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64)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64화(64/150)
64화 데자뷔 (8)
느닷없이 나타나 공격한 습격자.
처음엔 인간이 아닌 줄 알았다.
숨을 쉬어도 터질 듯한 뱃살이 출렁이는 뚱뚱한 남자.
얼굴에는 검은색으로 기이한 문신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으로도 흉악한 표정을 가릴 수 없었다.
옷은 팬티 말고는 안 입은 거 같았는데, 그마저도 뱃살에 삼켜져 끈처럼 보였다.
그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조금만 더 있으면 다크 피닉스가 완성되었을 것을!!”
역시나 저들이 압호스의 찌꺼기를 이곳에 가운 이유는 피닉스를 타락시키기 위함이었다.
다크 피닉스.
말 그대로 깃털이 까만 피닉스다.
외형은 다르지 않지만, 성질은 완전히 달랐다.
생명과 치유, 부활을 뜻하는 피닉스와는 반대로, 다크 피닉스는 소멸과 파괴, 붕괴를 의미한다.
전설로는 단순히 날갯짓만으로도 세상을 파멸로 이끌 수 있을 정도라고.
전승이 반의반만 맞더라도 이 근처에 있는 서울이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처음엔 압호스가 만들어 낸 몬스터가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다크 피닉스가 미칠 여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히든 에픽 퀘스트 ‘파멸의 씨앗’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저자는 이 모든 걸 암약한 단체의 일원이었다.
‘레우스 기사단이라고?’
[어느 정보에도 나타나지 않은 이름입니다.]아쿨라가 기사단을 언급하고서 모든 기사단을 뒤졌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쿨라도 두려워하던 기사단이 바로 이들이었음.
[레우스는 죄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죄인 기사단이라고? 누가 이름을 그따위로 짓지?’
보통 기사단이라 하면 멋지고 위엄 있고 고풍스러운 이름을 짓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들은 스스로를 죄인이라 칭하고 있었다.
실제로 끔찍한 죄를 지었고.
“모두 뒤로 물러서요. 위험한 자입니다.”
일격으로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상당한 실력자다.
현수호는 천리마 길드원들이 말려들지 않게 경고했다.
남자는 그런 현수호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물러서라고? 감히 나를 혼자서 상대하겠다는 거냐?”
그는 콧방귀를 뀌며 성큼성큼 걸었다.
쿵! 쿵!
어찌나 무거운지 걸을 때마다 바닥이 울릴 정도.
뚱뚱하다 못해 지방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한 몸뚱어리.
“빌어먹을 놈! 이제 거의 다 완성되었는데!! 하필 이 굴라 님이 자리를 비울 때 훼방을 놓았단 말이지?!”
스스로를 굴라(Gula)라 칭하는 자.
라틴어로 굴라는 탐식이라는 뜻이었다.
굴라는 스트레스 받았다는 듯이 머리를 손톱으로 바드득 긁었다.
그리곤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쳤다.
“용서치 않겠다!”
그가 어깨를 들어, 팔을 수평으로 뻗자, 기이한 일이 생겼다.
마치 고무를 늘린 것처럼 팔이 쭈우욱 하고 늘어나더니, 이내 단단하고 날카롭게 변하는 게 아닌가?
기다란 칼이 된 팔.
육도(肉刀).
심지어 불빛을 받으니 섬뜩한 반사광을 번뜩였다.
굴라는 그대로 육도를 휘둘렀다.
붕!
길어진 팔과 함께 육도가 날아오자, 현수호는 황급히 검을 들었다.
‘고무고무냐?!’
육도는 채찍처럼 좁은 공간에선 사용하기 힘든 장병기다.
이처럼 나무가 무성하고 바위와 언덕까지 있는 곳에선, 걸리적거려 사용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하지만 굴라는 장애물이 있던, 없던, 상관하지 않았다.
서걱!
육도에 베인 모든 게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두꺼운 나무는 물론, 바위와 절벽까지 마치 레이저로 세심하게 커팅한 것처럼 잘렸다.
휘두르고 잠시 후에 반쯤 잘린 절벽이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쿠구구궁!
엄청난 공격 범위에 이른 가공할 파괴력.
하지만 현수호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그걸 또 막았다고?”
현수호가 비스듬히 검을 들어 공격을 흘려 낸 것.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다.
이제까지는, 굴라의 공격을 막아 낸 이는 물론이고 피한 이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현수호는 공격을 무려 연속으로 막아 낸 것이다.
굴라는 공격이 빗나가자, 기분이 상했다는 듯이 얼굴을 구겼다.
얼굴에도 어찌나 지방이 많은지, 얼굴을 찡그리자, 지방이 파도가 치듯이 출렁거린다.
“과연…… 일을 망칠 정도의 실력은 된다는 거냐?”
현수호는 놈이 다시 움직이기 전에, 기습적으로 매그넘 모드의 제노사이드를 꺼냈다.
일반 권총 모드보다는 연사력은 떨어지지만, 파괴력과 관통력을 올린 형태.
어찌나 빠르게 총을 조준했는지, 손끝에 피가 몰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굴라는 그런 현수호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했다.
탕! 탕! 탕!
본래 짐꾼일 때부터 백발백중의 사격술을 선보였던 현수호다.
목숨이 오가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사격 솜씨는 현수호를 배반하지 않았다.
발포한 세 발의 총알이 전부 놈의 머리에 명중했다.
총알은 단숨에 뒤통수까지 꿰뚫고 날아갔다.
퍽!
뇌수가 뒤로 뿜어지는 게 생생히 보였다.
‘잡았나?’
의외로 싱거운 승리를 상상하던 현수호는 몸을 멈칫했다.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제노사이드의 파괴력이라면,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나가야 정상일 터.
하지만 굴라의 머리엔 소용돌이치는 듯한 동그란 구멍이 생기는 게 전부였다.
두꺼운 철판도 종잇장처럼 우그러트리는 매그넘 탄환인데 말이다.
그마저도 순식간에 감쪽같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굴라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는 듯이 역겨운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흐! 재미있는 장난감을 사용하는구나.”
인간 같지 않은 외형에 인간 같지 않은 능력을 보이는 굴라다.
노바 역시 강력히 경고했다.
[최소 랭커급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랭커라면 최소 8레벨.
현재 등록된 헌터 중에서도 8레벨을 넘기는 이들은 1,0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단순히 경험치만 필요한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깨달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
강력한 기운도 문제였지만, 비정상적인 회복력이 거슬렸다.
“죽어!”
다시 휘둘러지는 육도.
현수호는 한 손으론 검을 휘두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탄환을 발사했다.
탕! 탕탕!
공방의 결과는 현수호의 압도적인 이득.
날아오는 육도는 전부 쳐내도, 총알을 전부 급소에 박았다.
하지만 굴라는 다시 빠르게 회복하여 상처를 메웠다.
굴라는 몇 번의 공격에도 멀쩡한 모습이었지만, 자존심이 상한 모양.
“좋아! 생각이 바뀌었다. 너도 내 양분으로 삼아 주지.”
그렇게 말한 굴라는 정상이었던 나머지 팔도 수평으로 들어 변형시켰다.
우드득! 우드드득!
역시 기이하게 늘어나며 길게 변한 팔.
이번엔 날카로운 칼이 아니라, 여전히 손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물론 부피가 수십 배로 넓어지고, 손가락이 20개인 것도 손이라 부를 수 있다면.
손보다는 그물이라 칭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았다.
굴라는 손을 휘둘러 현수호를 공격했다.
“크하하하! 어디 또 발버둥 쳐 봐라!”
한 손은 육도(肉刀), 다른 한 손은 육망(肉網).
공격 횟수와 패턴이 단숨에 몇 배로 늘어난 셈.
현수호는 방금 레벨이 올라 6이 되었다. 반면 상대는 최소 레벨 8.
레벨이 오를 때마다 거의 갑절씩 스탯이 오르는 걸 생각하면, 2레벨 차이는 스탯만 네 배 차이다.
스킬과 부과적인 능력을 생각하면 그 이상 힘이 벌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수호는 의외로 평온했다.
타다다당!
몇 번의 공격도 여전히 수월하게 막아낸 현수호는 약간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영상에선 이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거 같은데?”
“뭐?! 헉! 헉!”
갑작스러운 현수호의 말에 굴라도 공격을 멈추고 눈을 찡그렸다.
굴라는 한눈에도 지쳐 보였다.
본래 대부분 공격 한 번이면 반으로 갈라져 쓰러지는 공격을, 현수호는 벌써 몇 번이나 완벽하게 막아 냈다.
쉴 새 없이 공격해도 마치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제야 굴라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모양.
“너…… 정체가 뭐야? 한국에 너 같은 놈이 있다는 건 들어 보지 못했다.”
한국에 있는 하이 랭커와 랭커를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현수호와 매치되지 않았다.
설사 랭커라도 쉽게 이길 수 있다 자신하던 굴라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굴라의 의문에도 뭔가를 곰곰이 떠올리던 현수호가 갑자기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그렇군. 그냥 미래가 아니었어. 바뀐 운명을 보여 줬던 거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락슈미가 힘을 사용한 순간, 현수호의 운명은 크게 흔들렸다.
그녀의 인도가 없었다면 천마와 만나는 일은 절대로 이뤄지지 않았겠지.
현수호가 본 영상은, 락슈미의 힘이 미치지 않았을 세상의 모습.
어긋난 세계의 운명.
그 세계의 현수호는 분명 굴라를 감당할 수 없었다.
현수호는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의 오류.’
우주와 인류의 모든 기록을 담은 초차원의 정보 집합체.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모든 사건과 상념이 명세하여 있는 세계의 기억.
어긋날 수도, 어긋나서도 안 되는 대우주의 시계.
그것이 락슈미의 힘 때문에 뒤틀렸다.
현수호는 아카식 레코드의 부서진 파편을 견주어 볼 수 있었던 것.
어째서 이런 능력을 손에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불현듯 찾아온 능력.
오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 현수호의 눈에 그려졌다.
“아아~ 그랬군. 너는 정말 무서운 상대였어.”
어긋난 미래에서 현수호는 제노사이드를 120% 충전하여 굴라에게 발사했다.
굴라의 모든 세포를 소멸시키면 재생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
기습적인 공격은 대성공.
폭포수처럼 쏟아진 방대한 플라즈마는 굴라를 완전히 뒤덮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굴라는 모든 세포가 깔끔히 사라진 상황에서도 원상태로 복구하였다.
그것이 굴라의 신력, 영원불멸한 생명.
세포가 물질계에서 전부 사라져도, 여전히 신력은 작용했다.
“너는 압호스의 화신이었구나.”
압호스의 찌꺼기가 이곳에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이 굴라가, 압호스를 섬기며 그의 신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압호스에게 인간 제물을 바치는 대신, 막대한 힘과 불가사의한 재생력도 얻을 수 있었다.
굴라는 부정하지 않았다.
“압호스 님의 힘을 얻고 나는 영원불멸한 생명을 얻었다. 네놈의 아무리 잔재주를 부려도 소용없다!”
검, 창, 마법, 신성력까지.
그 어떤 공격이 와도 굴라에게 상처 하나 남길 수 없었다.
질량보존의 법칙 따위는 무시하는 이적.
“케케케! 네가 아무리 날뛰어도 곧 지쳐 쓰러지겠지.”
굴라는 승리를 자신했다.
공격이 막힌 굴욕은, 현수호를 먹어 치움으로써 만회하려 했다.
그때 쓰러진 이들을 대피시킨 천리마 길드원들이 돌아왔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바로 전투태세를 펼치는 천리마 길드원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영상에선 한 번에 몰살당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습이었으니.
하지만 현수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여긴 저 혼자 충분합니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아까까지의 두려움과 불안함은 본래 현수호의 것이 아니었다.
짧지만 정들었던 사람들을 어처구니없게 잃은, 이제는 오지 않은 세계의 현수호의 감정.
천마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은 세계선의 현수호는 굴라를 이길 수 없었다.
꼼짝없이 죽었을까?
겨우 도망치는 게 최선이려나?
어찌저찌 이겼다고 해도, 죽은 자들은 살아오지 않았을 터.
하지만 지금의 현수호는 달랐다.
현수호의 여유에 굴라는 조바심이 생겼다.
“아까부터 뭐라 계속 쫑알쫑알거리는 거냐?! 모두 죽어!!”
두려움이 생긴 걸까?
이번엔 육망 없이 두 손을 전부 육도로 변환하여 휘둘렀다.
일단 죽이고 생각하려는 것.
반면, 현수호는 덤덤히 움직였다.
“오버 테크놀로지.”
스킬을 사용하자, 체인 소드가 소닉 블레이드로 변환했다.
윙!!
지금까지는 검과 부딪쳐도 멀쩡했던 육도다.
오히려 체인 소드의 톱날이 상해서, 계속 수리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소닉 블레이드는 달랐다.
공진 효과(Resonance effect)로 단순히 베는 게 아니라 분쇄하는 테크놀로지의 결정체.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진 소닉 블레이드는, 두 육도를 동시에 썰어 버렸다.
팟!
잘린 육도가, 날아오던 속도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쿠궁!
굴라는 졸지에 두 손을 잃게 된 셈.
하지만 상관없었다.
압호스에게서 빌려온 능력이라면, 손 따위는 금방 다시 재생할 수 있으니.
……라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어, 어째서 재생이 안 되는 거냐?”
굴라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잘린 두 손은 그대로였다.
모든 세포가 사라져도 재생이 되는 압호스의 권능이 무력해진 것.
현수호는 과거 천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불사신도 죽이고, 무적도 무력화시킨다, 라…….”
이제야 천마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