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d with EX-rank Talent (Deus ex Machina) RAW novel - Chapter (97)
EX급 재능으로 기계신(Deus ex machina)-97화(97/150)
97화 위대한 유산 (3)
신속한 치료 덕분인지,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상처가 악화되어 어이없이 죽는 일은 없을 거다.
한숨 돌린 후, 장비를 확인했다.
마나가 없으니 가뜩이나 예전처럼 총알을 손으로 잡거나 눈으로 보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총은 무사하네.’
총은 있지만 가진 탄약이 많지는 않다. 권총 두 정과 총알 20발, 나이프 하나가 전부다.
현수호가 장비를 확인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마리아에게 안기며 칭얼댔다.
“엄마, 나 배고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잠시만 기다려.”
가만히 들어보니 아이들 모두가 마리아를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앳된 얼굴을 지닌 마리아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의 친엄마일 리가 없다.
“이 아이들은…… 고아들인가요?”
현수호의 말을 들은 아이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민감한 내용을 대놓고 물어본 현수호의 명백한 실수다.
그 모습을 본 마리아가 아이들을 타이르며 현수호에게 책망하듯이 말했다.
“어리지만 감정은 어른보다 풍부한 아이들입니다. 그런 말은 실례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저도 고아원에서 자라서 말이 쉽게 나왔네요.”
몸의 주인인 알렉은 고아가 아니지만, 천애 고아인 현수호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자신도 고아라는 현수호의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남이 말하는 건 싫지만 같은 고아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아이들이 진정되자 마리아도 본연의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랬군요. 보시는 것처럼 이 아이들은 부모를 잃고 이곳까지 내몰린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마리아 양이 혼자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건가요?”
“인연이 닿아서 아이들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마을에 나가 일을 해 돈을 벌어 생활비로 쓰고 있죠.”
아무리 어린아이지만 이 많은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면 보통 힘은 일이 아닐 거다.
그런 힘든 일은 이 가녀린 여성 혼자 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좋은 일 하고 계시네요. 하늘이 계신다면 보답받는 날이 올 겁니다.”
그 말에 마리아는 살짝 미소 짓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이들을 보고 자신이 도울 방법을 생각하던 현수호는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찾았다. 다행히 지갑은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다.
“부족하지만 저를 도와준 보답입니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이라 사망률이 높고 그에 따라 받는 봉급도 상상을 초월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요원들은 대부분 방탕한 삶을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아 꼭 고위직에 오르려는 알렉은 대부분을 모아두었다.
이번 임무를 위해 받은 돈도 허투루 쓰지 않고 대부분 지갑에 있었다.
“이건!”
일반 사람은 몇 년은 먹고 자지 않고 일해야 겨우 벌 수 있는 돈이 지갑에 있자 마리아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너무 많습니다.”
“넣어두세요. 이거면 이런 곳이 아니더라도 머물 수 있는 작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청소했다고 해도 여기는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곳이에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머뭇머뭇하던 마리아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을 소중하게 품에 넣었다.
“여기서 나가는 방향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벌써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지금 움직이면 겨우 봉합된 상처가 다시 벌어질 수 있어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괜찮으니 나가는 방향만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게 놔두고 마리아가 현수호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폐기장의 규모는 산을 방불케 할 만큼 크기처럼 어마어마했는데 나가는 길도 미로처럼 복잡하게 되어 있었다.
길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다가는 빠져나가는 길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굶어 죽을 판이다.
“이건 인위적으로 만든 미로 같은데요? 설마 마리아 양이 만든 겁니까?”
“이곳에 치안이 좋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그런 작은 것도 노리는 자들도 즐비한 곳이 이 도시입니다.”
“그렇군요.”
폐기장 안에 만들어 놓은 간이 시설을 누가 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눈앞의 이 미모의 여성을 노리고 침범하는 자는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사실 마리아는 알렉이 살던 거대한 도시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여성이다.
다른 곳이라도 그녀의 몸을 노리는 파렴치한도 많을 거 같은데 치안이 엉망인 이런 도시에서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이 기적처럼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어느덧 폐기장의 입구가 보였다. 전에 알렉이 총을 맞았던 그 장소다.
“시체가 아직 있군요.”
알렉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상대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알렉의 사격 솜씨가 훌륭한 덕분이기도 했다.
혹시 적의 정체를 알려주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하러 시체로 다가갔는데, 뜻밖에 한눈에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비숍?”
그건 알렉의 예상처럼 타국의 요원이 아니었다.
알렉의 기억에서 비숍은 같이 교육과정을 수료 받았던 동료 요원이다.
물론 얼굴만 아는 사이고 친하게 지낸 적은 없지만, 등 뒤에서 총 맞을 정도로 악연은 없다.
“하~ 고위직에 스파이가 있는 게 아니었네. 스파이가 아니라 반역자였어.”
누군지 몰라도 고위층의 누군가가 요원을 매수해서 플루토를 손에 넣으려 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비숍이 배신했다면 다른 누가 또 총을 겨누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무전기가 고장 난 것이 다행이었어. 내가 부상당했다는 정보가 흘러갔으면 나를 노리고 다른 자가 왔을 거야.”
사태를 파악하고 비숍의 품을 뒤져서 정보를 알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아쉽게 정보를 알 수 있는 물건은 나오지 않았지만 특이한 물건이 발견되었다.
지급된 무전기와 비슷한 종류의 무전기가 하나 더 나온 거다.
한눈에 그 용도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하나는 모두와 연락하고 다른 하나는 배신자들끼리 연락하기 위한 거군.”
그 무전기도 챙기고 다른 것을 더 뒤졌지만, 나온 것은 없었다.
“이제부터가 선택지네.”
상황이 달라졌으니 현수호도 행동을 달리해야 한다.
마나 한 줌 없는 알렉의 육체는 총알 한 발만 맞아도 바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 있다.
노바가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면 무전기를 역추적할 수도 있겠지만…….
[죄송합니다, 마스터.]‘아니, 어쩔 수 없지.’
다행히 현실의 현수호도 뛰어난 사수였다.
특급 요원인 알렉 역시 우수한 능력을 지녔지만, 매일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는 현수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솟았다.
‘난이도가 그리 높은 던전은 아니니까…….’
생각을 끝낸 현수호가 마리아에게 말했다.
“말을 바꿔서 미안합니다, 마리아 양. 혹시 이곳에 제가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네? 이곳에요?”
“네. 제가 편히 있을 수 있는 은신처가 필요합니다. 마리아 양과 아이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요원들에게 배치된 거점은 있지만 그건 이미 노출된 곳이다. 최소한 안심하고 잠을 잘 장소는 있어야 한다.
현수호의 부탁에 마리아도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머무르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은신처는 구했으니 남은 건 뒤처리다.
비숍의 시체를 숨기고 모든 흔적을 꼼꼼하게 지웠다. 모든 일이 끝나자 다시 안으로 들어가 상처를 치료했다.
“주신 돈으로 마을에 가 상처약을 사겠습니다. 그대로 놔두다가는 곪을 수도 있어요.”
“아니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연락이 끊어졌으니, 비숍에게 무슨 이상이 생겼다는 건 쉽게 알아차릴 거다.
만약 마리아가 약을 사는 것을 그들이 보게 되면 더 위험할 수 있다.
“치료는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정말 괜찮습니다. 그냥 깨끗한 물만 조금 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처를 깨끗한 물로만 잘 씻어도 더 이상 덧나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최대한 휴식하는 게 중요했다.
‘최소 이틀은 누워 있어야겠네.’
이 정도 총상을 입고도 이틀 후에 움직이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다시는 한쪽 손을 영원히 사용할 수도 없을 만큼의 큰 부상이었다.
평소 알렉이 꾸준히 단련한 보람이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수마가 찾아왔다.
“저는 잠시 눈 좀 붙이겠습니다.”
“먹을 것을 좀 만들려 하는데, 드시지 않으시고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지금은 휴식이 더 필요하군요.”
다행히 알렉이 작전 전에 충분히 먹어두었다.
지금은 영양보다는 휴식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리아도 더 권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폐기장에서의 첫날 밤이 지났다.
* * *
폐기장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아이들은 버려진 곳의 고아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쾌활했고 마리아는 알렉이 만나본 그 어떤 여성보다 사랑스러웠다.
“흠~ 흠~”
마리아는 열 명이 넘는 사람의 식사를 능숙하게 준비했다.
현수호가 준 돈으로 오랜만에 풍족한 식사를 하는 날이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우와~”
상 한가득 차려진 음식을 보고는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고 현수호도 음식을 한입 떠먹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굉장한 음식 솜씨네요. 음식점을 차려도 손색없겠어요.”
“그래요? 후훗~ 나중에 음식점을 차리는 게 제 꿈이에요.”
“엄마가 음식점을 차리면 우리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랬어요.”
한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말하자 옆의 아이들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마리아가 상냥한 손짓으로 아이들을 쓰다듬었다.
나름 비싼 음식을 먹는 현수호도 놀랄 정도의 음식 솜씨다.
현수호가 그나마 사치를 부리는 게 바로 먹을 것.
그래서 항상 유명한 곳에서만 먹었는데 이보다 맛있는 음식은 먹어 본 적 없었다.
어쩌면 허기가 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소박한 음식 재료로 이 정도 음식을 만드는 건 놀라운 재주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폐기장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런 아이들과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 역시 마리아가 능숙하게 해냈다.
전문 선생님 못지않은 솜씨다.
“이런 곳에도 맑은 물이 흐르네요?”
“옆에 시냇물을 끌어왔어요.”
깨끗한 플라스틱 관을 이용해서 깨끗한 물을 이곳까지 끌어왔다. 전문적인 능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솜씨다.
“이것도 마리아 씨가 한 일입니까?”
“아니에요. 예전에 아버지가 같이 살았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요.”
“그렇군요.”
누군지 몰라도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폐기장을 개조했다. 밀려오는 냄새만 없었으면 정말 살 만한 곳이 되었을 거다.
아이들을 재우고 현수호와 마리아가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리아 씨는 언제부터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나요?”
“3년 정도 되었을 거예요. 원래 아버지가 이곳에 살면서 아이들을 돌보셨어요. 그분이 돌아가시고 제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된 거죠.”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사실은 즐거워요. 하루하루 사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제 기분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리아는 이런 곳에서 살 여성이 아니었다. 착하고 성실하고 지혜롭고 기품 있다.
눈부신 외모도 지녀서 깨끗한 옷차림으로 도시에 가면 그녀를 쫓아다닐 남성들이 수두룩할 거다.
한평생 독신자로 살 것을 맹세한 알렉의 마음도 흔들어 놓는 그런 완벽한 여성이다.
그 때문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만은 몸을 조종하는 의지의 지분은 현수호보다 알렉의 것이 훨씬 더 컸다.
마리아도 신사적인 현수호가 싫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몸을 치료하는 이틀간은 마치 신혼부부처럼 둘이 알콩달콩 지냈다.
하지만 꿈 같은 시간도 금세 지나갔다. 이제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니 움직여야 할 때다.