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7)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7화(7/150)
7화 내 머릿속의 슈퍼 컴퓨터 (1)
* * *
채 10년도 남지 않은 시일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
진룡 길드의 해산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어떤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건 족히 수백 대가 넘는 우주 함모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줄지어 방대한 우주를 항해하는 장면.
“이게 뭐야?”
[이오스 행성의 우주 함대입니다, 마스터. 7세대 전함 50척과 6세대 전함 500척, 총 550척이죠.]“이오스 행성? 너를 만든 외계 행성을 말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마스터.]저 엄청난 광경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겼다.
“이오스 행성의 과학력은 어느 정도지?”
대답은 바로 나왔다.
[카르다쇼프 척도로 3단계입니다.]“카르…… 뭐시기? 그게 뭔데?”
[문명의 기술 발전을 분류하는 척도입니다. 구소련의 천문학자가 1964년에 제안한 용어입니다.]놀랍게도 지구의 단어였다. 당연히 처음 듣는 말이다.
그러자 AI가 쉽게 풀어서 이야기했다.
[카르다쇼프 1단계는 그 행성에 도달하는 에너지를 다 쓸 수 있는 단계입니다. 참고로 지구는 약 0.73 단계죠.]“지구의 수치가 그렇게나 높아? 태양의 73%나 활용할 수 있다고?”
[로그 스케일(Log scale)을 사용한 수치라 오차 범위는 클 수 있습니다.]역시나 외계어와 다르지 않은 소리.
“어쨌든 그리고?”
[중심에 있는 별에서 방출되는 모든 에너지를 다 쓸 수 있으면 2단계. 그리고 은하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쓸 수 있으면 3단계입니다.]“단계가 오를수록 엄청난 차이잖아? 이오스 행성은 3단계나 된다고?”
아무래도 이오스 행성의 과학력은 내가 상상한 이상인 거 같았다.
AI가 우주 최고라 자부하는 것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
“그런데 저들은 지금 어딜 향하는 건데? 은하 정복 전쟁이라도 치르려는 거야?”
[이오스 행성은 이미 은하 성단을 전부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죠.]“그럼?”
[다음 장면을 보여 드리겠습니다.]은하 간 이동도 가능한 하이퍼 테크놀로지의 우주 함대들.
그들이 향하는 곳엔 불길한 검은색 안개 같은 게 일렁거리는 기이한 뭔가가 보였다.
“저건 뭐야? 블랙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우주 전함에서 동시에 가공할 위력의 플라즈마 빔을 그 블랙홀을 향해 내뿜는 게 아닌가?
파지지지직!!
각각이 이전 제노사이드로 사용했던 에너지보다 최소 수십 배에서 수백 배는 더 거대하고 강력한 공격이었다.
550대의 함선에서 동시에 뿜어지는 공격은 거대 행성도 단숨에 소멸시킬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검은 항성에서도 맞받아치듯이 검은 레이저 같은 걸 쏘아 대는 게 아닌가?
콰지지지직!!
심지어 그 힘은 전함의 포대보다 더 강해서, 밝은 빛의 플라즈마 빔을 단숨에 삼키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콰과과광!!
모든 함대가 폭파하여 우주 먼지로 전락해 버렸다.
영화라고 해도 믿기 힘든 가공할 파괴력.
현수호는 너무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
“……저게 뭐야?”
[저것이 행성인지, 괴물인지, 현상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이오스 행성의 명명으로는 행성포식자(Planet eater). 지구의 명명으로는 죽음의 별(Death star)입니다.]“그래서 함대가 격파된 이오스 행성은 어떻게 되었는데?”
[저 후로 48시간 후, 완전한 소멸을 확인했습니다.]“…….”
버튼을 눌러 자폭시킨 함선이 긴 여행을 떠나던 이유.
단순히 우주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 존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현기증 나려는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저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10년 후, 저것이 지구에 당도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뭐?!”
하이퍼테크 문명으로도 막아 낼 수 없는 재앙.
그것이 약 10년 후 지구에도 당도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방금 들은 거 같은데…….
“말도 안 돼! 날 겁주려는 거지? 그치?”
[저는 오직 마스터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AI입니다.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저런 괴물이 왜? 어째서 지구를 공격하는 건데?”
[그건 제 데이터로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단지 문명을 이룬 생명체가 있는 행성을 파괴하는 행위만 관측되었습니다.]갑자기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다.
“그러면 사람들에게 알려야지. 정부에 알리면 뭔가 방법을 찾을 수도…….”
[마스터. 제가 이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 것 같습니까? 지구의 모든 인터넷을 해킹해서 알아낸 정보입니다.]“해킹? 그새 전 세계 인터넷을 해킹했다고?”
[말했다시피, 저는 우주 제일의 AI입니다.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어도 지구 수준의 정보 방화벽 정도는 간단히 허물 수 있습니다.]“그러면 사람들도 저것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소리야?”
[이미 말하지 않습니까? 지구의 명명으로 데스 스타라고. 이미 지구의 상위 권력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그런데 왜 그 사실을 공표하지……. 아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지능이 퇴화한 건 아니다.
데스 스타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폭동을 일으키겠지.”
[거의 100% 확률입니다.]그러니까 AI가 돕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강력한 헌터가 되거나, 부자가 되는 걸 뜻하는 게 아니었다.
저 괴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걸 돕겠다는 뜻.
“진짜 저런 괴물에게서 지구를 지킬 수 있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이오스 행성보다는 가능성이 높습니다.]“그게 정말이야? 네 말대로라면 두 행성 간 과학 기술력이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며?”
[지구엔 과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미지의 힘이 있지 않습니까?]“마나 말이야?”
[그리고 헌터의 직업과 스킬도요.]대격변과 함께 나타난 몬스터와 헌터.
AI는 그것이 희망이라 말하고 있었다.
[현재 하이 랭커들의 힘은 7세대 전함과 필적할 만합니다. 탑 랭커의 힘은 데이터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고요.]“그 정도야? 파이어볼러는 대단하긴 했어도 우주 전함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는데?”
[파이어볼러의 랭크는 870위. 강하긴 해도 상위 랭커와의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그런데도 지구가 멸망할 확률이 99.99%인 거고?”
[오차율 1% 내외입니다.]탑 랭커의 미지의 힘이 오차율을 1%나(?) 차이 나게 한 것이겠지.
다음으로 궁금한 건 역시 이거였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네 말대로라면 최소 하이 랭커, 아니 탑 랭커 수준이 되어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소리 아니야?”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그러면?”
[현재 지구의 명명으로는 없는 등급, 그러니까 초월급 헌터가 되셔야 합니다.]“초월……급이라고?”
초월급 헌터.
행성을 통째로 잡아먹는 괴물만큼이나 현실감 없는 소리다.
게다가 자신은 고작 FF급의 짐꾼이 아닌가?
“내가 그런 게 가능할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마스터.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해 보십시오.]“스킬? 아!”
헌터들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새로운 스킬을 얻는다.
현수호 역시 레벨 1이 되었으니 새로운 스킬을 얻었을 터.
지금까지 현수호의 스킬은 처음 각성했을 때 얻은 수리 스킬이 전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Skill
업그레이드
(액티브)
아이템을 새로운 부품, 재료를 활용해서 개조한다.
“……이게 뭐야?”
너무 짧은 설명에 실망하다가,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말대로라면…… 장비 성능을 영구적으로 올릴 수 있는 거 아니야?”
한 번 만들어진 장비는 성능이 고정된다.
던전에서 얻은 아티팩트.
혹은 대장장이가 장비를 만들고, 마법사가 인챈트 마법을 부여한 장비들.
하지만 이 설명대로라면 재료만 충분하다면 기존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최소한 이제까지는 이런 스킬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다.
“세상에 알려지면, 난리 나겠네.”
아마 길드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싸우지 않을까?
[보시다시피, 마스터의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게다가 저와의 궁합도 최적이죠. 이걸 보시죠.]그렇게 말하자 홀로그램으로 뭔가의 설계도, 제작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게 뭔데?”
[제노사이드는 뛰어난 물건이지만, 어디까지나 전자기식. 마력을 변환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걸 새롭게 개조할 설계도입니다.]“하지만 이건…… 팔찌잖아.”
눈앞의 설계도는 팔찌 형태.
권총인 제노사이드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평소에는 팔찌 형태이다가, 필요할 때 형태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그런 것도 가능해?”
[나노입자 기술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습니다.]“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부품과 재료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설계도.
정확한 설계도가 있다면 성능만이 아니라, 형태도 얼마든지 변환할 수 있었다.
AI는 그걸 완벽하게 수행할 능력이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론상으론 제 성능도 더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너도?”
[그렇습니다. 필요한 재료만 있다면요.]“그게 뭔데?”
[드래곤 하트 이상의 마나석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사냥한 지 1시간 이내의 것으로요.]마나석은 몬스터를 잡으면 획득할 수 있다.
몬스터에겐 심장 역할을 하며 마나의 원천이다.
하지만 드래곤 하트라니…….
“용종 몬스터는 지금까지 잡힌 게 손에 꼽히는 초특급 몬스터야.”
[맞습니다. 가장 약한 개체도 8레벨이 넘었죠.]랭커라고 해도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몬스터다.
실제로 예전 용종 몬스터를 토벌할 때, 많은 랭커가 죽었다고 한다.
그냥 드래곤 하트도 아니고 갓 잡은 싱싱한 것이란다.
지금 현수호에겐 그림의 떡이란 소리.
[제 성능이 오르면, 마스터가 초월급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어쨌든 알았어.”
자세한 설명을 들은 거 같은데, 제대로 이해한 건 반도 안 된다.
중요한 건, 10년 후 지구가 망하게 생겼고 현수호에겐 그걸 막을 재능이 있다는 점.
과연 자신이 지구를 구할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대로 주저앉아 다가오는 죽음을 무력하게 기다릴 순 없었다.
“까짓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자!”
기껏 해 봐야 죽기 말고 더 하겠는가?
어차피 지금까지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실컷 저질러 보련다.
“좋아. 근데 네 이름이 뭐지?”
[이름…… 말입니까?]“그래, 계속 너라고 부를 순 없을 거 아니야. 지금부터 쭉 함께할 텐데.”
[원하시면 도우미 정도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는 그저 7세대 초은하단급 우주 전함, 하이퍼노바의 AI…….]“우주 전함 하이퍼노바라고?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노바. 이제부터 네 이름은 노바야.”
[…….]웬일로 AI, 그러니까 노바에게서 대답이 없었다.
현수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아, 아닙니다, 마스터. 그저 급작스러워서.]“이오스인들은 이름을 따로 안 불렀나 보지?”
[이오스 행성에선 저 같은 AI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걸 법으로 엄하게 금기하고 있었습니다.]이렇게 인간적인 AI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라…….
이건 학대 아닌가?
“난 이오스인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알겠습니다, 마스터.]“이제부터 잘 부탁해, 노바.”
현수호는 장난스럽게 허공에 손을 뻗어 악수하는 시늉을 했다.
정말 아무 사심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스르륵!
허공에 다시 초록색 빛이 맴돌더니 이내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의 형상이 나타났다.
처음 제노사이드를 사용했을 때 봤던 바로 그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노바의 모습.
그녀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았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스터.”
“어, 어…….”
그렇게 현수호는 인생 최고의 조력자를 얻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도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