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8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80화(80/150)
80화 죄인들 (1)
* * *
마루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파이다.
검과 창, 도끼, 활은 물론이고 사격 등의 다양한 전투술을 고루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시설을 갖춘 전문 기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건, 바로 우수한 강사진이었다.
매해 우수한 무인을 배출하던 마루문이다. 그들이 다시 사범으로 고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나 마루문의 역대 문주들은 항상 한국 최강자였다.
최소한 그 공식은 저번 문주까진 통용되었다.
하이 랭커, 추혼창(追魂槍) 나추삼.
혼마저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한 창술의 대가.
당대 한국 최강자로 이름을 날리며, 온 국민의 신임과 선망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날이 있기 전까지 말이지.’
모든 나라는 국경을 맞댄 이웃국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
영토권과 자원, 각종 이권을 두고 시시때때로 다투며, 심하면 전쟁까지 벌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라, 늘 중국와 일본, 러시아 등과 으르렁거리면서도 때로는 협력하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약 15년 전 중국과 일이 터졌다.
국경 근방에 생긴 던전의 소유권을 놓고 마찰이 생겼던 것.
헌터의 시대에선 늘 일어나는 일이었다.
어쩌면 사소한 자존심 싸움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충돌.
하지만 운 없게도 하필 그곳엔 한국의 초고수와 중국의 초고수가 같이 있었다.
둘은 던전의 소유권을 놓고 반나절 동안이나 싸웠고, 승부는 나추삼의 패배로 끝나게 되었다.
상대 역시 당시 촉망받던 하이 랭커였다.
그리고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당당한 탑 랭커가 되었다.
랭킹 8위의 탑 랭커.
EX급 무투가, 타화자재천.
그날 이후로 타화자재천은 승승장구했지만, 추혼창은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장 한국의 하이 랭커 하나를 잃게 된 정부도 부랴부랴 마음을 돌리려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문주 자리에서도 물러나, 그 딸인 나연실이 대신 문주를 맡게 된 것이다.
“그런 분께서 왜 절 만나길 청한 건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원래 아버지는 누구와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도 제대로 대화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예요.”
“그 정도입니까?”
“그게…….”
뭔가 깊은 사연이 있다는 듯이 입술만 오물거리다가 한숨을 쉬는 나연실이다.
“하아!”
현수호 역시 추혼창에 관한 사연을 잘 알고 있었다.
단 한 번의 패배로 완전히 꺾여 버린 비운의 무인.
그에 비해 타화자재천 승승장구하여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강한 1인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그날 추혼창이 승리하였다면, 역사가 바뀌었을까?
타화자재천이 아닌, 추혼창이 탑 랭커가 되었을까?
역사엔 가정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법이지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건 사실이었다.
둘이 도착한 곳은, 마루문에서 가장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수련실이었다.
그곳에서 현수호는 마침내 전설적인 무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휙~ 휙~
넓은 수련실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장년의 남자다.
170cm 정도의 키에 덩치도 크지 않았지만, 다부져 보이는 몸과 길쭉하게 자란 염소 콧수염이 눈에 띄었다.
타화자재천에게 패배하여 병신이 되었거나 좌절했을 거란 추측과는 다르게, 눈빛은 정열적으로 타오르고 있었고 약간 고집이 보일 정도였다.
누군가 왔는지도 모르는 채로 좁은 공간에서 열심히 움직였는데, 그 동작이 어쩐지 낯익었다.
“어라?”
분명 수호검법의 동작이다.
검 대신 짧은 막대를 쥐고 휘두르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동작은 수호검법과 매우 비슷했다.
나연실도 그걸 느꼈는지,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버지!”
나연실의 외침에 겨우 이쪽을 돌아보는 나추삼이다.
얼마나 열심히 몸을 움직였는지, 차가운 지하 속에서도 몸에 모락모락 김이 날 정도였다.
“아버지! 남의 동작을 훔치면 안 된다고 몇 번을 제가 말해요! 그건 도둑질이나 다름없다고요!”
그 말에 괜히 뜨끔 하는 현수호다.
지금까지 나연실을 포함해서, 유용한 동작은 죄다 카피했었으니까.
[저도 공범이죠.]‘주범이지.’
[이러실 겁니까?]어쨌든 그녀의 말에 몽글몽글 솟아오르던 불쾌감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지금 누굴 비난할 처지가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
그러자 나추삼은 나연실을 무시한 채로 현수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는 달라. 검이 목표가 아니군.”
그렇게 말하며 다시 수호검법의 일부분을 반쯤 시연하더니, 특정 동작에서 멈추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마나가 아니야. 더 높은 곳을 보는가?”
밑도 끝도 없이 말하는 나추삼이다.
그러자 나연실이 급히 말했다.
“죄송해요. 저희 아버지는 말하는 방식이 조금 독특해요.”
타화자재천의 싸움으로 머리가 다친 건가 싶었는데, 원래 이런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수호는 나추삼의 말을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네. 검술만을 위한 무술이 아닙니다. 조금 더 복합적이고요. 마나의 비율이 낮은 건……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수호가 거침없이 말하자, 나연실은 눈이 동그래졌고, 나추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이 이어 갔다.
“상단전? 하지만 아직 조각이 부족해.”
“그렇습니다. 궁극적으로 좇는 건 신력으로도 펼칠 수 있는 전투술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아직은 미완성이고요.”
“직접?”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든 무공입니다.”
“흠!”
잠시 고민하던 나추삼은 다시 허공에 몇 차례 동작을 펼쳤다.
그리곤 진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모두 터득하면 이길 수 있겠군. 비록 15년 전이지만.”
“타화자재천을 말하는 거죠?”
“그렇다네.”
나추삼이 말한 건, 수호검법의 무리를 대성하면, 타화자재천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10레벨 탑 랭커인 지금이 아니라, 15년 전 아직 9레벨의 타화자재천을 말한 것이다.
“훌륭한 무공이다. 어디서 만날 수 있지?”
“죄송하지만, 이 무공을 만든 사람은 지금 만날 수 없습니다. 차원 게이트 속 사람이거든요.”
“허!”
그 말에 나추삼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에 현수호를 부른 이유.
수호검법의 뛰어남을 알아차리고, 그 무공을 창시한 사람과 만나길 원해서였다.
현수호가 말했다.
“설마…… 타화자재천을 이기려 수련을 계속하고 있었던 겁니까?”
“당연하지.”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타화자재천에게 패배한 나추삼은 포기하거나 좌절한 게 아니라, 폐관 수련 중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하지만 그는 운이 없었다.
다시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련을 끝마쳤는데, 타화자재천이 무려 10레벨에 올랐다는 소문을 들은 것.
나추삼이 강해질 동안 타화자재천 역시 놀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성취가 좋아서 10레벨을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결국 나추삼은 다시 폐관에 들어갔다.
목표는 타화자재천을 뛰어넘는 것.
그러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레벨 10을 달성해야만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추삼은 타화자재천만큼 재능이 뛰어나지 않았다.
나추삼은 A급 무인.
SS도, S급도 아닌 A급이 9레벨에 오른 것 자체도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10레벨에 오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로부터 강산이 한 번 더 바뀔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추삼은 제자리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진했다.
“안타깝군.”
현수호의 동작에서 어떤 영감을 얻은 나추삼이다.
무공을 만든 당사자와 진중한 대화를 나누면 분명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산되자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아버지를 본 나연실도 안타까워했다.
그가 지난날 얼마나 실망하고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현수호가 품을 뒤져서 책자를 내밀었다.
“괜찮으시면 이거라도 보시겠습니까?”
현수호가 내민 건, 차원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얻은 수호검법의 진본이었다.
독고정이 평생을 이룩한 심득이 담긴 무공서.
가치로 따지자면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을 정도다.
그걸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내민 것이다.
‘어차피 머릿속에 다 외운 거니까.’
책으로 터득할 수 있는 건 모두 알고 있었다. 남은 숙제는 자신의 신력과 연동하여 발전시키는 것.
이제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 거리낌 없이 줄 수 있는 거다.
“오오!”
떨리는 손으로 무공서를 받아 든 나추삼은 급히 책장을 넘겼다.
나추삼 정도 되는 무인이라면 첫 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게 얼마나 심도 있고 대단한 무공인지.
그가 머릿속에서 현수호를 잊은 듯이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며 탐닉하기 시작하자, 나연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괘, 괜찮으시겠어요?”
이미 은휘광과의 대련 등에서 현수호의 뛰어난 무공을 파악했다.
나연실 역시 그 출처에 대해 궁금했지만, 캐묻지 않았다.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수호는 거기서 한술 더 떠서 무공서를 통째로 넘겼다.
평소 대가 없이 남을 가르쳤던 나연실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현수호는 덤덤했다.
“괜찮습니다. 과거 몇 번이나 한국을 위기에서 구한 어르신이잖아요. 그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면 되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수호검법은 현수호 본인이 잘 나서, 단순히 차원 게이트를 영리하게 클리어해서 얻은 게 아니다.
락슈미의 선물.
본인의 생명까지 갉아먹으며 현수호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 위대한 가르침을 본인만 독점하는 게, 얼마나 욕심 많고 어리석은지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수호검법은 현수호를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거다.
나추삼 정도의 무인이어야지, 그 진의를 깨닫고 다른 부분에 응용할 수 있겠지.
“게다가 스승님도 제게 아무런 대가 없이 가르쳐 주시잖아요.”
나연실이 현수호에게 지도하는 건, 은휘광의 일 때문이었다.
현수호가 옆에 있으면 은휘광도 노력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
그런 목적이 있다고는 해도, 단 한 번도 허투루 지도하지 않았다.
언제나 진심이었고 최선을 다했다.
가르칠 것이 남아 있으면, 본인의 시간을 전부 할애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실력의 높낮이를 떠나 존경할 만한 무인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수호검법을 내밀 수 있던 건, 그런 나연실의 영향도 컸다.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현수호는 추혼창을 도와 나중을 도모할 생각이었다.
현재는 락슈미 덕분에 세계의 평화가 지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짓된 평화.
만약 락슈미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세계는, 특히나 한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거다.
일본과 레우스 기사단이 한국의 EX 헌터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니.
든든한 아군 한 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고렙의 헌터가 갑자기 하늘에서 뿅 하고 나타날 리는 없었다.
추혼창은 이미 오래전 하이 랭커에 올랐을 정도의 고수.
지금은 타화자재천이란 족쇄에 붙들려 있는 상황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걸 극복하면 한국에 큰 힘이 될 거다.
딸의 제자인 은휘광도 지켜 줄 수 있겠지.
그 모든 걸 고려하여 책자를 넘겼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혼창이 수호검법에서 어떤 영감을 얻는다면, 딸인 나연실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다.
문주인 나연실이 강해지면 마루문이 성장할 거고, 대한민국 평균 전투력이 높아질 수 있겠지.
현수호는 그런 거대한 선순환을 꿈꿨다.
밑져야 본전.
자신은 이제는 필요 없는 무공서 하나만 없어질 뿐이니.
그 생각이 잘못될 수도 있단 걸 깨달은 건 그로부터 한 달 후, 나연실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 * *
한국의 최상단 지역, 강게.
중국의 국경과 불과 5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물론 지금은 국경이라는 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였다.
온통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상황에서, 몇몇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이미 인간의 땅이라 할 수 없으니.
아울베어는 강게와 중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최상급 포식자다.
올빼미의 머리와 곰의 몸통을 지닌 5m 크기의 거대한 야수형 몬스터.
다 큰 성체는 6레벨로 분류되고, 그중에서도 몇 년 전 발견된 특이종은 8레벨이 넘었다.
네임드 몬스터, 아머드 베어(Armored bear).
촘촘하게 박힌 털이 마치 갑옷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성질이 포악하고 영역을 중시해서, 누군가 침입하면 무섭게 공격했다.
몇몇 운 나쁜 헌터들이 길을 잘못 들었다가 오히려 아머드 베어에게 사냥당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레드존은 헌터들에겐 금지나 다름없었다.
이곳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는 아머드 베어.
그런 놈의 후각에 자극적인 피 냄새가 탐지되었다,
하나가 아닌 여러 짐승들의 피가 섞여 있었다. 필시 수많은 사냥감을 죽인 누군가가 나타난 거다.
[크르르르!!]휴식을 취하고 있던 아머드 베어는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곳은 자신의 영토.
포식자는 자기 하나로 족했다.
아머드 베어는 망설이지 않고 냄새를 쫓아 돌진했다.
깊은 산속이라 가는 길에 거대한 나무와 바위가 놓여 있었지만, 아머드 베어는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불도저처럼 그것들을 밀고 지나갔다.
쿠구구궁!!
아머드 베어의 돌진에 주변에 있던 산새들과 짐승들이 전부 놀라서 후다닥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산 하나가 들썩이는 모양새.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니, 침입자는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상대는 뜻밖에 인간이었다.
두 발로 다니는 기묘한 생명들.
아머드 베어는 인간, 헌터들이 기묘한 능력을 사용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머드 베어로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스킬들.
하지만 그것으로도 고작 도망치는 게 전부였다.
감히 아머드 베어에게 덤비려 했던 어리석은 헌터들은, 모두 날카로운 발톱에 썰려 먹잇감이 되었다.
인간의 살점은 특별했다.
비록 양은 적지만, 그 어느 짐승의 고기보다 야들야들했다.
상대는 인간 중에서도 나이가 든 편이지만, 상관없었다.
오늘 한 끼는 이 겁 없는 인간으로 포식할 생각이었다.
[커어어엉!!]아머드 베어는 상대가 도망가지 못하게 단숨에 점프하여 뛰어들었다.
이 하울링만으로도 대부분의 상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만다.
하지만 의외로 이번 인간은 그런 외침에도 별 영향이 없는지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상관없다.
이제 발톱만 휘두르면 사냥은 끝이니.
그런 생각으로 아머드 베어가 팔을 휘두른 순간…….
파직!!
아머드 베어는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이 가볍게 팔을 뻗어, 들고 있던 창을 찌르는 순간 자기 몸이 허공으로 붕 떴기 때문이다.
성체가 된 이후로 아머드 베어의 체중은 7t에 육박할 정도로 무거웠다.
주저앉으면 단단한 바위도 부서질 정도.
그런 몸이 고작 인간의 동작 하나에 허공으로 뜬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의아한 아머드 베어의 눈에 보인 건, 산산이 조각난 몸뚱이였다.
나선형으로 찌른 찌르기에 거대한 몸통이 분쇄되듯이 찢어지고 있던 것.
그제야 아머드 베어는 깨달을 수 있었다.
무거운 몸이 떠오른 게 아니다.
산산이 조각난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만, 허공에 붕 떠서 돌고 있었을 뿐이다.
그걸로 끝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헌터들을 수없이 잡아먹었던 네임드 몬스터 아머드 베어의 최후였다.
비행을 끝낸 아머드 베어의 머리가 흙바닥을 뒹굴었다.
데구르르.
그걸 멀리서 지켜보던 은휘광이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제길! 단숨에 끝났어! 아머드 베어는 시간조차 끌지 못했다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던 은휘광은, 나추삼이 자기 쪽을 흘낏 쳐다보자 기겁하며 몸을 숨겼다.
다행히 나추삼은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다시 천천히 북진하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은휘광은 다시 무전기에 말했다.
“저 아저씨 정말 주화입마에 빠진 거 맞아? 아주 쌩쌩하다고! 이제 어떻게 해? 이제 곧 중국으로 넘어가는데. 이대로 중국 도시에 들어가면 국가 분쟁이 일어날 거라고! 정말로 타화자재천과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그러자 무전기에서 현수호의 대답이 들렸다.
[이쪽은 준비가 모두 끝났어. 그러니까 너는 추혼창을 이쪽으로 잘 몰기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