까?”
“애초에 민성 오라버니와도 이야기는 거의 안 했어요. 경영권 다툼을 시작하면서는 더더욱 그랬고요. 새언니와는 한두 번 만난 게 전부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내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이었다.
현수호는 진서연이 놀라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서연 씨의 새언니는……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사람인 거 같더군요.”
“그게 무슨 소…….”
의아해하며 반문하던 진서연은, 비로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주차장으로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주변에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닌가?
아무리 인적이 드문 주차장이라고 해도 이토록 조용한 건 이상한 일이었다.
진서연이 다급히 마나를 끌어 올린 후에야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공간구현 마법진?!”
보이기엔 현실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이곳은 마법진으로 현실에 공간을 덮어씌운 영역이었다.
즉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게, 허상 혹은 마력이 물질화된 모습.
일단 안에 들어오면 마법진이 파훼될 때까지 외부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
마법진을 파훼하기 위해선 술사를 죽이거나, 중심이 되는 진핵이나 특수한 기물을 파괴해야만 한다.
공간구현 마법진 자체에는 큰 위력이 없지만, 문제는 이걸 만든 술사의 힘이었다.
도시에 이만한 마법진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 많은 자금과 노력을 기울이거나,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여야만 하니.
예를 들어 8레벨 요술사인 구미호 정도로.
갑작스러운 일에 진서연은 당황했지만, 현수호는 담담히 말했다.
“실은 다른 일을 조사하다가, 우연히 이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래 조사하려던 건, 은휘광의 암살이었다.
락슈미가 관련된 행사에 감히 암살자가 날뛰진 않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
모든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서, 행사 관련자는 물론이고,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 100명의 유망주로 뽑힌 헌터들까지 조사했다.
다행히 은휘광을 노리는 자들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의외로 진서연 쪽에 문제가 있었다.
평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홍창식이 따라올 수 없는 행사장.
진서연을 노리는 자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습격 계획을 세웠다.
배후는 바로 진민성의 부인이자, 진서연의 새언니인 구미호, 구미소였다.
[출력 25% 준비되었습니다.]“발사.”
피융!
마치 서부 영화에서나 나올 듯이 빠르게 뽑아 든 제노사이드에서 새파란 플라즈마가 뿜어졌다.
방향은 구석의 어두운 공간.
하지만 플라즈마가 지나가자, 공간이 흐릿하게 변하면서 가슴에 구멍이 뚫린 습격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 마법으로 은신하고 있었던 마법사였다.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뜬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풀썩.
갑작스러운 사태에 진서연이 놀랐지만, 습격자들만큼은 아니었다.
“제길! 들켰어! 공격!”
들켰단 걸 안 그들은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전사와 마법사, 힐러 등으로 이뤄진 헌터들.
진서연을 잡기 위해서 조합도 제대로 갖췄다.
이번 행사가 절호의 기회라 생각해서 반드시 진서연을 죽일 각오였다.
“놈은 라이트 브링거다! 절대 방심해선 안 돼!”
진서연과 현수호가 같이 들어온 건, 그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함정을 팔 때부터 이 정도 변수는 예상 범주로 두었다.
그러니 습격에 동원한 헌터들의 수도 20명이나 되었고.
이들의 주력은 마법사다.
전사들이 앞에서 탱킹할 동안 뒤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라이트 브링거는 강력한 빔 공격을 사용한다! 모두 방패를 올려!”
전사들은 거대한 타워 실드를 세운 후에 방호 스킬까지 사용했다.
작정하고 방어에만 집중하면 그 어떤 공격도 버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방패 벽 뒤에서 일어났다.
(ꐦ •᷄ࡇ•᷅)
[삐리릿! 뽀!]화난 표정으로 나타난 삐뽀다.
그림자를 타고 스며들었던 삐뽀가 마법사 주변에 나타난 것.
둥그런 구 형태로 떠오른 삐뽀는 순식간에 기관 터렛으로 변형하더니, 주문을 사용하려는 마법사들을 향해 총알을 난사했다.
두두두두두!!!
“으아아악!”
머리, 목, 심장.
아무렇게나 난사하는 것 같았지만, 삐뽀의 총알은 정확히 그들의 급소에 명중했다.
삐뽀는 현수호의 소환물.
정령사와 정령의 관계처럼, 현수호가 강해질 때마다 더불어 삐뽀도 강해진다.
아군의 보호를 못 받은 마법사는 기관 터렛에 난사당하여 벌집이 되었다.
“크아악!”
순식간에 마법사 다섯이 쓰러졌다.
처음 현수호가 플라즈마로 잡은 한 명을 더하면 총 여섯 명이 순식간에 정리된 셈.
“역시 리더 먼저 잡아야지.”
처음 플라즈마를 사용해서 잡았던 이가 무려 7레벨 마법사였다.
구미호의 오른팔 격인 헌터.
그가 작전에 투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구미호가 얼마나 이 작전을 성공시키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다.
차라리 그가 처음부터 정면으로 마법을 퍼부었으면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거다.
준비한 마법사만큼이나 무서운 게 없으니까.
물론 준비는 무서울 정도로 많이 했지만, 노바가 그들의 계획을 사전에 알아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공간구현 마법 좋네. 나도 이런 거 사용할 순 없을까?’
[경매장에 있는 스킬북 목록에는 없습니다.]‘아깝네.’
현수호가 굳이 함정에 제 발로 들어온 이유.
도망칠 수 없는 마법진 속이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여기서 싸우면 밖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구미호는 지금 파이어볼러, 홍창식과 숨바꼭질을 하는 중이었다.
홍창식을 멀리 떼 놓는 것만으로도 암살은 성공할 거라 여겼으니.
두두두두!
마법사가 모두 쓰러졌지만, 여전히 삐뽀는 총알을 난사하여 전사들을 공격했다.
그 덕에 현수호가 느긋하게 생각할 틈이 있었던 것.
악재가 겹쳤음에도 상대의 대처도 나쁘지 않았다.
셋은 방패를 들이밀고 진격해 삐뽀에게 다가갔고, 나머지는 이리로 오고 있었으니.
진서연도 서포터답게 자신과 현수호에게 버프 마법을 걸었다.
“문라이트!”
서포터는 아군에게 버프를 주거나, 적에게 디버프를 건다.
진서연은 디버프보다는 버프 쪽에 더 특화된 직업이었다.
방패를 단단히 든 전사들이 다가오자, 현수호도 체인 소드를 들었다.
레벨이 오르면서 새롭게 얻게 된 스킬.
그건 놀랍게도 마나나 정신력이 아닌, 신력을 소모하여 사용했다.
◆Skill
오버 테크놀러지
(액티브)
장비를 진화시킨다.
역시나 불친절한 설명이었지만, 어떤 능력인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현대의 기술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미래의 이론과 과학 기술을 장비에 적용하여 진화시키는 스킬.
왜 신력이 소모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상식과 이치를 뛰어넘는 스킬.
머나먼 미래의 가능성을 장비에 일순간 불어넣는 것이었으니.
“오버 테크놀러지.”
현수호가 스킬을 체인 소드에 사용하자, 검의 형상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회전 날이 쏙 들어가며 평범한 장검이 되었다.
겉모습으로 보면 진화가 아니라 오히려 퇴화 같았다. 강력한 회전력으로 상대를 갈아버리는 기능이 사라졌으니.
하지만 이 검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기능이 있었다.
이제 이 검은 체인 소드라고 부를 수 없었다.
소닉 블레이드.
혹은 고주파, 초진동 나이프.
우웅!
검날이 초고속으로 진동하여 공진 효과(Resonance effect)를 만들어 냈다.
그러니 검날 닿는 모든 건, 잘리는 정도가 아니라 붕괴해 버리는 것.
체인 소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같지만, 그 기능과 효과가 혁명적으로 진화했다.
‘벤다’라는 개념에선 플라즈마 커터조차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
앞으로 달려간 현수호가 소닉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서걱!
마치 사과가 쪼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육중한 타워 실드가 간단히 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