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54)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54화(54/150)
54화 우주 천마 (10)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증거는 없었지만, 계속 마음 한구석에 찜찜했다.
이세계의 현수호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개 괴물과 대면했던 차원 세계의 팬텀.
그 현수호도 세계 최강자 반열에 들어, 사람들이 경외하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번 차원 게이트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중원 최강의 단체 천마신교.
그들이 섬기는 신.
언젠가 부활하여 자신들을 이끌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무려 천 년 전에 우화등선한 인물이었지만, 신녀의 기묘한 주술 때문에 그와 이렇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무려 천마.
팬텀과는 같은 현수호라고 해도 격이 다르다.
너무나도 강력해서, 감히 헤아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게 정말 인간의 힘인가?’
천마는 헌터의 시스템도 없이, 단순히 무공을 수련한 것만으로 신의 반열에 올랐다.
천마신교의 믿음이 전혀 허황한 게 아니었다.
“왜 절 이리 부른 겁니까?”
그러자 천마, 현수호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어리석은 말이구나. 본좌가 널 부른 게 아니다. 네가 본좌를 불렀지.”
“제가 님을…… 아니, 천마님을 불렀다고요? 저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현수호가 한 일이라곤 차원 게이트 안에 들어와서 죽기 살기로 뛴 것밖에 없었다.
무사히 혁리광과의 싸움에서 이겨 퀘스트는 클리어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노바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날카로운 손톱에 갈려 나갔을 터.
수수께끼 같은 신녀와 천마의 개입은 원하지도 않았고, 더더욱이 부른 적도 없었다.
천마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
“입으로 소리 내여 부른 게 아니다. 그랬다면 하계에 있던 네 목소리가 본좌에게 닿았겠느냐?”
“그러면요?”
“네 운명이 불렀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성가실 정도로 귓가에 앵앵 울리더구나.”
현수호는 더더욱 알아먹기 힘들다는 눈빛을 하자, 천마는 혀를 찼다.
“네가 이곳에 온 것이 단순히 우연이라 생각하느냐?”
“우연이 아니다? 그러면 필연이라는 말인가요?”
“너와 본좌는 전혀 다른 차원, 전혀 다른 시간대의 인물이다. 필연은커녕 스쳐 가는 한 자락의 인연이라도 있을성 싶으냐?”
“인연도 아니고 우연이나 필연이 아니라면, 어째서 우리가 만난 건데요?”
“누군가 간섭하여 네 운명을 조작했다.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모든 학문과 마도를 통달한 본좌조차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솜씨더구나.”
“운명…… 간섭?”
그 순간 현수호의 뇌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홀홀홀!]인자한 옆집 할머니처럼 웃던 락슈미.
정말 천마의 말처럼 누군가 자신의 운명을 조작했다면 그녀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빚을 지고는 살 수 없는 본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차원을 넘나드는 위대한 술식을 본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으니.”
가늠할 수도 없는 천마의 힘이다.
그런 천마가 락슈미의 신술을 슬쩍 엿본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
천마의 힘이라면, 감히 자신을 속박하려는 운명의 조작 따위는 단숨에 잘라 버릴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얽혀 오는 의지 자체가 일종의 선물이자 뇌물임을 천마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현수호와 대면할 수 있도록 신녀에게 언질을 준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락슈미의 계획대로였다.
“세상 끝자락 어딘가엔, 미래나 다른 차원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의 정신을 소환하여 가르침을 받는 신기한 주술이 있지. 허나 그건 섭리를 어기는 일. 이 짧은 만남을 위해 바쳐야 할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을 터.”
천마가 일어서자, 화염으로 만들어진 옥좌는 바닥으로 꺼지듯이 사라지고 고요하고 적막한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천마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여전히 뚜렷했다.
“본좌는 천마, 누구는 팬텀, 누구는 제왕, 누구는 신. 완전히 다른 길로 나뉜, 다중 차원 중에서도 우리의 존재는 늘 뚜렷한 존재력을 지니고 있지. 본좌 역시 한때는 차원을 돌아다니며 그런 현수호들을 찾아다닌 적 있었을 정도이니. 하지만 넌…… 그중에서도 유난히 특별하구나.”
“제가…… 특별하다고요? 그럴 리가요.”
인정할 수 없었다.
오히려 반대가 아닌가?
천마와는 비교조차도 우습고, 팬텀만 해도 이미 세상에서 최강자로 자리 잡지 않았는가?
하지만 여전히 천마의 생각은 확고했다.
“바보 같은 소리군. 고금제일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본좌 또한 네 경지에 들기 위해선 수십 년을 노력해야만 했다. 하지만 넌 어떻지? 지금처럼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그야…… 일 년 정도?”
따지고 보면 현수호가 본격적으로 헌터 일에 뛰어든 건 고작 일 년 정도밖에 안 지났다.
진룡 길드와 함께 차원 게이트 안에서 들어가서, 노바를 얻고 레벨 1로 올랐던 그 날.
“하, 하지만 그건 제가 잘난 게 아니라 헌터 시스템 덕분이에요.”
“그래? 그러면 다른 이들은 어떻지? 같은 시스템 속에서 사는 그들도 너와 같더냐?”
채 일 년도 안 되는 시간에 현수호는 벌써 5레벨에 올랐다.
경이로운 레벨 업 속도다.
남들은 레벨 5까지 오르는데 최소 9~10년은 걸리고, 평생 노력해도 마의 5레벨을 넘지 못하는 이도 수두룩하다.
같은 EX 등급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실버 나이트 또한, 레벨 5까지 올리는데, 7년이 소요되었다.
“우주의 기운에 네게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를 이곳으로 인도한 건 신술자의 능력이지만, 어쩌면 그 신술자와의 인연 또한 네 복잡한 운명의 단지 한 줄기 정도일 수 있지.”
“그럴 리……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운이 안 좋은 편이었다고요. 저는 젊은 시절을 수리공에 짐꾼으로 살아왔어요. 이제 겨우 풀린 거라고요.”
EX 직업이었음에도 무시만 받으며 살아온 나날이다.
죽을 위기를 여러 번 넘기고, 사람들의 무시와 여자친구에겐 버림받았다.
그런 인생이 행운이었다고?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허면 묻겠다. 네 과거와 달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떠받들어졌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았을 거 같으냐?”
“그야 당연한…….”
주저 없이 답하려다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천마의 조건에 꼭 맞는 누군가가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실버 나이트, 은휘광.’
자신과는 달리, 각성한 첫날부터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고, 국가 단위의 지원도 받은 은휘광.
무서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었다.
말하기만 하면 모두 가질 수 있었고, 어여쁜 여성들도 한마디만 하여 까르륵 웃으며 다가왔으니.
모든 게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게을렀다.
그 빛나는 재능이 진흙 속에 처박혀 있었다.
‘나였다면 달랐을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과연 자신이 은휘광과 같이 모든 사람에게 어화둥둥 하며 자랐다면, 지금처럼 단단하고 독해질 수 있었을까?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시련 또한 실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아니었을까?
현수호는 잠시 고민한 후에 말했다.
“당신의 말이 정말 맞는다고 쳐도…… 왜 제게 그런 운이 모였다고 생각하십니까? 데스 스타를 막기 위해서요?”
행성포식자, 데스 스타.
탑 랭커가 천 명이 모여도 이길 수 없는 상급 신성.
이미 수많은 행성을 파괴하고, 이제는 지구를 넘보고 있는 파괴신.
우주의 기운이 모인 건, 그를 막아달라는 부탁이 아닐까?
천마 역시 부정하지 않았지만, 확신하진 못했다.
“가능성이 있는 말이다. 본래 데스 스타는 네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의 인물. 그의 등장이 네 성장을 가속한 것일 수 있지.”
“그러면 또 질문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해 봐라.”
“데스 스타는…… 또 다른 차원의 현수호입니까?”
이것이 내내 현수호를 괴롭히던 질문이었다.
데스 스타가 어떤 에너지나 작용이 아니라,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문뜩 떠올랐다.
혹시 데스 스타는 팬텀이나 천마처럼 다른 차원의 현수호가 아닌지.
천마는 그 말에 딱 잘라 말했다.
“절대 아니다.”
“……정말요?”
너무나 쉽게 말하는 천마의 말에 맥이 빠질 정도.
천마는 조금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은 최상급 신성을 얻지 못해 좌절하고 낙오한 실패자다. 네 기억에 따르면…… 그래. 그자의 처지와 딱 어울리겠군. 아쿨라. 자격이 없는 힘을 얻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멍청이.”
아쿨라는 도저히 자신의 능력으로는 8레벨에 오를 수 없자, 결국 히든 에픽 퀘스트에 매달렸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악마 크라켄의 먹이가 되었고.
천마의 말에 따르면 데스 스타 역시 마찬가지라는 소리.
“별을 포식하고, 문명을 잡아먹어 최상급 신성을 얻는다? 그렇게 발버둥 쳐 봤자 결국 찌꺼기만 늘어날 뿐이다. 그런 것으로 해결할 문제였다면, 누구나 쉽게 이룰 수 있는 최상급 신성이겠지.”
천마는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했다.
“어떤 차원에서도 그런 덜떨어지는 현수호는 없다.”
천마의 말에 가장 먼저 드는 건 안도감이었다.
비록 본인이 아니더라도, 세계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잔혹한 자가 현수호가 아니라는 사실에 숨을 돌릴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으니, 천마는 데스 스타를 자신과 동일선상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현수호가 물었다.
“당신은 데스 스타와 싸워 이길 수 있습니까?”
락슈미는 자신이 천 명 있어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과연 천마는 어떨까?
백 명? 열 명?
천마는 특유의 오만한 어투로 자신 있게 말했다.
“싸우면 열 중 아홉은 내가 이긴다.”
“……정말요?”
일대일로도 승률 90%를 자신한다는 말.
무슨 말을 들어도 놀랐을 거다.
천마가 지는 것도 놀랍고, 이기는 것도 놀랍다.
하지만 이처럼 단호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또 멍청한 표정이구나. 데스 스타 같이 덜떨어진 놈이 무적의 존재 같으냐?”
“……최소한 제가 알기로는요.”
“큭큭큭!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네 차원에서도 상급 신성 정도는 이미 여러 명 나왔다. 심지어 보리수나무 아래 수양한 것만으로도 위대한 섭리를 터득한 이도 있지.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데스 스타 역시 고작 그 정도 놈일 뿐이다.”
탑 랭커들조차 대항한 걸 포기한 데스 스타다.
하지만 천마는 그런 데스 스타를 ‘고작’이라는 단어로 폄훼했다.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선 고작 그딴 놈에 빌빌거리는 꼴이라니. 정말 우습군. 이제 시시껄렁한 말은 되었다. 검을 쥐어라.”
“네? 검이요?”
“그러면 본좌와의 만남이 고작 이런 만담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더냐? 내 교육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락슈미에게 받은 깨달음이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천마는 친히 검을 들어 현수호를 교육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능력이 하늘에 닿은 천기자라도 이만한 신술을 펼치는 덴 한계가 있다. 네가 다른 차원의 자신을 만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터. 본좌라면 이런 기회를 절대 허무하게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이도 아닌 천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데스 스타도 넘어선 상급 신성.
짧은 대화만으로 이미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에 대련까지 하면 얼마나 깊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겠는가?
현수호는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좋습니다. 바라던 바입니다.”
그 순간이었다.
현수호의 눈앞에 다시 시스템 창이 떠오른 건.
《돌발 퀘스트 발견》
◆Quest
원 오브 원
(난이도 ★★★★★★★★★★…….)
▷목표 : 천마에게 승리
“이게 뭐야?”
난이도를 나타내는 별이 열 개를 훌쩍 넘어서며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