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62)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62화(62/150)
62화 데자뷔 (6)
현수호와 천리마 길드원들을 앞으로 나갈 태세를 갖췄다.
보통 파티라면 탱커가 맨 앞에 서고, 보호받아야 할 힐러나 마법사가 맨 끝이나 중심에 선다.
하지만 지금은 현수호가 맨 앞에 서고 천리마 길드원들이 그 뒤에 정렬했다.
“갑니다!”
현수호가 손에 든 건, 화염 방사기 형태의 제노사이드.
불결, 오염, 질병에 특효인 건, 역시나 강렬한 화염이다.
제노사이드 노심에서 뿜어지는 화력은, 일반적인 화염 방사기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이 강력했다.
화르르르!
푸른색의 플라즈마 불길이 앞으로 뿜어지자, 바닥에 깔린 오염의 근원이 빠르게 불타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흐느적거리는 점액처럼 보였지만, 감각이 있는지 불길이 닿자 빠르게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마치 손가락에 닿아 놀란 달팽이 같달까?
물론 닿은 건 따스한 손길이 아니라 화끈한 불길이다.
압호스 입장에서 생살이 타는 것과 다르지 않은 모양.
지하 동굴에 압호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우우!!!]외우주의 괴물이 비명을 지르자, 음습한 에너지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간다.
지하가 무너질 듯이 흔들리고, 실제로 낙반도 우수수 떨어졌다.
그중엔 직경 5m에 육박하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도 있었다.
쿠구구궁!!
만약 이곳이 도시 중심이었다면, 건물들이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떨어진 낙반에 깔려 죽은 몬스터도 수두룩했다.
일행들 역시 안전할 순 없었다.
“크윽! 다들 조심해!”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길은 열렸지만, 어그로가 끌리는 건 당연한 일.
주변에서 정처 없이 배회하던 몬스터가, 마치 비상종을 들은 경비병처럼 일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쿠오오오!!]“모두 조심! 놈들이 온다!”
종류도 종족도 다른 수많은 몬스터가 질퍽거리는 압호스의 몸을 밟으며 달려왔다.
저들은 산성에 영향을 안 받는 모양이다. 아마 압호스가 조절할 수 있는 거겠지.
신수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동굴의 정확히 정중앙이다.
거리로는 약 500m 정도.
헌터의 신체 능력이라면 순식간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화염으로 일일이 길을 뚫어야 하니 더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강렬한 불길로 길을 뚫어도, 압호스는 금방 재생해서 다시 길을 막으려 했다.
조금이라도 화력을 다른 곳에 집중하려면 형광 점액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와 일행을 압박했다.
그걸 깨달은 조승주가 소리쳤다.
“뒤는 우리에게 맡겨 주세요! 수호 님은 앞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조승주는 현수호보다도 높은 6레벨이다.
서큐버스의 사기적인 연계 공격에 잠시 무력화하긴 했지만, 다른 몬스터와의 싸움에선 상당한 기량을 선보였다.
검을 보면 알 수 있다.
재능도 있고 부단히 노력한 검사.
장비만 빼놓고 보면 실버 나이트와도 비슷할 정도일까?
만약 현수호가 조금만 지도하면 훨씬 더 나아지겠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말이지.’
다른 천리마 길드원도 조승주만큼은 아니더라도, 경험 많고 뛰어난 실력자였다.
조련사인 조미나가 명령을 내릴 마수가 없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현수호는 그들을 믿고 앞으로 화염을 내뿜었다.
화르르르!
천리마 길드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절대로 몬스터들이 현수호를 방해하게 두어선 안 된다.
그들은 마나를 아끼지 않고 스킬을 퍼부었다.
“소드 댄싱!”
“파이어 스트라이크!”
“광역 도발!!”
심지어 조련물이 없는 조미나도, 채찍을 휘두르며 다른 이들을 보조했다.
조련사 특징상, 버프 마법도 있어 아군들의 전투력을 끌어 올렸다.
“블러드 러스트!”
전문 버퍼는 아니지만, S급 직업이라 그런지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
버프를 받으니 플라즈마의 화염이 더욱 거세진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예상보다 돌진은 수월했다.
그만큼 천리마 길드원들이 자신들을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뜻.
오랜 시간 함께 했던 그들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이 눈빛만 보고 혹은 느낌만으로도 서로가 원하는 바를 알았다.
사방에서 몰려온 강력한 몬스터들도 그들의 저항에 막혀, 현수호에게 다가올 수 없었다.
‘이게 팀플레이인가?’
노바를 얻은 후, 그러니까 헌터가 된 후 파티를 꾸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제노사이드의 뛰어난 성능이라면 굳이 파티에 들어가 전리품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저들과 공격력 차이는 꽤 나는데도, 파티 사냥을 하니 훨씬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파티라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원하던 모습이다.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동료들과의 파티 사냥.
남매인 조승주와 조미나는 차치하더라도, 다른 둘도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고 돌봤다.
언젠가 자신도 그런 사람들과 웃고 울며 던전을 공략하는 꿈을 꾸었다.
지금 이들의 모습처럼.
“철민아! 뒤에 조심!”
“우아아아! 이놈들아! 여기 내가 있다!”
개개인의 전투력은 현수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서로의 뒤를 보조하며 싸우니, 뒤에서 공격당할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싸울 수 있었다.
만약 가면인들이 기습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쉽게 제압당하지 않았으리라.
함께 즐기면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유쾌한 파티.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기량을 가다듬어 줄 지도자가 있다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잠재력이 있어. 여기서 살아 나갈 수만 있다면 이 파티는 더 강해질 거야.’
[동감합니다.]압호스는 우려했던 대로 단순히 소환형 보스만은 아니었다.
일행이 진행하는 길, 그러니까 현수호가 화염으로 길을 만드는 경로 주변에 점액질이 끓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이내, 특정 지점에 점액이 한곳으로 빠르게 모여들면서 솟아나더니, 기다란 촉수 형태로 변했다.
거대한 고목을 연상케 할 정도로 크고 단단해 보이는 촉수, 아니 기둥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몰랐다.
주변에 갑자기 나타난 촉수의 숫자만 다섯 개.
그것들이 동시에 휘둘러지자, 마치 고층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부웅!
몬스터와 싸우던 천리마 길드원들이 경악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어……! 으아악!!”
명백한 살의를 지닌 막대한 질량 공격.
그냥 기둥도 아니고, 압호스의 촉수다.
저기에 깔리면 내장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산액에 녹아 흡수되겠지.
하지만 주변엔 도망칠 공간도 없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이미 복구되어 점액질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으니.
탈출구는 어디에도 없다.
현수호가 불길로 뚫는 길만이 유일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소였다.
모두의 눈에 공포가 어릴 때, 현수호가 쓰러지는 점액질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여긴 내게 맡겨요!”
현수호는 급히 체인 소드를 소환하여 제노사이드와 합체 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건, 톱날 대신 맹렬한 화염이 돌아가는 플레임 소드.
화르르르!!
워낙 두꺼운 촉수라 화염 방사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속까지 열기가 닿지 않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촉수 한두 개는 어떻게든 없앨 수 있었지만, 동시에 다섯 개는 무리였다.
그러니 물리력으로 갈아 버린 후에 태우려는 것.
‘겉바속촉은 좋아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스터가 쥐포가 되겠죠.]현수호가 높이 뛰어오르자, 촉수는 먹잇감을 낚아채는 해파리처럼 휘어지며 다가왔다.
부드럽게 휘어지면서도 속도는 전혀 줄지 않은 위협적인 공격.
게다가 가까워지자, 촉수 겉면이 작게 뭉치며 수많은 가시까지 형상화했다.
‘날 먹으려고?’
의도는 분명했다.
현수호까지 흡수해서 새로운 몬스터를 만들려는 것.
“지랄!”
이런 데에서 괴물의 밥이 되었다간, 천마가 한심하다며 탄식할 거다.
“난 천마도 이긴 몸이다!”
비록 말장난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걸 떠올리니 긴장이 풀리면서 몸놀림이 부드러워졌다.
수호검법의 묘리까지 사용해, 플레임 소드를 휘둘렀다.
서걱!
검을 살짝 갖다 댄 것 같았는데, 두꺼운 촉수가 끝까지 쫘악 갈라졌다.
파죽지세.
천마가 태양만큼이나 거대한 로봇을 단칼에 벴을 때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정도로 심오한 무리가 섞인 건 아니었다.
검에서 뿜어져 나간 파동.
무림고수처럼 검을 휘두른 것과 동시에, 날카로운 검기가 앞으로 쏟아져 나간 것.
무림인들과는 달리 검에서 쏟아진 건 기파가 아니라, 플라즈마 에너지였다.
고온의 플라즈마는 촉수를 자르는 것과 동시에 불태우기 시작했다.
화르르르!!
잘린 단면을 중심으로 일어난 불꽃은 이내, 거대한 기둥 전체로 퍼져나갔다.
고목처럼 두꺼운 촉수는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완전히 연소하여 소멸하였다.
탁!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현수호의 모습에 천리마 길드원들은 놀라 입을 쩍 벌렸다.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보여 준 기적과도 같은 솜씨.
심지어 압호스마저도 놀랐는지, 점액질을 꿈틀거리면서 뒤로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었다.
노바 역시 놀랐다는 어투로 물었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노바답지 않게 격정적인 어투다.
현수호는 아직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방금 무슨 일을 하신 건지 아십니까?]‘내가 뭔가를 했어?’
머리에서 뭔가가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다.
일종의 심득이 뇌리에 아른거린다고 하나?
노바는 그것을 명확히 알려 주었다.
[마스터께서…… 무공으로 제노사이드의 노심을 활용했습니다.]사용한 건 수호검법.
분명 무공이었는데, 제노사이드의 노심을 거쳐 파괴력이 증폭되었다.
이 모든 게 아주 자연스럽게 연계된 일.
현수호 역시 특별한 이질감을 못 느낄 정도로 말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내 능력이 아니야.’
천마지체의 재능을 얻었지만, 한순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다.
딱히 깨닫거나 영감이 떠오른 게 아니었다.
그저 무공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
‘수호검법.’
모든 건 무공 덕분이었다.
차원 게이트에서 얻은 무공은, 현수호가 기계신의 힘을 발휘할 걸 예상했다는 듯이 만들어져 있었다.
오직 현수호를 위해 맞춤 제작된 듯한 무공.
‘대단해!’
본래 무공은 기계신이 되기 위한 디딤돌 정도로 사용하려 했다.
나중에도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한계는 있을 터.
나가는 길이 천마와는 달리 무공의 신이 아닌, 기계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무공은 그런 현수호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타파해 주었다.
기계와 무공이 병합될 수도 있다는 걸 직접 보여 주지 않았는가?
만류귀종(萬流歸宗).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
‘그렇다면 마법과 초능력도 가능하지 않을까?’
무공이 되는 일이 다른 게 안 될 게 있겠는가?
갑자기 강해질 방법이 무궁무진해진 느낌이었다.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나면…….’
그 후부터는 거침없었다.
굳이 화염 방사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플레임 소드로 잡초를 썰 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마나 소비가 크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여유가 생기자, 이곳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압호스의 일부러 이곳에 가둔 거야.’
압호스는 외우주의 괴물.
실제 크기는 고작 이 동굴을 덮을 정도가 아닐 터.
대륙만큼이나, 어쩌면 안개 괴물처럼 지구보다도 더 거대할 수도 있을 거다.
레벨도 10을 가뿐히 넘길 터.
실제 압호스였다면, 지금의 현수호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이미 흡수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건 압호스의 찌꺼기 정도라 해야 옳을 것이다.
찌꺼기라도 해도 그걸 이곳에 가둘 수 있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도대체 압호스를 어떻게 지구에 데려온 거지?’
이 모든 일을 꾸민 기사단이라는 놈들이, 압호스의 일부분을 떼다가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이 분명했다.
목적은 저 신수를 타락시키기 위함이겠지.
놈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분명 서울에, 이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닐 터.
현수호는 힘을 끌어 올려 불꽃을 키웠다.
“저리 꺼져!”
화르르르르!!!
강렬한 화염에 점액질을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섰다.
조금 여유가 생기자, 아까 가느다란 촉수에 대롱대롱 묶여 있던 사람들을 확인했다.
전투가 치열해지면 압호스는 그들을 흡수해서 힘을 보충하려 했을 터.
다행히 사람들은 무사했다.
조용히 날아간 삐뽀가 그들을 이미 구출한 것이다.
ദ്ദി*ˊᗜˋ*)
[삐리릿! 뽀!]“잘했어!”
이제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현수호는 크게 검을 휘둘러, 목적지에 있는 오염 물질을 모두 불살라 버렸다.
“모조리 불타 버려!!”
화르르르!!
플라즈마 화염에 오염 물질이 씻은 듯이 날아갔다.
그러자 정말 조미나가 말한 대로 그곳에 신수가 있었다.
압호스와의 힘겨루기에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거대한 신수.
10m 정도로 거대한 크기.
타오르는 듯한 붉은 깃털,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 부리와 여전히 날카로운 발톱까지.
그 신수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불사조? 피닉스?”
압호스가 타락시키려 한 건, 전설에서나 보고 듣던 피닉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