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5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50화(50/150)
50화 우주 천마 (6)
* * *
신강은 중원의 최북서에 위치한 지역이다.
비단길 또는 실크로드라 부르는 교역 루트의 시작점.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지중해, 속칭 서역을 통해 수많은 인종과 수많은 문명의 신기한 문물들이 오간다.
동서양을 잇는 최대 교역지.
당연하게도 어마어마한 이권이 이곳에 있었다.
그런 신강을 지배하는 곳이 바로 천마신교다.
물론 관청도 존재하지만, 황실의 생색 내기에 불과하다. 그곳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지 이미 오래였다.
중원에서는 천마신교를 마교라 비하하며, 교인들을 포악하고 잔인한 악귀 정도로 묘사한다.
내공을 모으기 위해서 동남동녀의 정기를 취하고, 사람의 심장을 먹어 잔혹한 마공들을 익힌다고 여겨졌다.
오직 교단의 이익을 위해서 신강 주민들의 고혈을 짜낸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곳의 주민들은 늘 가난하고 굶주려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강 지역의 주민들은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부유하고 자유로운 편이었다.
신강의 상인과, 타국에서 들어온 상인도 얼마의 통행세만 잘 내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었다.
통행세도 다른 지역의 군관들에게 줘야 할 뇌물에 비하면 훨씬 더 쌌다.
천마신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신강 지역의 교역을 더 활발하게 만들어, 수익의 총량을 늘리려 했다.
그러니 중원 사람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이곳의 주민들은 천마신교를 좋아하고 따랐으며, 천마신교도가 되는 걸 꿈꾸고 자랑스러워했다.
천마신교가 시간이 갈수록 부강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지금에 와선, 그 어느 때보다 큰 성세를 누리고 있었다.
단순히 자금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가진 무공이 강해서만도 아니었다.
언제나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당대 천마신교주, 초무진.
항상 천하제일인을 다투던 역대 천마신교주 중에서도 최강으로 손꼽히는 무인.
대부분의 곳에서 노약자는 보호의 대상이지만, 무림에서는 노인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오랜 시간 쌓은 막대한 내공과 수양을 바탕으로 육체의 노쇠를 극복하여 점점 더 강해질 수 있으니.
현재 초무진과 천하제일을 다투는 소림의 신승 역시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정정했다.
소문으로는 작년에 백보신권을 시전하자, 산봉우리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든가?
하지만 초무진은 올해 고작(?) 쉰이다.
유례없이 빠른 성장으로 30대에 화경에 오르더니 40살엔 이미 현경의 경지에 올라,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에 뽑히는 천하오절 중 하나로 불렸다.
초무진이 현경에 오른 지도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은 또 얼마나 강해졌을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호사가들은 이미 초무진이 신승을 뛰어넘었을 거라 평가하고 있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중원의 무인들이 달달 떠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중원에게는 불행하게도, 초무진은 지닌 무력만큼이나 뛰어난 지혜를 가졌다는 평가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
재능이 뛰어나거나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걸 시기하거나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이들이, 초무진이 어렸을 때부터 싹을 자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초무진은 귀신 같은 계략과 혜안을 발휘하여 정적들을 모두 물리쳤다.
천마신교의 강력하면서도 개성 있는 무인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잘 굴러가는 것도 모두 그의 능력 덕분.
하지만 오늘은 그런 초무진조차도 갈피 잡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정말이로군. 진짜 천마님의 검이야.”
초무진의 선언에, 장내 몰려 있던 신도들이 탄성을 뱉었다.
“이건 기적이야! 천 년간 행방불명되었던 천마검이 드디어 신교로 돌아왔는가?”
“드디어 예언이 실현될 때가 온 거지. 이건 길조 중의 길조일세.”
초무진이 천마검의 검날을 손가락으로 살짝 튕기자, 청명한 검명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퉁!
내공이 한점도 섞이지도 않은 단순한 공명이다.
하지만 장내에 모인 이들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어엇!”
천마신교도들은 모두 천마신공을 익힌다.
말단 무인부터 교주까지.
어쩌면 이것이 천마신교가 최강 집단으로 불리는 이유일지 모른다.
무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반이 되는 내공.
다른 문파나 가문은 중요한 내공심공은 핵심 인물에게만 전수하고 나머지에겐 조금 떨어지는 심공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천마신공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천마신공을 전수하고 있었으니까.
천마검의 공명은 그들이 익힌 천마신공을 자극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괴롭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공통적인 건, 그들 모두 천마검의 공능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는 점.
검명을 낸 초무진 역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일까?
오묘한 표정을 지은 후에, 천마검을 허리춤에 걸었다.
모두가 천마검의 모습이 사라진 걸 아쉽다고 느끼고 있을 때, 초무진이 앞에 선 현수호에게 말했다.
“독고정이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가문에 강도떼가 들어 횡액을 당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게 사실이었느냐?”
독고세가의 멸문은 재물을 탐낸 강도의 소행이라고 소문이 났다.
관직까지 지내는 거대 가문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사건이다.
모두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깊게 파고드는 이는 없었다.
어차피 남의 일이었으니.
“사실이 아닙니다! 화산파 놈들이 가문을 습격했습니다. 그 천마검을 얻기 위해서요.”
현수호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대부분의 중원인들이 칭송하는 것과는 달리, 천마신교는 구파일방을 싫어한다.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토록 끔찍한 짓을 벌인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다.
초무진 역시 신중하게 물었다.
“증거는 있느냐?”
그 말에 현수호는 지니고 있던 검을 풀어 검집 채로 던졌다.
천마신교에선 왕처럼 떠받드는 교주다.
평소였다면 주변에서 득달같이 일어날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워낙 충격적인 사건에 다들 조용히 있었다.
탁.
검을 받은 초무진 역시 아무런 내색 없이 검을 검집에서 꺼냈다.
스르릉!
역시나 검집과 검이 부자연스러웠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 검집을 바꿨지만, 검은 화산파의 무인이 사용하는 검의 행태가 확실했다.
무엇보다도 손잡이에 있는 매화 수실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이것으로 현수호의 말이 입증된 셈.
초무진은 여전히 덤덤한 음색으로 말했다.
“네 덕에 본교의 천 년 숙원이 풀렸다. 내 권한으로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 복수를 원하느냐? 화산파의 멸문을 원하느냐? 원한다면 화산파를 지도에서 깨끗이 지워 주겠다.”
작금의 천마신교는 화산파 정도를 우습게 쓸어버린 힘이 있다.
하지만 그건 곧 전쟁 선포나 마찬가지였다.
천마신교가 움직이면 무림맹도 움직이다.
게다가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가 멸문한다?
바로 정마대전의 시작이다.
과거에도 때때로 정마대전, 정사마대전이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시체로 산을 쌓고, 핏물로 강을 이룰 정도로 엄청난 살육이 벌어졌다.
매번 역사서에도 기록된 대사건.
그런 일을 초무진은 마치 동네 마실 가는 것처럼 떠들고 있었고, 다른 신도들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초무진의 강력한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장면.
이제 남은 건 현수호의 선택뿐이었다.
[만약 퀘스트의 목표가 정말 화산파의 장문인이라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현수호 개인으론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천마신교의 도움을 받으면 너무나도 쉽게 풀릴 수 있다.
‘그게 더 문제지. 아무리 난이도가 떨어졌다 해도, 아직 5성이야. 고작 이렇게 쉽게 풀릴 퀘스트가 아니라고.’
난이도가 떨어지고 현수호가 한 일은, 고작 천마검을 찾아서 천마신교로 온 게 전부다.
몇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했지만, 5성 난이도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것으로 확실해졌어. 퀘스트의 목표는 절대로 화산파 장문인이 아니야.’
그렇다면 천마검을 가져온 대가로 말할 수 있는 소원을, 그런 곳에 소비해서는 안 되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현수호는 안광을 밝히며 소리쳤다.
“부모 형제와 가문 사람을 모두 죽인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입니다. 그러니 복수는 제 손으로 이루고 싶습니다.”
“허면? 원하는 게 뭐지?”
“화산파를 세상에서 지울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원합니다!”
현수호는 초무진 앞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모두를 놀라게 한 현수호의 말.
초무진은 현재 총 여섯 명의 제자를 두고 있었다.
모두가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무재가 특별한 이들.
게다가 배경 또한 남달랐다.
대부분 천마신교를 지탱하고 있는 마도세가 가문의 자제들이었으니까.
초무진의 제자가 된다는 건, 곧 차기 교주 후보가 된다는 뜻.
벌써 다음 세대를 기약하고 있는 이들에겐 이만큼 민감한 말은 없었다.
현수호 역시 돌아가는 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어.’
아직 목표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쩌면 정파 무인일 수도 있고, 천마신교 무인일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가 바로 초무진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5성이면 그 정도 난이도는 아니야.’
시스템이 자신을 천마신교에 보낸 이유가 있을 터.
화산파 장문인이 아니라면, 천마신교의 고위직이 목표일 확률이 높았다.
‘그를 처치하려면 최소한 초무진의 제자 정도는 되어야겠지.’
여기까지가 현수호의 계산이다.
초무진은 현수호의 말에 재밌다는 듯이 눈에 이채를 띄었다.
그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
“제가 감히 한마디 해도 괜찮겠습니까?”
20대 초중반 정도의 남자.
멀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옆으로 쭉 찢어진 눈매에선 사이한 안광이 비췄다.
그는 초무진의 세 번째 제자, 혁리광이었다.
초무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해 봐라.”
“천마님의 상징인 천마검을 가져온 건 물론 대단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신교에서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럼 뭐가 필요하지?”
“당연히 힘이죠.”
천마신교는 무를 중시한다.
무슨 원시 시대처럼 ‘힘센 사람이 모든 걸 차지한다.’ 정도는 아니지만, 높은 권력을 갖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무력이 필요하다.
교주의 제자가 된다는 건, 단숨에 이인자의 자리에 오른다는 말과 같다.
아무런 배경도 없는 현수호에겐 버거운 자리.
혁리광이 주장하는 게 바로 이 말이었다.
물론 혁리광이 현수호를 걱정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밖의 뜨내기 주제에 자신과 같은 위치에 오른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겠지.
초무진은 그 모든 걸 꿰뚫고 있으면서 태평하게 말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음…… 글쎄요? 이건 어떻습니까? 저와 대련하는 거죠.”
“대련? 나이 차이가 적지 않는데, 너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닌가?”
“승패를 겨루자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제 수를 딱 열 번만, 아니 다섯 번만 버텨 내도 모두 인정하지 않겠습니까?”
겉으론 싱글싱글 웃고 있지만, 살기 넘치는 눈빛이었다.
혁리광은 교주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포악하고 살심이 넘친다고 알려진 인물.
혁리광은 눈빛으로 현수호를 쏘아보며 죽기 싫으면 꺼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초무진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현수호에게 물었다.
“그렇다는군. 네 생각은 어떻지?”
이대로 그냥 제자로 삼아달라 우겨도 교주는 들어줄 거다.
천마검을 가져왔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성과였으니.
하지만 이미 혁리광이 판을 깔아 놓았다.
지금 이 제안을 거절했다간, 무를 중시하는 천마신교에서 겁쟁이로 낙인찍혀 모두의 놀림감이 되겠지.
그건 전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현수호는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대신 두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라.”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문이 불타고 여기까지 쉬지 않고 움직였거든요.”
“좋다. 열흘을 주겠다. 그다음은?”
“그동안 천마신공을 익히고 싶습니다.”
“좋다.”
그렇게 현수호는 교주 제자 자리를 예약했다.
* * *
현수호가 열흘간 머물 곳은 교단의 수련동이었다.
그렇다고 갇힌 건 아니고, 언제든지 밖에 드나들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었다.
음식도 원하는 대로 주고, 숙식과 배변도 가능한 첨단(?) 시설이었기 때문.
현수호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주머니에서 공청석유를 꺼냈다.
찰랑.
현수호는 아직 공청석유를 마시지 않았다.
복용만 하면 족히 수십 년의 공력을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영약이다.
하지만 이걸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뛰어난 내공심법이 필요했다.
독고세가의 가전심공도 뛰어난 편이었지만, 천마신공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 천마신공의 비급이 지금 현수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천마신공이네. 뭐가 그렇게 뛰어난지 한번 봐 볼까?”
현수호는 차근차근 천마신공을 읽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부터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무학의 전혀 다른 개념과 관념의 내공서.
모든 내공서는 몸속에 더 많고 더 정순한 내공을 집어넣길 추구한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무림인에게 있어 내공은, 마력과 마나의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
하지만 천마신공은 그런 내공서들과는 달랐다.
단순히 내공을 증가하는 게 아니라, 무학을 익히는 사람 자체를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방법이 묘사되고 있었다.
천마신공을 보던 현수호는 어디서 많이 보던 방식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마치 헌터 시스템 같네.”
락슈미는 상태창과 스탯을 비롯한 헌터의 시스템은 결국 신성을 일깨우기 위한 튜토리얼 과정이라 설명했다.
그 느낌을 놀랍게도 천마신공에서 느꼈다.
그리고 이 방식대로 수련하면 정말 신력을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려 천 년 전에 있었던 무공임에도 말이다.
“천마가 부활한다는 말이, 완전히 미친 소리가 아니네.”
연신 감탄하던 천마신공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뭐지? 반쪽짜리인가?”
분명히 있어야 할 뒷 내용이 없었다.
처음엔 온전하지 않은 무공서를 줬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천마신공은 이게 끝이다.
본래 미완성으로 만들어진 무공.
후반부는 자신 고유의 방식으로 채워야 한다.
말단 무인부터 교주까지 같은 천마신공을 익혔음에도 모두 다른 성질의 내공을 가진 까닭이었다.
후반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같은 천마신공도 위력이 천지 차이였으니.
“그럼 어쩐다…….”
공청석유를 먹기 위해선 우선 천마신공을 완성해야 한다.
의외의 문제를 맞닥뜨린 현수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