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66)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66화(66/150)
66화 가문의 영광 (1)
세이렌들과 동맹을 맺은 엑스 마키나 길드는 이들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짰다.
실제로 세이렌들의 호위 덕분에, 미르 상회의 상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없이 교역할 수 있었고.
하지만 세이렌의 도움을 받는 덴,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여전히 그들은 원산 주민들에겐 언제 도시에 쳐들어와 공격할지 모르는 공포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세이렌들이 근처에만 나타나도 도시 전체에 비상이 걸리고 대기하던 헌터들이 출동했다.
실제 세이렌은 온순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다.
인간을 노래로 꾀어 잡아먹는다는 소문도 잘못되었다. 그녀들은 물고기만 먹어도 충분했으니까.
이런 사실을 알리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전부 소용없었다.
오히려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받아야 했다.
그렇게 방법을 고심하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섬을 아예 관광지로 만들어 버리자.]획기적이다 못 해, 미친 생각.
당연히 노바 역시 처음엔 이 생각에 반대했다.
[세이렌을 머리에 뿔 달린 악마 정도로 여기는 주민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관광하러 오겠습니까?]노바의 지적은 타당했지만, 현수호는 자신이 있었다.
그 자신감은 세이렌들의 미모에서 나왔다.
세이렌들은 하나같이 모두 아름답고 몸매도 뛰어났다.
엘프들도 모두 엄청난 미남, 미녀들이라고 하는데, 세이렌들도 그에 못지않았다.
[이건 되는 사업이야!]세이렌들의 악명도 없애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다.
곧바로 삐뽀 인력을 투입해서 섬을 관광지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현수호가 일을 추진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한 건, 세이렌이란 명칭 자체를 바꿔 버리는 일.
아무리 외모가 예뻐도 세이렌이란 이름은 사람들의 머리엔 공포의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머메이드로 바꾼 것이다.
임시로 만든 항구에도 대문짝처럼 ‘머메이드의 섬’이란 간판을 세워 놨고.
노바의 걱정처럼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
역사적인 첫 출항 날엔, 티켓값을 받지 않았음에도 아무도 배에 타지 않았다.
그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환영 준비를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머메이드들은 씁쓸히 뒷정리했어야 했었다.
이대로 사업이 망하나 싶었는데…… 정말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용기를 낸, 혹은 모험을 즐기는 몇몇이 결국 배에 올라 관광지를 구경하고 그에 대한 소문을 낸 것이다.
[거긴 파라다이스야! 미녀들의 천국이라고!]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돌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반응이 엄청나게 뜨거웠다.
이마저도 사람들을 현혹해 잡아먹으려는 세이렌의 수작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점점 섬에 오려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배가 없어서 못 탈 정도로 관광객이 늘어났다.
남자의 비율이 높았지만, 여성들도 없진 않았다.
만약 반대였다면, 남자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을 터.
다행히 여성들도 예쁜 여성을 보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관광객이 늘어나자, 본격적으로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조개나, 머메이드의 비늘로 만든 기념품들을 팔았고, 기념사진도 돈을 받았다.
의외로 가장 돈이 되는 건, 머메이드들이 착용(?)했던 조개껍데기.
그걸 어디에다가 쓰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 사업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머메이드들의 편견을 깨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도하게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음에도, 수익은 적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머메이드는 도시와 가까워졌다.
예전엔 머메이드들이 항구 근처에 나타나면 비상종이 울렸지만, 이제는 경계병들이 손을 흔들며 반겼다.
도시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었다.
공포의 대상이 사라져, 도시 방비에 들어가는 자금도 획기적으로 줄 수 있었으니.
“그동안 수고했어.”
현수호는 코럴과 머메이드들의 고생을 잘 알고 있었다.
인어들에게는 제2외국어나 다름없는 한국어를 모두가 빠짐없이, 그것도 급하게 공부해야 했으니까.
다행히 머메이드들도 열정적인 자세로 임했다.
사력을 다해 언어와 인간에 대해 공부했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런 말을 하는데, 코럴이 이상한 말을 했다.
“다들 시집갈 때가 되었으니까 열심히 하는 거지.”
“시집? 누구에게? 설마 사람들에게?”
“응? 당연한 거 아니야? 인간들에게.”
“하지만…… 종족이 다르잖아?”
머메이드 정도면 유사 인종, 아인종이지만, 어쨌든 종족이 다르다.
그런데 코럴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게 아닌가?
코럴은 그런 현수호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보면 몰라? 우리 종족은 남자가 없잖아. 당연히 씨앗은 다른 종족에게 받아야지.”
“그게 인간이라고?”
“원래 우리 세상엔 피씨맨이란 종족이 있다는데, 여기는 없잖아. 그러니 인간이랑 짝을 맺는 거지.”
코럴의 말에 현수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원래 세상이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이 세계는 원래 우리의 고향이 아니라는 거지. 할머니가 말해 주셨어. 어느 날 갑자기 빛이 쏟아지더니 이 세상으로 오게 되었다고.”
대격변과 동시에 지구에 나타나게 된 몬스터.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몰랐는데, 다른 세계에서 소환된 거라고?
[명확한 증거만 없지, 대부분의 학자들이 정론이라 세운 가설입니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이동한 다른 세상에서, 지구에 나타난 몬스터와 같은 종족을 많이 목격했으니까요.]“그래?”
몬스터학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
그동안 먹고 사는데 바빴으니까.
현수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외국엔 아인종하고 결혼도 가능한 나라가 있다고 듣긴 했어. 그래도 한국은 아직 그런 법이 없는 거 알지?”
이 세상엔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인종은 머메이드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인간과 확연히 다른 외모를 지녔지만, 몇몇은 인간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지녔다.
몇몇 종족은 몬스터가 아닌, 아인족으로 인정받아 사람들과 교류도 했다.
아마존에 나타난 엘프 종족이 대표적인 예.
코럴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우리 종족은 결혼이란 제도는 없어. 짝짓기가 끝나면 육아는 우리가 맡아서 하니까.”
여성만 있는 종족이니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듣기로는 하피라는 몬스터도 비슷하다나?
“하지만 너희 언니는 그 남자랑 살림을 차렸잖아.”
골든 테일, 에어린은 시청에서 구한 남자와 깨가 쏟아지는 신혼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본래 짝짓기만 끝나면 쿨하게 헤어지는 종족 특성과 달리, 그들은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코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아이들이 그 모습이 부러웠나 봐. 자신들도 평생 함께할 반려를 얻고 싶은 거지. 그래서 분위기가 묘하긴 해.”
“좋은 남자를 만나면 좋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걱정이 앞섰다.
아름다운 외형만 보고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머메이드들이 호되게 당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그쪽도 공부시켜야겠네.”
두 세계가 부딪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기왕 머메이드들과 함께 하기로 했으니, 끝까지 책임져야겠지.
그때 갑자기 코럴이 헛기침하면서 눈치를 봤다.
“왜? 할 말 있어?”
“나, 나도 성인이야.”
“근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현수호의 말에, 코럴이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나도 짝짓기할 때가 되었다고!”
“네가?”
성숙한 언니 에어린과는 달리, 아직 어려 보이는 코럴이다.
처음 만났을 땐, 몇 대 가볍게(?) 때렸더니 뿌에엥 울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하는 짓도 애 같아서 그런지, 그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게 놀라웠다.
하긴 인간의 시선으로 머메이드를 판단하는 건 무리겠지.
현수호의 눈빛을 읽은 코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왜 그렇게 보는 거야!”
“아, 아니야.”
“어쨌든 그래서……!”
코럴이 팔짱을 끼며 소리를 지르려다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더듬거렸다.
“나, 나도 남자가 필요하다는 소리지.”
“아!”
현수호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답했다.
“남자를 소개해 달라고?”
“그, 그렇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듯한 코럴의 표정.
그런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현수호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녀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왕이면 제대로 된 남자를 소개해 주려는 거다.
“어떤 스타일 좋아해? 잘생긴 남자? 머메이드들의 미적 감각이 어떤지 모르겠지.”
그 말에 코럴은 잠시 망설이다가 약간 수줍게 말했다.
“나는 강한 남자가 좋다.”
“강한 남자?”
“강하고, 똑똑하고, 용감하고, 기계도 잘 다루고…….”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흠! 강한 남자라.”
잠시 고민하던 현수호는 누군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치면서 헌터 단말기를 켜 사진을 보여 줬다.
“그러면 이 남자가 딱이겠네!”
사진 속에 있는 남자는 반나체에 울퉁불퉁한 근육을 뽐내고 있었다.
그는 바로 원산 헌터 지부장인 권철중.
이유는 모르겠는데 가끔 이런 사진을 보내며 같이 운동하길 권유했다.
그 사진을 본 코럴의 이마에 혈관이 콰직 하며 튀어나왔다.
“이…… 남자라고?”
“그래! 아직 미혼이라고 들었어. 운동을 너무 사랑해서 여자들이 도망갔다나? 어쨌든 강한 남자를 찾으면 이만한 사람은 없을 거야.”
해맑게 웃는 현수호을 보곤 코럴이 순간 욱하려 했지만, 꾹 참고 다시 차분히 말했다.
“그보다는 조금 더 젊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우리 종족들을 편견 없이 보고, 크라켄을 혼자 잡을 정도로 강력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말하는 코럴이다.
현수호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어, 어때?”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눈만 슬쩍 올려보는 코럴의 모습.
현수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 남자를 찾으면 꼭 알려 줄게.”
“…….”
뚜둑!
결국 코럴의 머릿속에선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이 머저리야!!”
버럭 화를 내며 신경질적으로 현수호를 발로 걷어찼다.
퍽!
현수호가 엉겁결에 막자, 코럴이 코 평수를 넓히며 씨익씨익거리더니 신경질적으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풍덩!
“…….”
갑작스러운 코럴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현수호.
“왜 그러지?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어?”
그러자 노바가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아주 잘했습니다, 마스터. 앞으로도 그렇게만 하시면 됩니다.]각기 다른 둘의 반응에 현수호는 눈만 끔뻑거렸다.
* * *
진룡 그룹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다.
많은 대기업은 일 년에 한두 차례 정도, 정치인, 기업인, 헌터, 유명인들을 초대해 파티나 연회를 열고 자신들의 재력을 과시한다.
진룡 그룹의 연례행사인 셈.
후계자들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두 모였는데, 그중에는 당연히 진서연도 있었다.
그녀는 그녀를 호위하는 경호원과 단둘과 함께 파티장을 거닐고 있었다.
“휴~”
익숙한 갑옷 대신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검 대신에 술잔을 들고 있으니 영 어색했다.
사실 이곳에 오는 것은 죽을 만큼 싫었지만 절대 빠질 수 없는 자리다.
후계자 쟁탈전이 한창이 이때, 이런 중요한 행사에 불참석하는 것은 항복 선언과도 같다.
그때 누군가가 진서연에게 아는체하며 다가왔다.
“누나, 오랜만이야!”
아직 앳된 얼굴의 소년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진서연에게 다가왔다.
형제 중에서 가장 막내인 진호민이다.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그가 후계자 전쟁에서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배다른 남매였음에도 진서연과도 사이가 아주 좋았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공부는 잘하고?”
웃으며 다가왔던 진호민은 공부 소리에 질색하며 소리쳤다.
“누나는 여전하네. 그놈의 공부 소리 좀 안 하면 안 돼?”
“학생에게 공부 이야기 말고 또 다른 이야기 할 게 있냐?”
“하아~ 누나가 빨리 독립해서 나가지 않았으면 내가 나갔을 거야. 그런데…… 홍창식 아저씨는 웬일로 안 보여?”
홍창식은 항상 진서연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런 그가 보이지 않자 의아해서 물었다.
“아저씨는 길드 사람들을 이끌고 있어.”
때마침 오늘 중요한 원정이 생겼다.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퀘스트라, 홍창식이 나선 것이다.
“아저씨도 고생하네.”
“늘 고맙지.”
둘은 오랜만에 쌓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오붓한 오누이의 대화.
이 가문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런 그들의 화기애애한 대화도 다가온 한 남자로 인해서 멈춰져야 했다.
“다들 오랜만이군.”
선량하게 웃으면서 다가온 남자는 바로 셋째인 진사걸이었다. 진서연이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기도 했다.
진사걸을 보자마자 진서연은 마치 오물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노려봤고, 막내인 진호민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진서연이 아무 말 하지 않자, 진호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서야 했다.
“오랜만이네, 형.”
진호민의 인사에도, 진사걸은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만 까닥거렸다.
진호민은 여전하다는 듯이 쓰게 웃어야 했다.
현재 진룡 그룹의 후계자 경쟁에 나서는 이들은, 여기 둘을 합쳐서 모두 넷.
나머지 두 형도 권력에 목매고 있고 성격도 좋지 않지만, 그중에서 특히 이 남자는 최악이었다.
다른 두 형은 겉으로도 재수 없을 정도로 권위적이고 포악하지만, 진사걸은 최소한 겉으로는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남자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그의 본성을 잘 알고 있는 다른 형제들은 그가 가끔은 자신들마저도 헷갈리게 완벽한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한여름에도 섬뜩함을 느껴야 했다.
진사걸은 진호민은 무시한 채로 진서연에게 말했다.
“간만에 보는 오라버니에게 인사도 안 할 생각이냐?”
누가 보면 여동생을 무척이나 아끼는 다정한 오빠의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무서운 심성을 아는 진서연은 차갑게 응수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방해되는데 비켜 주지 않을래요?”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소름 끼치도록 싫었지만, 그것을 겉으로 티 낼 만큼 바보가 아니다.
진서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진사걸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진사걸도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거절당할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다시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런? 무슨 이야기인지 나에게도 알려 주지 않을래? 혹시 내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 아니면 우리가 조용한 데로 갈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진사걸이다.
더는 참지 못한 진서연이 날카롭게 한마디 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진서연 뒤에 있던 경호원이 움직였다.
“약속하신 시간입니다. 지금 움직이셔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끼어든 경호원의 말에 진서연도 당황한 듯이 그를 보았다.
그런 약속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의도를 깨닫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요? 그럼 가야죠.”
이곳에서 빠져나갈 좋은 명분이 생겼다.
진사걸의 이마가 찌그러진 깡통처럼 구겨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기분이 상하자, 진사걸 뒤에서 병풍처럼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이 움직였다.
“도련님께서 이야기하고 계신다.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덩치만으로는 진서연의 경호원보다 훨씬 커다란 남자였다.
그는 단순히 일개 경호원 수준이 아니었다.
레벨 6의 S급 권법가, 백상현.
이대로 성장만 쭉 이어지면, 랭커에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그가 주특기인 금나수 수법으로 상대 경호원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휘이익!
뱀처럼 휘어지며 다가오는 손.
저기에 잡히면 손목이 봉쇄되는 건 물론이고, 부러질 수도 있었다.
피해야만 하는 공격이었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진서연의 경호원은 역시 손을 뻗었다.
그걸 본 백상현은 속으로 비웃었다.
‘멍청한 놈.’
거대한 오우거의 뼈도 부러트린 적 있는 수법이다.
인간의 뼈 따위는 가루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손이 만나자, 역시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으드득!
“커억!”
결과는 의외였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쪽은 백상현이었으니까.
백상현은 경악한 표정으로 상대를 봤다.
“너, 넌 누구야?”
자신의 금나수를 피한 것도 아니고 손을 잡아 가볍게 막아 냈다.
그러곤 단순히 악력만으로 내공으로 보호하고 있는 팔뼈도 부러트렸다.
단순한 경호원의 실력이 아니다. 이 정도라면 유명한 헌터여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상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짙은 선글라스 밑으로 보이는 얼굴은 고작 20대 중반 정도로 어려 보였으니.
그러자 오늘 진서연의 경호를 맡은 남자, 현수호가 고개를 살짝 숙여 선글라스 너머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