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90)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90화(90/150)
90화 헤일로 (8)
자신이 게네랄이라는 타티아의 고백.
솔직히 현수호는 처음엔 게네랄을 돕기 위한 무리한 발언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이조차 게네랄의 작전의 일부일 거라고.
하지만 뒤이어 병력을 이끌고 온 바예쯔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바예쯔는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타티아를 만류했다.
“타, 타티아! 이러면 안 돼!”
“놔! 이 멍청아! 네가 만류했어야지!”
타티아의 이미지는 조금 덤벙거리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였다.
군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치료 능력 덕분에 장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예쯔조차 쩔쩔매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여 주고 있었다.
게다가 입도 거칠어졌다.
“빌어먹을 당가 놈들아! 아저씨에게 손만 대 봐라! 모두 곱게 갈아서 시베리아 벌판에 거름으로 던져 버릴 테니까!”
이쯤 되자 무슨 개수작인지 보고 있던 당천기도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정말 게네랄이라고? 너 같은 말라깽이 꼬맹이가?”
“닥쳐! 남의 콤플렉스를 그렇게 가볍게 말하지 마! 이래 봬도 꽃다운 30살이라고!”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로 보이는 타티아다.
실제로 그녀가 군대에 있는 걸 안 좋게 보는 이들도 존재했다.
한참 뛰놀 어린아이를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고.
그런데 본인 입으로 30살이란다.
심지어 현수호보다도 연상이었다.
타티아의 말에 막 단검을 자기 목에 꽂아 넣으려던 게네랄, 아니 지금까지 게네랄일 줄 알았던 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왜 도대체 한 번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느냐? 이번 작전은 나에게 맡긴다고 하지 않았냐?”
“시끄러워요, 알렉산더 아저씨! 여기 대장은 나라고요! 나는 이따위 작전은 절대 용납하지 않아요!”
단호한 타티아의 말에, 지금껏 게네랄을 연기하던 알렉산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엔 네가 필요하다. 도시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네 덕분이야.”
알렉산더의 말처럼 처음 시작은 타티아부터였다.
전대 영주는 물론이고 전전대 영주, 그전의 영주 모두가 도시를 착취하려는 악당들밖에 없었다.
그러니 주인이 바뀌어도 도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되었다.
영주들은 전쟁의 손해를 메꾸려고 더욱 주민들을 쥐어짰다.
나중에 더 이상 착취할 게 없어지자, 심지어 주민들을 노예로 팔기도 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이 오자, 보다 못한 타티아가 사람들을 규합하여 일어섰다.
연금술로 대(對)헌터용 탄약을 만들고, 도시 내 헌터들을 설득해서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알렉산더와 바예쯔 역시 그런 방식으로 군대에 합류한 헌터 중 일부였다.
그럼에도 세력은 한참 열세이었지만, 타티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일어난 내전.
타티아는 세세한 작전 하나하나를 모두 다 계획해서 기적적인 승리를 일구었다.
어리숙해 보였던 타티아는 실은 지혜와 용맹함을 갖춘 맹장이었던 것.
그렇기에 게네랄.
러시어로 장군이라는 뜻.
알렉산더는 그저 얼굴마담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이 노병의 목숨으로 막을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지.”
“시끄러워요! 누군가의 목숨으로 연명하는 도시라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아!”
“하아!”
알렉산더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말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당가는 집요하다.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 작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 모든 건 알렉산더의 독단적인 작전이었다.
현수호와 다른 이들에겐 거짓 죽음으로 속여 넘긴다고 했지만, 실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연금술사인 타티아가 순간 심장이 멎는 물약을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당천기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알렉산더의 작전은 모든 걸 자신이 떠안고 죽으려던 것.
현수호조차도 깜빡 속아 넘어갔다.
계획대로 죽었다면, 당천기와 현수호 모두 SS급 연금술사가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것으로 타티아를 지키려 했다.
“이제 다 되었는데……. 바예쯔! 이 멍청한 녀석! 내가 잘 막으라고 했지!”
알렉산더가 분통을 터트리자, 바예쯔가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아버지.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급기야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졌다.
알렉산더와 바예쯔가 사실은 부자 관계였다는 것.
어쩐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마초 느낌의 전형적인 러시아 상남자라서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갔었다.
한 편의 촌극을 보는 거 같이 서 있던 당천기가 코웃음을 치더니, 뭔가를 꺼내 타티아에게 던졌다.
또 암기를 던지는가 싶어서 놀란 바예쯔가 나서서 받았는데, 그건 의외로 분홍색의 알약이었다.
“헤일로?”
정확히는 헤일로로 가공하기 전 상태의 원재료다.
당가가 어디에선가 떼 와서 납품하는 물건.
당천기는 그것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증명해라! 네가 정말 게네랄이라면…… 그러니까 SS급 연금술사라면 그걸 완성할 수 있겠지.”
그 말에 타티아는 바예쯔에게 알약을 빼앗아 들고는 비장한 태도를 그것을 지켜봤다.
바예쯔는 서둘러 그녀를 멈추려 했지만, 타티아는 정신을 집중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연성!”
아무리 연금술사 직업이라고 해도 플라스크 같은 장치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스킬을 사용하니 뚝딱이었다.
타티아가 스킬을 사용하자, 그녀 등 뒤로 주변에 복잡한 술식의 마법진까지 생성되었다.
연구원보다는 마법사에 더 가까운 모습.
마법진을 통해 모인 에너지는 밑으로 흘러내리며 하나의 물방울처럼 모였다.
그리고 그 물방울이 알약에 떨어지자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에너지가 알약에 흡수되었다.
타티아는 그걸 다시 당천기에게 던졌다.
“확인해라!”
“흐음……!”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던 당천기는 알약 중 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아그작아그작 소리를 내며 씹어 먹기 시작했다.
현수호는 그렇게 알약 채로 씹어 먹는 게, 헤일로를 복용하는 보통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천 번을 나누어 먹는 양을 그렇게……!”
헤일로는 미세한 가루만으로도 충분한 작용을 할 수 있다. 당천기는 그것의 몇천 배의 용량을 한꺼번에 먹은 것.
아무리 헤일로가 부작용이 없다고는 해도 마약은 마약이다.
뇌에 자극을 줘 환청과 환각을 느끼며 온종일 해롱해롱하게 만든다.
지금 당천기가 먹은 양 정도면, 한 달은 약에 취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아니, 그 전에 과복용으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천기는 의외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전혀 정신이 오락가락하지 않고 오히려 아까보다 더 힘이 넘치는 듯했다.
“크크크큭!! 진짜야! 진짜 네가 연금술사로군!”
당천기 입장에선, 이들이 대장이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필요한 건 그저 헤일로를 완성할 수 있는 연금술사뿐.
당천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타티아는 도발적으로 말했다.
“아저씨를 풀어 줘.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양의 헤일로를 만들어 주겠다.”
사실상 항복 선언이다.
마약왕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것이 꺼려져서 당가와도 대립했던 건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알렉산더의 작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차라리 현수호와 손을 잡고 차근차근 싸웠다면 이보다는 훨씬 더 나았을 거다.
하지만 알렉산더 입장에서는 너무나 시기적절하게 찾아온 현수호를 믿을 수 없었다.
알렉산더는 자신의 죽음으로 당가와 현수호를 모두 속이려 했던 것.
타티아의 제안에도 당천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네년은 우리와 함께 가야겠다.”
그 말에 바예쯔가 타티아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어차피 정체를 들켰으니 약속은 지킬 거다! 네놈들이 떼돈을 벌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그러니 이상한 수작할 생각 마라!”
여차하면 결사 항전할 의지까지 보였지만, 당천기는 그런 그들을 모두 비웃었다.
“크크크크! 멍청한 놈들! 내가 고작 돈이나 벌려고 이 짓을 한다고 생각하느냐?”
그 말에 타티아와 바예쯔가 멈칫했다.
“돈이 아니면 무슨…….”
“크크크크!! 하긴 아직 가문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걸 네놈들이 알고 있을 리가 없지.”
당천기는 당가를 속이면서까지 헤일로를 독점하려 했다.
그건 당가라는 거대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전쟁에서 아무리 물자가 중요하다지만, 단순히 돈만 많아 봤자 소용이 없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헌터의 시대에선 돈이나 군대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초월자의 유무.
한 명의 강자가 수백, 수천 명의 군단을 압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물론 당천기는 이제 겨우 레벨 6이었다.
같은 레벨이라도, 바예쯔는 압도할 정도로 전투에 숙련되어 있었지만, 레벨 8에 올라 랭커가 되기엔 한참 부족했다.
그렇기에 당가의 사냥개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헤일로의 잠재력을 알아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무려 마약왕의 물건이란 말이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느냐!”
그렇게 말한 당천기가 허공으로 휘두른 순간이었다.
그의 손동작에 맞춰서 거대한 기류가 생성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콰과과광!!
주변 바닥은 자갈과 돌로 구성되고 차가운 날씨 때문에 엄청나게 단단했다.
그런 지표면에 마치 거인이 할퀸 거 같은 거대한 자국이 생겼다.
전혀 기운을 끌어올리지 않고서도 이만한 위력을 선보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의 주변에 넘쳐흐르는 듯한 기파를 알아차렸다.
쿠구구구궁!!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걸 밀어내는 파괴적인 힘이다.
단순한 힘의 크기로는 이미 웬만한 랭커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직 레벨 6인 당천기로는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힘.
단순히 헤일로를 복용함으로써 이만한 힘을 얻은 거다.
“헤일로는 마약왕의 권능 그 자체다. 그리고 넌, 그걸 아무런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게 정체하는 유일한 연금술사고.”
그 말에 타티아의 표정이 굳었다.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라 생각했던 헤일로는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물건이었다.
복용만으로 랭커급의 힘을 낼 수 있는 신물질.
비단 당천기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재료만 충분하다면 수십 명, 수백 명의 초인 군단을 만들 수도 있었다.
이런 게 당천기 손에 넘어간다면…….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거지?”
“크흐흐! 확보한 원재료는 충분하다! 일단 빌어먹을 당가를 집어삼키겠다. 적어도 중국의 반과 한국 정도는 내 왕국으로 만들 수 있겠지.”
탑 랭커인 타화자재천이 있으니 중국의 반이라고 말하는 거다.
한국은 탑 랭커가 없으니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의 계획대로 랭커급 강자들을 약으로 찍어낼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
그러자 타티아가 두려운 눈빛으로 말했다.
“마약왕이 그냥 보고만 있을 거 같아? 네 말대로라면 그건 그냥 마약이 아니라 마약왕의 일부라고!”
애초에 타티아가 헤일로에서 발을 빼려 했던 것도 이것이 마약왕의 물건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10레벨의 초월자.
그가 마음만 먹으면 블라디보스토크 정도는 한순간에 멸망할 것이다.
그러자 당천기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닥쳐! 마약왕은 남미에서 절대로 밖에 나오지 않아! 놈은 자신이 만든 환락에 빠져서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다고!”
당천기의 말대로 마약왕은 남미에서만 활동했다.
마약왕은 브라질에 거대한 환락궁을 만들고, 그곳에서 놀고, 먹고, 즐기기만 한다는 소문이다.
모든 중독자의 최후처럼 어쩌면 마약왕도 마약에 중독되어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었다.
당천기는 모두를 비웃으며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저 계집만 제외하고 모조리 죽여! 아니지. 몇 놈은 생포해라. 이 계집이 순순히 말을 듣게 하려면 인질 몇 명은 필요하겠지.”
당천기의 말에 수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며칠 전 현수호와 싸웠을 때는 20명 정도였던 수하가, 지금은 무려 100명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당천기 역시 이번 작전에 사활을 건 거다.
이 정도 병력이면 설사 작전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도시 내로 쳐들어갈 수 있었을 정도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 네놈이 나타날 줄 알고 있었지.”
당천기의 말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현수호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날 안 믿은 건가?”
“크흐흐!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 게 아니지. 감히 나에게 굴욕을 주었으니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처음부터 현수호를 처리하려 했다는 뜻.
현수호 역시 당천기를 속일 생각이었던 건 맞았지만, 어쩐지 억울했다.
“결국 두 쪽에서 모두 신임을 얻지 못했네.”
알렉산더와 당천기 모두 현수호를 신뢰하지 않았다.
양쪽에서 이리저리 이용만 당한 셈.
“이중 스파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역시 007이 대단한 거였어.”
하긴 따지고 보면, 현수호 역시 거짓말한 건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현수호가 마법사라고 알고 있었으니.
당천기의 주변엔 여전히 주체할 수도 없이 파괴적인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기운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나무와 돌이 견디지 못하고 깎여 나갈 정도였다.
그걸 뻔히 보고 있음에도 현수호가 태연하자, 당천기는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감히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 믿고 있는 건가?”
“도망? 내가 왜?”
“그야 내가 초인적인 힘을 얻었으니까! 랭커는 물론이고 하이 랭커들마저 이 힘 앞에선 버틸 수 없을 테니!”
실제로 당천기는 시간이 갈수록 기운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아까 먹은 약발이 이제야 제대로 도는 모양.
단순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게 파괴될 정도의 엄청난 힘이었다.
탑 랭커 정도를 제외하면 그 누구와 싸운다고 해도 쉽게 때려눕힐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수호의 반응은 당천기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풋!”
현수호는 당천기를 비웃고 있었다.
“본인이 하이 랭커 수준이라고? 망상이 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