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83)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83화(83/150)
83화 헤일로 (1)
마약은 비싸다.
정제된 건, 같은 무게의 순금보다도 훨씬 비싸다.
두세 배 정도가 아니라 몇십 배는 더 가격이 나갈 정도.
가격에 비해 만드는 수고? 그건 별로 어렵지 않다.
양귀비 같은 식물을 키워다가 가공하고 화학 처리하면 그만.
대마 같은 건, 일반인이 집에서도 간단히 키울 수 있을 정도다.
광산을 캐야만 얻을 수 있고 그 양도 한정된 금에 비하면, 얻는 수고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다.
문제는 역시 유통이다.
아무리 헌터의 시대가 되었어도 마약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지하는 것조차도 중범죄다.
정상적인 루트로 수입할 수 없다는 소리.
예전이라면 검문소를 통과하는 것 정도만 걱정하면 되겠지만, 이제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화물을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손실률이 엄청나게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역시 몬스터에서 비롯한다.
도보를 운반하든, 선박으로 운반하든 어디서나 습격하는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하다.
정부에서 직접 주관하는 물건이야, 비교적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지만 마약을 그것과 같이 취급할 수 있겠는가?
마약은 대부분, 값싼 건축 자재와 같은 물건에 몰래 숨겨져 들어오기 마련.
저렴한 헌터를 고용하니, 비교적 약한 몬스터만 출현해도 화물을 버리고 도주하기 십상이다.
보험을 들면 손해를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지만, 어찌 마약에 보험을 들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시대엔 마약을 유통하고, 구입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자네의 상단 때문에 기묘한 일이 생겼지 뭐야.”
“……사고율이 0%라서겠죠.”
해로를 이용한 무역은 육로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을 한꺼번에 나를 수 장점이 있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육로에서 몬스터를 만나면, 일단 도망쳤다가 나중에 화물을 되찾을 수 있지만, 해상에선 그런 게 불가능하다는 것.
화물을 버리고 도주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배가 침몰하면 화물을 물론이고 인명 피해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엑스 마키나 길드는 완벽하게 해결했다.
머메이드를 동원한 해양 무역은 예상보다 더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고 있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운행하며, 어쨌든 지금까지는 한 번도 사고가 난 적 없었다.
현수호는 권철중 지부장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캐치했다.
“저희 상선으로 마약이 대량으로 유통된다는 뜻이군요.”
“그렇다네.”
비교적 저렴한 운송비만 받으면서도 사고율이 제로다.
다른 상인들도 모두 좋아했지만, 특히나 마약 상인들에겐 눈이 뒤집힐 정도의 희소식이었다.
현수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저흰 그런 일을 대비하여 마약 탐지도 꼼꼼히 하고 있습니다.”
무려 노바의 능력을 이용하여 마약을 수색했다.
마약 탐지견보다 몇백 배는 더 뛰어난 탐지 능력이라는 소리다.
실제로 지금까지 몇 번이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마약을 숨긴 일이 있었지만, 모두 잡아냈다.
그런데 그걸 뚫고 마약이 유통되었다니…….
현수호는 그가 준 마약을 살폈다.
‘어때?’
모든 물질은 화학 분자를 내보낸다.
인간이나 다른 동물은 그 분자를 후세포에서 전기 신호로 바꾸어 냄새를 맡는다.
특히 마약처럼 고도로 화약 처리된 물질은 냄새가 심할 수밖에 없다.
노바의 능력이라면 미세한 분자 한 개만으로도 그 성분을 전부 추릴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들려오는 노바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습니다.]‘아무 냄새가 안 난다는 뜻이야? 네가 마약을 식별할 수 없다고?’
[그런 정도가 아닙니다.]‘그럼?’
[설령 이게 미세 먼지라고 해도 그 성분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후각 감지 센서로는 이 물질 자체를 아예 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시각으로 보이지 않았다면 이런 물질이 있는 것조차 부정했을 겁니다.]‘이게 그 정도라고?’
현수호는 둥그런 알약을 손가락으로 살살 비볐다. 그러자 가루가 생기며 공기 중에 흩날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바는 마약 성분을 감지하지 못했다.
대신 권철중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조심해! 그건 아주 작은 양으로도 사람을 중독시킬 수 있는 위험한 마약이야!”
무심코 코를 가져다 대 냄새를 맡으려던 현수호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예전 본 드래곤의 맹독 브래스도 버텨 냈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노바조차도 감지하지 못한 신종 마약이었으니.
“이건…… 문제가 되겠군요.”
가루를 만들었음에도 노바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그 어떤 장치나 탐지견으로도 발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단순히 놀라움을 넘어서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현수호는 혹시나 해서 둠아이의 능력으로 마약을 뚫어지게 봤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네.’
역시나 헛수고였다.
“흠!”
팔짱을 낀 현수호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어쨌든 결과적으론 마약 무역을 돕게 된 셈.
아무리 해양 무역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고는 해도, 이런 사업과 연관되고 싶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현수호의 말에 권철중은 눈을 반짝였다.
“그래 주겠는가?”
“저희의 불찰로 빚어진 일입니다. 제가 나서는 게 합당한 일이겠죠.”
단순히 불쾌한 마음으로 나선 것이 아니다.
이제는 수많은 길드원을 거느리는 입장이니 쉽게 사람들을 시키는 선에서 끝낼 수도 있었다.
권철중이 반색한 이유 역시, 그러지 않고 라이트 브링거 본인이 직접 나서기 때문.
현수호는 권철중보다도 이 일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다.
‘뭔가 감이 좋지 않아.’
이제 노바는 마나까지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노바조차 아무것도 잡아내지 못했다는 건, 한 가지 의미 밖에는 없었다.
이 마약 제조에 신력이 들어갔다는 것.
최소 랭커급 헌터가 개입했다는 소리다.
현수호가 마약을 들며 말했다.
“이거 제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아직 샘플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그 마약에 너무 호기심을 가지지 말라고. 원래 모든 중독자들은 그렇게 탄생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이 약의 이름은 뭡니까?”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신종 마약이다.
이정도 성능의 마약에 이름이 안 붙어 있을 리가 없었다.
“아주 거창한 이름이 붙었더군. 헤일로(Halo)라고 하네.”
“헤일로요?”
“그래. 천사나 성인 머리 위에 있는 후광 있잖아. 성서에 그려진 그거.”
“확실히 거창한 이름이군요.”
“우리가 지금까지 조사한 정보도 공유하지. 부탁하네. 이 고약한 물질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도와주게.”
“물론입니다.”
현수호는 헤일로라는 마약을 품에 넣고 방을 나갔다.
* * *
지구의 대부분은 이미 몬스터들이 장악했다.
이제 인간이 머물 곳이라고는 장벽을 쌓고 그들을 침입만 겨우 막아내는 아주 소수의 땅 정도에 불과했다.
장벽 도시.
몬스터를 막아 낼 최소의 방위 시설을 갖춘 요새형 거주지를 말한다.
대부분은 정부에서 관리한다.
물자의 운송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먹을 식량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된 국가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대격변 때 나라가 송두리째 멸망한 지역은 그런 인프라가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대부분은 버려진 땅이 되었지만, 그중에서 또 아주 소수는 도시에 거주할 수 없는 현상수배범들이나 흉악한 악당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곳도 많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그중에서도 약간 희귀한 경우였다.
러시아의 땅이며 북방 중에서는 그나마 얼지 않는 항구로 유명한 도시.
워낙 넓은 땅덩어리다 보니 러시아 정부는 그 모든 지역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 있는 자들에게 자치권을 부여한 것.
중세 시대처럼 도시의 영주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물론 말이 자치권이지, 무단으로 점거한 지역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도시를 차지한 이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왕처럼 군림하였으니까.
심지어 영주 자리를 놓고 외부 세력이 침입하고,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항구 도시의 이점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그런 영주를 노리는 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타깃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어느 곳보다 사람들이 난폭했다.
“정지!”
화물을 한가득 실은 트럭이 다가서자, 누군가 나서서 길을 막았다.
뭐가 불만인지 험상궂게 인상을 쓴 남자들.
영락없이 노상강도처럼 보이는 자들이었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강도가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의 경비대였다.
보통 헌터들은 복장이 제각각인데, 이들은 통일된 군복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경비대가 앞길을 막자, 미르 상단의 책임자인 전중구가 운전석에서 재빠르게 내리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수고가 많으십니다.”
“어디에서 오는 길이지?”
“한국에서 오는 상단입니다. 예전에도 몇 번 왕래 했었고요.”
전중구는 재빨리 품에 있던 출입 증명서를 내밀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거래하는 건 여러모로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라, 웬만한 상인들은 출입을 꺼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먹고 살려면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라, 때로는 몬스터와도 거래해야 하는 게 상인의 삶인걸.
예전 미르 상단이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이곳과 몇 번 거래한 적도 있었다.
상황이 나아지고 나서는 다시 발길을 끊었지만, 예전 기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경비병들은 출입증을 보고서도 인상을 펴지 않았다.
“이건 이 년 전 출입 증명서잖아? 갱신하지 않은 출입증으로 어딜 들어오겠다는 거야?”
몬스터들이 날뛰면 기본적인 생필품도 조달이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러니 상단의 출입을 막는 도시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토록 철저하게 나서는 건,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터지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사정 때문.
상인으로 위장하고 도시를 도모하려 들어온 병력들이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전중구는 그런 경비대를 설득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어이쿠! 이거 깜빡했네. 여기 문서가 더 있습니다.”
그렇게 전중구가 내민 건 역시나 기간이 지난 문서와 그 밑에 붙은 하얀 봉투였다.
중요한 건 봉투다.
그곳엔 경비대들이 며칠 술집에서 넉넉히 마셔도 될 정도의 금액이 들어 있었으니까.
봉투에 들어 있는 지폐를 확인한 경비대가 서로를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큼! 큼! 좋아. 그래도 확인할 건 확인해야 한다.”
“물론이죠.”
돈은 받아도 할 일은 한다.
그나마 이들이 다른 머저리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화물칸을 열어!”
경비대가 명령하자, 전중구는 재빨리 움직이며 화물칸을 열었다.
그곳엔 정말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납품할 상품과 호위하기 위한 헌터가 한 명 대기하고 있었다.
상행에 호위 헌터가 붙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 숫자가 한 명밖에 없는 게 더 이상했다.
“동행은 이게 다인가?”
“요즘 사정이 좋지 않아서요.”
경비대는 쉽게 납득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도시까지 트럭을 이끌고 오지 않을 거기 때문.
경비대는 의례적으로 호위 헌터에게 말했다.
“헌터증을 내밀어라.”
그 말에 호위 헌터는 순순히 헌터 단말기를 내밀었다.
경비대가 그 장치를 스캔하자…….
삑!
상대의 이력이 전부 확인되었다.
“고작 레벨 3인가? 장비도 변변치 않은 거 같은데 무리하는군.”
포악하기로 소문난 경비대들이 오히려 걱정할 정도로 빈약한 레벨과 장비다.
고작 이 정도 병력으로 레드존을 주파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란 경비대의 일이지만, 이 정도라면 의심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대충 짐을 확인한 후에 조사를 마쳤다.
“깨끗하군.”
내심 쫄아 있던 전중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그러면 저희는……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너는 통과해. 하지만 너는 남아.”
남으라는 쪽은 호위 헌터.
갑작스러운 상황에 전중구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왜…… 무슨 일로 호위를 놔두라는 겁니까?”
그러자 경비병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영주님의 명령이다. 도시에 문제가 생겨서 모든 병력을 모두 징집하시란다.”
“그, 그렇다고 하나밖에 없는 호위병을 데려가시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금방 쓰고 돌려줄 거야! 그러니까 그동안에 여관에 처박혀 있어!”
“하,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전중구는 당황하며 눈치를 살폈지만 정작 호위병, 현수호가 차분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