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65)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65화(65/150)
65화 데자뷔 (9)
무한대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천마의 심상 공간.
현수호는 태양만큼이나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천마를 공격했었다.
결과는 대실패.
천마는 아주 간단히 현수호의 공격을 무력화하고, 거대 로봇을 동강 내 버렸다.
천마의 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데스 스타마저도 한심하다고 폄훼하는 천마였으니까.
하지만 당시 현수호가 놀란 건, 단순히 결과를 떠나서 천마가 아주 미미한 힘만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최소한 그 일격에선 속도도, 힘도, 사용한 신력의 양도 현수호가 월등히 많았다.
은하도 두 쪽으로 가를 수 있는 공격을, 천마는 아주 가벼운 동작과 힘만으로 막아낸 것.
그건 무시해서가 아니라, 가르침을 주기 위함이었다.
‘힘의 크기나 덩치가 중요한 게 아니야.’
천마가 말했다.
필요한 건 태양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이 아니라, 태양을 서쪽에서 떠오르게 하는 이적이라고.
당시는 긴가민가했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날카롭게.’
검날의 두께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고도로 집중된 정신력.
무엇이든 베어 낼 수 있다는 믿음.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사상력.
더 날카롭고 예리하게 벼린 신력은, 힘 크기와 속성의 우위마저 뒤집을 수 있었다.
이게 데스 스타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비책이었다.
그 가르침을 토대로 일검을 성공할 수 있었다.
“불사 베기라고 해야 하나?”
운도 좋았다.
신력을 투영할 수 있는 수호검법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고난도였을 일이다.
플라즈마에 신력을 담는 건, 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집중을 요하니까.
“이제 끝내자.”
현수호가 다가오자, 굴라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처음의 당당하고 오만한 모습은 이미 오간 데 없는 모습.
“히익! 오, 오지 마! 이럴 순 없다! 어째서 압호스 님의 힘이 너 따위에게……!”
뒷걸음질 치다가 돌부리에 걸려 벌러덩 넘어졌다.
그 추태에 현수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랭커의 힘이라고? 웃기는군. 그냥 레벨만 높은 머저리잖아.”
초재생만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닌 상대였다. 같은 랭커인 나찰녀와 비교해도 그렇다.
공격 패턴이라 봤자 손을 변형하여 만든 육도와 육망이 전부.
압호스에게 얻은 힘 덕분에 파괴력은 높았지만, 수준 이하의 상대에게만 통할 정도로 조잡했다.
꼭 현수호가 아니더라도, 동급의 강자와 싸우면 형편없이 나가떨어졌을 거다.
본 드래곤과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던, 나찰녀의 고강한 검격에 비하면 하찮을 정도.
아마 죽지 않는 몸만 믿고, 수행을 게으르게 한 탓이겠지.
현수호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손발에 이어, 다리도 잘렸다.
이제 몸통만 남은 굴라는 버둥거릴 수도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살아 입을 움직였다.
“크아악! 안 돼! 살려 줘! 제발 살려 줘! 내가 잘못했어!”
“참나! 사람들을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 놓고는 본인은 목숨이 아까운 모양이지?”
“놈들과 나는 달라! 나는 신에게 은총을 받은 몸이라고!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내 추천이 있으면 너도 기사단의 일원이 될 수 있어!”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굴라다.
현수호는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도, 특정한 단어에 눈을 빛냈다.
“기사단이라면, 레우스 기사단 말이지?”
아직 굴라를 죽이지 않은 건,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노바의 검색으로도 알아내지 못했던 레우스 기사단.
그 잔혹한 아쿨라도 입에 꺼내는 것조차 꺼리던 단체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계속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울 바로 옆에서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자를 심문하면 그 실체를 알 수 있겠지.
“왜 다크 피닉스를 깨우려 한 거지?”
일단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도대체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며, 얻으려 한 건 무얼까?
그런데 그 대답은 놀랍고 황당했다.
“하, 한국의 EX급. 실버 나이트를 죽이려고…….”
“뭐?!”
불시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머리가 띵했다.
“실버…… 나이트라고?”
한국의 EX급이 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신녀의 예언이 있었다.
무려 일본 정부가 나선 일이다.
탑 랭커를 보유한 일본이니, 당장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이 질 수밖에 없을 터.
여기서 락슈미의 ‘행동강령’ 권능이 주요했다.
학생들끼리는 싸워서는 안 된다는 강압적인 명령.
즉, 락슈미에게 조금이라도 가르침을 받은 이들끼리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싸울 수 없는 거다.
데스 스타가 오기 10년도 안 남은 지금 시점에서 세계가 잠잠한 건, 이 제약 덕분이라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가 금쪽처럼 아끼며 보호하는 실버 나이트, 은휘광이다.
아무리 강대국인 일본이라고 해도 은휘광에게 위해를 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
일본에서도 재능 있는 헌터는 대부분 락슈미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말이다.
락슈미가 평생 세계를 돌아다닌 건, 이것을 위함이었으리라.
하지만 상대도 집요했다.
어떻게든 수를 짜내어, 은휘광을 죽이려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짓을 벌인 거라고?”
고작 은휘광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다크 피닉스를 이 땅에 강림할 생각을 했다.
물론 헌터들이 힘을 모으면, 다크 피닉스도 물리칠 수 있겠지만 그때는 이미 서울 대부분이 초토화되었을 터.
그 혼란을 틈타 은휘광을 암살할 작정이었겠지.
“환장하겠네.”
락슈미가 살아 있는 동안은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일본 정부, 그리고 레우스 기사단은 힘을 합쳐서 어떻게든 더 빨리 은휘광을 죽이려 했다.
어쩌면 그 두 단체 말고도 개입한 이들이 더 있을 수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현수호가 본격적으로 레우스 기사단에 대해 캐물으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굴라의 몸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몸 안쪽에서부터 공기가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녹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뭐, 뭐야?”
처음엔 굴라가 도주를 위해 능력을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굴라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안 돼! 압호스 님, 어째서! 날 버리는…….”
굴라의 몸은 끈적하게 녹아 점액질로 변했는데, 그 모습이 익숙했다.
“압호스의 점액?”
지하 동굴을 뒤덮었던 압호스의 점액과 같은 모습.
그 형태와 굴라의 말을 토대로 벌어지는 일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설마…… 버림받은 거냐?”
압호스는 굴라에게 제물을 받는 대신 힘을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굴라가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주었던 힘을 거두어 가려는 것.
“꾸에엑! 사, 살려……!!”
굴라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꿈틀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눈동자가 먼저 핏물로 녹아내리더니 다음은 코와 입이 뭉개졌다.
이내 다른 모든 부위도 질퍽한 점액으로 변했다.
치이이익!!
바닥을 녹이던 산성 점액은 역겨운 냄새만 남기고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이것이 굴라의 최후였다.
“……비참하군.”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일까?
악신과 거래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결말일지 모른다.
놈을 동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더 이상 레우스 기사단에 대해 알아내지 못한 게 안타까웠을 뿐.
현수호가 잠시 상념에 빠져 있자,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천리마 길드원들이 다가왔다.
“괘, 괜찮으십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저희야 뭐…….”
물러서라는 말을 들었어도, 무슨 일만 생기면 당장 뛰쳐나가려던 일행들이다.
긴장이 풀리니 이제야 숨을 편히 쉴 수 있었다.
조승주는 자조적인 어투로 말했다.
“결국 저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네요.”
조승주 역시 나름 30대 초반의 나이에 레벨 6의 헌터로, 아카데미에서도 천재, 수재 소리를 들었던 유망주였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길드를 운영할 충분한 능력도 있고 리더십도 뛰어났다.
언젠간 천리마 길드가 유명해질 정도로 크게 키우고, 열심히 노력해서 랭커가 되겠다는 꿈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일로, 자신이 범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사무칠 정도로 깨달았다.
“저희가 끼어들 수 없는 레벨이었어요.”
기운이 쫙 빠진 듯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투에서 자신들은 짐에 불과했으니까.
사실 천리마 길드원들이 잘못한 건 아무도 없었다.
우주의 기운을 한데 받은 현수호와, 악신의 기운을 받은 굴라와의 싸움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그저 운이 없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
조승주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위로가 되진 않았다.
어쩌면 평생 넘을 수 없는 산을 너무 일찍 마주한 느낌이랄까?
이 또한 불운이었다.
마음이 꺾이면 다시는 헌터 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여 헌터 일을 그만두니.
현수호는 그런 그들을 위로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저도 벽을 넘을 수 있었어요.”
“벽을…… 넘었다고요?”
“네. 여러분들 덕분에 제 부족함을 깨달았거든요.”
현수호는 경험치가 채워지자 바로 레벨 6에 올랐다.
레벨 5에 올랐을 때와 다르게 마의 장벽에 막히지 않은 건, 말처럼 전투 도중에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기 때문.
그 결과는 6레벨이 올랐을 때 얻은 스킬로 증명했다.
◆Skill
기계신의 가호
(오라)
모든 신도에게 능력을 상승하는 오라 적용(자신에게 두 배 적용)
오라는 신도 숫자에 따라 강화
보통 지휘자 직업만 얻는 오라 스킬을 얻었다.
아군이라 판명되면 꼭 곁에 있지 않아도 적용되는 뛰어난 스킬이다.
지금껏 알고 있던 오라 스킬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이 스킬로, 현수호는 혼자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길드원 전부를 강화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성장형 스킬이라는 점이었다.
‘신도를 모으라고?’
기계신의 가호.
자신과 신도에게 적용되는 축복 스킬.
특이한 건 신도의 기준이었다.
정화수라도 떠 놓고 기도하는 이들이 아니라, 현수호의 능력 즉, 수리나 업그레이드, 개조 스킬을 받은 아이템을 지니고 있으면 신도로 적용되었다.
누가 기계신 아니랄까 봐 기준이 참 독특했다.
‘수리점이라도 차려야 하나?’
아까 잠시 여유가 있을 때, 천리마 길드원들의 아이템을 손봐 줬다.
치열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쓰러진 몬스터 소재를 이용해서 저들의 장비도 강화해 두었다.
그러니 4명으로는 미약하지만, 도움을 받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었다.
‘도움이 작지 않았어.’
이번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비하기 위해선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
물론 노바가 웬만한 전문가 수십 명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는 노바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여러 사건에 대처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했다.
그렇다고 솔플을 버리고, 파티를 꾸려 움직인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의 현수호와 보조를 맞추려면 랭커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사냥은 지금처럼 혼자 하더라도, 길드를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규모를 넓힐 필요가 있었다.
[안 그래도 건의드리려 했습니다. 사업을 확장하고 삐뽀 부대를 보조하려면 길드원들을 뽑는 게 필요하겠죠.]마침 좋은 인원이 눈앞에 있었다.
현수호는 조미나에게 말했다.
“아까 같이 파티를 꾸리자고 했죠?”
“아. 네! 넵!”
다시 조미나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이번엔 제가 반대로 제안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저희 길드에 들어오시겠습니까? 지원은 아낌없이 하겠습니다.”
그냥 보내기엔 아까운 이들이었다.
게다가 조련사인 조미나는, 인물과 성격을 떠나서 반드시 영입해야 할 대상이었다.
S급 조련사에, 무려 피닉스까지 얻었다.
성체가 되면 9레벨의 힘을 사용하는 걸 확인하지 않았는가?
비록 지금은 병아리 수준으로 작아졌지만,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는 의미.
느닷없는 제안에 천리마 길드원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리더인 조승주에게로 보였다.
특히나 동생인 조미나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쏘았고.
조승주는 다른 일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다가,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저희는…….”
이날 엑스 마키나 길드는 새로운 동료를 영입했다.
* * *
소동이 일어난 후로 몇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원산항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여객선이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출항합니다!”
부우우웅!!!
헌터의 시대와 여객선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강과 바다 모두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위험지대가 되었으니.
실제로 원산항을 드나드는 배도 여객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살벌한 무장이 곳곳에 달려 정작 승객이 앉을 자리는 고작 100석 내외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동 거리가 멀지 않고, 강력한 몬스터가 나오지 않기에 무장을 최소화한 거다.
약 30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도착한 섬.
어쩐지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배에서 내린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모델처럼 늘씬하고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어서 오세요!”
섬에서 기다리던 여인들은 배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조개로 엮은 목걸이를 걸어 주며 환영했다.
어쩐지 배에서 내린 대다수가 남성인 건 이런 이유에서일 터.
입을 헤벌쭉하며 미소 짓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쩐지 조심스러워하며 머뭇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에게 여성이 다가가서 상냥하게 말했다.
“괜찮으니까, 어서 나오세요.”
어쩐지 어눌한 말투다.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 같은 느낌.
실제로 얼굴도 이국적으로 생겼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에 조금 경계심이 누그러진 남자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물었다.
“지, 진짜 머메이드이신가요?”
아무리 위아래를 훑어봐도, 그냥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런 이들이 실은 인근 바다를 주름잡는 인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자 여성, 머메이드는 호호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 여성들은 모두 머메이드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여성이 상냥한 목소리와 태도로 손을 내밀자, 남자는 경계심이 완전히 무너져서 섬으로 나갔다.
본래 이곳은 세이렌들이 점거하던 섬.
놀랍게도 불과 몇 달 사이에 관광지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수호는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잘 되고 있네. 수고했어.”
현수호의 말에 옆에 있던 코럴이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헤헤! 이쯤이야, 간단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