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81)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81화(81/150)
81화 죄인들 (2)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 수도 없다.
수호검법을 넘겨준 지 약 한 달이 넘은 시점.
현수호가 보물과 같은 무공서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넘겨준 건, 추혼창이 예전의 패배를 극복하고 일어서길 바라서였다.
설령 타화자재천을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작은 깨달음이라도 있다면, 마루문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주화입마 혹은 마나 역류.
기를 통제하지 못하여 내공이 역류하거나 폭주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수련 중에 외부에서 충격을 받거나, 심마 같은 마음에 큰 동요가 있을 때 일어난다.
시스템에 주어지는 마나를 사용하는 헌터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단전에 기를 가두는 무인이나, 심장에 서클을 생성하는 마법사에게서 벌어지는 일이다.
자세한 건 몰랐으나, 추혼창 역시 전통적인 방법도 같이 사용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강해. 주화입마에 빠진 사람이 이럴 수 있나?”
아머드 베어는 네임드 몬스터 중에서는 최하위에 속한다.
같은 레벨인 골든 테일과 비교해 보면 격이 많이 떨어지는 편.
그래도 엄연히 레벨 8의 강력한 몬스터다.
아무리 추혼창이 레벨 9의 하이 랭커급 강자라고 해서, 한 방에 끝날 정도는 아니었다.
“마나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어. 이러면 아주 안 좋은데…….”
이대로 추혼창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대형 참사다.
꼭 타화자재천이 아니더라도, 일반 중국인 중 한 명이라도 죽거나 다치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거다.
일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한국 랭커들 전부 소집해야 하는 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약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과격한 수를 쓰겠지.”
물론 폭주한 레벨 9의 헌터를 죽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를 살리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나연실과 현수호, 은휘광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버거운 일.
[그래서 머리를 써야죠.]아이디어는 노바가 냈다.
현재 추혼창은 마치 자석이 이끌린 사람처럼 무작정 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필시 타화자재천을 만나기 위함이겠지.
다행히 심한 폭력성은 보이지 않아, 자신을 공격하지만 않으면 쫓아가서 창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아머드 베어처럼 호전적인 몬스터를 제외하면 다른 이들을 무사하다는 소리.
그걸 이용하기로 한 거다.
무전기로 나연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노바, 준비되었지?”
[빈틈없이 준비되었습니다.]“그러면 시작합니다!”
나연실과 은휘광은 추혼창을 좁은 협곡으로 유도했다.
그 협곡이 끝나는 위치에 함정 아닌 함정을 설치했다.
“기계 제작!”
현수호가 능력을 사용하자, 협곡 뒤로 촘촘한 벽이 세워졌다.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지만, 교묘하게 빙빙 돌아가게 만드는 미로.
지붕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갇혔다는 걸 깨닫는 순간, 힘으로 부수고 나갈 수 있었기 때문.
“제발! 통해라!”
절묘한 벽의 배치로 시각적인 착각을 불러오게 만들었다.
벽을 따라 빙빙 돈다고 해도, 절대 자신이 같은 자리를 맴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거다.
물론 레벨 9 정도의 무인이라면 금방 알아차리겠지만, 지금 추혼창은 정상이 아니지 않는가?
모두가 미로 속에 들어간 추혼창을 숨죽이며 기다렸다.
다행히 추혼창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성공……인 거 같군요.]“아직 방심하기는 일러. 저러다가 갑자기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이번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정말 힘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다.
설령 이긴다고 해도 상처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시간이 계속 흘렀다.
다섯 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추혼창은 하염없이 미로를 걷기만 했다.
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제는 슬슬 걱정이 된 은휘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노친네 이러다가 기운 빠져 죽는 거 아니야?
추혼창 정도 되는 헌터가 며칠을 꼬박 걷는다고 해서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에서 마나가 줄줄 새는 주화입마 상태.
기운이 빠져 쓰러질 정도가 되면, 몸은 엉망이 되어 있겠지.
그 전에 제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현수호에겐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이제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노 입자를 이동하겠습니다.]거대한 미로 자체가 나노 입자가 뭉쳐서 만들어진 현수호의 작품이다.
그곳에 힐링 팩터를 이동할 통로를 만들었다.
“오버 테크놀로지.”
그냥 힐링 팩터로는 주화입마를 고칠 수 없다.
하지만 오버 테크놀로지 스킬까지 사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파괴신의 저주까지 치료했던 수법이다. 주화입마 정도는 너끈히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통했는지 하염없이 걷던 추혼창이 수면 마취총에 맞은 듯이, 스르륵 쓰러졌다.
“됐다!”
먼저 달려간 건 나연실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나추삼의 맥박을 짚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하세요.”
“휴우! 다행입니다.”
“심장 떨어질라! 그러게 왜 할아범에게 쓸데없는 짓을 해서!”
“시끄러워! 넌 좀 분위기 파악 좀 해.”
다행히 중국과 마찰이 일어나기 전에 나추삼을 포획(?)할 수 있었다.
기운은 조금 빠진 모양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니 이제 집에 데려가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추삼이 눈을 떴다.
그 눈과 마주친 은휘광이 기겁하며 뒤로 넘어갔다.
“으악!”
“깨, 깼어?”
은휘광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둘도 놀랐다.
혹시 또 난리 치면 이제는 정말 전투를 피할 수 없을 테니.
다행히 나추삼의 눈빛은 힘이 조금 없어 보였을 뿐, 초점은 또렷하게 잡혀 있었다.
“……여긴.”
“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무슨 상황이지?”
“수련하다가 정신을 잃으셨어요. 주화입마에 빠지셨다고요.”
“주화입마?”
나추삼은 자신이 주화입마에 빠져 정처 없이 북으로 움직였다는 걸 믿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아무리 두문불출 밖에 나오지 않았어도, 여전히 그는 레벨 9의 초인.
고작 주화입마에 정신을 놓았단 걸 쉽게 인정할 수 없겠지.
나추삼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힐링 팩터로 치료하긴 했지만, 그의 몸은 아직 정상은 아니다.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벌떡 일어선 나추삼이 창을 던졌다.
사람을 향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 허공으로.
쉐에에엑!
“뭐, 뭐야?”
비록 사람을 향해서가 아니지만, 위협적인 공격을 느낀 일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혹시 아직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냐 해서였다.
하지만 곧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나추삼이 전력으로 던진 창이다.
우주 밖으로 날아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힘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멈춰 서 있었다.
일행의 눈이 돌아가자, 나추삼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주화입마가 아니다. 저놈이다.”
가장 먼저 나타난 건, 창을 잡은 손이었다.
다음엔 어깨 그리고 몸통, 얼굴이 가장 늦게 나타났다.
“우후후후!”
이상한 일이다.
분명 또렷한 목소리였음에도 마치 노이즈가 낀 것처럼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다.
남자인지 여성인지도 알 수 없는 기이한 웃음소리.
모습은 더 기괴했다.
우스꽝스럽게 부풀려진 붉은색 바탕의 옷엔 하얀색 원이 그려져 있었다.
얼굴 역시 하얗게 분칠한 후에 입술과 눈만 과장될 정도로 화장이 칠해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가발인지, 아니면 염색했는지 밝은 연두색 빛깔.
놀이공원에서나 볼 법한 모습의 누군가가 나타난 것이다.
“광대?”
영락없는 광대의 모습이었다.
특이한 건, 이 광대의 얼굴은 웃고 있는 게 아니라 찡그린 표정으로 화장이 되어 있다는 것 정도다.
갑자기 나타난 광대는 여유롭게 창을 빙빙 돌리면서 말했다.
“우후후후! 막 재미있어지려 했는데, 들켜 버렸네요. 분명 제대로 준비했는데 어떻게 벌써 정신을 차렸을까요?”
아직 상황 파악은 정확히 안 되었지만, 저게 뭔가 불길한 존재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창을 던진 나추삼이 말했다.
“저놈이다. 정신에 장난질한 범인.”
“장난질이라고요?”
주화입마가 아닌 누군가의 공격이었다는 소리.
‘정신계 능력자인가?’
아무리 정신계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9레벨 헌터를 조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 나추삼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이용했겠지.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위협적인 상대인 건 맞았다.
‘어때?’
[기운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방해 전파 같은 게 가로막고 있어요.]지금까지 노바의 탐색을 피한 이는 없었다.
방해 전파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지구 수준의 방해 전파는 가볍게 뚫던 노바의 기술력이다.
그런데 저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처음으로 막아 낸 것이다.
“재미있네. 재미없어. 흥미롭지만 뭔가 부족해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하는 광대다.
숨을 헐떡이는 나추삼을 대신하여, 나연실이 검을 빼 들고 소리쳤다.
“넌, 누구냐?! 아버지에게 무슨 일을 한 거야?”
“나찰녀인가요? 별로 상관없겠죠.”
역시나 나연실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광대였다. 하지만 나연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그의 눈은 나추삼도 나연실도 아닌, 은휘광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
펑!
연기와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이상하군요. 별로 느낌이 없어요.”
어느새 은휘광 옆에 나타난 광대였다.
“정말 당신이 그분의 대적자인가요? 차라리 그보다는…….”
휘릭!
광대를 향해 빠르게 날아온 검격.
시야 밖의 기습적인 일격이었지만, 광대는 마치 연체동물처럼 척추를 기묘한 형태로 변형하여 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고개가 거의 270도 정도로 휘어진 상태에서, 검을 휘두른 현수호와 눈을 마주쳤다.
“이쪽이 더 느낌이 있는데?”
미친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깊은 눈빛이었다.
그 심연이 마치 현수호의 속을 낱낱이 파헤치는 기분까지 들었다.
현수호가 당황할 때, 나연실도 검을 휘둘렀다.
“저리 가!”
나연실의 합공까지는 쉽게 못 피하겠는지, 훌쩍 뒤로 점프해 도망치는 광대다.
물론 이 상황에서 그리 쉽게 뒤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조차 대단한 일이었다.
‘적어도 하이 랭커급인가?’
몇 가지 동작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이 기묘한 이는, 적어도 9레벨의 초인이라는 걸.
이 정도면 아까 폭주한 나추삼과도 비슷할 정도였다.
현수호는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을 한 은휘광에게 소리쳤다.
“뭐 해! 정신 차려!”
“아, 어!”
그제야 은휘광은 검을 들고 광대를 주시했다.
반면 광대는 그런 일행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태평한 동작으로 고개만 갸웃했다.
“우후후후!”
우는 얼굴에 웃음소리.
그 모순이 사람을 더 옥죄는 기분이었다.
긴장한 일행들은 숨을 죽이며 광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했다.
적어도 나추삼이 기운을 차릴 시간을 벌어야 할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광대가 손목을 쳐다보더니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분명 손목에는 손목시계 같은 건 없었다.
또 무슨 장난질이라 생각한 일행은 대꾸 없이 그를 노려봤다.
그 눈빛에 광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했다.
“궁금했어요. 어떤 인물이기에 신탁으로까지 내려왔는지. 그리고 과연 정말로 그분을 가로막을 정도의 뭔가가 있는지도요.”
그 말에 모두가 반사적으로 은휘광을 쳐다봤다.
일본 신녀가 내린 신탁.
현수호는 그 내용을 이미 은휘광과 나연실에게 전했다.
최소한 내용을 알고 있어야, 대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연실이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물었다.
“넌…… 레우스 기사단인가?”
“우후후후! 벌써 우리에 대해 알고 계신 건가요?”
광대의 말에 나연실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 정보를 적에게 내보인 셈이었으니.
어쨌든 그가 레우스 기사단인 건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떤 조직이기에 이만한 능력자들이…….’
압호스의 사도였던 굴라.
비록 힘을 제대로 다루진 못했으나, 역시 강력한 헌터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광대는 그런 굴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험했다.
힘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일행 넷이 힘을 합친다고 해서 이길 거란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오늘은 그냥 확인만 하고 싶었어요. 중국과 싸움을 붙이면 재미있는 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말한 광대가 슬쩍 가슴팍에 있는 옷깃을 흔들자, 어느새 잘려서 하늘하늘하게 날리는 게 보였다.
아까 현수호가 휘두른 검격에 잘린 것.
만약 조금만 더 깊었으면 가슴이 베어졌을 거다.
“오랜만에 아주 아찔한 감각이었어요.”
그렇게 말한 광대가 손가락을 튕기자…….
윙!
허공에 약 2m 정도 크기의 둥근 모양의 구멍이 열렸다.
“그럼 모두 안녕! 우후후후!”
광대는 짧은 인사만 남기로 그 안으로 훌쩍 들어가 버렸다.
광대를 집어삼킨 구멍은 금방 닫혀, 그것이 존재했단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만 흘렀다.
“…….”
“…….”
몇 분이 흐른 뒤에야 겨우 광대가 사라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뭐였지?”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설명할 이가 없었다.
* * *
불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은 칠흑처럼 어두운 방.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만 흐르는 공간이다.
좁은 직사각형 공간엔 창문은커녕 드나들 방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 공간에 있는 건 오직 작은 의자와 그것에 앉은 누군가뿐.
머리털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깔끔한 헤어 스타일에, 네모난 안경과 회색 슈트를 차려입은 중장년의 남성.
시간조차 짐작할 수 없는 방에서, 그는 수 시간 동안이나 시체처럼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윽고 나뭇가지처럼 마르고 딱딱해 보이는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그러자 누군가의 모습들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슈슈슈슝!!
마치 영상통화를 길게 늘어선 모습.
그들의 모습을 슬쩍 보던 그가, 갈라지는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모였는가?”
남자의 말에, 홀로그램 속 덩치의 남자가 반갑게 손을 들며 말했다.
-오랜만이군, 박사(Professor). 이게 얼마만의 회의이지?
활기찬 남자에 비해 손톱만 쳐다보던 여성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모두를 호출한 거지? 아직 기사단의 정기총회 날짜는 아직 한참 남았잖아?
그러자 박사라 불린 남자가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대계가 자꾸 어긋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