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8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89화(89/150)
89화 헤일로 (7)
* * *
한국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멀지 않은 하얼빈 도시.
당천기를 비롯한 당가의 무인들은 그곳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현수호의 개입으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제기랄! 그놈만 없었어도 헤일로는 얻을 수 있었는데!”
당천기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다.
단순히 욕심만 많은 게 아니라, 꾸준히 사냥하고 훈련하여 그에 걸맞은 실력도 쌓아 나갔다.
스킬 없이도 뛰어난 비도술을 완성한 것도, 그런 그의 노력과 집념 덕분.
그런 그가 고작(?) 척후대의 대장 자리밖에 맡지 못했던 건, 그의 출신 탓이었다.
당가는 혈족으로 이뤄진 단체이니만큼 직계와 방계의 구분이 엄격하다.
가문의 모든 고위직은 가주의 혈육인 직계가 차지한다. 방계는 아무리 뛰어나도 한계가 있었다.
‘더럽고 치사해서 나오고 싶지만…….’
일단 가문이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지금까지 익힌 비전을 회수한다는 걸 빌미로, 죽이거나 사지를 절단하려 할 거다.
설사 가문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가문의 막대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손해다.
결국 당천기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실적을 계속 쌓아 가문의 인정을 받거나, 랭커급 이상의 힘을 얻는 것.
후자가 이상적이지만 수억 명이 넘는 헌터 중에서 천 명 안에 들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당천기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대한 성과를 내려 했다.
헤일로를 알아내기 전까지 말이다.
“그것만 얻으면 지긋지긋한 혈연의 사슬을 끊을 수 있어.”
당가의 규율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당천기조차도, 욕심을 부릴 정도로 헤일로는 대단한 물건이었다.
만약 당천기가 헤일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당가에 알렸으면, 이미 당가의 주력 부대가 블라디보스토크를 휩쓸었을 것이다.
정보를 차단했기에 그나마 지금 도시가 잠잠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시간을 끄는 데도 한계는 있었다.
당가가 헤일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 전에 게네랄의 신병을 확보하고 빼돌리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 게네랄의 병력은 소문보다 훨씬 약했다.
군인 중 대부분은 레드존을 경험하지도 못한 초짜들.
마나를 억제하는 특수탄만 조심하면 된다.
이미 첩자들을 통해서 블라디보스토크 내부의 지리는 이미 다 파악했고, 인맥을 총동원해서 병력도 충원했다.
가문이 아닌 당천기의 개인 사병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현수호였다.
당천기 역시 모든 힘을 쏟은 건 아니지만, 현수호는 그보다 더 힘을 감췄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으니.
병력을 충원한 후엔, 현수호의 위치만 정확히 파악되면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그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놀랍게도 찾기도 전에, 현수호가 제 발로 찾아온 것.
“……무슨 수작이지?”
하얼빈의 당가 지부 안.
방 중심에 서 있는 현수호를 중심으로, 당가의 무인 수십 명이 촘촘히 포위하고 있었다.
당천기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바로 암기비가 쏟아질 거다.
적들이 침입을 대비하여 기관진식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현수호는 여유롭게 당천기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니까 같이 협력하자고. 너는 게네랄을 잡고 나는 돈을 벌면 서로 좋은 일 아니겠어?”
현수호의 뜬금없는 제안에 당천기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풀지 않고 물었다.
“네놈은 게네랄의 병력이 아니었나?”
“내가? 나 같은 대마법사가 미쳤다고 그런 후진 동네에 있을 거 같아?”
“…….”
“이봐, 좀 실망이네. 당가의 정보력이 고작 이것밖에 안 돼? 나 같은 이가 그 도시에 있었다면 진즉에 소문이 나지 않겠어?”
그 말에 당천기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틀린 말이 아니다.
게네랄의 오른팔이 바예쯔인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네랄을 제외하면 블라디보스토크 세력 중에선 최고의 무력.
그런 바예쯔조차 당천기는 수월하게 잡아냈다.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러시아 극동 영지의 헌터 수준은, 당가의 일대 대대보다도 못했으니.
그런 당천기와 수하들을 현수호 혼자 힘으로 가볍게 막아냈다.
당천기가 생각하더라도, 현수호는 블라디보스토크엔 너무 과분한 실력자였다.
“안 그래도 네놈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지.”
“그러면 더 잘 알 거 아니야? 내가 그쪽 세력이 아니란 걸.”
“그렇다면 정확히 밝혀라. 네놈의 정체를.”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그럴 거면 내가 왜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촌 동네를 전전하고 있었어?”
“수배자라는 소리인가?”
“뭐, 사소한 실수 몇 개로 헌터 협회에 쫓기고 있는 몸이지.”
헌터 협회에 쫓긴다는 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정체를 숨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치안이 안 좋은 도시만 전전하는 것.
이 세상엔 그런 헌터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내가 다른 곳도 아니고 당가에 내 신변을 밝히라고? 차라리 독약을 마시는 게 더 생존율이 높지 않겠어?”
“그렇다면 신분 확인도 없이 같이 일을 하겠다고?”
“그러면 어떻게 할까? 애초에 헌터 단말기도 버린 지 오래라고. 당연한 일이잖아!”
당천기도 바보가 아니다.
실제로 현수호가 정체를 밝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널 믿지?”
“믿는다고? 우리 사이에 믿음이 필요한가? 그저 서로의 이해만 잘 맞으면 되지.”
현수호는 엄지로 검지, 중지를 비비면서 마치 돈을 세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너희는 게네랄의 신병을 얻고, 나는 적절한 보상을 받고.”
“……그러면 왜 처음에 우릴 방해한 거지?”
“당연히 헤일로를 독점하기 위해서였지! 놈들을 구해 조금 친해지면, 언젠가 제조법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원재료를 당가에서 공급한다는 걸 알고는 일이 텄단 걸 깨달은 거지.”
“흐음!”
현수호의 말을 들은 당천기는 팔짱을 끼며 곰곰이 생각했다.
모든 정황이 들어맞고 틀린 말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현수호가 진짜 신분을 밝힌다면 더 수상하게 여겼을 거다.
당천기는 본래 돌다리로 두들기고 건너는 신중한 성격이었다.
평소였다면, 수상한 현수호와 공동 작전을 펼치는 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헤일로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너무 컸고, 시간도 부족했으니.
결국 당천기는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하고 물었다.
“우리에게 뭘 해 줄 수 있다는 거지?”
“당연히 게네랄의 위치지. 너희는 아직 게네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있지 않아? 하지만 나는 그를 실제로 만났어.”
그렇게 말한 현수호는 손바닥을 펼쳐 마법을 사용했다.
손바닥에 빛이 나자, 주변에 있던 당가의 무인들이 긴장하며 암기를 던지려 했지만, 당천기가 막아섰다.
“기다려라!”
“성미가 급한 친구들이군. 이게 공격 마법으로 보여?”
현수호의 손에서 피어나는 마법은, 그 말대로 공격 마법이 아니라 특정한 이미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마력을 따라 허공에 거대한 사진이 떠올랐다. 현수호의 기억을 추출한 장면.
그곳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게네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게…… 게네랄인가?”
“모자에 있는 별 모양 계급장과 군복에 덕지덕지 붙은 훈장들 보이잖아. 그가 게네랄이다.”
“어떻게 놈을 만났지? 당가의 훈련된 첩자들도 그림자조차 알아내지 못한 인물이다.”
“그야 내가 당가의 무인보다 더 잘나서겠지.”
그 말에 주변을 포위한 무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현수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면 너희로부터 구해 줘서겠지.”
“단지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해. 놈들은 편집증적으로 게네랄의 정체를 숨겼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정체를 알아냈다고?”
당천기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현수호는 억울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기며 말했다.
“그놈들도 지금 똥줄에 바짝 타는 상황이라고. 또다시 너희가 쳐들어올 게 뻔한 상황인데, 나 같은 대단한 마법사를 영입하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아무리 비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전멸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지금까지 한 모든 말이 거짓말이었지만, 이 말만은 진실이었다.
실제로 상황이 다급해진 게네랄이 도박하는 심정으로 현수호를 끌어들였으니.
이제 당천기가 선택할 순간이었다.
이대로 현수호와 손을 잡을 건지, 아니면 여기서 전투를 벌여 현수호를 제압할 건지.
당천기는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지만, 실은 이미 아까부터 생각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후였다.
“……어떻게 우리를 돕겠다는 건가?”
당천기의 말에 현수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내 계획은…….”
* * *
다시 며칠이 지났다.
어쩌다 보니 이중 첩자 노릇을 하게 된 현수호다.
당천기에겐 자신만 믿고 일을 준비하라고 큰소릴 뻥뻥 쳤지만, 내심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 계획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네.”
모든 계획은 게네랄 쪽에서 준비했다.
작전은 아주 간단했다.
일부러 함정에 빠져 당가의 병력과 전투를 치른다.
그 전투 중에 너무나도 안타깝게 게네랄이 사망하게 되는 것.
물론 진짜 죽는 건 아니다.
특별한 약품을 사용하며 가사 상태로 만든다고 했었다.
당가의 목적은 헤일로를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게네랄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굳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도모할 이유가 없었다.
“말은 그럴싸한데…… 허점이 너무 많지 않아?”
가장 큰 문제는 당천기가 게네랄이 정말 죽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당천기는 머저리가 아니다.
생포하기 위한 전투이니, 전에 사용했던 것처럼 마비독을 사용하지, 극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게네랄이 죽은 것에 분노하여 시체를 훼손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작전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에 분노한 당천기가 게네랄의 목을 자를 수도 있는 노릇이다.
“……당연히 여기까지 생각한 거겠지?”
게네랄 측은 현수호에게 모든 걸 다 밝히지 않았다.
현수호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온전히 믿을 순 없는 거다.
정말 돈에 눈이 멀어 게네랄의 신변을 당가에 팔아 버릴 수도 있었으니.
도와달라는 쪽에서 의심받는 것도 괘씸한 일이었지만, 굳이 걸고 넘어서진 않으려 했다.
대신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면, 다시는 한국에 마약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게네랄을 성실한 헌터라 주기적으로 사냥터를 돌아다닌다는 게 첫 번째 설정이었다.
현수호는 그런 그에게 당가에서 받은 위치 추적기를 몰래 부착하였다.
이게 두 번째 설정.
마침내 게네랄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위치 추적기를 예의 주시하던 당가의 무인들로 움직였다.
현수호는 그런 그들을 조금 멀리서 관찰하고 있었다.
노바가 천리안 마법을 사용하자, 멀고 도저히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도 게네랄의 사정이 뚜렷이 보이는 것이다.
[잘 보이십니까?]‘그래. 마법은 진짜 신기하네. 괜히 마법사 헌터가 대우받는 게 아니야.’
현수호는 정보만 주고 빠진다.
양쪽에서 여전히 의심받는 상황에서, 작전이 벌어지는 곳에 직접 갈 수는 없었다.
그러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머물 수밖에.
[이제 시작합니다.]게네랄은 혼자서 사냥터를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헌터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몬스터 사냥이다.
그러니 게네랄 말고도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헌터들은 적지 않았다.
평소에 입은 군복은 벗은 상태이니, 겉모습만으론 그가 게네랄인 걸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다른 평범한 헌터처럼 사냥터에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도축까지 끝냈다.
당가의 무인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파바밧!
갑자기 암기가 날아오자, 막 도축한 마나석을 꺼내려던 게네랄이 급히 움직였다.
타다당!
놀랍게도 게네랄은 뒤에서 날아오는 암기도 검을 휘둘러 쳐냈다.
속도만으론 바예쯔보다도 더 빨라 보였다.
“누구냐?!”
게네랄의 고함에 대기하고 있던 당천기와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잡았다! 네가 SS급 연금술사 게네랄이냐?”
“무슨?! 어떻게 날 찾아낸 거지?”
늙은 생강이 맵다고 했나?
게네랄은 너무나도 뛰어난 연기 실력을 보였다.
사실을 알고 있는 현수호조차 깜빡 속았을 정도.
“이 애송이들! 이 게네랄 님을 우습게 보지 마라!”
그렇게 소리친 게네랄은 품에 있던 약병들을 꺼내 사방으로 던졌다.
쨍그랑!
약병이 깨지자, 한눈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색색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게네랄을 포위하던 무인들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그중 한 명은 약간 들이마신 모양이었다.
“크어억!!”
괴로운 듯이 목을 감싸던 그가 픽, 하고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현수호도 놀랄 만한 장면.
“고작 저런 약병으로 당가의 헌터를 무력화한다고?”
SS급 연금술사라더니 진짜인 모양이었다.
게네랄은 쉽게 잡힐 생각이 없는지 그 후로도 약병 등을 던지며 싸웠다.
아마 적을 완벽하게 속여넘기기 위함이겠지.
하지만 숫자도 열세고 당천기도 만발의 준비를 끝마쳤다.
약품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계속 암기를 투척하자, 결국 게네랄은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크윽!”
곧 있으면 강력한 마비독에 꼼짝도 못 하게 될 거다.
현수호도 숨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도대체 어떤 수를 쓴다는 거지?’
그러자 게네랄이 갑자기 품에서 거대한 단도를 들며 소리쳤다.
“으하하하! 이 게네랄, 네놈들에게 잡히느니 자결하겠다!”
한눈에도 날카로워 보이는 단검이다.
게네랄은 그것을 들고 자기 목으로 향했다.
현수호는 그 단검에 무슨 장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술사 소품처럼 날이 안으로 들어가는 트릭이 있는 거겠지.
그런데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갑자기 한쪽에서 찢어지는 여성의 비명이 들린 것.
“안 돼!!”
비명과 함께 등장한 건 간호 장교인 타티아였다.
지켜보던 현수호와 당가의 무인들, 그리고 막 자기 목을 찌르려던 게네랄까지 놀랐다.
그리고 다음 이어지는 말엔 경악하고야 말았다.
“그만둬! 아저씨를 죽이지 마! 너희들이 찾는 게네랄은……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