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53)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53화(53/150)
53화 우주 천마 (9)
* * *
이틀 후.
약속한 대로 소교주를 선발하기 위한 기이한 시합이 시작되었다.
시합장은 천마신교에서도 상당히 떨어져 있는, 방대한 지역 전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자는 오직 금자윤, 혁리광, 독고정 셋뿐이다.
셋은 한곳에서 동시에 출발한 게 아니라, 거대한 정삼각형의 꼭짓점 부분에서 따로 움직였다.
워낙 거대한 전장에서 손바닥만 한 증표를 찾는 퀘스트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순 없지만, 가운데쯤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 터.
너무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될 테니.
당연히 다른 두 후보들은 가운데를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현수호만은 시간이 흘러감에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번 퀘스트는 진짜 모르겠네.”
유난히 긴 퀘스트였지만,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아직도 퀘스트의 목표가 확실치 않다는 것.
처음엔 물음표로 표시된 목표라도, 단서를 하나둘씩 찾으면 그 정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퀘스트의 목표는 ???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신녀가 소교주 자리를 포기하라고는 뜻밖의 전서를 보낸 것이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이 문장이 끝.
“흠! 신녀가 이 세계의 현수호인가? 아니면…….”
이틀을 꼬박 고민했지만, 뾰족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독고정의 원한은 이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미안하지만, 소교주가 되는 것보다는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게 우선이다.
문제는 순순히 신녀의 말을 듣는 게 옳은 길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골치 아프군.”
독고정은 7년 동안 최종 흑막인 현수호란 인물을 찾아다녔다.
천마신교에 있는 인물이라면 내일 당장 숨이 끊어질 듯한 노인부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까지 조사했다.
하지만 그런 독고정도 어쩔 수 없는 인물이 딱 둘이 있었는데, 바로 교주와 신녀다.
교주의 제자라는 신분으로도 감히 건들 수 없는 천마신교의 최고 권력자.
조사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그럴 필요도 못 느낀 게 사실이었다.
만약 그들이 흉수였다면, 그 7년 동안 현수호를 가만 놔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래서 용의선상에서 지웠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맞네.”
고민하는 동안 시간이 벌써 훌쩍 지났다.
지금부터 움직여도 다른 두 후보보다 훨씬 뒤처졌다.
여전히 고민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뭔가가 높이 날아와 현수호의 근처에 떨어졌다.
쿵!
피범벅이 된 사체.
처음엔 맹수에게 사정없이 당한 멧돼지라도 되는 줄 알았지만, 그건 사람이었다.
자기 죽음을 믿기 힘들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뜬 모습.
그자는 현수호도 아주 잘 아는 이였다.
“금자윤.”
교주의 첫째 제자.
배경과 무공, 지략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소교주에 가장 근접했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런 그가 소교주 선출 대회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끔찍한 시체로 나타났다.
전신이 엉망이었지만, 특히나 왼쪽 가슴이 뻥 뚫려 있었다.
“심장이…… 없네.”
가슴뼈가 완전히 함몰되고 심장이 도려낸 듯이 사라졌다.
완벽한 솜씨다.
몬스터를 도축해도 이보다 더 깔끔하게 적출하진 못할 거다.
현수호의 혼잣말에 대답하는 이가 있었다.
“역시 첫째 사형이야. 지금까지 먹은 심장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니까. 크흐흐!”
숲속에서 혁리광이 나타났다.
온몸이 피범벅이었는데, 자기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입가 주변에 피가 덕지덕지 묻은 게, 그의 말대로 정말 금자윤의 심장을 먹은 듯했다.
그러자 현수호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나이 먹고 질질 흘리고 먹냐? 손수건 같은 것도 없어?”
현수호의 말에 혁리광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배까지 잡고 폭소했다.
“크하하하!!! 미, 미친놈! 푸흐흐! 사람들은 나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넌 나보다 더한 놈이잖아?!”
“뭐래. 사형제의 심장을 처먹은 놈에게 그런 말을 듣긴 싫어. 그러고 보니 둘째 사형도 네게 심장이 뜯겼다고 했지?”
예전 대련에서 혁리광에게 죽은 둘째의 생각이 났다.
당시도 혁리광은 심장을 뜯어내어 사람들에게 선보였다고 했다.
이 천마신교에서도 눈 뜨고 볼 수 없는 미친 짓이었지만, 혁리광이니 다들 그러려니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혁리광은 단순히 곱게 미친 게 아니었다.
“식심차력(食心徣力)이냐? 어디서 그런 저주받은 금공을 배운 거지?”
식심차력(食心徣力).
심장을 섭취해 상대의 힘을 흡수하는 마공 중의 마공이다.
오죽하면 힘을 숭상하는 천마신공에서도 금지했겠는가?
이미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술법인지 알았는데, 혁리광을 통해 다시 등장한 거다.
“큭큭큭큭! 모두 네놈 때문이다. 네놈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런 술법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을 거야.”
쳐다보는 혁리광의 눈이 살짝 돌아 있었다.
예전에도 상당히 맛이 가 있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금지된 마공이 심성에까지 영향을 끼친 게 분명했다.
현수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 때문이라고? 변명하지 마라.”
“빌어먹을! 그러면 어떻게 네놈을 이길 수 있을까? 수십 년간 공들여 연마한 무공을 한눈에 파악하고 즉석에서 펼치는 괴물을!”
혁리광은 아직도 그날의 굴욕을 잊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오직 이 방법밖에 없었단 말이다! 초식이 아닌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현수호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말문이 막힌 듯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긴 생각하면 그랬다.
동작을 보는 것만으로 무공의 초식과 내공 운용법까지 전부 알아내 활용하는 사기적인 능력.
아무리 천재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노바의 사기적인 관찰 기술과 연산 능력이 없다면 말이다.
혁리혁도 바보가 아니다.
그날의 패배 이후 분을 못 이겨 방방 뛰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의외로 차분하게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
막대한 내공으로 찍어 누르는 방법.
하지만 공청석유를 먹은 독고정보다 내공을 더 늘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금단의 술법에 손을 댔다.
“첫째 사형의 내공이 아주 탐스럽게 익었더구나. 크흐흐! 둘째와는 다르게 신중했던 첫째 사형이다. 그래서 지금 같은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
혁리광은 애초에 증표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그저 금자윤을 찾아 내공을 빼앗고 싶어 했다.
“증표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다른 후보가 모두 죽으면 소교주 자리는 내 것이 될 수밖에 없지.”
“오호! 의외로 똑똑한데?”
“닥쳐! 날 기만하지 마라!!”
혁리광이 소리치자, 주변에 거대한 충격파가 터졌다.
쿠구구궁!!
단순한 기파만으로 주변을 초토화할 정도다.
그의 내공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알 수 있었다.
“널 죽이고 심장을 먹어 치울 테다! 그리고 바로 이 내가 무림의 정점에 설 것이다!”
혁리광이 두 손을 펼치자, 손톱이 뾰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몸을 강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변형까지 하는 무공.
저것이 혁리광이 추구한 천마신공의 방향일 터.
현수호 역시 차분히 검을 꺼냈다.
스르릉.
“고마워, 사형. 늦지 않게 날 찾아와 줘서.”
“뭐?”
당장 뛰쳐나갈 것처럼 날을 세우던, 혁리광이 몸을 삐끗했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현수호의 태도.
단순히 기만이 아니라 정말 자신을 반긴다는 표정이 아닌가?
혁리광의 생각처럼 현수호는 진심이었다.
◆Quest
복수의 끝
(난이도 ★★★★★★)
▷목표 : 혁리광 처치
드디어 베일에 싸여 있던 목표의 실체가 드러났다.
‘혁리광이었어.’
이젠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모든 차원 게이트의 목표는, 결국 그 세계의 파멸을 막기 위한 것.
그 순간 현수호에게 자신이 빙의하지 않았을 때의 이 세계의 미래가 보였다.
모든 사형제를 쓰러트리고 드디어 천마신교주가 된 혁리광.
현수호 때문에 금술에 손을 댔다 말했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
혁리광 같은 성품이, 쉽고 빠르게 강해질 기회를 그냥 걷어찰 리가 없었다.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혁리광은 식심차력술에 손을 대고 말았을 거다.
‘그리고 무림은 지옥이 되겠지.’
무림이 불타오른다.
세상 여기저기에 심장을 빼앗긴 시체가 늘어난다.
누구도 혁리광을 막지 못한다.
그리고 혁리광 또한 스스로를 멈춰 세우지 못한다.
무림맹과 황실을 쓰러트린 후엔, 자기를 따르던 수하들의 힘도 탐할 것이다.
본래 힘의 갈증이란 그런 것이니.
허기에 지배당한 아귀처럼, 혁리광의 마공은 스스로로 잡아먹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세계에 남은 건 파멸뿐.
이 차원 게이트의 목적은 그런 혁리광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머리통을 쪼개 놓을걸.’
시스템은 노바를 계산하지 못한다.
현수호가 아닌 그 누가 독고정에게 빙의해도, 당시엔 비무에선, 압도적인 내공을 밀어붙이는 게 고작이었을 터.
그러고 보니 난이도도 본래 별 7개에서 5개로 줄었다가, 다시 6개로 늘어났다.
비무 때 처절한 굴욕을 느낀 혁리광이 각성해서, 본래 스토리보다 더 강해진 채로 등장한 모양이었다.
‘스포일러라서 실시간으로 퀘스트가 바뀌진 않은 모양이군.’
결국 목표를 알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도 남아 있었다.
그러면 왜 신녀는 현수호라는 이름으로 쪽지를 건넨 것일까?
아직 남은 비밀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주지 않고, 혁리광이 움직였다.
“심장이 뽑혀도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할지 보겠다! 커어어어엉!!”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은 후에 혁리광이 움직였다.
심지어 네 발로.
파바밧!
늑대처럼 달려온 혁리광은 순식간에 도약하여 두 손을 휘둘렀다.
현수호 역시 침착하게 검을 휘둘러 맞상대했다.
타다다당!!
검과 부딪쳤음에도 혁리광의 손톱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그냥 검도 아니라, 공청석유의 가공할 내공이 듬뿍 담긴 현수호의 검인데도 말이다.
오히려 힘으로 밀린 건 현수호 쪽.
“과연…… 몸에 좋은 걸 많이 먹은 모양이네.”
“크흐흐! 너도 그중 하나가 될 거다.”
“미안하지만 난 조금 질길걸?”
호언장담한 대로, 힘과 내공에선 혁리광이 한 수 위였다.
하지만 현수호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검을 휘둘렀다.
타다다당!
독고정의 내공은 예전보다 크게 나아진 게 없었다.
그동안 내공의 양을 늘리는 데 집중한 대신, 기물을 통해 얻은 내공을 순도화시키는 데 노력했다.
그래서 오히려 내공의 양은 처음보다 약간 더 줄었다.
독고정이 집중한 건, 순수한 무공.
그저 검을 휘두르고, 상대의 공격을 막고 피하는 기본적인 방법.
쿵!
혁리광의 무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걸 부수고 밀어 버리는 패도적인 공격, 밀려 들어오는 숨이 막힐 듯한 살기까지.
세상을 뒤집을 거 같은 압도적인 기운이 그의 손에 유형화되어 일렁거린다.
우우웅!
아주 조금의 낭비도 용납하지 않는 듯한 직선적인 움직임.
단순한 공격처럼 보여도 당하는 입장에선 방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피할 구석을 미리 제하는 끈질긴 공격이었다.
콰과과광!!!
혁리광이 손을 휘두른 여파만으로 바닥이 운석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쓸려나가고, 거대한 고목이 뽑혀 날아갔다.
마치 거대한 댐이 무너져 강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이런 모습일까?
현수호는 아슬아슬하게 그 힘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힘의 여파로 몸통 전체가 뜯겨 나갈 수 있었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현수호의 눈빛은 두려움에 떨지 않고 호숫물처럼 고요했다.
“요란하기는.”
현수호는 부드러웠다.
마치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것처럼 가벼운 발놀림으로 혁리광의 쏟아지는 공격을 모두 피했다.
현수호는 또한 유려했다.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거친 흐름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한 검으로 비껴 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과 유려함 속엔 절대 꺾이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것이 현수호와 노바가 기초를 다지고, 독고정이 착실히 쌓아 올린 무공.
타다다당!!
결착은 빠르게 났다.
폭풍우처럼 사납게 휘둘러지는 손톱을 피해, 현수호의 검이 아주 살짝 혁리광의 몸에 닿았다.
지금 혁리광의 몸은 금강불괴라고 할 정도로 단단했다.
검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대포알을 쏴도 오히려 대포알이 산산이 조각날 정도.
하지만 현수호의 검은 마치 진흙을 가르는 것처럼 아주 부드럽게 혁리광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푸욱!
“쿨럭!”
남의 심장으로 얻은 혁리광이 자기 심장으로 파멸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합당한 벌을 받는다고 할 수 있었다.
혁리광은 입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현수호와 자신의 갈라진 왼쪽 가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실실 웃었다.
“크흐흐! 약간 모자랐어, 아주 약간. 그렇지?”
“……그래. 간발의 차였다.”
“아쉽네. 먹어 치울 사형제가 한 명만 더 있었어도…… 하지만 차마 아름다운 사매는…… 먹을 수 없었어.”
“내 여자에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비, 빌어먹을! 너만 없었으면 그녀도 내가 차지할 수 있었는데…….”
혁리광이 사매인 초이현을 사모하고 있었다는 건 독고정도 알고 있었다.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초이현의 심장을 노리지 않은 건 그 때문인 듯했다.
“미안하지만, 사저는 남자 얼굴을 보거든. 그러니 내가 없었더라도 너는 안 됐을 거야.”
“크흐흐!”
현수호의 말에 결국 혁리광은 웃었다.
지금까지의 가식이 섞인 게 아닌, 진심으로 웃는 모습.
“마지막까지 재수 없는 자식…….”
그 말이 유언이 되었다.
혁리광은 여러 감정이 섞인 얼굴로 현수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기운이 담긴 심장이 꿰뚫리자 힘을 잃고 절명한 것이다.
그 순간…….
《차원 게이트 클리어》
《임무 성공률 150%》
《기여율 100%》
마침내 기나긴 퀘스트가 끝났다.
이젠 다시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진짜 이대로 끝이라고?”
마지막까지 현수호라는 이름의 비밀을 풀지 못했다.
이대로 집에 가버리면 너무 궁금해서 밤에 잠도 못 잘 거 같은데…….
그 순간이었다.
《차원 게이트 크@$#》
《임무 성공ㄹ @%&》
《기여@ @#%》
갑자기 화면이 깨진 것처럼 글귀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던 현상이다.
자신의 경험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원래라면 벌써 현실에 돌아가야 했어야 할 시간.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다.
“쯧쯧! 하필 심장을 찔렀구나.”
언제 나타난 것일까?
신녀가 눈앞에 나타나 품에서 소도를 꺼냈다.
현수호가 깜짝 놀라 검을 잡았지만, 신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진 혁리광의 시체에 다가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소도로 그의 심장을 꺼내는 게 아닌가?
서걱!
“뭐, 뭐 하는 거야?”
그러자 신녀는 벌써 까맣게 죽어 버린 혁리광의 심장을 손에 얹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이계에서 온 자여.”
“뭐?”
놀랍게도 신녀는 현수호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거 같았다.
“당신 도대체 뭐야? 어째서 날 알고 있는 거지? 그리고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신탁이 내려왔다.”
현수호의 말에도 자기 할 말만 하는 신녀.
“뭐?”
“나는 그분의 뜻에 따라 내 임무를 다할 뿐이다.”
신녀가 힘을 사용하자, 들고 있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혁리광이 수십 명을 잡아먹으면서 힘을 비축한 심장.
신녀는 그 심장에 남은 힘을 이용하여 신술을 펼쳤다.
“그분이 널 부르신다.”
쿵!
신녀가 지팡이를 내리치자, 주변의 공간이 유리창처럼 깨지기 시작했다.
와장창창!
일개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혁리광의 심장에 쌓인 내공을 사용했기에 가능한 일.
“설마 이 때문에 지금까지 혁리광을…….”
진상을 깨달은 현수호가 소리쳤지만, 부서진 공간이 현수호를 빨아들여 신녀의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슈우우웅!!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현수호는 자신이 전혀 다른 공간에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긴…….”
어두운 공간 속 거대한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다.
고층 빌딩처럼 거대한 불기둥.
먼 곳에 있음에도 그 열기는 현수호의 얼굴을 뜨겁게 달굴 정도였다.
저런 불이 있는데도 주변이 칠흑 같은 어둠이라는 게 이상했다.
“이곳이 정상일 리가 없지.”
목소리를 내 보던 현수호는 문뜩 자기 목소리가 변했음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두 손을 확인하니, 독고정의 몸이 아닌 본래 현수호의 몸이었다.
“노바. 들려? 노바?”
상황을 확인하려 노바를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현수호는 거대한 불길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뚜벅뚜벅.
불길에 가까이 가자,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거대한 불기둥이라 생각했던 건, 뜨거운 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옥좌.
고요한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이 고고히 옥좌에 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남자는, 마치 현수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어서 와라.”
30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외견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눈동자로 보이는 세월의 깊은 흔적으로 그가 절대로 젊은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까끌까끌하게 자란 수염.
헝클어진 인상도 그의 존재감은 지울 수 없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모든 걸 자신의 발아래로 두는 오만의 극치.
그런데 그 얼굴이 참으로 익숙했다.
“왠지…… 이럴 거라 생각은 했어.”
그냥 느낌상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중요한 예감은 한 번도 빗나간 적 없지 않은가?
그러자 그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퍼즐이었겠지.”
“여보세요? 퍼즐은 영어인데요? 세계관 좀 지키시죠?”
“나에게 물을 게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뿐이냐?”
“하아!”
현수호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헝클어진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곤 다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예의상 자기소개부터 하죠. 저는 현수호입니다. 라이트 브링거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죠.”
현수호의 말에 남자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웃어 버렸다.
“푸흡! 라이트 브링거? 진심이냐?”
“우, 웃지 마시죠! 내가 붙인 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데…….”
“크흐흐! 덕분에 한 천 년 만에 웃은 거 같군. 좋다. 그 보답으로 본좌도 정식으로 소개를 하지.”
화염의 옥좌에 앉은 남자는, 현수호와 똑같은 얼굴로 말했다.
“본좌 이름은 현수호. 모두가 본인을 천마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