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7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70화(70/150)
70화 아귀 다툼 (1)
* * *
버처가 죽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랭커들을 사냥하던 초강자.
많은 이들은 그가 하이 랭커에 오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실제로 버처만큼이나 랭킹이 빠르게 오르는 헌터도 없었으니.
랭커들도 무서워서 피해 다니던 그가, 의외의 장소에서 패배하고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것도 랭커도 아닌 한국의 젊은 헌터에게 말이다.
다음날 언론엔 그에 관한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랭커 킬러, 사냥당하다.] [랭커 킬러 킬러의 등장.] [라이트 브링거, 버처를 도축하다.] [한국의 다음 랭커는 라이트 브링거?]던전 브레이크에 이어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크게 회자된 현수호다.
이전엔 실버 나이트의 보조 정도로 알려졌지만, 이번엔 버처와 일대일로 싸워 이겼다.
모처럼만의 특종에 기자들이 앞다퉈 현수호에 관한 정보를 조사했다.
하지만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현수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특히나 이상할 정도로 현수호의 사진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사진도 배틀 슈트를 착용하여 얼굴이 거의 가려진 모습뿐.
그건 노바 덕분이었다.
[인터넷상의 기록은 제가 다 처리했습니다. 개인 정보가 알려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잘했어.”
부득이하게 나섰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건 꺼리고 있었다.
아무리 헌터 협회를 해킹해서, 등급 등의 기록을 조작했더라도 현수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가뜩이나 일본과 레우스 기사단 같은 곳에서 한국의 EX 등급을 노리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노바의 도움으로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는 건 피했지만, 기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집요했다.
원산시에 거주한다는 걸 알고는 찾아와 며칠째 사는 집 앞에서 대기했다.
얼굴 사진을 모두 지운 게 오히려 독이 되었달까?
현수호의 얼굴을 가장 먼저 올리는 언론사가 대박이 나니, 어떻게든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밤을 꼬박 지새우면서까지 대기하는 거다.
“스토킹이 따로 없네.”
[전문 용어로 파파라치라고 하죠.]다행히 다른 장소로 처소를 옮겼지만, 이대로 피해만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터넷상에는 현수호에 대해 격한 토론이 일어났다.
★라이트 브링거가 거품인 이유.
라이트 브링거는 올해로 겨우 20대 후반이라고 들었다. 아무리 천재라도 그 나이에 370위 버처를 이기는 게 말이 안 됨. 그래서 내가 이유를 추측해 봄.
-첫 번째 가정, 모두 진룡 그룹의 수작이다.
VIP 연회까지 찾아갔으면 라이트 브링거가 진룡 길드에 들어가는 건 확실함. 길드의 유망주를 내세우기 위해서 버처를 제물로 바친 걸로 추측함.
진서연이 S급 서포터인 건 모두 알지 않음? 그 밖에도 버퍼들이 그곳에 많이 모였겠지. 라이트 브링거에게 버프를 몰아 주고, 사기 장비들을 몰아 준 거지.
일종의 패널티 매치업이라고 할까?
그에 비해 버처는 거의 맨몸이었음. 이건 내 뇌피셜이 아니라, 몇몇 기사에서도 나온 내용이니 궁금하면 가서 찾아보면 됨.
-두 번째 가정, 사실은 버처는 죽지 않고 죽은 척 연기한 거임. 돈이나 특정한 장비를 받고는 실은 이미 해외로 도망친 거지.
진룡가에서 받은 돈이면 한평생 놀고먹어도 충분히 살 수 있을 테니.
반박시 니 말이 다 맞음.
“이런 글들이 넘쳐난다고?”
[그렇습니다. 헌터 갤러리에 있는 글 중 하나입니다. 마스터가 충격먹을까 봐 그나마 가장 무난한 걸로 골랐습니다.]“……이게 가장 무난한 거라고?”
실제로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현수호와 버처의 싸움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었다.
그중에서 현수호가 순수 실력으로 버처를 이겼을 거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어쩌다 그런 글이 나와도, 애초에 어그로성 글이거나 욕을 먹고 금방 묻힐 정도.
대다수는 현수호가 부정한 짓을 벌이거나, 진룡 그룹에서 뭔가 수를 썼다고 믿었다.
만약 버처가 랭킹 900대의 하위 랭커라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버처는 같은 랭커를 10명 이상 죽인 검증된 실력자다.
아무리 같은 국가의 헌터라고 해도, 아직 20대 후반의 젊은 헌터가 그를 정정당당히 싸워 이긴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헌터들의 힘과 역학관계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일수록, 그 믿음은 공고했다.
현수호는 그에 달린 댓글들도 살폈다.
-이 말이 맞지. 실버 나이트도 아니고 라이트 브링거가 어떻게 랭커를 이겨? 개도 안 믿을 소리지.
┕ㄴㄴ 라이트 브링거는 저번 균열 브레이크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고 들었음. 사촌 형이 거기에 참여한 헌터라서 알고 있음.
┕개소리하네. 내가 알기론 실버 나이트가 다 하고 옆에서 그냥 거들기만 했다는데.
┕나 균열 퀘스트에 참여한 헌터임. 라이트 브링거 겁먹고 도망쳐서 아무것도 안 함.
-애초에 나이트 브링거가 정말 실력으로 버처를 이겼다고 믿는 등신도 있음?
┕나이트 브링거는 누구냐? ㅋㅋㅋ 실버 나이트랑 헷갈리냐? 라이트 브링거지.
-그 나이에 랭커 잡았으면 이미 예전부터 유명했겠지. 고작 실버 나이트 따까리 주제에 버처를 이긴다는 게 말이 되냐?
┕이미 유명인임. 원산시에 사는데 라이트 브링거 여기선 꽤 먹힘.
┕지랄 ㅋㅋㅋ 개깡촌 동네에서 유명해 봤자지.
┕거기서 유명하면 뭐? 서울 오면 그냥 떨거지일걸?
“……댓글이 만 개가 넘어?”
[다른 글까지 합치면 백만 개가 훌쩍 넘습니다.]확실히 큰 사건이긴 큰 사건이었나 보다.
이미 인터넷에선 현수호는 인민재판을 받아, 비겁한 술수로 버처를 죽인 사기꾼이 되어 있었다.
사실 그리 이상한 반응도 아니다.
현수호 본인도, 무명의 젊은 헌터가 랭커와 싸워 이겼다면 의심부터 할 테니까.
처음엔 한국에 새로운 랭커가 생길 거라 좋아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소속 헌터를 홍보하려는, 진룡 그룹의 공작으로 여긴 것.
이상한 오명을 쓰게 되었지만, 현수호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스토커들이 잠잠한 건가?”
[대부분의 기자들이 철수했습니다. 이젠 밖에 나가셔도 될 겁니다.]“진짜 신기하네. 불과 며칠 사이에 여론이 이렇게 바뀐다고?”
평소 인터넷 같은 건 거의 하지 않은 현수호다.
사람들의 여론마저도 단숨에 바꿔 버리는 사이트의 힘에 감탄 아닌 감탄을 하였다.
그러자 노바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제가 손을 썼죠.]“네가? 어떻게?”
[마스터의 글에 달린 댓글 중 적어도 3분의 1은 제가 쓴 겁니다. 헛소문엔 불을 붙이고, 날카로운 지적은 묻어 버렸죠.]“……어떻게?”
[인터넷상에서 저는 무적입니다. 우매한 인간들을 선동하는 것 따위는 사소한 여흥에 불과하죠.]그러니까 여기서 현수호를 욕하는 글 중 3분의 1은 노바라는 소리다.
교묘하게 억양을 다르게 하여, 누구도 동일 인물이란 걸 의심하지 못하게 했다.
하긴, 어떤 사람이 우주급 AI가 수만 개씩 글을 올리며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잘 했……다고 해야 하나?”
[물론입니다, 마스터. 저는 마스터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니까요.]현수호의 입맛이 썼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는데.
[이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뚝 떨어졌습니다. 아직 마스터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최소 레벨 8은 되어야죠.]아직 레벨 6인 현수호다.
이례적으로 빠른 레벨 업이었으나 세계적인 강자들에 비하면 여전히 모자란 게 사실.
다행히 버처와의 전투는 상성이 좋았다.
현재 현수호의 무술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손가락 안에 뽑힐 정도일 거다.
신체 개조 스킬로, 몬스터의 근력을 얻고, 수호검법으로 무장한 현수호에게 순수 실력으로 덤빈 것 자체가 큰 실수였다.
거기에 그의 사령 마법도 다행히 방어할 둠아이의 능력도 있었고.
물론 상성을 고려해도 현수호는 약하지 않다.
버처와의 싸움에서도 제노사이드의 사용을 자체 봉인한 채로 싸웠으니까.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현수호의 전투력은 이미 랭커 수준에 육박했다.
최소 500위 정도엔 들지 않을까?
그건 반대로 말하면, 하이 랭커 수준의 강자에겐 아직 상대가 안 된다는 뜻.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전 세계에 100명 밖에 없는 하이 랭커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레우스 기사단이 찾는 한국의 EX급 헌터가 자신인 걸 아는 이상, 그럴 순 없었다.
“결국 더 강해져야겠네.”
도로아미타불.
아무리 강해져도 거대한 산이 가로막고 있는 기분이었다.
운 좋게 레벨 6이 빨리 되었지만, 다음 고비는 더 험난할 게 뻔했다.
“어쩔 수 없지.”
불안과는 반대로, 현수호와 길드인 엑스 마키나는 매우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해양 무역과 머메이드 관광 산업으로 이미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기계 제작 스킬 덕분에 초기 투자 자금도 적어, 순수익도 상당한 정도다.
물론 길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시 투자금이 나갔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럼 다음 스케줄은 뭐지?”
[평양 지역에 사냥터를 개척할 예정입니다.]“평양에도 길드 지부를 내기로 했었나?”
[마스터의 레벨이 오르면서 운용할 삐뽀 부대가 늘어났으니까요.]삐뽀는 현수호의 소환물과 같다.
삐뽀 부대가 사냥한 경험치는 모두 현수호에게로 들어온다는 소리.
실제로 요즘 얻는 경험치의 비율을 살피면, 1위는 던전 클리어 보상이었고, 2위가 삐뽀 부대에게서 나왔다.
현수호가 직접 사냥하는 게 3위로 밀려난 것이다.
삐뽀 부대를 늘리면 레벨 7도 훨씬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알았어. 가자.”
세계에서 천 등 안에 드는 강자가 되었어도, 현수호는 여전히 쉴 틈이 없었다.
* * *
현수호는 원산의 8층짜리 빌딩을 매입한 다음에, 통째로 길드 본부로 사용하고 있었다.
빨리 매입한 게 다행이었다.
원산시는 머메이드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빠르게 땅값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
해안가에 있던 건물이라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벌써 건물값이 1.5배로 껑충 뛰었다.
건물을 판 이는 배가 아파서 앓아누웠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엑스 마키나 길드 건물.
오늘은 어쩐 일인지 사람들이 모이더니, 1층부터 건물 밖까지 길게 줄을 섰다.
이번에 새로 엑스 마키나의 길드원을 모집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현수호의 명성은 거짓으로 얼룩졌지만, 엑스 마키나는 여전히 잘나가는 중이었다.
머메이드와의 관계 등등 덕분에, 이제는 원산시에서 가장 잘나가는 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소식을 들은 주변 도시의 헌터들이 많이 모여든 것.
1차적으로 서류 심사를 통해 걸러 냈음에도 이만큼이나 모였다.
2차 시험은 바로 인적성 검사.
2차 심사위원은 현수호가 직접 맡았다.
“으아악!”
현수호의 요청에 팔을 내밀었던 지원자가 비명을 지르며 화들짝 일어섰다.
현수호와 닿은 팔에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
“뭐, 뭐 하는 짓입니까?!”
너무나 아픈 통증에 지원자는 큰 소리로 항의하다가, 팔을 살폈다.
이 정도로 큰 통증이면 분명 팔에 물집이 잡혔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팔은 물집은커녕 흠집도 하나 없이 멀쩡했다.
“어?”
그는 이상하다는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팔은 멀쩡했다.
통증도 이미 씻은 듯이 나은 후였다.
비명을 지른 게 무안할 정도.
현수호는 그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히 말했다.
“탈락. 다음.”
현수호의 말에 남자는 놀라 말했다.
“이게 무슨 기준입니까? 나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적성 검사라는 말에 팔만 내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바로 탈락이라니 항의할 수밖에.
“나는 이번에 응모하기 위해서 일산에서 올라왔다고요!”
“그런 건 우리 길드가 알 바 아닙니다. 시험에 불합격했으니, 이만 나가 주세요. 물론 면접비는 후하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마침내 지원자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고작 이런 허접한 길드에 떨어지는 게 말이 돼?!”
30대 초반의 나이에 4레벨의 헌터다.
큰 소리 빵빵 칠 정도는 아니지만, 중견 길드엔 무난히 합격할 스펙.
뭐가 그리 분노했는지, 씩씩거리며 의자를 던졌다.
그러자…….
휘릭!
언제 움직였는지, 현수호가 한 손으로 날아가던 의자를 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론 그의 멱살을 잡았다.
“커억!”
숨이 막혀 죽겠다는 듯이 발버둥 치는 그에게 현수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더 이상 소란 피우면 빤스만 입혀서 던져 버릴 거야. 그러니 조용히 꺼져.”
현수호의 말에 남자는 눈물이 글썽거리며 고개만 빠르게 끄덕였다.
그 역시 라이트 브링거에 대한 소문은 알고 있었다.
더더구나 현수호가 길드장으로 있는 엑스 마키나 길드에 지원했을 정보니.
하지만 노바의 통제로 현수호의 사진은 유출되지 않아, 얼굴은 몰랐다.
설마, 그가 2차 면접관으로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렇게 지원자가 도망치듯이 면접실을 나가자, 현수호는 한숨을 쉬며 다시 자리로 앉았다.
“뭔가 이상하네. 부적합자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아.”
[성화의 기준이 너무 깐깐한 게 아닐까요?]방금 지원자를 아프게 한 건, 피닉스를 구한 후에 얻은 성화의 힘이었다.
부정과 오염, 악을 불태우는 화염.
이것을 응용하면, 악한 마음을 지닌 자를 선별할 수 있었다.
나라도 불태울 강력한 능력을 고작 인성 판별기로 쓰는 게 우습지만, 아주 유용한 방법이긴 했다.
이것으로 길드에 들어오려는 쓰레기들을 잡아낼 수 있었으니.
“예상한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많잖아? 뭔가 이상하지 않아?”
노바의 말처럼 성화의 기준이 깐깐한 건 사실이었지만, 예상 수치를 훨씬 넘었다.
처음엔 그저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꼈다.
무려 미래 예지를 가지고 있는 현수호의 직감이다.
결코 가볍게 흘려 버릴 수 없었다.
“누군가…… 길드에 수작을 부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