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9)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9화(9/150)
9화 내 머릿속의 슈퍼 컴퓨터 (3)
* * *
전중구와 전미린은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족히 50마리도 훌쩍 넘는 크레이지 독 떼의 습격.
만약 이런 상황을 무전으로 들었다면, 코웃음 치면서 ‘그냥 깔끔하게 자살해’라고 말했겠지.
자신에게 닥친 일이니 당연히 그렇게 쿨하게 대처하진 못했다.
매년 활동비를 꼬박꼬박 받아 가던 헌터 협회가 전혀 응답하지 않았을 땐,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직 젊고 앳된 음성이 무전에서 들어오긴 전까진.
탕! 탕!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생명력이 강하다.
목과 심장과 같은 치명적인 급소에 맞지 않으면 끈질기게 살아서 도망치거나, 회복한 후 다시 공격하기도 한다.
크레이지 독이 대표적인 사례였고.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도 모르는 총알 한 방에 크레이지 독은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엔 전중구도 기관총으로 계속 응사했지만, 이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곤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어차피 기관총의 총구도 녹아내릴 듯이 달아올라, 거의 한계에 닿은 상태였으니.
미친 듯이 엑셀을 밟던 전미린도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백미러로도 확연하게 줄어든 크레이지 독을 확인하며 말했다.
“호, 혼자서 이 많은 크레이지 독을 쓰러트린다고?”
처음엔 다수의 지원병이 한꺼번에 공격한 거라 생각했다.
숱한 기관총 공격도 농락하듯이 요리조리 피하던 몬스터가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으니까.
하지만 총알이 아주 규칙적으로 날아오는 걸 봐서는 한 명의 솜씨였다.
전중구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활이 아니라, 총을 사용하고 있어. 아마 사수 계열 직업일 거야.”
총알엔 마나를 담을 수 없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기로 프로 헌터가 될 수 있는 직업이다.
현수호의 특수성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당연한 헌터 상식이었다.
물론 총을 사용하는 직업이라고 해서, 다른 헌터보다 특출나게 강하진 않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은 궁사보다 좋지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상식을 뛰어넘는 화력과 명중률을 눈앞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전미린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아빠, 설마…… 랭커일까?”
“흐음! 글쎄다. 당장 생각나는 별호는 없구나.”
이제는 완전히 평정을 되찾은 부녀다.
크레이지 독의 숫자가 반 이하로 줄어들자, 비로소 겁을 먹었는지 놈들은 추격을 멈췄다.
전중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꼼꼼히 닦으며 말했다.
“저놈들이 도망치는 건 처음 보는군.”
“꼴은 좋지만, 다신 안 마주쳤으면 좋겠네.”
전미린은 천천히 차를 멈췄다.
워낙 급해서 미친 듯이 속도를 냈지만, 본래 레드존에선 속도가 너무 빨라도 위험할 수 있었다.
도로 한쪽에 멈춰선 후, 통신을 켰다.
“아! 아! 들리시나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다행히 놈들이 물러난 것 같네요. 혹시 모르니 합류하겠습니다.]통신이 끊기자 전중구가 약간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
“미린아, 조심해라. 이런 실력자들은 대부분 괴팍한 구석이 있으니까. 어쩌면 과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어.”
“나도 알아. 나도 벌써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목소릴 들으니 젊은 남자인 거 같으니까 조금 준비해야지.”
그렇게 말한 전미린은 웃옷의 단추를 세 개나 풀어 헐렁하게 만들었다.
전미린은 156cm 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그런 아담한 체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폭발적인 바디 라인을 지니고 있다.
동안에 귀여운 얼굴과는 이질적인 글래머 스타일.
남자들이 그런 반전을 좋아한다는 걸, 전미린은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누군가가 다가왔을 땐, 의도적으로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호호호! 안녕하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다가 슬쩍 고개를 들면, 가슴을 훔쳐보던 남자들이 화들짝 놀라서 괜히 헛기침한다.
그때 밀어붙이면 대화의 주도권을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전미린이 주로 사용하던 수법.
하지만 이곳에 온 남자, 현수호는 둘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변만 경계하며 말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놈들은 이제 완전히 물러난 것 같군요.”
현수호의 반응에 전중구가 딸을 한심하다는 듯이 봤다.
현수호의 반응이 영 아니다 싶은 전미린은 은근슬쩍 다시 단추를 채웠다.
‘싼 여자로 보이면 안 되니까.’
전중구는 딸처럼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나섰다.
“미르 상단의 전중구라고 합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오늘 우리 부녀가 한꺼번에 초상을 치를 뻔했습니다.”
“마침 지나던 길이라 다행입니다. 그런데…….”
현수호는 이상하다는 듯이 트럭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며 물었다.
“다른 헌터 분들은 안 계시는 건가요?”
한눈에 봐도 짐을 가득 실은 개조 트럭이다.
위험한 레드존을 통과하는 상행엔 헌터들의 호위가 필수인 세상.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모두 죽은 건…….”
“아닙니다. 실은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그러자 옆에 있던 전미린이 생각만으로 화가 뻗친다는 듯이 양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참나! 말도 마세요. 잠시 휴식 시간을 갖자고 했는데, 고용했던 헌터들이 모두 도망쳤어요.”
“도망이요? 설마 상품을 훔쳐 달아났나요?”
“이상하게도 그건 아니더라고요. 상품을 전부 세어 봤는데, 없어진 건 없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모든 헌터들은 길드의 엄격한 관리하에 있다.
만약 실수라도 계약을 어기면 엄정한 페널티를 받는다.
하물며 호위 임무 도중 말도 없이 이탈한다니…….
영영 다시는 헌터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죄다.
혹시나 거액을 챙겨서 헌터 일을 그만둘 생각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사정을 알 수 없어서 가장 답답한 건 전중구와 전미린이었다.
그때였다.
[마스터.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밀집한 화학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알기 쉽게 설명해 봐.’
[그러니까 수상한 냄새가 납니다.]‘진작 그렇게 이야기했어야지. 그런데 너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거야?’
[인간 역시 결국 냄새 분자를 전기신호로 변환하여 후각 신경세포에 전달합니다. 제 기술력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할 수 있습니다.]‘역시 대단하시네.’
[이오스인의 기술은 우주 제일!]“풋!”
노바의 말도 안 되는 개그에 현수호가 소리 내어 실소하자, 둘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걸 깨닫곤 헛기침하며 얼른 표정을 바꿨다.
“큼큼! 잠시 트럭을 살펴도 될까요?”
“네? 아……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수상한 짓이지만, 은인이라 그런지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건가?”
노바가 알려 준 곳, 그러니까 트럭과 바퀴 사이의 공간에서 수상쩍은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는데,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게 맞아?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세상엔 약 40만 개가 넘는 냄새가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인간의 후각 기관으로 맡을 수 있는 건 만 개 정도에 불과하고요. 참고로 저는…….]‘네네~ 모두 맡을 수 있으시겠죠.’
어쨌든 이건 인간을 맡을 수 없는 냄새라는 소리.
하긴 이걸 맡을 수 있었으면 앞의 둘이 쉽게 알아차렸겠지.
현수호는 꺼낸 주머니를 둘에게 주었다.
“누가 이런 걸 여기에 숨긴 모양이군요.”
의아한 눈으로 그걸 받은 부녀는 내용물을 살피고는, 이내 대경하며 소리쳤다.
“이, 이건 몬스터를 유인할 때 사용하는 화학 물질입니다. 어째서 이게 거기에…….”
얼굴을 찡그리며 뭔가를 생각하던 전중구는, 잠시 후 모든 걸 파악했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탁!
“이놈 자식들! 어쩐지 물건을 말도 안 되게 싸게 팔더니…… 함정이었나?”
그러자 전미린도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최 씨 아저씨가……. 하지만, 아빠! 안변 상회와는 5년이나 계속 거래했잖아.”
“5년이 아니라 50년의 인연이라도 한 번에 끊어질 수 있는 게 장사꾼 사이의 관계다. 하지만 이번엔 좀…… 유난히 더러운 수작질이네.”
헌터 없이 몬스터를 부르는 향낭을 달고 겁도 없이 레드존을 달렸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노바가 말해 준 내용을 그대로 말해 주었다.
“아무래도 원거리 전파 장치도 고장 난 모양이군요. 도시랑 연결이 안 되었죠?”
“그, 그렇습니다. 협회 놈들이 낮잠 자는 줄 알았는데…….”
“해킹칩을 설치한 모양입니다.”
현수호는 트럭 위로 껑충 올라가 지붕에 붙은 뭔가를 들고 내려왔다.
그건 도망친 헌터가 부착한 전파 방해기.
노바는 저 방해기도 뚫고 간단히 통신했었다.
[후후! 저에게 지구의 전파 장벽은 후 불면 날아가는 모래탑만도 못하죠.]미르 상단은 뭔가 복잡한 음모에 빠진 모양이었지만, 그건 상관할 바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해결할 문제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펑!
플라즈마 빔을 발사하여 향낭을 소멸시켰다.
불을 피워도 되겠지만, 그러면 그 냄새를 맡고 다른 몬스터가 몰려올 수 있었다.
어쨌든 늦은 모양이었지만.
현수호는 급히 두 부녀에게 말했다.
“잠시 트럭에 대피해 있으시겠습니까?”
“네? 그건 왜…….”
“아무래도 냄새를 맡고 끌려온 건 크레이지 독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향낭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없애야 했다.
시간을 끄는 사이에 냄새를 맡은 다른 몬스터가 다가온 모양.
[15초 내로 이곳에 당도할 겁니다.]노바의 말을 듣고 현수호가 소리쳤다.
“빨리!”
다급히 말하자, 그제야 둘은 허둥지둥하며 트럭 안으로 들어갔다.
달리지도 않는 트럭이라 봤자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만, 그래도 밖보단 나을 거다.
[5급 위험도의 몬스터 세 마리입니다.]“칫! 어쩐지 크레이지 독이 빨리 도망친다 했다. 저놈들을 느끼고 도망친 거였구나!”
노바의 기준으로 5급이면, 약 5레벨 대의 몬스터를 말한다.
레드 크로크다일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가, 그것도 동시에 세 마리가 몰려온다는 소리.
대형 원정대도 순식간에 몰살할 수도 있는 위기였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괴물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륵!]날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거대한 표범 몬스터.
세 명 모두 익히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것들이었다.
트럭 속에서 전미린의 뾰족한 비명이 들렸다.
“궁기! 미쳤…… 읍읍!”
놀란 전미린의 입을 전중구가 급히 막은 모양이었다.
저놈들은 사흉수 중 하나의 이름을 딴 궁기라는 몬스터다.
7m도 넘는 거대한 몸집에 손에는 바위도 간단히 으깨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었다.
힘도 좋고 속도도 빨라, 한 번 찍히면 도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몬스터다.
그런 주제에 숨어 있다가 기습하길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번엔 향낭에 끌려 대놓고 나온 듯했다.
노바의 예상대로 5레벨로 분류되는 몬스터.
“돌겠네.”
궁기를 만난 건 당연히 예정에 없던 일이다.
이만큼 강한 몬스터는 노바의 탐지 능력으로 회피하고 있었는데, 향낭이 있었을 줄이야.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자, 노바 역시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약 4초 후 동시에 공격해 올 겁니다, 마스터. 마나를 아끼지 마시길 권합니다.]제노사이드의 장점은 파괴력은 물론이고, 평소에 마나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마나가 있을 때 틈틈이 충전해 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100% 충전이 아니면 어딜 돌아다니기가 꺼렸을 정도였다.
다행히 아까도 플라즈마 탄 대신 실탄을 사용했기에 마나는 전혀 소비하지 않았다.
그걸 지금 아낌없이 사용할 때였다.
“휴!”
제노사이드를 꽉 잡았다.
플라즈마 건 형태로 변환하면 파괴력은 충분하겠지만, 연사 속도에도 한계가 있었다.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다가오는 놈들을 동시에 상대할 순 없다는 소리.
다행히 이럴 때를 대비한 개조한 제노사이드의 모드도 있었다.
현수호는 숨을 죽인 채 궁기들의 공격을 기다렸다.
[크르릉!]궁기들은 현수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탐색했다.
마침내 판단이 섰는지, 몸을 바짝 낮췄던 궁기 놈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팟!
거대한 체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
현수호는 거의 감각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윙!!!!
허공에 가로로 길게 푸른빛의 잔상이 남았다.
고도로 압축된 플라즈마가 지나간 흔적.
이번엔 플라즈마를 쏘지 않고 휘둘렀다.
아직 들이쉰 숨을 내뱉기도 전에, 등 뒤로 뭔가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철푸덕!
가로로 반듯이 잘린 궁기들이 내장을 쏟으며 쓰러지는 소리였다.
일격에 절명.
“휴!”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간신히 숨을 돌리고 있자, 지켜보고 있던 전미린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라, 라이트 세이버?”
현수호의 손엔 여전히 빛나는 플라즈마 광선검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