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78)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78화(78/150)
78화 마법사의 유산 (6)
심장과 폐가 찢어질 듯이 아프다.
팔에는 이미 감각조차 없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다.
뇌는 과부하가 된 듯이 달아올라 수증기가 날 정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나, 기력은 모두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금 몸을 움직이는 건 오직 정신력의 힘이었다.
심지어 검을 놓칠 정도로 힘이 떨어지자, 염동력으로 자신의 몸을 억지로 움직여야 했다.
“크윽!!”
이미 은휘광의 트롤 짓 같은 건 머릿속에서 잊혔다.
오직 괴물과 자신만 상대한다.
파바밧!
일 초가 마치 일 년처럼 느껴진다.
주변엔 썰린 보라색 괴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앞이 안 보일 정도.
나연실과 현수호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동시에 움직여 시야를 확보했다.
“헉! 헉!”
먼저 무너진 건 의외로 나연실이었다.
그녀는 현수호와 달리, 자신만이 아니라 제자인 은휘광까지 걱정했다.
몰아치는 괴물의 틈바구니에선, 집중이 아주 약간 흐트러진 것도 치명적이었다.
결국 총알처럼 날아온 손가락 파편에 배가 관통되었다.
“까앗!”
관통상도 관통상이었지만, 괴물의 공격에 저주와 같은 힘이 담겨 있었다.
사람을 보라색 괴물로 만드는 파괴신의 의지.
그것이 내장부터 공격하기 시작하자, 독종으로 소문난 나연실조차 버틸 수 없었다.
검을 지팡이 삼아 겨우 쓰러지는 건 면했지만, 땅에 무릎을 꿇고 일어서지 못했다.
그걸 느낀 현수호가 참다못해 소리쳤다.
“은휘광!! 그녀를 지켜!!”
현수호는 제 몸 하나 지키는 것도 버거웠다.
그나마 나연실이 한쪽을 지켜 주고 있어 버티고 있었는데, 이젠 사방팔방을 혼자 커버해야만 한다.
아무리 머저리라고 해도 은휘광의 도움 없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은휘광!! 뭐 하는 거야! 죽게 놔둘 거야?!”
다행히 머저리지만 재활용도 하지 못할 쓰레기는 아니었던 모양.
현수호의 고함과 죽어 가는 나연실의 모습에 은휘광도 정신을 차렸다.
“으아아아!! 스타라이트!!”
은휘광이 스킬을 사용하자 하늘이 환하게 번쩍거리더니, 주변에 있던 괴물들이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현수호의 체력이 조금 회복된 걸 느꼈다.
무슨 스킬인지 몰라도, 대단한 위력이었다.
그 모습에 현수호는 짜증부터 냈다.
“이런 걸 가지고 있으면 진작 사용하란 말이야!!”
“미, 미안…….”
은휘광에 스킬로 생긴 아주 약간의 여유다.
그 틈에 현수호는 재빨리 나연실에게 다가가 힐링 팩터를 투여했다.
그 덕분에 쥐 오줌보만큼 모은 마나가 다시 바닥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것보다 나연실이 일어서는 게 더 도움이 되니.
덕분에 나연실은 겨우 일어섰지만, 검을 휘두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필요한 모양이었다.
현수호는 은휘광에게 윽박질렀다.
“또 온다! 이번엔 정신 차리고 잘해!!”
“제, 제기랄!!”
불과 몇 초의 휴식 후에 다시 벌떼처럼 괴물들이 들이닥쳤다.
현수호는 다시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는데, 다행히 이번엔 은휘광도 멈추지 않았다.
마주원이 펼친 결계에도 몇 마리가 붙어 공격했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안색이 파리해진 나연실이 비틀거리면서도 한쪽 면을 담당했다.
셋은 삼각형 대형으로 서서, 서로의 등을 지며 싸웠다.
“크아아아!!!”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이제는 정신력으로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직감했다.
‘이젠 진짜 무리…….’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하여 실신할 직전이었다.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적들이 여러 개로 분열되어 보일 정도.
그때 갑자기 괴물들이 공격을 멈췄다.
“허억! 허억!! 허억!!”
처음엔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도 없었다.
그저 최대한 휴식하다가, 놈들이 다시 달려들면 검을 휘두를 생각이었다.
‘플라즈마 사용할 수 있나? 겨우 10% 정도 가능하려나?’
그런 생각도 무색하게, 보라색 괴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무너졌다.
아니, 녹아내렸다.
7레벨 헌터의 검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던 괴물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줄줄 녹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현수호는 상황을 파악하고 뒤를 돌았다.
어느새 없어진 결계 사이로 반파된 거대 괴물과 전신이 상처투성이가 된 마주원의 모습이 보였다.
마주원은 처참한 모습이었지만, 아직 살아 있었고, 괴물은 그렇지 못했다.
결국 괴물 퇴치에 성공한 것이다.
“하아!”
좋아할 힘도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숨을 몰아쉬는데,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러자 어쩌면 이번엔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차원 퀘스트 클리어》
그것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현수호가 몸을 일으켜 세운 후에 마주원에게 급히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당신이라면 분명 차원 이동도…….”
현수호는 전날 했던 말을 마주원에게 소리쳤지만,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지구로 다시 귀환한 것이다.
위잉!
“…….”
다시 눈을 떠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녹초가 된 셋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랬지. 여긴 시간이 안 흘렀지.’
차원 게이트는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도 다르게 흘러간다.
정확히 말하면 차원 게이트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도, 이곳에선 헌터들이 들어갔다가 바로 나온 것처럼 보인다는 소리다.
그러니 퀘스트를 포기하고 나간 사람들도 이후의 상황을 전달할 수 없었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은휘광을 위한 투르먼 쇼로 기획된 차원 게이트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엉망진창이 되어서 나오니 정부 사람들도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정확한 사정을 아는 셋은 지금 그런 걸 설명할 기운이 없었다.
“……일단 좀 자자.”
보상을 확인할 틈도 없이 셋은 그 자리에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 * *
잠시 후, 서울로 가는 차 안.
일단 안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하러 서울 청사에 먼저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현수호는 그동안 차원 게이트에서 얻은 걸 확인했다.
◆Emblem
마법사의 인장
(랭크 SS)
마력 +15%
마나 +35%
마나 재생률 +50%
마법 관통 30%
마법 저항 20
◆Artifact
최후의 마법서
(서적)
마법서
“뭔가 또 기묘한 게 나왔네.”
새로 얻은 엠블럼은 굉장히 직관적인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같이 마법사라면 환장할만한 옵션들.
현수호에게도 나쁘지 않았지만, 약간 애매한 것도 있었다.
“마나 쪽은 다 좋은데…… 마력이 올라가면 플라즈마의 파괴력도 올라가려나?”
나중에 실험하기로 하고 다음에 마법서를 살폈다.
이건 진룡가에서 얻었던 서적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마주원에게 준 서적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번엔 책을 펼 수 있다는 것.
샤락~
현수호는 천천히 그것을 보다가 멀미가 날 듯해서 일단 덮었다.
“검은색은 글씨고, 흰색은 종이네…….”
예전 수호검법을 얻었을 때와 상황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현수호는 마법엔 문외한이다.
스킬북을 통해서 블랙홀 마법은 사용할 수 있지만, 이건 스킬북이 아니라 마법서다.
마나를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여, 심장에 서클을 만드는 과정도 있었고, 몇 가지 마법도 적혀 있었다.
그 과정이 한눈에도 엄청나게 복잡해서 솔직히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재능은 정신력이지 지능 쪽은 아니라고.”
그런데 노바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다.
[마법은 수학과 매우 비슷합니다. 술식과 수식은 종이 한 장 차이죠. 그렇다면 제가 이 마법서를 익히고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마법을 사용하겠다고? 네가?”
[네. 이건 10서클 마법사의 마법서입니다. 제대로 활용하면 마스터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노바가 대신하여 마법을 사용한다니.
노바는 논리 정연하게 이야기했다.
[저는 마스터의 뇌에 이식한 AI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 마스터를 대신하여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상 서클을 만드는 방식을 활용하면 마법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정말 그런 게 가능한 거야?”
[물론 마나는 마스터의 것을 빌려야 하지만, 마스터가 따로 주문을 외울 필요는 없을 겁니다. 마법에는 종류가 많으니 주력이 아니라 보조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호오! 그렇다면야…….”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 방법이었다.
만약 마법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는다고 해도, 사용 안 하면 그만이었으니.
주문을 따로 외우는 것 없이, 갑자기 발동하는 마법은 엄청난 변수가 될 수 있었다.
“좋았어! 진행시켜!”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수호는 노바의 제안이 큰 도움이 될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래 예지가 마법서를 지목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같은 차를 타고 가던 은휘광이 풀 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지?”
“음? 넌 또 무슨 헛소리야?”
결과적으론 큰 도움이 되었지만, 차원 게이트에서 여러 삽질을 하던 은휘광이다.
당연히 말이 좋게 나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은휘광은 갑자기 급발진하며 소리쳤다.
“주, 죽을 수도 있었어! 실제로 몇 번이나 죽을 뻔했다고! 미친 짓이었어! 처음부터 도망쳤어야 했다고!”
“뭐야? 아직도 그 소릴 하고 있었냐?”
현수호는 뭐라고 또 한소리를 하려다가, 그냥 참았다.
어쨌든 큰 도움을 받았고, 막 죽음의 위기를 넘겨서 제정신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수호는 그저 혀를 차며 말했다.
“한국의 희망인 실버 나이트에서 왜 이리 약한 소릴 하는 거야?”
그냥 한 소리였는데, 그게 은휘광의 역린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가 버럭 소리쳤다.
“내가 원한 거 아니야! 한국의 희망, 미래의 영웅 따위는 바란 적 없다고! 다들 자기들 맘대로 떠넘긴 거잖아!”
그간 설움이 폭발했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은휘광이다.
그의 반응에 현수호도 깜짝 놀랐다.
“야! 왜 그래? 괜찮아?”
“안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다고! 빌어먹을! 난 별로 의지도 없고 그냥 먹고 노는 게 좋은 바람둥이란 말이야!”
제법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었다.
그게 오히려 문제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난 이런 생활 따위는 바라지 않았어! 데스 스타이니! 지구의 멸망이니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
“어? 너도 알고 있었어?”
하긴 한국 정부에서 데스 스타에 관한 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걸 은휘광에게 말한 건 의외였다.
그 말에 은휘광도 씩씩거리다가도 놀랍다는 듯이 현수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너도 알고 있어? 데스 스타를?!”
“응. 어쩌다 보니.”
너무나도 태평하게 말하는 현수호의 모습에 은휘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태평할 수 있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거냐고?”
“뭐래? 평소 실실거리는 건 너면서.”
“내 말에 대답해!”
이젠 애처로울 정도로 매달리는 은휘광이다.
그제야 현수호는 깨달을 수 있었다.
평소에 실실거리고 여자 꽁무니나 쫓아다니던 은휘광은 모습은, 실제로 다가올 멸망의 공포를 잊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다는 걸.
물론 원래 그런 인간이기도 하겠지만…….
현수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답했다.
“그래서 싸운 거잖아.”
“……뭐?”
“내가 9성짜리 난이도를 묻고 따지지도 않고 시도한 이유가 뭐겠어?”
“그, 그런 거냐?”
멍한 표정을 짓던 은휘광이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럼…… 넌 누구 편에 붙을 생각인데?”
“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마 정부에서 은휘광에게 지시한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편이라면…… 의견이 갈라진 탑 랭커를 말하는 것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일단 녀석의 말에 답하기로 했다.
“편 따위는 안 붙어. 난 데스 스타를 물리칠 생각이다.”
“뭐?! 그놈과 싸운다고? 너…… 바보야?”
은휘광한테 바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느낌.
“내가 왜 바보인데?”
“마, 말이 안 되잖아? 놈은 탑 랭커도 대항하길 포기한 자들이야. 아까 그 마주원이 백 명이 있어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은휘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락슈미는 자신이 천 명은 있어야 데스 스타에게 이길 수 있다고 했으니.
“그래서?”
“……뭐?”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어쩌면 다른 방식도 있겠지. 어쩌면 데스 스타의 마음을 돌리거나, 놈을 물리칠 히든 카드를 발견할 수도 있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잖아?”
“그, 그렇지.”
말을 다 들은 은휘광은 마치 막장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들은 주인공처럼 한참이나 멍하니 현수호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질 때쯤에 은휘광은 피식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지, 진짜 싸울 생각이구나. 정말로 데스 스타를 물리치려고.”
“그렇다니까.”
“큭큭큭!! 바보, 멍청이. 누가 누구보고 머저리라는 거야? 정말 바보는 너잖아!”
배까지 잡으면서 비웃기 시작했다.
“크하하! 크하하하!!”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는데, 현수호의 눈엔 그게 그동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모두 쏟아 내는 듯이 보였다.
그래서 말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웃던 은휘광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끼워 줘.”
“뭐라고?”
“나도 네 바보짓에 동참할래.”
현수호는 눈살을 찌푸린 채로 은휘광을 보았다.
* * *
츠츠츠츠!!
파괴신의 파편이 죽자, 보라색 괴물이 되었던 인간들도 모두 사라졌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이적.
그 원천이 사라지자 나약한 인간의 육신이 소멸하기 시작한 것이다.
“끝난 건가?”
마주원은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거대 괴물과 싸우느라 마나의 원천까지 끌어다 쓴 마주원이다.
곧 그의 생명도 끝날 거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아무리 10서클 마법사라고 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서 쓸쓸히 살아남을 순 없으니.
현수호는 차원 게이트를 이용해 자신의 세상으로 넘어오라고 했지만, 이미 생명을 불씨는 꺼져 가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하늘을 보던, 마주원은 품에서 책을 꺼냈다.
의외로 그건 마법서가 아니라 평범한 서책이었다.
저번에 은휘광이 멋대로 손을 대려 해서 화냈던, 영웅전.
마주원의 손때가 가득 담긴 물건이다.
책갈피가 되어 있는 부분을 넘기니, 그곳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저번 월드 스톰에서 지구를 구한 위대한 영웅.
‘현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