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91)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91화(91/150)
91화 헤일로 (9)
현수호는 레벨 9의 초월적인 힘을 직, 간접적으로 몇 차례나 경험했다.
엘더 리치, 악마 크라켄, 가장 최근엔 폭주한 추혼창까지…….
모두 하급 신성을 이룩한 존재들이다.
종족과 힘의 사용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세계의 법칙에도 관여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락슈미도 말했었다.
레벨이 오른다는 건, 생물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라고.
즉, 신성을 얻는 것.
그에 비해 당천기는 쓸데없이 덩치만 컸지, 실속은 전혀 없었다.
아무런 고찰이나 노력 없이 절로 얻어낸 힘.
현수호의 눈엔 당천기는 갑자기 불어난 덩치를 주체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풍선 괴물처럼 보였다.
“그래도 랭커 정도인 건 인정해 줄게.”
기운의 크기만은 평범한(?) 랭커 정도다.
물론 약의 힘만으로 이 정도 힘을 얻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이상의 감동은 없었다.
쉽게 얻은 힘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
현수호의 말이 허풍이나 허세가 아닌, 진심인 걸 깨닫자 당천기는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
“이놈!”
마침내 절대적인 힘을 얻었다.
누구도 자신 앞에 현수호처럼 자신만만해서는 안 된다.
분노한 당천기는 이대로 당장 현수호를 공격하려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슬쩍 뒤로 빠졌다.
“놈을 죽여!”
일단 수하들을 시켜 현수호의 힘을 빼려는 것.
강력한 힘에 도취했으면서도 왠지 꺼림직한 느낌에 일단 슬쩍 발을 빼는 모습이었다.
현수호는 그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참나! 치졸하네.”
그토록 당가를 싫어하면서도, 하는 짓은 승리를 위해 어떤 짓이든지 하는 당가의 사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당천기의 말에 주변에 있던 당천기의 수하들, 본래 그의 부대와 돈과 인맥으로 데려온 약 100여 명의 헌터들이 현수호에게 몰려들었다.
이대로 꼼짝없이 포위되려는 순간…… 현수호가 씨익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럴 줄 알고 나도 아군을 불렀지.”
손가락이 가리키는 저 먼 하늘에서 거대한 비행기가 나타나 이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부아아앙!!
하늘을 덮은 몬스터 때문에 비행기의 활용이 극히 제한적인 세상이다.
당연히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활주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비행기는 아주 낮은 고도로 이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당장 고도를 높이지 않으면 추락할 것 같았지만, 비행기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이 더욱더 속도를 높였다.
“미친! 자폭이라도 하려는 거냐?!”
비행기째로 들이박아 다 같이 폭사하려 한다고 생각한 건가?
현수호를 빙 둘러싸고 있던 헌터들이 허겁지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이었다.
똑바로 바닥으로 떨어지던, 아니 추락하던 비행기가 마치 나사가 전부 빠진 것처럼 여러 조각으로 해체되는 게 아닌가?
날개와 몸체, 엔진까지 전부 일정한 크기로 나뉘어 분리되는 게 보였다.
“어?”
여러 조각으로 나뉜 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날아오는 비행기 잔해들.
그것들은 갑자기 둥그렇게 말리면서 마치 말랑거리는 슬라임처럼 변했다.
단순히 모습만 변한 게 아니라, 정말 땅바닥에 닿자, 신축성 있게 늘어나며 바닥에 들러붙었다.
철썩!
그렇게 바닥에 넓게 퍼진 덩어리는, 밀가루 반죽처럼 바닥을 따라 길게 늘어지다가 다시 뭉치면서 일정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마침내 완성된 모습은 놀랍게도 사람의 형상.
그것도 총과 배틀 슈트 등으로 완전히 무장된 모습이었다.
갑자기 등장한 그들의 모습에 당천기와 그의 수하들, 그리고 게네랄의 군인들까지 전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등장한 병사들은 그런 그들을 향해 씨익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삐리릿! 뽀!”
그 말뜻을 정확히 알아들은 이는 현수호밖에 없었다.
“멋진 착륙이었어. 그러면 나머지도 수고해 줘.”
“삐리릿! 뽀!”
삐뽀는 대답을 한 후 아직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들에게 총알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으악!”
총알에 맞아 몇 명이 쓰러지고 나서야, 헌터들이 소리쳤다.
“저, 적이다! 반격해라!”
곧 교전을 시작한 삐뽀 부대와 헌터들을 보며, 당천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헌터에 시대에 들어 별의별 해괴한 짓거리를 봐 왔지만, 이처럼 극적인 등장은 처음이었다.
처음 비행기에서 물렁거리는 덩어리로, 마지막엔 완벽히 무장한 병력으로.
현수호를 단순한(?) 마법사로만 알고 있던 당천기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뭐긴. 내 소환 마법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
삐뽀 부대는 현수호의 소환물.
다수의 삐뽀 부대가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나온 방법이었다.
이미 몇 번의 시운전도 끝마친 상태다.
도중에 강력한 비행 몬스터의 공격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꼬리는 남기는 식으로 대처법도 마련해 두었다.
현수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겁나면 이대로 도망쳐도 쫓지 않겠어. 걱정하지 마. 나는 누구와 다르게 약속은 잘 지키니까.”
그 말에 당천기의 머릿속에서 뚜둑 하며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얻게 된 막강한 힘.
사천 지방에선 왕처럼 군림하는 당가마저도 쳐부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런 촌구석에 있는 네놈 따위가 무시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당천기가 힘을 뿜어내자, 분홍색의 기운이 쏟아지며 주변을 초토화했다.
현수호는 주변에 방어막을 둘러, 그 힘을 가볍게 막아 내며 말을 덧붙였다.
“뭘 좀 아네. 역시 남자는 핑크지.”
“닥쳐!”
분노한 당천기가 빠르게 다가와 손을 휘둘렀다.
붕!
딱히 현수호가 뒤로 물러선 것도 아니었는데, 당천기의 팔은 현수호 한참 앞의 빈 허공에 덧없이 휘둘러졌다.
한 마디로 어림없는 공격.
현수호가 뭐 하는 수작이냐며 눈을 찌푸리려는 순간이었다.
마치 당천기의 동작을 따라 하듯이 분홍색 기운이 뒤따라 일어나 현수호에게 휘둘러졌다.
이 공격은 당천기의 것과는 달리, 현수호가 있는 공간은 넉넉히 휩쓸어 버렸다.
와장창!
빠르게 반응하여 만든 마나 실드가 산산이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6클래스의 마나 실드는 떨어지는 작은 운석 정도는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 방어막은 단순히 잽 정도의 가벼운 공격 한 방에 무력화된 것.
다행히 현수호에겐 타격은 없었지만, 직격당했으면 큰 상처를 입었을 거다.
깨진 방어막이 비산하는 모습을 보며 현수호가 눈에 마나를 집중하자, 둠아이의 눈이 활성화되면서 힘의 흐름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당천기 몸 위로 솟아난 거대한 분홍빛 거인.
“핑크 거인! 핑크 사랑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놈! 여전히 입이 살았구나!”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그것은 당천기의 움직임에 따라 아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수호는 핑크 거인의 정체를 깨달았다.
“화신? 아바타 능력인가?”
아바타(Avatar).
고대나 이계의 신적인 존재를 불러서 자기 몸에 덧씌우는 능력을 말한다.
압호스의 힘을 사용한 굴라 역시 아바타 능력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었다.
주술 계열 헌터가 8레벨 이상을 달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스킬.
그런 강력한 힘을 단순히 약을 복용한 것만으로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거다.
그걸 깨달은 현수호가 놀란 눈치이자, 당천기가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제 알겠느냐?! 네놈은 절대로 날 이길 수 없단 걸.”
그토록 바라던 힘을 얻자, 두려울 게 없었다.
지금이라면 천하도 가볍게 쥐고 흔들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현수호도 인정했다.
“그러네. 못 이기겠네.”
“흐흐흐! 놈! 후회해도 이젠 늦었다.”
“아직 마법만으로는 안 되겠어.”
[마법사 놀이도 여기까지로군요.]그 순간 현수호의 팔 위로 지렁이 같은 무언가가 꾸물거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멋들어진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나노 입자의 변형을 통해 제노사이드를 소환한 것이다.
[제노사이드, 75% 충전했습니다.]“발사.”
파지지지직!!!
강력한 플라즈마 빔이 쏟아지자, 당천기는 반사적으로 팔을 교차하여 막아내는 동작을 취했다.
그를 따라서, 핑크 거인 또한 같은 동작을 펼치며 플라즈마를 막아섰다.
쿠구구궁!
“크억!”
강력한 플라즈마 줄기에 당천기의 몸은 몇 미터나 뒤로 밀려났지만, 놀랍게도 몸에 이상은 없었다.
단지 핑크 거인의 덩치가 약간 작아졌을 뿐.
그걸 본 현수호는 상대의 힘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내구력은 본 드래곤 정도인가? 나쁘지 않네.”
당천기가 갑작스러운 플라즈마 빔에 당황한 것도 잠시.
마치 품평하는 듯한 현수호의 말에, 다시금 분노하며 소리쳤다.
“고작 그 정도로……!!”
당천기는 다시 플라즈마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두 손을 붕붕 휘두르며 현수호를 공격했다.
6클래스의 마나 실드도 파괴하는 강력한 공격력이다.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그러면 막지 않고 피하면 그만이지.’
거대한 핑크 거인의 움직임이 훤히 보인다.
빠르지만 단순한 동작.
천마와도 맞짱 뜬 현수호가 실수로라도 당할 리 없는 공격.
딱히 보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현수호는 느긋하게 움직이며 당천기의 동작은 세세히 관찰했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뭐…… 훔쳐 갈 것도 없네.”
사천당가의 무공을 견식, 아니 훔칠 생각이었는데 특별한 건 없었다.
수호검법을 익힌 지금은 눈이 너무 높아진 탓일 수 있었다.
“더 보여 줄 거 없으면 슬슬 끝낼까?”
여전히 여유로운 현수호다.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현수호의 모습을 보며, 당천기가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어째서! 어째서냐! 왜 닿지 않는 거냐!”
당천기는 처음에 그 여유로운 모습은 어디 갔는지 전신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절규했다.
힘이 빠진 게 아니라, 정신적인 충격이 큰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딱했는지, 현수호가 되물었다.
“왜 비도를 던지지 않는 거지? 설마…… 못 던지는 거냐?”
아바타 능력은 과연 대단했다.
레벨 6의 당천기가 순간적이지만 랭커를 넘어서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얻게 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손을 휘두르는 것뿐이라면 별로 큰 의미는 갖기 어려웠다.
“차라리 비도를 던지는 네가 더 무서웠는데 말이야.”
그 말에 어떤 충격을 느낀 걸까?
당천기는 폭주하는 공격을 멈추고 갑자기 제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별안간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 으하하하하!!”
한쪽에서 싸우던 게네랄의 군인들과 당천기가 데려온 병력도 이쪽을 쳐다볼 정도로 큰 웃음소리다.
그가 실성한 듯이 웃자, 현수호는 괜히 미안해서 콧등을 긁었다.
“음…… 내가 너무했나?”
사실 당천기는 상대가 나빴다.
단순히 랭커급의 힘만 가진 당천기와는 다르게, 정말로 웬만한 랭커를 뛰어넘는 전투력을 소유한 현수호다.
마법만으로 대항한다면 모를까, 제대로 힘을 발휘하면 싸움이 안 된다는 뜻.
정말 현수호와 싸울 생각이었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마약을 수하들에게도 먹어야 했을 거다.
미친 듯이 웃던 당천기는 점점 진정되는가 싶더니, 다시 분노하며 소리쳤다.
“제길! 이럴 순 없다! 너만 없으면……!! 죽어!!”
당천기는 마지막 힘을 짜내서 현수호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젠 현수호도 더 이상 기회를 줄 마음이 없었다.
[제노사이드, 광선검 형태로 변환합니다.]윙!
현수호와 당천기의 몸이 엇갈리며 지나갔다.
현수호의 몸엔 아무런 상처가 없었지만, 당천기는 달랐다.
기다란 광선검이 베고 지나가자, 당천기와 핑크 거인이 동시에 사선으로 잘렸다.
두 동강이 된 당천기의 시신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그렇게 싸움을 끝낸 현수호가 자신들을 지켜보던 이들에게 소리쳤다.
“더 할 건가?”
먼저 움직인 이들은, 돈에 고용된 헌터들이었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펼친 당천기도 가볍게 잡아 낸 현수호다.
이길 가능성이 없단 걸 떠올리곤 도망친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모두 잡을 수 있었지만, 그냥 놓아주었다.
‘살인멸구할 게 아니라면…….’
남은 건 당천기의 수하들.
그들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역시나 후다닥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현수호는 쫓지 않았다.
“역시 이렇게 되네.”
현수호는 우선 삐뽀 부대의 상태를 살폈다.
게네랄의 군대가 거의 도움이 안 된 상태에서, 실질적으로는 그들로만 100여 명의 헌터들을 상대했다.
20% 정도는 파괴되었지만,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보강할 부분은 있어 보였다.
다음은 게네랄의 세력이다.
타티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방형으로 뭉친 그들 앞에 못 보던 수인이 보였다.
불곰으로 변신한 바예쯔는 이미 전에 보았다. 그런데 그 옆에 그만한 덩치의 호랑이가 떡하니 서 있었다.
“설마…… 알렉산더입니까?”
“……그렇다네.”
그 역시 변신술사였던 모양.
아들은 곰이고 아버지는 호랑이였다.
연금술사인 게네랄인 척했으니 그동안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겠지.
마지막에 타티아에게 눈을 돌리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애교 있게 윙크하며 말했다.
“헤헤! 미안.”
“애교로 때울 생각 마!”
이걸 어디서부터 해결해 나갈지 앞이 깜깜한 기분이다.
당천기를 물리쳤다고는 해도,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아직 당가가 남았다.
헤일로의 원재료를 공급하는 거대 세력.
당천기는 배신자였지만, 어쨌든 당가 일족이다.
그의 죽음을 가지고 어떤 꼬투리를 잡을지 모르는 일.
“복잡하네.”
마약을 퇴치하러 왔다가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그래도 하나씩 풀어나가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일단 타티아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어?”
갑자기 등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경악하는 타티아의 표정.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역시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당천기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
그의 몸을 들썩거림에 따라서 분리되었던 핑크 거인도 서서히 일어났다.
‘아니야. 당천기가 아니야. 저게 당천기 따위일 리가 없지.’
그 말대로 가늘게 떨던 당천기의 시체는 다시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움직이는 건 핑크 거인뿐.
그것은 당천기가 움직였을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기지개까지 켰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다.
“재미있어! 너무 재미있었어! 으하하!”
마치 만화 영화 속 캐릭터처럼 과장되게 움직이는 핑크 거인의 모습이다.
그것은 상체만 쭉 늘어나더니 현수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놀란 현수호가 급히 자세를 취했지만, 핑크 거인은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 춤만 추었다.
“으하하하!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아!”
정말 즐겁다는 듯이 발까지 동동거리는 핑크 거인이다.
아무런 적의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현수호는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아까 당천기가 공격했을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우하하! 으헤헤!”
계속 경박스럽게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핑크 거인을 보며, 현수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 설마…….”
속으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것밖에 없었다.
이토록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존재는 세상에 몇 없었으니까.
“마약왕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