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4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49화(49/150)
49화 우주 천마 (5)
진행 중인 퀘스트에서 난이도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건, 정말 드문 케이스였다.
진행 경로를 통째로 뒤바뀔 수 있는 히든 피스나 히든 루트를 찾아야만 가능한 일.
지금 같은 경우가 정확히 그랬다.
아무리 헌터들이 빙의해 독고정의 몸을 조종한다고 해도, 화산파의 강인한 무인들을 이기는 건 고사하고 따돌려 도망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현수호는 노바의 도움으로 무려 셋을 모두 쓰러트렸다. 그것도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은 몸으로.
거기에다가 청룡상의 위치를 단박에 알아 버렸으니, 당연히 퀘스트의 줄기가 크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난이도가 내려갔다고 보상이 줄어들지는 않겠지?”
[던전이 생긴 이상 보상은 기여율과 임무 성공률에만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그럼 다행이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남아 있던 세 명을 쓰러트렸으나, 다른 화산파가 근처에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일.
셋을 쓰러트리느라 가지고 있는 내공을 거의 다 소모했다.
만약 마지막 한 수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길 수 없었겠지.
노바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설령 이곳에 나찰녀가 왔더라도 상황을 극복하긴 힘들었을 거다.
그런 걸 생각하면 퀘스트 난이도가 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제 가자.”
잠깐 숨을 돌려 최소한의 내공을 채운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원을 금방 나가는데도 새카맣게 불탄 사체 수십 구와 마주쳐야 했다.
모두가 독고정의 기억 속에 생생한 사람들.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수호 역시 참기 힘들어 이를 갈았다.
바드득!
“죽일 놈들!”
세 명과 싸우면서 약한 척 연기했지만, 화를 냈던 건 진심이었다.
마치 현수호 속에 잠들어 있는 독고정의 감정이 끓어 넘친 기분이랄까?
꼭 독고정이 개입하지 않아도, 기억만으로도 분노할 이유는 충분했다.
처음 형과 백 대주와 시체를 봤을 땐,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으니.
“이제 진짜 가자.”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하게 움직여야 한다.
현수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움직여서, 마을 밖을 벗어났다.
* * *
반나절이 지난 후, 도착한 나루 어귀.
청룡상은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세워져 있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상이라서 귀한 물건임에는 분명했지만, 독고가주가 사람들을 위해서 선뜻 내놓은 것이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을 이런 곳에 둘 거라곤 놈들도 생각하지 못한 거지.”
장원을 습격한 화산파는 청룡상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자, 숨겨진 비밀 창고가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독고정을 고문하면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여기에 정말 뭐가 있는 건가?”
정파의 상징인 구파일방이다.
아무리 화산파라고 해도, 아니 특히 화산파이니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가문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단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온 무림이 들고 일어날 게 분명했다.
사도로 몰리는 건 당연하고, 어쩌면 무림공적이 되어 다시는 강호에 발을 붙일 수도 없을 터.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원하던 보물이 과연 무얼까?
“분명 퀘스트 해결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겠지.”
아직도 퀘스트의 목표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물음표로 표시된 인물.
[지금까지의 데이터만으로는 화산파의 장문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가문을 몰락시킨 독고정의 원수.
화산파의 수장이라면 두 단계나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5성으로 높은 난이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본래 세계로 따지면 일국의 수장을 죽인다거나, 탑 랭커를 쓰러트리라는 정도이니.
이곳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무엇이든지 좋았다. 신병이기나 전설의 무공이면 가장 좋고 많은 금이 있다면 그것도 복수에 요긴하게 쓰일 거다.
“아직 남아 있겠지?”
청룡상이 있는 곳까지 무사히 왔지만, 괜히 불안했다.
워낙 공공장소에 세워둔 탓에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었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습격했던 자들이 결국 찾아내었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흙먼지에 조금 덮여 있는 걸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곳 어디에 비밀이 있다는 거지?”
5m 정도로 거대한 청룡상이다. 작은 편은 아니지만 살펴보고자 하면 순식간에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어떤 글씨나 비밀 같은 것이 감춰져 있을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노바가 말했다.
[다른 부위와는 달리 여의주는 청동이 아닌, 다른 재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여의주라고?”
현수호는 청룡이 물고 있는 여의주 모양의 돌에 손을 가져다 댔다.
노바의 말대로 여의주는 청동이 아닌 돌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손을 넣어 만지니 살짝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네!”
여의주는 용의 이빨에 막혀서 나올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결국 현수호는 내공을 사용해서 용의 이빨을 잡아당겼다.
끼이이익!
청동이 휘어지며, 기다렸다는 듯이 여의주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이건?”
여의주를 살펴보니 뒷면에 정교하게 그려진 지도가 보였다. 상을 부수고 여의주를 꺼내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곳에 그려져 있었다.
“보물 지도라도 되는 건가?”
[이곳의 용어로는 장보도라고 하죠.]이게 뭔지는 모르지만, 놈들이 찾으려던 것이 틀림없다. 지도가 가리키는 곳에 분명 무언가가 숨겨져 있겠지.
현수호는 돌로 된 여의주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지도에 그려진 목적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독고정의 기억 속에 있는 지명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곳의 지명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들은 맹세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곳들이다.
“설마…… 오래된 지도인가?”
하긴 생각해 보면, 청룡상은 가문 대대로 전해지던 거라고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최소 수 번은 변했을 터.
이곳이 새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면 과거의 지명이라서 지금은 바꿨을지도 모른다.
“노바. 지도의 위치를 알겠어?”
[세월이 오래 지나 강의 모습이 약간 바뀌었지만, 98% 비슷한 지역을 찾았습니다.]다행히 노바는 지도와 독고정의 기억을 대조하는 것만으로 장소를 알아냈다.
“좋아! 그 정도면 확신할 수 있지.”
장소를 확인한 현수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여의주의 지도 부분을 부순 후에 조심스럽게 다시 청룡상에 끼워 넣었다.
어쩌면 화산파가 수소문해서 이곳을 찾을 수도 있었다.
부서진 지도를 발견했을 때의 표정이 궁금했다.
“개고생 좀 해 봐라.”
현수호는 서둘러 장보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다행히 화산파의 추격대는 없었다.
적지 않은 거리를 이동했지만, 큰 사건 사고 없이 순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람은커녕 짐승들도 갈 수 없는 가파른 절벽의 한가운데가 목적지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현수호는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절벽을 힘주어 올라야 했다.
“헉! 헉! 왜 이딴 곳에 숨긴 거야?”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 아닐까요?]“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후후! 저도 알면서 말하는 겁니다.]“제기랄!”
다행히 절벽을 오르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침내 도착한 건, 절벽을 오르지 않으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작은 동굴.
입구 옆엔 명사가 쓴 것 같은, 멋들어진 필체의 간판까지 붙어 있었다. 그 앞에는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 온 두꺼운 철문이 존재했다.
간판을 덮은 긴 나무뿌리를 정리하자 목적지의 정체가 드러났다.
천마동(天魔洞)
그 글귀의 의미를 깨달은 현수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천마? 설마 그 천마인가?”
강호는 구파일방이 거의 장악하고 있지만, 그런 그들도 두려워하는 단체가 있었다.
천마신교.
고금제일을 논할 때, 소림의 달마와 무당의 장삼봉과 함께 항상 논의되는 인물이다.
천마가 무림에서 활동할 당시는 구파일방은 물론이고, 황제조차도 감히 그에게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천마신교는 그런 천마를 신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종교 단체다.
말 그대로 ‘천마신’을 섬기는 교단.
그들은 언젠가 천마가 다시 이 땅에 강림해서 세상을 정화할 거라 믿고 있었다.
한마디로 광신도의 집합이었지만, 문제는 그런 미친놈들이 힘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점이다.
천마신교는 황실의 입장에서도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스스로 천자라 부르는 황제가 아닌 천마를 섬기는 이들이니.
그래서 몇 번이나 토벌대를 보냈지만, 놀랍게도 모두 패배했다.
심지어 무림맹과 동시에 공격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천마신교는 십만대산이 있다는 신강 지역에서 멀쩡히 잘 활동하고 있었다.
때때로 무림에 엄청난 전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말이다.
끼이이이익!!!
철문을 힘껏 열자 족히 수백 년은 묵은 듯한 퀴퀴한 냄새가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순간 냄새를 맡고는 독 함정인줄 알고 황급히 뒤로 물러나기까지 했었다.
“콜록! 콜록! 이건 무슨 냄새야!”
안에 독고세가를 멸문시키면서까지 얻고 싶어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보물도 손에 넣어야 비로소 보물이다. 보통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에는 탐욕에 물든 불청객을 막으려는 죽음의 함정이 존재했다.
과연 예상대로 지나가려는 곳곳에 함정이 득실거렸다.
어찌나 많은 함정이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도 헤아릴 수도 없었는데 문제는 그런 함정들이 모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이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거지?”
작동하기만 했다면 수백,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고 발을 묶었을 지독한 함정들이었다.
함정들을 유심히 보면서 자신이 저 함정들 사이에 빠졌다면 어떻게 움직였을지를 생각해 보았는데…… 결과는 끔찍했다.
“이곳을 만든 자는 사람의 심리를 모조리 꿰뚫고 있네.”
함정을 피해 움직이려는 모든 공간에 다른 함정이 존재했고 운 좋게 그것들을 피했을지라도 다시 움직인 곳에 더 치명적인 함정들이 존재했다.
현실의 현수호라고 해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기관진식이었다.
[지금 마스터의 능력으론 99% 사망입니다.]하지만 이곳을 만든 자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사람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송곳처럼 날카로웠을 함정들이 모조리 녹슬어 고장 나 있었다.
“이 시대에는 합금을 만들어 녹스는 것을 방지할 방법을 몰랐을 테지.”
함정들의 민낯이 속속들이 보여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움직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안쪽에 있는 거대한 공간에 도착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그곳에 있는 것은 책들이 빽빽이 꽂혀 있는 거대한 책장과 말라비틀어진 무언가의 흔적들이었다.
“이것들이 다 뭐야?”
현수호가 책들을 들춰 봤지만, 소용없었다.
세월이 너무 지나서 책들은 안의 내용을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되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겉표지만 보였는데…….
“천마신공? 천마군림보? 천마검법?!”
전설 속에나 나오는 무공의 이름이었다.
왜 이런 곳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고금제일인에 가장 가깝다는 무인의 무공들이 한곳에 모두 모여 있었다.
무림 세상에선 신공만큼 귀중한 보물도 없다.
그러니 이곳은 예상했던 대로 보물창고였다.
“……다 썩었지만.”
복원 스킬이 참으로 아쉬웠다.
만약 이 책들을 복원할 수만 있으면 엄청난 힘도 얻었을 수 있었을 테니.
소환형 차원 게이트라면 문제 없었겠지만, 빙의된 상태론 원래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게 끝인가?”
그런데 딱 하나,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작은 옥병이었는데 마개로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옥병이라 안 썩은 건가?”
뽕!
마개를 열자 청아한 향기가 순식간에 공동을 채웠다. 무심코 옥병을 돌리니 그곳에 작게 글씨가 쓰여 있었다.
공청석유(空淸石乳)
“……이게 공청석유라고?”
공청석유는 대지의 기운이 모이는 동굴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우윳빛의 액체로 백 년에 한 방울밖에 모을 수 없다는 희대의 영약이다.
비록 ‘최고의 영약’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대환단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영약 중에서는 이 공청석유를 최고로 친다.
“그게 이렇게 많아?”
손바닥 크기의 작은 옥병이라 절대 크다고 볼 수 없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공청석유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정도 양의 공청석유를 구하려면 얼마나 많은 금력과 시간이 필요할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대단하네.”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이 동굴은 보물창고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독고세가를 멸문시킬 정도는 아니다.
화산파는 이곳에 천마의 무공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한 거겠지.
“고작 이것 때문에…….”
다시 현수호의 손이 분노로 바드득 떨렸다.
부모 형제와 가문을 모두 잃은 독고정의 분노.
“이걸 마시고 힘을 키워서 복수하라는 퀘스트인가?”
공청석유의 도움을 받으면 엄청난 내공을 쌓을 수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화산파라는 거대 문파와 싸우기엔 여전히 부족했다.
그때 노바가 말했다.
[앞에 이상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이상한 에너지라고?”
노바의 말에 앞으로 나아가니, 그곳에 거무튀튀한 검이 있었다.
손잡이부터 검날까지 새까만 장검.
색깔과 무지하게 무겁다는 것 말고는 특이한 점은 없고 모양은 평범했다.
그 손잡이엔 작은 음각이 새겨 있었다.
[천마검]“처, 천마검?! 천마검이라고? 천마검은 천마신교에서도 평생 찾아다니던 신물인데?!”
검을 잡은 순간, 현수호에게 갑자기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치고 간 좋은 생각.
현수호는 본능적으로 그게 스스로 떠오른 생각이 아닌, 시스템의 작용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야 알겠군. 이게 열쇠였어. 정확히는 자격이라고 하나?”
현수호는 천마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걸 가지고 가면 천마신교에 입교할 수 있겠지.”
시스템이 주는 대부분의 퀘스트는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
과정이 어떠하든 결국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식.
물론 과정에 따라 보상은 바뀌지만, 정해진 길이 아니라 더 좋은 보상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스템이 현수호를 특정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듯했다.
“천마신교도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